1240화 첫 번쩨 싸움의 끝
묘묘 공주와 강벽난, 설몽요 등은 혈인 같은 진남의 상태를 보고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진남이 그녀들에게 설명을 해주자 그녀들도 더 간섭하지 않았다.
걱정되기는 했지만 진남이 이미 상황에 맞게 결정을 내렸다.
그녀들은 그의 결정을 지지하고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쿠쿠쿵-!
폭발음이 제삼금구에 울려 퍼졌다.
심지어 제삼금구 밖까지 소리가 전해졌다.
주변의 몇몇 금구들 중 주재 경지 아래의 무인들은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섰다.
궁금해서 들여다보긴 했지만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각양각색의 무도 의지들도 제삼금구 구석구석에 가득했다.
강한 무도의지가 허공에 남았는데 몇천 년이 지나도 흩어지기 어려웠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
열닷새 후.
멀리서 제삼금구를 보면 난장판이었다.
허공은 여기저기가 혼돈으로 변해 있고 대지, 산맥, 강은 파괴되거나 잘리거나 말라 있었다.
무상호천령이 바꾼 천지규칙도 어느새 일부는 망가졌다.
이번의 만주지전은 지난번의 만주지전이나 전에 있었던 그 어떤 만주지전과도 달랐다.
지난번에는 비월여제가 여러 대세력과 싸우고 다른 주경 강자들은 한켠에 숨어서 비밀 공법을 찾았다.
더 전에 있었던 만주지전은 지금처럼 주경 강자들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천재지보나 상고문도지기 그리고 진급할 수 있는 기연 등은 이번의 오십 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만주지전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슈슈슉-!
두 개의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와 전장을 휩쓸었다.
이양범과 몇천 년 동안 주경에 머물렀던 강자는 엄청난 파동을 뿜어냈다.
주재 경지를 돌파할 수 있는 징조였다.
만주지전이 끝날 때까지 다섯 명이 주재가 되면 엄청난 일이었다.
보통은 세, 넷이 주재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만주지전이 절반밖에 진행되지 않았는데 이미 두 명이 주재 경지로 진급했다.
싸움은 여전히 진행되었다.
닷새 동안 엄청난 바람과 파동이 수시로 제삼금구에서 용솟음쳤다.
묘묘 공주, 강벽난, 설몽요, 이계 그리고 다른 세 명의 주경정상 강자들은 장벽을 돌파하고 주재 강자가 되었다.
무인들이 연거푸 진급하자 다른 주경정상 강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성대한 싸움은 열정이 식지 않고 오히려 더 격렬해졌다.
세 여인과 이계 그리고 이양범은 주재가 되자 급히 자리를 뜨지 않고 제삼금구 밖에서 안을 살폈다.
다른 금구의 신비하고 엄청난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싸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진남과 창이었다.
스무날 동안 진남은 계속 열세에 처했다.
몇십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났다.
진남이 반응이 빨랐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중상을 입고 재기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진남이 뿜어내는 만법불침의지는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흐릿하던 영항불멸의지도 점점 또렷해졌다.
진남은 원래 상처를 입으면 시간이 조금 걸려야 스스로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회복하는 시간도 훨씬 빨라졌다.
물론 창의 기운도 더 강해졌다.
등 뒤의 서른세 개 소선역 그림은 찬란해지고 눈부신 빛을 뿜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에 펼쳐졌던 흐릿한 천정이 윤곽이 드러나고 실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옛사람들은 좋은 상대는 겉으로는 철천지원수이고 절대 화해할 수 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서로 아까워하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좋은 상대를 만나는 것이 그만큼 중요했다.
주변에 비범지도를 만든 사람이 없는데 유일하게 만들어낸 사람은 숭배를 받게 되고 무적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저도 몰래 진취심이 사라질 수 있었다.
"진남, 고맙다. 스무날 동안 천제결이 한 단계를 더 돌파했다."
창은 입을 열었다.
그의 등 뒤에 있던 서른세 개의 소선역 그림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서른세 개의 소선역을 상징하던 빛무리가 서로 다른 그림으로 변했다.
자세히 보면 손바닥만 한 그림에는 산, 바다, 수림, 사막 등이 대체적인 윤곽을 갖추었다.
대체적인 윤곽은 서른세 개의 소선역과 똑같았다.
창이 뿜어내는 기세가 더 강해졌다.
"창이 돌파를 한 거야?"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남, 너는 운이 별로구나. 내가 먼저 돌파를 했으니 더 이상 너를 마도석으로 삼을 수 없다. 나를 원망하지 말……."
창은 살짝 웃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은 말했다.
"네 판단이 틀렸다. 나도 너에게 고맙다."
진남의 몸을 감싼 성광이 확 늘어나서 태양처럼 눈부시게 빛이 났다.
만법불침의지와 영항불멸의 의지는 열 배 더 늘어났다.
진남의 식해에 폭풍이 휘몰아치고 신비한 꽃의 형상이 점점 모습을 갖추었다.
그리고 진남의 만법불침성체와 단단히 연결이 되었다.
즉, 진남의 만법불침성체는 드디어 원만을 이루었다.
영생지화가 생겨나지 않으면 영항불멸체가 될 수 없었다.
창은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이내 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재미있구나. 오늘 우리 둘 중 누가 더 강하고 누가 먼저 주재가 되는지 보자꾸나."
진남은 두 눈에 마화가 타올랐다.
"그럼 네 소원을 이뤄주지!"
그의 몸에서 잠들어있던 불후상마진결, 도법지도가 움직이며 만법불침성체와 합쳐졌다.
쿠쿠쿵-!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주변에서 싸우던 주경 강자들은 놀라서 시선을 돌렸다.
열세에 처해있고 기운이 억제되었던 진남은 눈에 띄게 강해졌다.
심지어 창보다 더 강한 것 같기도 했다.
슉-!
진남의 단천도가 날아갔다.
엄청난 대세와 무거운 힘, 그리고 은근한 파동이 칼끝에서 뿜어져 나왔다.
모든 것을 휩쓸 정도로 기세가 강했다.
"좋다!"
창은 감탄했다.
수많은 형상들이 장군과 병사들로 변해 달려들었다.
그들의 싸움은 전에 비해 몇십 배는 더 격렬해졌다.
그러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창은 싸우는 한편 한 영패에 신념을 전했다.
"시간이 다 되었다. 이제 손을 쓰거라. 그 물건을 가지고 말고는 너에게 달렸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이틀이 지났다.
진남과 창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고 시시각각 엄청난 부딪힘이 일어났다.
살기가 가득하고 여파가 방원 백만 리에 영향을 미쳤다.
한 주경정상 강자가 사흘을 공들여 대진을 만들고 마찬가지로 주경정상인 적을 진남과 창이 싸우는 근처로 전송했다.
그런데 두 주경정상 강자들은 미처 반응하기 전에 중상을 입고 멀리 날아갔다.
진남과 창의 싸움이 얼마나 대단한 영향력을 일으켰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뒤로 진남과 창이 중상을 입었을 때 습격하려고 마음먹거나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주경 강자들이 없었다.
진남과 창의 몸이 거의 동시에 떨렸다.
둘은 뿜었던 살초를 거두고 뒤로 몇만 리 물러섰다.
두 사람 뒤로 태고 이상들이 번쩍거리고 파동들이 십 리까지 번졌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불고 제삼금구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혼돈으로 변했던 하늘은 시커멓게 변하고 재난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강자들은 저도 몰래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소남자가 주재로 진급하려나 봐."
묘묘 공주, 강벽난, 설몽요 등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드디어 돌파를 하려는 건가?"
숨어있던 명초노조도 허리를 곧게 폈다.
"아쉽구나. 둘은 돌파를 할 때까지 승부가 나지 않았다."
신비한 존재들과 강자들은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고개를 흔들었다.
"하하. 진남, 오늘 싸움은 통쾌하구나. 진급 때문에 더 싸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천존이 될 때 다시 제대로 싸워보자!"
창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두루마기는 여러 곳 찢기고 피도 묻어서 낭패스러웠지만, 원기가 왕성하고 눈빛이 이글거리는 것이 화를 내지 않아도 위엄이 느껴졌다.
"그리 통쾌했다니 마지막으로 한 초식씩 더 겨뤄보고 끝내는 것이 어떠냐?"
진남의 두 눈에 불꽃이 이글거리고 엄청난 전의가 느껴졌다.
"오? 그거참 재미있겠구나. 그럼 시작해보자."
창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많이 사라졌다.
진남은 심호흡을 했다.
단천도가 격렬하게 떨리며 방대한 도의를 뿜었다.
도의는 하늘에 날아올라 도겁의 힘도 흔들었다.
진남의 몸에 있는 새로운 힘이 폭발을 하며 사방이 흑백으로 물들고 성과 마가 동시에 존재했다.
"또 그 초식이냐?"
창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의 등 뒤에서 옛 천정 형상이 솟아올랐다.
천정에는 수많은 장군과 병사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고함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과천일격!"
진남의 두 눈은 날카롭게 변했다.
그는 제자리에서 사라졌다가 창의 위쪽에 나타나 칼을 휘둘렀다.
도광(刀光)이 폭발하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긍고의 만물은 변하지만 천정은 영원히 존재하리라!"
창은 외쳤다.
등 뒤의 서른세 개 소선역 그림이 사방으로 퍼졌다.
커다란 천정은 위로 솟아오르고 안에 있던 장군과 병사들은 살술들을 사용했다.
쿠쿠쿵-!
사방에 폭발음이 가득했다.
멀리서 보면 엄청난 힘끼리 부딪치는 모습이 빛과 어둠 또는 물과 불 같았다.
서로 융합되지 않으면서 또 서로를 없애지도 못했다.
"전신의 혼, 둘이 하나로 합쳐져라!"
진남은 낮게 외쳤다.
웅장한 형상이 등 뒤에서 떠오르고 그의 몸과 하나로 융합되었다.
진남의 전의는 쭉쭉 늘어나 상상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그는 줄곧 전신의 혼을 불러내지 않았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항존?"
창은 살짝 놀랐다.
그는 이내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항존의 재능은 만고를 놀라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결국 천하제일주(天下第一主)밖에 되지 못했다. 네가 그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어찌하겠느냐?"
창은 법인을 만들었다.
천정에서 전해진 호탕한 소리가 제삼금구 전체에 울려 퍼졌다.
마치 제삼금구의 모든 것들에게 천정의 명령을 내리는 것 같았다.
싸움은 한참이나 진행되었다.
쿠쿵 하는 소리와 함께 쌍방은 모두 허무로 돌아갔다.
방대한 반동력이 진남과 창을 때렸다.
진남은 뒤로 백 보 밀려났고 창은 천 보나 밀려났다.
누구라도 이번 싸움에서 진남이 우세를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후."
진남은 길게 숨을 내뱉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무상천존들 중 한 명인 창을 제압했지만 그는 기쁘지 않았다.
싸우는 동안 그는 창의 대단함을 잘 알게 되었다.
창은 많은 수단들을 가지고 있고 천존지법들도 끊임이 없고 깊이를 알 수 없었다.
창은 주경정상이지만 천존지법들을 펼칠 때면 완벽하게 발휘할 수 있었다.
그것만 해도 대단한데 창은 풍부한 경험까지 가지고 있어 여러 형식과 돌발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또, 창의 천제결은 진정한 힘을 다 펼치지 않았다.
창이 다른 천제지주를 모두 모으면 전력은 엄청난 비상을 하고 다시 근원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압력이 느껴지십니까?"
주심도는 그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무덤덤하게 물었다.
"네, 압력이 큽니다."
진남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합니다. 압력이 클수록 동력도 더 큽니다. 주인님은 저자에 비해 내공이 깊지 못합니다. 계속 자신을 초월하여 주제나 황보절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아니면 저자에게 지게 될 겁니다."
주심도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마음을 가라앉힌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멀리서 그를 지켜보던 창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창은 말없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둘의 첫 번째 싸움은 끝을 맺었다.
이제 둘은 주재 경지를 돌파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