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6화 비월여제를 흑화시키자
쌍도노조가 원만하게 마무리하려고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 아직은 이 일을 토론하기 이른 것 같다. 진남은 아직 주경대성이라 주경정상까지 좀 시간이 걸린다. 지금 가장 급한 것은 천제지주를 탐색하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 손에 두 주령이 있으니 다른 이들에게 협력 의사가 있는지 알아볼 수도 있다. 진 도우, 네 생각은 어떠냐?"
진남은 눈을 반짝거리며 대답했다.
"노조의 말씀이 맞습니다."
진남은 주재로 진급할 생각만 하다가 한 가지를 놓쳤다.
천제지주를 통해 근원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럼 마침 무주궁도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럼 미루지 말고 지금 시작하자."
세 무상도통은 진남을 우두머리로 묵인했다.
노조들은 이미 한 배를 탔기에 중도하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새로운 시대에 정상이 되려면 진남과 감추는 것이 없이 연합을 해야 했다.
"주인님, 저희는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생각하시고 전음해서 알려주시면 됩니다."
묵사와 무천마군 등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그들은 평소와 같은 표정이었다.
불쾌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진남이 인사를 하자 묵사 등은 자리를 떴다.
"나는 다른 세력들과 연합하여 천제지주를 개발하는 일을 논하겠다."
비월여제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진남이 대답하기 전에 그녀는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녀가 꺼내놓은 주령은 대전에 남아있었다.
"진남, 우리는 먼저 주령을 연화하고 천제지주를 연화하자."
명초노조는 먼저 하라고 손짓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을 튕겨 불꽃을 뿜어냈다.
다른 노조들도 규칙지력을 드러냈다.
주령은 의지가 조금 있는 것 같았다.
이상함을 느낀 주령은 버둥거리며 저항했지만 큰 의미가 없었다.
잠시 후, 주령은 전부 연화되었다.
진남은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주령의 일부분이 된 것 같았다.
진남과 노조들은 동시에 천제지주를 연화했다.
이번에는 한 시진이나 걸렸다.
연화를 마치자 그들의 주변에 신비한 부문이 떠올랐다.
자세히 살펴보면 각자의 몸에 있는 부문들은 결함들이 있었다.
전부 합쳐야 완전체가 되었다.
누구 하나 빠지면 절반의 힘도 쓸 수 없었다.
"도우들, 듣기 싫은 말을 하겠소. 지금 상황이 복잡해서 어느 날에 누가 죽을지 알 수 없소. 죽기 전에 반드시 천제지주와 주령의 힘을 몸에서 빼길 바라오.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말이오. 많은 고적들을 찾아보았는데 스스로 힘을 빼면 그 힘은 알아서 남은 사람들 몸으로 돌아간다고 하오."
능황노조는 진지하게 말했다.
진남 등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이어서 말했다.
"그럼 함께 사용해 봅시다."
진남 등은 눈을 감고 주령과 천제지주의 신비함을 느끼며 양손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그들의 주변으로 부문이 부서져 빛으로 변했다.
잠시 후, 진남 등은 눈을 뜨고 법인을 앞으로 밀었다.
빛들이 동시에 솟구쳐 허공에 모이더니 그림으로 변했다.
그림에는 서른세 개의 성진 형상들이 떠올랐다.
그중 열 개는 다른 것들과 달리 파란색으로 반짝거렸다.
창은 서른세 개의 천제지주를 연화했는데 서른세 개의 소선역과 대응했다.
열 개의 성진이 반응하는 것을 보니 이 천제지주는 제십소선역과 대응했다.
"우리의 운수가 나쁘지는 않구나."
명초노조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서른세 개의 소선역은 각자 달랐다.
뒤로 갈수록 초시규칙이나 근원의 힘, 기연 등이 약하고 적어졌다.
얼마 전에 벌어진 싸움에 제삼십이소선역이 사라질 뻔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세시진 후, 사람들은 제십소선역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큰 세력들이 없고 주재 거물 한 명이 은둔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 작은 세력들과 고족들이 있었기에 진남 등은 시끄러운 일을 덜 수 있었다.
진남 일행은 곧 상고금지의 깊은 곳에 도착했다.
평범한 주경 강자가 들어온다면 죽을 수도 있고 은밀한 곳에 위치했다.
진남 일행은 서로 마주 보더니 법인을 만들었다.
웅-!
천제지주가 격렬하게 흔들리며 눈부신 빛을 뿜었다.
잠시 후, 빛들은 뱀처럼 바닥에 기어들더니 사방으로 뻗었다.
천제지주가 뿜어낸 기운은 쭉쭉 늘어 눈 깜짝할 사이에 엄청 많아졌다.
상고금지에 잠들었던 상고지물이나 대요들은 불안했다.
진남 일행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들은 날아서 천제지주 안으로 들어갔다.
구슬 속 세계의 하늘은 시커먼 소용돌이가 있었고 바람, 불, 번개가 번쩍거려서 공포스러웠다.
문득, 순수한 빛이 떨어지고 황량한 사막에 변화가 생겼다.
수많은 기이한 화초들이 자라나고 나무들도 땅을 뚫고 자랐다.
강이 생겨나고 생기가 가득해졌다.
"근원의 힘은 참 신기해.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이렇게 생기가 가득하다니!"
쌍도노조는 저도 몰래 감탄했다.
그는 근원의 힘을 욕심냈다.
그러나 제삼십삼소선역의 근원의 힘은 얻기는커녕 교류하기도 힘들었다.
"도우들, 우리는 지금 천제지령의 주령이나 마찬가지다. 근원의 힘을 얻으려면 함께 교류하고 빨아들여야 사용할 수 있다."
능황노조는 말을 하고 소용돌이 아래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진남 등도 따라가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잡념을 버리고 천제지주와 하나가 되었다.
그들은 닷새 동안 같은 상태로 있었다.
그들의 머릿속에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족쇄가 풀린 것 같았다.
그들 앞에 펼쳐진 경치도 달라졌다.
천제지주의 세계는 상고금지로 변했다.
제십소선역의 천지, 세상만물 등이 사라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색 신비한 공간이 나타났다.
공간의 중앙에는 길이가 십만 장, 넓이가 몇만 장이 되며 어떤 요수 모양의 순수한 빛무리가 있었다.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옥처럼 잡티 하나 없었고 신비했다.
이것이 바로 제십소선역의 근원의 힘이었다.
제십소선역의 초시규칙, 천지, 계벽, 선의, 만물을 키우는 힘이었다.
무인을 제외하고 무인이 가져왔거나 창조했거나 또는 남긴 것들의 뿌리였다.
* * *
그 시각, 시대전장의 암흑절성.
감랑주재는 돌아오자마자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그 정도로 말했는데도 법신을 연화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니 진남은 법신을 아주 많이 거부하는구먼. 진남은 이제 주제 쪽에 완전히 기운 것 같소. 그래서 법신을 연화하면 주인님의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오?
묵사, 방법을 찾아서 법신을 연화하게 하겠다고 하지 않았소? 진남이 싫어해도 반드시 연화하게 만들겠다고 했잖소. 이제 말해보시오. 어떤 방법이 있소?"
사마주재는 기다란 손가락을 뻗어 자세히 관찰하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러게 말이오. 진남이 법신을 연화하지 않고 이대로 질질 끈다면 결국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소……."
묵사는 두 사람에게 혈주를 가득 따라주고 웃으며 말했다.
"두 분, 창이 세상에 다시 나타난 일이 이상하지 않소?"
감랑주재는 차갑게 말했다.
"화제를 바꾸지 마시오. 자네가 장담하지 않았으면 이번에 우리도 진남을 돕지 않았소."
사마주재는 말했다.
"감랑, 화를 내지 말고 먼저 들어봅시다."
묵사는 살짝 웃었다.
"무망천제 주령이 진남의 사형, 즉 패자에게 옮겨갔소. 창의 딸은 또 하필 비월여제에게서 환생했소. 둘은 모두 진남에게 중요한 사람이오. 자네들, 운명이 잔인한 것 같지 않소?"'
사마주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자네의 뜻은……."
묵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다른 뜻이 없소. 이것이 창이 설계한 판인지 아니면 운명의 잔인함인지 나도 모르겠소. 하지만 우리 입장을 바꿔서 생각합시다. 창은 이 둘을 데리고 무엇을 할 것 같소?"
감랑주재는 퉁명스럽게 말해다.
"그걸 말해야 아시오? 패자와 비월여제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진남을 공격하려는 게지."
묵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내 생각에 패자는 이미 창의 사람이 된 것 같소. 다만, 비월여제가 좀 어렵소. 비월여제는 재능이 상고시대에 가도 최고라 할 수 있을 정도요. 그러니 창은 비월여제에게 계속 손을 쓸 거요. 그럼 우리에게도 기회가 오는 거요."
사마주재와 감랑주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창과 연합을 하겠다는 거요?"
묵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소. 우리는 창과 연합하지 않을 거요. 하지만 이번 일은 우리가 창의 편에 설 수 있소. 우리가 창을 도와 비월여제를 공격하고 그녀를 흑화시키는 거요!"
그의 미소가 기괴하게 변했다.
"그럼 진남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비월여제와 패자를 회복시키려고 하겠지. 패자는 회복시키기 쉽소. 하지만 비월여제를 회복하려면 우리의 주인님으로 변해야 가능한 일이오……."
* * *
그 시각, 제칠소선역 신비한 곳.
소세계의 선산 산꼭대기에 당청산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몸에서 옛 기운들이 용솟음치고 검은색 용들이 그를 둘러싸고 춤을 추었다.
그는 이 자세로 한참을 있었는데 가끔 눈을 뜨고 고개를 젖히고 고함을 지르며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곧 평온해졌다.
거의 영혼의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무망천존 주령의 기억은 엄청난 대마처럼 소리 없이 그의 모든 것들을 삼켰다.
그의 심신, 의지, 삼관 등에 변화가 생겼다.
당청산의 의지는 처음에는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점점 스스로도 변하는 줄 모르고 변했다.
상고시대에 이런 현상을 전세겁(前世劫)이라고 했다.
어떤 이들은 전생을 각성하면 날개를 단 것처럼 더 강해졌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전생을 각성하면 전생의 기억에 침식되고 결국 자신의 의지를 잃고 전생이 되었다.
이것도 또 다른 중생이라고 했다.
다른 쪽에는 태고금기에게 붙은 창이 왕좌에 앉아 있었다.
자욱한 빛이 그의 몸을 감싸고 서른세 개의 소선역이 변한 성진그림이 그의 등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네 개는 이미 빛을 잃었다.
온몸에 부적이 붙어있는 꼭두각시들이 멀리서 날아오더니 무릎을 꿇었다.
"천제대인, 저희가 살펴본 데 의하면 진남은 이미 제십소선역을 정복하고, 영야천존은 제십삼소선역을 정복했으며 이씨 가문과 왕씨 가문의 사람들은 제십육소선역을 정복했습니다.
가장 큰 꼭두각시가 공손하게 말했다.
창은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러나 이내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천제 대인, 지시대로 그곳에서 찾아온 것입니다."
꼭두각시는 말을 마치고 저장주머니에서 커다란 흰 누에고치를 꺼냈다.
동술을 사용하여 보니 고치 안에는 사람이 누워있었고 미약한 생기를 뿜었다.
바로 향혼이었다.
"향혼, 좀 실망스럽구나. 그 당시 네 마음에 심마를 심어놓았는데도 단호하게 배신을 하지 못했구나. 그동안의 소식을 다 들었다. 처음에 진남을 죽일 기회가 있었다."
창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몸을 움직이자 붉은빛과 부문, 보라색 번개 소용돌이 등이 다시 나타나 흰 누에고치를 뚫고 향혼의 몸에 주입되었다.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몇 시진이 지나자 커다란 손이 누에고치를 찢고 나왔다.
향혼이 안에서 일어섰다.
정확히 말하면 향혼은 이제 향혼이 아니라 창이었다.
"주인님, 구천에 다시 강림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의지를 회복한 태고금기는 황망히 무릎을 꿇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이 시대는 참 쇠퇴했구나. 아무리 찾아봐도 이 녀석의 육신이 그나마 쓸 만하다. 진남에게 죽임을 당하고 영항지력은 다 사라졌지만 만법불침지력은 조금 남았구나."
창은 고개를 저으며 어이없어했다.
지금 그의 경지는 패자였다.
그의 경지가 이렇게 낮은 이유는 대전에서 주제가 그의 법신을 산산조각 냈기 때문이었다.
남은 영혼의 의지 등은 너무 미약하여 중생에 가까운 방법으로 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