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3화 각성을 다 했구나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엽 선배, 엽도우, 실례지만 창은 어떤 계획을 하고 있습니까? 상고대전은 대체 왜 일어난 겁니까?"
엽소선의 손이 멈칫했다.
그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알려준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창은 천존 경지일 때 이미 근원의 아들이 되었다. 그리하여 무상천존이 되고 근원의 주인이 되려고 했다. 성공하면 일인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순간에 주제가 병사를 이끌고 전쟁을 일으켰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상고의 수수께끼가 이렇게 시시하게 풀렸다고?'
엽소선은 살짝 웃더니 말했다.
"너무 시시하다고 생각했느냐? 겉으로 보기에는 시시해 보인다. 창과 주제는 물과 불처럼 서로 용납하지 못했다. 그러니 상대방이 대상계의 일인자가 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도 없었다. 둘은 오랜 시간 싸웠는데 승부를 내야 끝이 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일이 있었다. 우리 넷이 연합하여 청궁을 탐색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깊은 곳에 들어갔을 때 주선신비(諸仙神碑)에 대이변이 벌어졌다."
진남은 의아했다.
"주선신비는 무엇입니까? 십대주선과 연관이 있습니까?"
엽소선은 깜짝 놀랐다.
"너 모르고 있었느냐?"
주심도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엽 선배님, 주인님은 주경 경지이긴 하지만 주제와 황포절의 전생을 각성하는 바람에 사실 많은 것들을 모르고 계십니다.
주인님, 주선신비란 십대주선과 연관이 있습니다. 천지가 개벽하고 무도가 생겨났으며 여러 종족들이 동시에 나타나고 도법들이 나타났습니다. 그 뒤로 몇만 년이 지나 천지에 천존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천존들은 전설의 무상천존 경지로 진급하기 위해 연합하여 대상계의 장벽을 뚫습니다. 처음에 발견한 것이 청궁입니다. 그때 주선신비를 발견하게 됩니다."
진남은 설명을 들으면서 장면들을 상상했다.
그는 주심도가 말한 천지가 개벽할 때라는 것이 사대 무상천존이 있기 훨씬 전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청궁에는 엄청난 것들이 수도 없이 많고 살기가 가득했습니다. 오직 주선신비만이 예외였는데, 무인들에게 악의가 없고 첫 번째 천존들을 구해주기까지 했습니다.
주선신비는 천존들에게 후계자를 찾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뒤로 대상계의 무인들이 많이 모여들었습니다. 대상계는 휘황찬란한 시대에 들어서고 주제, 창, 황포절, 엽대인 등 엄청난 천재들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주제와 황포절은 주재 정상 경지에 도달하고 천존으로 진급하여 거물이 되려고 주선신비를 연구했습니다. 그것이 오늘날의 십대주선으로 변한 것입니다. 대세력의 거물들은 십대주선들이 새로운 거물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십대주선들이 일어서기 전에 상고대전이 폭발했습니다. 항존의 재능으로 충분히 다섯 번째 무상천존이 될 수 있었는데……."
주심도는 아쉬움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십대주선에게 큰 비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진남은 몸을 바르게 하고 물었다.
"그건 내가 대답할 수 없다. 나는 주선의 일에 참여하지 않았기에 잘 모른다. 알고 있는 사람은 그들 셋과 주선들뿐이다."
엽소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주선신비에 대이변이 일어난 후 우리 넷은 계속 탐색을 하려고 했다. 나중에는 여러 이유들 때문에 결국 창과 주제만이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반년 동안 안에 있었다.
재미있는 일은 창과 주제는 안에 있었던 일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창이 주소를 죽이고 본원의 주인이 되려고 했고 그다음에 대전이 터졌다."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백종생은 상고대전에 다른 비밀이 있다고 했다.
'엽소선의 말과 결합을 해보면…… 이 비밀은 당분간은 풀 수 없겠구나."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창이 그에게 알려줄 리는 없었다.
유일하게 상황을 아는 주제는 그의 몸에 환생했다.
"진남, 창이 이미 너에게 손을 쓴 것 같다. 그의 부하인 삼장장 중 무망은 네 친구에게 환생을 하고 밖에 있는 여인은 창의 딸의 환생이라고 했지?"
엽소선은 물었다.
"맞습니다."
진남은 마음이 무거웠다.
"나와 주제 그리고 주로는 사이가 좋았다. 그래서 창과 연합을 할 때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 옥간을 받거라. 적당한 시기에 열어보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거다."
엽소선은 옅은 청색의 옥간을 건넸다.
"엽 도우……. 고맙습니다."
진남은 옥간을 받고 얼른 인사를 했다.
"주제나 황포절과 달리 너는 예의가 바르구나."
엽소선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가볍게 웃었다.
"나는 이제부터 주재경지를 돌파할 때까지 폐관 수련을 하겠다. 이것도 알고 있어야 한다. 다음 달 일일에 천궁에 올라오면 진급할 수 있는 천존지지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대상계에 곧 새로운 천존이 나타날 것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거라."
진남은 포권을 했다.
"엽 도우의 말씀, 고맙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주심도와 시선을 나누더니 자녕신궁을 떠났다.
신궁의 대문은 서서히 닫혔다.
수많은 빛이 사방으로 뻗더니 그물처럼 제삼십이소선역을 덮었다.
"엽소선이 어떤 것 같습니까?"
주심도는 진남의 몸으로 돌아간 후 물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저를 도와주지 않았습니까?"
진남은 말했다.
"이번에 주인님을 도와준 것은 전에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신세를 갚은 것입니다. 마음에 둘 필요 없습니다. 저자는 평범한 상황에서는 괜찮습니다. 아무것도 쟁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길을 막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저자가 천존으로 진급하려고 할 때 일입니다. 천존으로 진급하려면 신물이 필요했는데 그가 소속되어 있는 가문에서도 그 신물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어떻게 했을까요?"
주심도는 무덤덤하게 질문했다.
"안면몰수했습니까?"
진남은 잠깐 생각하고 말했다.
"안면몰수만 했겠습니까? 그는 기회를 봐서 가문을 전부 없앴습니다. 남녀노소 심지어 삼촌과 같은 친인척들도 한 명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주심도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전부 죽였습니까?"
진남은 경악했다.
그는 엽소선이 미친 행동을 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 그자가 주인님을 어떻게 대하든지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다음에 도움을 주면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고 갚아주면 됩니다."
주심도는 진남에게 당부했다.
"네, 선배님. 알겠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보이지 않는 파동이 사방으로 퍼졌다.
"구리거울이 각성을 다 했구나."
진남은 마음을 다스리고 얼른 고개를 돌렸다.
빛들이 비월여제를 중심으로 한층 한층 번졌다.
비월여제의 기운은 빠르게 변했는데 상고의지가 더해졌다.
잠시 후, 비월여제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옅은 파란색 눈동자는 여전처럼 냉담하지 않았다.
그녀의 두 눈에 막막함과 고통이 많아졌다.
방금 벌어진 장면들은 낙인처럼 그녀의 영혼에 박히고 세부적인 것까지 또렷했다.
큰 눈이 내리고 여자아이가 옆에 있는 부인에게 물었다.
"어머니, 인생은 몇 번의 윤회와 환생을 할 수 있어요? 천지의 윤회규칙이 몇 번까지 감당할 수 있어요?"
부인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내내(奈奈)는 몇 번인 것 같아?"
여자아이는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제 생각에 끝없이 환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아요. 언젠가 끝이 있겠죠. 계속 전생의 기억을 각성한다면 재미없잖아요. 가장 많아서 열세 번인 것 같아요."
부인은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내가 열세 번이라고 하면 열세 번이지."
장면이 바뀌고 여자아이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갈망과 호기심이 어린 시선으로 물었다.
"어머니, 아버지는 언제 저를 수련하게 할까요? 저도 날고 싶어요."
부인은 표정이 다양하게 바뀌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곧, 곧 될 거다."
화면은 다시 방 안으로 바뀌었다.
다투는 소리가 들리고 짝- 하는 소리가 났다.
여자아이의 얼굴에 새빨간 손자국이 남았다.
여자아이는 울며 도망 다녔다.
부인을 본 여자아이는 그녀의 품에 안기며 울먹거렸다.
"어머니, 아버지는 저를 싫어하는가 봐요. 제가 몇 마디 물어봤다고 때렸어요."
부인은 두 눈에 화가 떠올랐다.
그러나 곧 체념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말했다.
"내내, 오해하지 말거라. 내내의 재능이 너무 대단해서 아버지가 너를 귀히 여기고 조심스럽게 대하는 거란다."
"진짜죠?"
"그럼."
마지막 장면에서 천지가 부서지고 규칙이 무너졌다.
모든 것이 끝없는 피와 불에 묻혔다.
여자아이는 넋을 놓고 서서 그 장면을 지켜봤다.
그녀의 세상이 무너졌다.
결국 차가운 빛이 허공을 가르고 그녀를 찔렀다.
여자아이는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그녀는 막을 힘이 없었다.
이때, 부인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온 힘을 다해 육신으로 차가운 빛을 막았다.
유난히 붉은 선혈이 흩날렸다.
"어머니, 어머니……."
여자아이는 정신줄을 놓고 대성통곡했다.
"내내, 겁먹지 말거라. 울지 마. 어머니가 계속 네 옆에 있을 거다. 지금 너를 보낼 테니 이 옥간을 잘 간직하거라. 그쪽에 가면 이 공법을 잘 수련해야 한다. 공법을 다 수련하면 이곳의 모든 것들은 기억하지 말거라. 이름도 바꾸고 대상계에서 잘 살거라. 네 마음속의 무도를 찾아가거라. 그리고 이곳의 모든 것을 잊겠다고 약속하거라. 네가 윤회규칙을 다 깨달으면 이 어미가 다시 네 곁으로 돌아가마……."
빛이 터지고 여자아이를 삼켰다.
여자아이는 낯선 곳에 도착했다.
모든 것이 시커멓고 그녀 혼자 동굴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여자아이는 추워서 덜덜 떨었다.
수많은 야수들의 포효에 그녀는 겁이 덜컥 났다.
그녀에게 유일한 따뜻함은 어머니가 준 옥간이었다.
그녀는 넋을 놓고 삶을 이어갔다.
한참이 지나 그녀의 두 눈은 빛을 잃었다.
그녀는 옥간을 들고 어머니의 당부대로 최선을 다해 공법을 수련했다.
그녀는 그렇게 성장했다.
그녀는 이제야 깨달았다.
어머니는 줄곧 그녀를 속였다.
아버지는 그녀를 귀하게 여긴 것이 아니라 싫어했다.
그녀와 친한 사람들도 그녀를 속였다.
어머니는 돌아올 수 없었다.
그날 밤, 폭우가 쏟아지고 살기가 들이닥쳤다.
그녀의 가냘픈 어깨는 저항하지 못하고 죽어갔다.
비월여제는 깜짝 놀랐다.
그녀의 얼굴에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손을 뻗어 만져보니 어느새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파서 운 적은 있지만 저도 몰래 눈물을 흘린 적은 없었다.
"구리거울, 무슨 일이 있습니까?"
진남은 그녀에게 날아가 물었다.
비월여제는 체내의 힘을 사용하여 눈물을 감추었다.
진남의 걱정 어린 시선에 그녀는 마음이 안정되었다.
"진남, 내가 각성한 것은 창의 딸의 기억이 맞다. 그녀의 기억은 평범하지 않아서 마음을 굳게 먹고 지켜만 보려고 했는데 결국 큰 영향을 받았구나."
비월여제는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괜찮습니다. 저보다는 낫습니다."
진남은 웃으며 말했다.
"제가 각성한 두 개의 전생은 무상천존입니다. 그래서 아직 황포절의 법신도 융합시킬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혹시 완전히 분리될까 봐 걱정이 됩니다."
비월여제는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언변에 능숙하지 않은 자가 머리를 짜서 재미있는 말을 해주려고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이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