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2화 엽소선
"가자, 자녕신궁으로 들어가자!"
영야천존 등 거물들은 비월여제에게서 시선을 떼고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주인님, 그리 걱정하지 마십시오. 창의 딸의 기억을 각성했다고 해도 비월여제는 본심을 유지하고 영향을 받지 않을 겁니다.
묵사는 말했다.
"고맙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비월여제의 눈부신 모습을 바라보았다.
주제의 기억을 각성할 때 진남은 그리 많은 시간을 소모하지 않았다.
그런데 비월여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각성하는 기억이 조각나지 않고 온전한 것 같았다.
"주인님, 제가 대신 비월여제를 지키겠습니다. 자녕신궁에 가보십시오. 혹시 수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묵사는 공손하게 말했다.
마치 그가 하는 모든 일이 진남을 위한 것 같았다.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진남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묵사는 눈을 반짝거리고 더 말하지 않았다.
그는 한 켠으로 물러서서 진남과 함께 얌전히 기다렸다.
"지금 상황은……."
주심도는 그 모습을 보자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의 상황은 보통 혼잡한 것이 아니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그도 장담할 수 없었다.
허공에 떠 있던 자녕신궁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빛을 뿜었다.
빛은 전보다 몇십 배는 더 눈부셔서 태양 같았다.
또, 작은 목소리가 제삼십이소선역의 구석구석에 울려 퍼졌다.
마치 원고의 성인 잠에서 깨어 중생들에게 도를 전수하는 것 같았다.
쿠쿠쿵-!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영야천존, 황운주재 등 자녕신궁에 들어간 거물들은 엄청난 공격을 받은 것처럼 밀려 나왔다.
진남이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그들은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무천, 감랑. 무슨 일이 있었소?"
묵사는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스, 스승님, 엽, 엽소선이……."
주선제칠인인 무천마군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그는 창의 환생이 진남에게 떨어질 때처럼 놀랐다.
"진정하시오. 엽소선이 어쨌다는 말이오?"
묵사는 목소리에 도법을 싣고 낮게 으르렁거렸다.
진남은 자녕신궁의 대문으로 한 형상이 느긋하게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잠시 후, 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눈썹이 검처럼 날카롭고 눈이 별처럼 빛나며 얼굴이 흰 청년이었다.
그는 청색 두루마기를 입고 검은 머리카락은 발목까지 늘어뜨렸다.
세속을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청년이었다.
청년이 뿜어내는 기운은 패자의 경지였는데 웬일인지 그의 앞에서 사람들은 속물처럼 느껴졌다.
"엽, 엽소선 본체잖아?"
묵사는 저도 몰래 말을 내뱉었다.
그는 마음이 흔들렸다.
상고대전에서 네 무상천재들은 전부 죽었다.
그런데 엽소선의 본체가 나타나다니?
"뭐?"
진남도 깜짝 놀랐다.
세상이 고요해지고 바람 소리와 숨소리만 들렸다.
엽소선은 사람들을 훑어보다가 진남에게 시선이 잠깐 머물렀다.
그는 시선을 거두고 양손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시광지도, 추소이시(追溯伊始)."
엽소선은 법인을 계속 바꾸었다.
그이 몸에서 몽롱한 안개가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많은 시간이 흐르고 며칠이 지난 것처럼 느꼈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았다.
쿵-!
얼마나 지났을까?
엽소선의 몸에서 태고봉인이 풀리고 그의 기운이 쭉쭉 늘어나 하늘 높이 솟구쳤다.
구천지존!
구천지존정상!
주경!
주경정상!
순식간에 그의 기운은 주재 정상까지 돌파했다.
그가 뿜어내는 규칙지력의 파동은 엄청 대단했다.
힘은 점점 더 빠르게 늘어났다.
"겨우 이 정도밖에 회복이 되지 않나?"
잠시 후, 엽소선은 중얼거리며 법인을 반대로 만들었다.
그의 기운은 상승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었다.
주재 초기가 되어서야 그는 멈추었다.
엽소선은 법인을 풀고 흰 입김을 불었다.
그는 속세의 사람이 아닌 것처럼 가벼워 보였다.
"도우들, 내가 운이 좋아 한번 죽었지만 육신을 보존하고 다시 이 세상에 나타났다."
엽소선은 사람들을 보며 위엄이 있지도 않고 친절하지도 않은 말투로 무덤덤하게 말했다.
"두 가지만 말하겠다. 첫째, 나는 누구와도 연합하지 않는다. 창과도 연관이 없다. 나를 건드리지 않고 내 도를 막지 않는다면 어떤 세력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도우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쓸데없는 추측을 하지도 말거라. 둘째……."
그는 잠깐 숨을 고르더니 이어서 말했다.
"도우들의 실력을 살펴보니 상고대전 이후 천지가 크게 파괴된 것 같구나. 나도 큰 원인 제공자이다. 그래서 보상이기도 하고 나를 위해서이기도 한 일을 하려고 한다. 다음 달 일일에 주재대성 이상의 무인들을 자녕신궁으로 초청하겠다. 내가 직접 도우들을 데리고 청궁에 가고 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는 곳을 만들겠다."
고작 몇 마디 말이었지만 천둥처럼 거물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상고대전이 끝난 후, 대상계는 크게 파괴되어 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러니 무상천존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여러 대세력들도 줄곧 방법을 강구했다.
몇만 년이 지나 시도족, 묘문, 정씨 가문은 영혼을 태고로 보내어 천존으로 진급하려고 했다.
다른 세력들도 암암리에 실험들을 했다.
그러나 많은 세력들은 청궁을 노렸다.
대상계의 무인들과 주재 거물들은 일정한 시간에 한 번씩 연합하여 청궁을 탐색하곤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성공하지 못했다.
이유는 청궁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곳에 들어설 때마다 무인들은 자신이 너무 작게 느껴졌다.
진남이나 창이 청궁에 데려가겠다고 해도 그들은 이토록 흥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엽소선이 말했다면 다른 문제였다.
사 대 무상천존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는 줄곧 청궁에 살았다.
그러니 청궁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역시 청궁에 가야겠지?"
묘문과 정씨 가문의 거물들은 주먹을 더 꽉 쥐었다.
주먹에 핏줄이 튀어 올라왔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영야천존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무상천존들이 연거푸 나타나면 그도 빛을 잃을 게 분명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인자의 자리는 누구도 넘보지 못했다.
그런데 엽소선과 다른 거물들이 진짜로 천존지지를 만든다면 그에게는 불리했다.
"청궁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진남은 참지 못하고 전음으로 물었다.
"주인님, 상고시대에서 청궁이란 경계선 밖에 있는 오염되지 않은 곳을 말합니다."
묵사는 설명했다.
"그곳은 대상계에 없습니다. 시공전장으로 가서 대상계의 장벽을 넘어야 도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매우 신비한 곳입니다. 그곳에는 주재 경지의 요수, 금제, 살국 등과 비슷한 엄청난 것들이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깊이 들어가면 천존 경지와 비슷한 것들이 있고 심지어 무상천존 경지의 것들도 존재합니다.
예전에 주인님, 창, 주제, 엽소선은 연합하여 그곳을 탐색했는데도 신비함을 파헤치지 못했습니다. 주인님과 그들은 청궁은 경계선 밖의 세상이고 대상계 위에 있는 더 넓은 세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남은 두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는 오늘 처음 알았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화존 좌우경에 신비한 칠십이천지성구가 있고 문도지지가 있는 것처럼 청궁이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설마, 구룡석인이 청궁의 물건인가?'
진남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도령은 구룡석인을 사대 무상천존들도 가지고 싶어 하던 물건이라고 했다.
"그리고, 주제와 황포절 등은 연합하여 청궁을 탐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고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주심도는 담담하게 설명했다.
"청궁과 연관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백종생은 상고대전이 터진 것이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럼 그 비밀이 청궁에 있다는 말인가?
"내가 할 말은 이게 다다. 오늘부터 제삼십이소선역은 내 소유다. 함부로 들어오는 자는 적으로 인식하겠다. 다들 떠나거라."
엽소선은 말했다.
그는 말 한마디로 한 지역을 소유했다.
무상천존의 위엄을 한껏 보여주었다.
영야천존은 가슴 속에 분노가 솟구쳤다.
그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삼십이소선역을 자네가 가지겠다고 하면 자네 것이 되는 줄 아시오?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소?"
황운주재 등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들은 두 눈에 장난기가 어렸다.
'영야는 몇만 년 동안 존경을 받더니 아주 부패해졌구나.'
엽소선은 그를 힐끗 보더니 물었다.
"죽고 싶은 게냐?"
쿵-!
무형의 의지가 날카로운 검처럼 영야천존의 미간으로 날아갔다.
영야천존은 의지가 그를 다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저도 몰래 마음속에 한기가 서렸다.
"엽 선배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우리는 물러가겠습니다."
황운주재 등 거물들은 공수하고 하늘로 날아갔다.
창의 환생과 자녕신궁의 출현으로 많은 세력들은 큰 수확을 얻었다.
일부 세력들만이 큰 이득을 얻지 못했다.
계속 있어봤자 의미가 없으니 잘 계획을 하고 다음 달 일일에 오는 것이 나았다.
영야천존은 표정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그는 마치 가슴에 돌을 짓누른 것처럼 답답했다.
"하하, 농담이었소. 엽 선배님, 정색하지 마시오."
영야천존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허공으로 사라졌다.
"다른 사람들도 어서 떠나거라."
엽소선은 묵사와 명초노조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엽 선배님."
묵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말거라. 저자를 다치게 하지 않으마."
엽소선은 무덤덤하게 말하며 진남을 가리켰다.
"좋습니다. 주인님, 저희는 제삼십일소선역에 가 있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명령을 내리시면 됩니다."
묵사 등도 당부를 건네고 날아갔다.
"시대가 바뀌니 예전 같지 않다. 나와 함께 궁에 가서 한잔하지 않겠느냐?"
엽소선은 진남을 보며 말했다.
말투도 전처럼 평온하고 무정하지 않았다.
"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진남은 엽소선을 따라 자녕신궁에 들어갔다.
안에 들어 선 진남은 살짝 놀랐다.
신궁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간단했기 때문이었다.
산과 강이 있고 작은 정원에 나무 집이 전부였다.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엽소선은 세 개의 나무 의자를 꺼내고 찻주전자를 꺼내 잔에 가득 따랐다.
진남은 호기심이 동해서 물었다.
"엽 선배님, 다른 분도 오십니까?"
엽소선은 웃으며 말했다.
"선배라고 부르지 말거라. 이상하구나. 세 번째 잔은 말이다……."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진남은 영혼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주심도의 형상이 나타났다.
주심도는 찻잔을 받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엽대인께서 아직 소인을 기억하십니까?"
엽소선은 차를 한잔 마시고 말했다.
"주로(周老, 주심도를 부르는 말) 나에게 불만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거라."
주심도는 그제야 표정이 풀어져서 차를 들고 음미했다.
"그것 좀 알려주십시오. 왜 창과 연합을 한 겁니까? 저는 대인께서 참여하지 않으셨다면 창이 환생에 가까운 상태로 세상에 나타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남은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엽소선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로,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쟁취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직 나의 길을 수련했다.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다. 달라진 것이 없다. 마지막 순간에 창과 연합을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창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나는 오늘 세상에 나타날 수 없었다. 창은 환생을 하고 싶지 않고 자신의 계획을 더 잘 실행하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주심도는 손을 흔들며 감탄했다.
"사실 저는 화를 낼 자격이 없습니다. 저와 대인은 우연히 한번 만난 사이지 않습니까?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던 대인의 일입니다."
엽소선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더 말하지 않았다.
그 당시 그들은 친한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깊은 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