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1화 그건 불가능하겠지?
흐릿한 형상은 목소리가 다시 한번 변했다.
이번에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자신의 과거를 진술했다.
"예전에 나는 천존이 되고 서른세 개의 소선역에 대응하는 서른세 개의 천제지주를 연마하고 근원의 아들 되었다. 그러니 내 딸이 평범할 수 있겠느냐? 경월도 천존이었다. 그녀는 십 년 동안 잉태를 하고 경지가 주재로 떨어져서야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던 날, 그녀의 생명에 위험이 있을까 봐 나는 많은 수단들을 준비했다. 뻔뻔스러운 말을 하자면 내 딸은 나의 재능을 물려받았을 뿐만 아니라 근원의 힘도 물려받았다. 그러니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따라올 자가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 말은 거의 포효에 가까웠다.
열 살 되는 딸이 요절한 것이 그에게 엄청 안타까운 일인 것 같았다.
그러나 창은 이내 말투가 평온해졌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환생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환생은 역시나 비범해서 네가 기억을 각성하기 전부터 그녀의 엄청난 재능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성장했다. 너는 여전히 수많은 전생에 열 살짜리 아이는 없다고 우기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 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열한 번의 생이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느냐?"
마지막 한마디는 어둠을 밝히는 빛 같았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의 말투는 장난스럽게 변했다.
"네가 주재가 되면 내 딸의 기억을 각성할 수 있도록 설정이 되었다. 그런데 네가 이리 빨리 십생십세공을 완성할 줄은 몰랐구나. 엄청난 공법은 전생과 윤회와 엮여 있어서 그녀의 기억을 막았다. 이번 생에서 너는 그녀의 기억을 각성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아비가 어찌 그것을 지켜보고만 있겠느냐?"
비월여제는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는 지력이 평범한 사람 이상이고 추리능력도 대단했다.
때문에, 창의 말에 모순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창의 말대로 열한 번의 생이 있었다고 하면 창의 딸이 첫 번째 생이고 지금의 그녀는 열 번째 생이었다.
하지만 왜 첫 번째 생의 기억이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에서 각성되지 않고 그녀의 열 번째 생에서 각성 된 것일까?
답도 간단했다.
두 번째에서 아홉 번째 생까지는 주경 경지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은 패자의 경지에 머무르고 주재 경지까지 돌파하지 못했다.
첫 번째 생의 기억은 봉인된 것처럼 어떤 경지에 이르러야 각성할 수 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전생의 기억을 각성하는 것과 달리 복잡했다.
진남의 전생은 주제와 황포절이고 두 번째, 세 번째 생 같은 것들과 상관없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도 창이 벌인 일 때문일 수도 있었고 그녀의 딸이 엄청난 재능을 가진 것도 있었다.
비월여제의 옅은 파란색 눈동자는 평소처럼 돌아왔다.
그녀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네 말이 다 진실이라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네 딸의 기억을 각성시킨 것도 내 손을 빌려서 진남을 공격하려는 거잖아? 그런 생각은 하루빨리 없애는 것이 좋을 거다."
흐릿한 형상은 웃으며 대답했다.
"맞다. 나는 네 손을 빌려서 진남을 공격할 생각이다. 네가 내 딸의 기억을 각성한다고 해도 내 편에 서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너는 의지가 강하고 나도 예전에 딸에게 잘해주지 못했다.
딸의 재능은 나도 두려워서 경계를 했다. 내 계획이 성공하기 전에 그녀에게 관심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무예를 좋아하고 수련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못 하게 했다. 그녀의 경맥, 식해, 영혼을 모두 봉인했지.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진남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떤 생각을 할까? 진남 신변의 백종생 등과 주천불사산 그리고 무주궁도는 너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목소리를 깔고 사악하게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때 가면 너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을 거다."
쿵-!
창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구룡석인의 힘이 비월여제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힘은 원고의 홍수처럼 폭발하며 흐릿한 형상을 공격했다.
흐릿한 형상, 핏빛, 보라색 제의, 비월여제를 감싼 소용돌이 등이 진남 때와 마찬가지로 비월여제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성공했다!"
진남은 얼굴이 환해지고 가슴을 누르던 무거운 돌을 내려놓은 것처럼 홀가분했다.
쏴아아-!
그러나 둥, 둥, 둥, 둥 네 번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비월여제의 발아래에 수많은 빛 무늬가 용 모양 그림자로 변했다.
종소리가 네 번 울리고 팔룡도가 나타났다.
"응?"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전생을 각성하는 건가?"
주심도도 경악했다.
'비월여제에게 다른 전생이 있었어?'
비월여제의 식해에 있던 보라색 수정이 금이 가더니 폭발했다.
방대한 기억들이 쏟아졌다.
"진혼수심(?魂守心)!"
비월여제는 법인을 만들었다.
그녀는 기억의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았다.
이어,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장면들이 변했다.
첫 번째 장면이 나타나자 그녀는 저도 몰래 그 속에 빠져들었다.
핏빛 기둥, 보라색 제의, 혼돈의 소용돌이 등이 빠르게 태고금기에게 떨어졌다.
태고금기는 몸을 흠칫 떨더니 길게 포효했다.
그의 포효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어찌 된 일이야? 창의 환생이 태고금기에게로 옮겨갔어? 그런데 비월여제의 몸에는 왜 또 전생을 각성하는 이상이 나타난 걸까?"
천제지주를 쟁탈하던 세력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상황을 판단할 수 없었다.
"창이 태고금기의 몸에 붙었습니다. 지금이 가장 허약할 때이니 얼른 죽이십시오."
주심도는 진남에게 외쳤다.
"과천일격!"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태고금기의 위쪽에 날아올라 칼을 휘둘렀다.
"도우들, 창이 태고금기의 몸에 붙었습니다. 연합하여 공격합시다."
진남은 묵사 일행, 명초노조 일행 등에게 신념을 전했다.
"뭐?"
묵사 등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강한 기운을 뿜으며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특히 주선제삼인인 묵사의 마의는 바다처럼 방대했다.
비록 경지가 주경정상이었지만 전력은 주재정상이었다.
"태소화월결(太?化月訣)!"
당청산은 날아서 핏빛 부문 장벽을 뚫고 손가락으로 짚었다.
태고금기의 위쪽에 방대한 규칙지력이 용솟음치고 괴이한 보라색 달 형상으로 변하더니 사방으로 커졌다.
진남이 휘두른 도의는 달 형상에 부딪혀 폭발음만 울려 퍼졌다.
진남은 당청산이 드러낸 힘이 아까보다 훨씬 작다는 것을 느꼈다.
무망천존의 의지가 많이 소모되고 이제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해괴하다!"
영아천존, 황운주재 등 거물들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들의 계획이 바뀌었다.
영야천존은 몸이 셋으로 나뉘더니 하나는 천제지주를 쟁탈하러 가고 하나는 태고금기 쪽으로 날아갔다.
왕씨 가문과 이씨 가문의 거물들도 양쪽으로 나뉘어 공격했다.
다른 대세력들도 마찬가지였다.
태고금기의 두 눈에서 타오르던 불꽃이 보라색으로 변했다.
엄청난 위압감과 옛 기운들이 그의 몸에서 솟구쳤다.
창은 충성심이 강한 부하의 몸에 붙는 일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주심도의 말처럼 지금이 가장 허약할 때였다.
그가 사용할 수 있는 힘도 강한 위압을 제외하면 전부 태고금기의 위압이었다.
무망천존이 당청산의 몸을 빌려 천존의 전력을 발휘한 것처럼 할 수 없었다.
그는 엽소선과 연합하여 환생에 가까운 방식으로 다시 이세상에 강림하느라 큰 대가를 치렀다.
"나오자마자 이런 위험한 처지가 되다니!'
태고금기는 눈앞에 벌어진 장면에도 큰 압력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자조했다.
그는 진남을 바라보았다.
"비월이 왜 엄청난 전생의 기억을 가졌는지 궁금하느냐? 솔직하게 말할게. 비월여제는 내 딸의 환생이다."
태고금기는 자상한 어른처럼 부드럽게 말했다.
"비월여제가 창의 딸의 환생이라고?"
그의 말에 많은 거물들은 충격을 먹었다.
"그녀였어?"
묵사, 주심도, 영아천존도 깜짝 놀랐다.
그들은 창의 딸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녀가 무심코 보여준 재능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변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운명이라는 게 참 웃긴다. 내 딸의 환생이 힘들게 이 세상에 나타났는데 하필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다니 말이다."
태고금기는 고개를 흔들며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네가 태도를 바꾸고 내 딸을 아내로 맞이한다면 안 될 것도 없다. 아쉽지만 그건 불가능하겠지? 고작 여인 때문에 네 마음이 변하겠느냐?"
그의 말투에는 자조가 섞여있었다.
진남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는 온몸의 힘을 전부 단천도에 모았다.
단천도는 웅웅거리며 방대한 도의를 뿜었다.
"화를 내지 말거라. 너를 비웃는 게 아니다. 사람이라는 게 큰 계획이 우선이지 않느냐? 자신의 목적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지."
태고금기는 웃었다.
그는 천지를 가득 채운 살기를 마주하고 거물들을 마주하여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방금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도우들과 인사를 나누지 않겠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으니 일일이 찾아가서 인사를 나누자.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다."
그의 말이 끝나자 당청산은 법인을 만들었다.
다섯 개의 처제지주들 중 하나가 눈부신 빛을 뿜어내더니 그들에게 빠르게 날아왔다.
엄청난 흡입력이 폭발하여 그들을 데려갔다.
"아차!"
거물들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결국은 한발 늦었다.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말거라!"
묵사, 명초노조 등 거물들은 허공을 뛰어넘어 방대한 힘으로 제압했다.
위기의 순간에 하늘 높은 곳에 걸린 열 개의 명월이 태고의 부문을 뿜어냈다.
부문은 빠른 속도로 천제지주에 떨어지더니 모여서 강한 파동을 일으켰다.
슉-!
천제지주는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거물들은 제삼십이소선역에서 천제지주의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
창은 다시 모습을 드러낼 때 엄청난 위험이 닥칠 줄 알고 미리 수단을 썼다.
"휴, 역시 그렇구나."
주심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창의 환생을 잡는 것에 대해 큰 희망을 품지 않았다.
게다가 이것은 환생하는 것이 아니고 환생에 가까운 상태일 뿐이었다.
이런 상태가 더욱 무서웠다.
창은 대부분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예전에 수도 없이 싸웠던 경험과 책략 그리고 판을 짜는 능력까지 대단했다.
유일한 결함이라면 창이 육신을 찾았다고 해도 완전히 합쳐질 때 경지가 더 낮아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상천존까지 돌파했던 자가 경지를 수련하는 일이야 어려울까?
"보아하니, 얼마 지나지 않으면 창은 대상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겠구나."
영야천존, 황운주재 등 여러 세력들은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창을 진압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그들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창이 예전의 영예를 되찾으려면 주재가 되고 천존이 되어야 했다.
그들은 연합하여 이 시대의 가장 난감한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천제지주를 가져오자!"
거물들은 더 빨리 움직였다.
진남은 주먹을 꽉 쥐었던 손을 풀었다.
그는 명초노조 등을 도와 강하게 싸웠다.
반 시진이 지나고 여러 곳에서 싸움이 끝이 났다.
천제지주는 영아천존은 하나, 왕씨 가문과 이씨 가문도 하나, 궁우태황종 등도 하나, 오씨 가문과 정씨 가문에서 하나를 얻었다.
제삼십이소선역은 잠시 평온을 되찾았다.
제삼십일, 제삼십삼소선역의 수많은 거물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