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0화 딸의 환생
창이 진남의 몸에 환생한다면 세 무상천존이 쟁탈전을 벌여야 했다.
방법을 찾아 진남과 법신을 융합시킨다고 해도 마지막에 진남이 누가 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창이 비월에게서 환생한다면 걱정할 것이 없었다.
그녀와 진남의 감정을 묵사는 잘 알고 있었다.
운명의 장난과 창의 음모에 그들은 철전지원수가 되었다.
진남은 결국…….
"주인님, 영명하십니다. 참으로 영명하십니다."
태고금기는 기뻐서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진남이 그의 주인으로 된다면 그는 끝이었다.
그러나 주인이 비월여제에게서 환생을 한다면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비월여제와 진남의 감정은 제쳐두고 그녀는 가진 십생십세공을 가지고 있어 주재대성과 같은 실력이었다.
주재대성이 되는 것도 그리 먼 훗날의 일은 아니었다.
그는 주인의 수단과 훌륭한 육신이 합쳐졌기에 빠른 시기에 제일주재가 되고 천존이 될 수 있으며 구천을 통일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저 청년은 어떻게 주인님을 막은 걸까?"
당청산은 표정이 보기 싫게 변했다.
주제와 황포절의 옅은 의지는 거의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진남, 괜찮느냐?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게냐? 왜 창의 환생이 비월여제에게로 옮겨 갔느냐?"
명초노조, 능황노조, 청옥주재 등 거물들은 정신을 차리고 진남의 곁에 날아왔다.
그들은 방대하고 순수한 힘을 진남의 몸에 주입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머리가 흐리멍덩하던 진남은 그 말을 듣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선을 돌린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이 그의 목을 꽉 잡은 것처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주변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시선이 모두 비월여제에게 쏠렸다.
비월여제의 옅은 파란색 눈동자는 살짝 흔들리더니 날카로운 빛을 뿜었다.
그녀는 십생십세공을 최대로 사용했다.
그녀의 등 뒤에 아홉 개의 형상이 나타났다.
"창, 감히 나에게 강제로 붙으려는 거냐?"
비월여제는 허공에서 태고도검을 불러오더니 절세검결을 펼치며 검을 휘둘렀다.
강한 검의가 폭발하여 핏빛과 번개 소용돌이에 부딪혔다.
그녀는 평생 감정 기복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화가 났다.
펑, 펑, 펑-!
폭발음이 끊이지 않았다.
"진정하십시오!"
주심도는 호통을 쳤다.
"상황이 이상합니다. 방금 창은 주인님에게서 환생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구룡석인이 막자 비월여제에게로 옮겨갔습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이 물었다.
"선배님의 뜻은……."
주심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환생은 운명이 결정합니다. 주인님이 창의 환생으로 정해졌다면 구룡석인도 막을 수 없습니다. 창도 운명을 거스르고 함부로 환생할 사람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 이번에 창은 환생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몸에 기생하는 존재로 남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원하는 사람에게 '환생'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창의 환생에 왜 십혈장월 같은 굉장한 장면이 나타났는지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진남은 그제야 자초지종을 알아차렸다.
"창, 대단한 수단을 가지고 있구나!"
진남은 살기를 뿜었다.
당청산도 강제로 무망천존 주령의 환생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제 추측일 뿐입니다. 대체 어떤 상황인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면 안 됩니다."
주심도는 한마디 보충했다.
"상황이 어찌 되었든 주인님께서 지금 하실 일은 구룡석인더러 창이 비월여제에게 환생하는 것을 막으라고 해야 합니다. 제 추측이 맞는다면 창은 그리 쉽게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진남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구룡석인에게 신념을 전했다.
잠시 후, 구룡석인에서 빛이 돌았다.
그는 예전처럼 완고하지 않았다.
그는 계획이 있으니 진남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비월……."
진남은 앞쪽 상황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때, 열 개의 명월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열 개의 형상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달빛은 짙은 파란색으로 변했다.
"응?"
거물들은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커다랗고 신비한 부문이 드러나고 눈부신 빛이 제삼십이소선역을 비추었다.
어찌나 빠른지 눈 깜짝할 사이에 허공에서 부딪혔다.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지만 부딪힌 곳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커다란 궁전이 서서히 모습을 갖추고 실체를 갖추었다.
마지막에 사람들 앞에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궁전은 높이가 만장, 넓이가 삼천여 장이었는데 상하 육층으로 이루어졌다.
유리로 만들어진 궁전에는 신비한 부문, 무늬, 그림이 가득했으며 눈부신 선인의 빛을 뿜고 옛 기운을 뿜었다.
궁전에서 뿜어 나오는 기운은 아무런 위압이 없었다.
혼돈스러운 천지에서 그 기운은 한줄기 맑은 물처럼 보는 사람들마다 마음이 평온하고 상쾌하게 만들었다.
궁전의 정문에는 팻말이 걸려 있었고 네 개의 커다란 글자가 있었다.
'자녕신궁(子?神宮)'
"자녕신궁? 자녕, 자녕이라……."
영야천존, 황운주재 등 거물들은 반복해서 읊더니 깜짝 놀랐다.
상고시대에는 네 명의 무상천존이 있었다.
창, 주제, 황포절 그리고 엽소선(葉昭仙)이었다.
엽소선도 비범지도를 창조했고 시공석비를 장악하기도 했으며 신비한 시공지도를 겸비하기도 했다.
다른 세 무상천존들과 달리 엽소선은 조용하게 지냈다.
상고대전이 폭발했을 때도 자신의 세력을 갖추지 않고 다른 주선들을 키우지도 않았다.
다만, 다섯 후계자를 들였을 뿐이었다.
그 외에도 엽소선은 유일하게 청궁에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청궁에 지은 궁정이 바로 자녕신궁이었다.
천야천존과 다른 거물들이 청궁을 탐색하고 천존에서 무상천존으로 진급하는 돌파구를 찾을 때 온갖 심혈을 기울여 자녕신궁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창이 환생하는 날 자녕신궁이 명월에서 모습을 드러낼 줄이야!
엽소선의 환생이 이 세상에 나타난 것일까?
"대전이 끝나고 엽소선이 창과 손을 잡았어?"
묵사, 무천마군, 무심도 그리고 당청산과 태고금기까지 경악했다.
엽소선의 성격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중립을 지켰지만 창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창이 주제를 죽이기 위해 황포절과 엽소선을 여러 번 찾아가 큰 이득을 주겠다고 했다.
황포절은 기회를 잡고 득을 많이 봤지만 엽소선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시대가 진짜로 바뀌긴 했구나!"
영야천존, 황운주재 등은 기분이 격앙되었다.
사 대 무상천존의 환생이 다시 나타났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큰 기연이었다.
"천제지주를 빨리 가져가자. 그리고 두 대오로 나뉘어 하나는 비월여제를 지키거라. 혹시 그녀가 환생에 성공을 하면 다른 세력과 연합하여 붙잡거라. 나머지 사람들은 나와 함께 자녕신궁으로 가자!"
여러 세력의 거물들은 정신을 차리고 신념을 전했다.
여러 수단들이 펼쳐졌다.
"영추암야!"
영야천존은 강하게 손을 썼다.
제삼십이소선역은 잠깐의 평화를 얻었다가 다시 전쟁에 빠져들었다.
"진남, 조심하거라."
명초노조 등 거물들은 부탁을 하고 싸움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창의 환생에 엄청난 계획을 했지만 이제는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무천, 감랑 일행과 함께 신궁으로 들어가서 무슨 일인지 확인하시오. 나는 남아서 주인님을 보호하겠소."
묵사는 입을 열었다.
"네."
무천마군은 날아올랐다.
그의 마의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월여제는 엄청난 검의를 뿜었지만 보라색 빛들과 신비한 부문들을 벨 수 없었다.
신비한 부문은 결국 그녀의 몸속으로 날아들었다.
동시에, 진남의 영혼에 있던 구룡석인이 뿜은 엄청난 힘이 비월여제의 몸으로 날아갔다.
"이게 그 힘인가?"
당청산은 뚫어져라 쳐다봤다.
진남은 주먹을 더 꽉 쥐었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 같았다.
자녕신궁이 나타났어도 진남은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비월여제의 식해에는 십생십세지공이 만들어진 비석, 무자천서의 서혼 외에 보라색 수정이 더 나타났다.
또, 그녀의 식해는 붉게 변하고 있었다.
"창, 쓸데없는 힘을 빼지 말거라. 너는 내 몸에 붙을 수 없다."
비월여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고집을 부리겠다면 다 같이 없애겠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 붉은색 빛이 어디선가 나타나더니 흐릿한 형상이 나타났다.
"허허. 도심이 단단하구나. 평범한 주재였다면 나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있었을 거다. 그런데 네 마음에서 두려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구나. 오히려 단호함만 느껴진다."
흐릿한 형상은 목이 쉰 것 같은 목소리가 났는데 의외로 듣기 좋았다.
비월여제는 그와 말씨름을 하기 싫었다.
식해의 비석에서 눈부신 빛이 펼쳐지고 그녀의 영혼에서 강한 힘이 솟구쳤다.
아무도 그녀의 육신을 차지할 수 없었다.
"그리하지 않아도 된다. 네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내는 이미 구룡석인을 사용했다."
흐릿한 형상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네 육신을 차지할 생각이 없었다."
비월여제는 그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식해에 있던 서혼(書魂)이 조롱했다.
"창, 아이를 속이느냐?"
청아하고 앳된 목소리였다.
흐릿한 형상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무자천서, 어른들이 말하는데 애들은 끼지 말거라. 죽기보다 못하게 만들어주는 수가 있다."
여전히 무덤덤한 말투이고 심지어 부드럽기까지 했지만 서혼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형상은 이어서 말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간단하게 말하겠다. 이 시대의 대부분 세력들은 내가 천존일 때 경월선자(瓊月仙子)를 아내로 맞이하여 딸을 낳은 것을 모른다. 너에게는 무자천서가 있으니 넌 알고 있을 거다."
입을 다물고 있던 비월여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천제가 되려고 대겁을 부르는 바람에 열 살 되던 딸은 요절을 했다. 이제 와서 내가 네 딸의 환생이라고 말하려는 거냐?"
흐릿한 형상은 살짝 웃더니 말했다.
"네 말이 맞다. 운명이라는 게 그렇다. 잔인하고 구역질이 나는 짓만 골라 하지. 주제의 환생을 사랑하게 된 네가 하필 내 딸의 환생이구나. 운명은 너희들을 미워한다. 그러니 죽지 않고는 끝나지 않을 인연이다."
그의 말투는 후련함이 느껴졌다.
비월여제는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내 수많은 전생들 중에 열 살짜리 아이는 없었다. 그리고 오늘 네 딸의 기억을 각성했다고 해도 네가 사용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딴 말과 계략은 나에게 별 의미가 없다."
흐릿한 형상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다. 비록 무상천존이기는 하지만 주제의 마지막 공격에 나는 죽었다. 이리 큰 판을 짤 힘이 없었다. 이건 역겨운 운명이 나에게 준 선물일 뿐이다!"
그의 목소리는 기괴하게 변했다.
보이지 않는 신비한 하늘이 된 것처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어찌하여 높은 재능을 가지게 되었는지 의심해본 적이 없느냐? 창람대륙에 있을 때 고작 황급 십 품의 무혼이었던 자가 무황 경지에 이르기 전에 삼생공을 만들었다. 삼생공은 어떤 등급인지 알기나 하느냐? 대상계에 와서도 너는 천 년 만에 삼생공을 한 단계 더 돌파하여 십생십세공을 만들었다. 이상하지 않느냐?"
한마디 한마디 말이 천둥처럼 비월여제의 식해에서 터졌다.
비월여제의 옅은 파란색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