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화 결국은 비월여제
"스, 스승님, 이게……."
숨어있던 무천마군은 목소리까지 떨렸다.
묵사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
진남의 영혼 깊은 곳에 있던 주심도도 그들과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벌어진 상황은 충격이 너무 컸다.
머릿속에 수많은 의문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진남이 주제와 황포절의 환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창까지 환생했다.
세 무상천존이 동시에 한 사람에게서 환생을 하다니!
이대로라면 네 무상천존이 모두 진남에게서 환생하는 게 아닐까?
주제와 창은 서로 원수인데 어떻게 진남에게 동시에 환생했을까?
설마 세 무상천존이 진남의 몸에서 쟁탈전이라도 벌리려는 걸까?
아니면 어떤 비밀이라도 있는 걸까?
이제 진남을 누구라고 불러야 할까?
그나마 당청산과 비월여제는 그들보다 충격이 덜했다.
당청산은 이 세상에 금방 나타났기에 태고금기를 아는 체하지 않았고 정보를 얻은 게 없었다.
그래서 그는 살짝 놀랐다.
조금 전까지 죽이려고 했던 청년이 주인님이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물론 그는 왜 거물들이 이렇게 크게 반응하는지 몰랐다.
'이까짓 일로 너무 호들갑을 떠는 거 아니야?'
비월여제는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옅은 파란색 눈동자는 아무런 파동이 없고 여전히 차가웠으며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에게 모든 것들이 간단했다.
얼마나 많은 천존들이 동시에 환생을 하든 어떤 음모가 있든 진남은 그 누구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녀에게 진남은 영원히 진남이었다.
진남만이 그녀의 모든 것을 다 걸고 금술 전부를 동원하여 지켜줘도 후회되지 않았다.
"창, 창이 나에게서 환생했어?"
진남은 이상함을 감지하고 안색이 확 바뀌었다.
'철천지원수라고 생각한 창이 내 몸에서 환생을 했다. 그럼 내가 상대해야 할 적은 나인가? 내가 나를 죽여야 하는 거야?'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몸속에 어디선가 핏빛이 나타나더니 삼엄한 글귀가 떠올랐다.
'이 인을 함부로 가져가는 자 반드시 도겁을 당한다!'
진남은 전에 이런 일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구룡석인을 가진 후 구천지존이 되려던 순간에 도겁의 힘에 영향을 받고 천지에 폭로되었다.
그는 주소의 환생이고 열두 개의 도술을 동시에 수련한 비밀이 폭로되는 바람에 수많은 무상도통들이 모여들었다.
또, 태고금기의 본체까지 나타나 비월여제는 금술로 그를 구해줬다.
그리하여 비월여제의 목숨이 일 년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 도겁은 진남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진남은 도겁을 지난 줄 알았는데 령허천계에 들어갔을 때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발작을 한 것이었다.
'설마 도겁 때문에 창이 나에게 환생한 건가? 아니다. 주 선배님의 말씀하시길 누구의 몸에 환생하는가는 운명이 결정한다고 했다.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주제와 황포절이 동시에 나에게 동시에 환생한 것은 적어도 그들이 한 편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진남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슈슈슉-!
이때, 여러 세력이 가져가지 못한 다섯 개의 천제지주들이 명령을 받은 것처럼 엄청난 빛을 뿜으며 구름 속으로 날아갔다.
둥, 둥, 둥-!
어둠 속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을 중심으로 수많은 빛 무늬들이 사방으로 번졌다.
마지막에는 팔룡으로 모여 신비한 그림이 되었다.
종소리가 네 번 울리고 팔룡도가 나타났다.
이것은 전생의 기억을 각성할 때 나타나는 이상이었다.
동시에 하늘 높이 걸려있던 열 개의 명월에 비친 열 개의 형상들이 법인을 바꾸었다.
순식간에 구만구천구백아흔아홉 개의 법인이 만들어졌다.
그들은 손바닥으로 동시에 제삼십이소선역을 내리쳤다.
보라색 빛이 태고신룡처럼 날아와 진남의 몸에 떨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진남은 상고 제의(帝衣)을 입은 것 같았다.
그가 뿜어내는 기세와 위엄도 긍고의 봉인이 풀린 것처럼 엄청나게 늘어났다.
진남은 눈부시게 빛이 나고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대상계의 규칙, 대도, 대지 등 모든 것들이 진남의 앞에서는 빛을 잃는 것 같았다.
당청산과 태고금기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이 굳었다.
위엄과 기운이 예전보다 훨씬 못하고 옅었지만 그들에게는 무척 익숙했다.
"주인님께서 구천에 다시 강림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청산은 허공에 이마를 조아렸다.
"주, 주인님을 환, 환영합니다."
태고금기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목소리가 떨렸지만 몸은 어느새 진남에게 무릎을 꿇고 이마를 조아렸다.
촤르륵-!
진남을 중심으로 방원 십만 리는 짙은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마치 커다란 소용돌이처럼 빠르게 휘몰아쳤다.
보라색 조각들이 날아와 빛으로 변하더니 진남의 머릿속으로 모여들었다.
진남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가늘어졌다.
그는 보라색 조각들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창의 기억들이 변한 것이었다.
촤르륵-!
진남의 몸속에 있던 반법불침성체, 불후상마진결, 십이문도법 등이 모여 생긴 새로운 힘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속도도 순식간에 빨라졌다.
펑-!
새로운 힘이 완전히 분열되었다.
그의 왼쪽에서 눈부신 빛이 반짝거렸다.
바로 만법불침이었다.
그의 오른쪽에서 혈규공진이 일어나고 마영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상마규칙과 상마지계가 등 뒤로 떠오르고 마의가 하늘을 찔렀다.
이것은 불후상마였다.
"응? 저것들이 저항을 하는 건가?"
비월여제는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다만 그녀는 예상하지 못했다.
두 개의 굉음이 울려 퍼지고 진남의 좌우로 전혀 다른 두 개의 기운이 뿜어지더니 천지를 휩쓸었다.
두 개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나타나자 천지가 빛을 잃었다.
진남이 보라색 제의를 입었을 때 뿜었던 위압 등과 비슷했다.
펑펑펑-!
귀청을 찢을 듯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주제와 황포절의 체질, 공법, 의지가 모두 폭발하면서 강한 저항의 힘을 형성했다.
저항의 힘은 쏟아져 내리는 보라색 조각들을 막았다.
이런 장면은 이치에 부합되었지만 시기가 너무 교묘했다.
진남 등이 숨겨왔던 모든 것들이 이대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빛이 천지의 모든 것을 부순 것 같았다.
"세상에……."
겨우 진정했던 영야천존과 대세력의 거물들은 눈앞에 벌어진 장면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들의 영혼마저 떠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당청산은 고개를 들고 보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단단한 심지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법불침과 불후상마진결 그리고 주제의 의지, 황포절의 의지가 함께 있다. 주인님이 환생하기 전에 주제와 황포절이 저 청년의 몸으로 환생했다는 말인가?"
당청산은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
세 명의 무상천존이 한 사람에게 환생을 한 것은 너무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도 예전 시대에 최고 실력의 세 무상 거물들이었다.
"그, 그래서 감랑주재 등 두 마두들이 진남을 도와준 것이구나. 주선제육인이 직접 갔는데도 진남에게 진 이유가 있었다. 그러니까 진남이 통천도수에서 황포절이 남긴 물건을 가질 수 있었다.
세 무상천존이 동시에 환생했다니……. 세 무상천존이 한 몸에 환생했다……. 내가 가질 수 있다면, 그렇다면……."
영야천존은 가슴이 떨렸다.
마음에 품었던 수많은 의문들이 다 풀렸다.
동시에 그는 어떤 가능성을 상상하고 이상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그것이 흥분인지 두려움인지 충격인지는 알 수 없었다.
슈슈슉-!
수많은 보라색 수정 조각들은 강한 저항을 받았지만 완강하게 진남의 머릿속으로 날아들었다.
잠시 후, 모든 조각들이 진남의 머릿속에 날아들어 마름모꼴의 보라색 수정으로 변했다.
수정에 금이 가고 부서지기 시작했다.
진남을 둘러싼 보라색 혼돈의 소용돌이에서 번개들이 번쩍거렸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부문들이 나타나 진남에게 날아들었다.
쿵-!
만법불침성체, 불후상마진결, 그리고 주제와 황포절의 형상은 더 눈부신 빛을 뿜었다.
마치 부문들은 절데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이 강렬하게 저항했다.
쿠쿠쿠쿵-!
새로운 대전이 시작되었다.
대전에 말려든 힘은 엄청 강했는데 부딪힐 때마다 세찬 바람이 일어 천지를 휩쓸고 여러 이상들이 나타났다.
거물들은 겁에 질렸다.
"크아아악-!"
진남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찢기는 고통을 느꼈다.
의지는 흐릿해지고 그는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오래되고 신비한 부문들이 강렬한 힘을 폭발했다.
사방에서 번개들이 모여들어 뇌부(雷符)를 형성하더니 부딪혔다.
천지가 갈라지고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주제와 황포절의 형상, 만법불침성체와 불후상마진결은 거대한 타격을 입었다.
형상들은 흔들리고 반법불침성체와 불후상마진결은 빛을 잃었다.
그것들은 더는 막지 못했다.
"부문들이 전부 융합이 되면 진남은 온전히 창의 환생으로 변한다."
비월여제는 그 모습을 보고 중얼거렸다.
위기의 순간에 진남의 몸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긍고의 강한 기운이 영혼에서 폭발했다.
미처 정신을 차리지 못한 주심도도 가슴이 떨렸다.
잠잠하던 구룡석인은 눈부신 빛을 뿜었다.
어리지만 분노가 가득하며 위엄이 있는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도겁의 힘을 빌어 강제로 내 몸에서 환생하려는 게냐? 썩 꺼지거라!"
쿵-!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강한 힘이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해일처럼 진남의 영혼에서 터져 나왔다.
경이로운 장면이 펼쳐졌다.
진남의 머릿속에 들어갔던 보라색 수정 조각들과 진남의 몸에 덮였던 보라색 제의가 씻겨 나갔다.
진남의 주변에서 휘몰아치던 보라색 소용돌이도 위로 솟구치더니 나타난 신비한 부분에 흡수되어 진남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이건……."
주심도, 묵사, 무천마군, 당청산 등 거물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진남은 전생을 각성하는 게 아니었나?'
진남의 몸에 모인 핏빛도 세차게 흔들리더니 떨어져 나가 빠르게 다른 사람에게 떨어졌다.
그녀는 긴 치마를 입고 무표정으로 서 있었고 대상계를 여러 번 놀라게 한 기적들을 창조한 적이 있었다.
바로 비월여제였다.
보라색 소용돌이는 비월여제에게 날아가 방원 십만 리를 휩쓸었다.
하늘 높은 곳에 있던 열 개의 명월에 비친 형상들은 다시 법인을 만들었다.
신비하기 그지없는 보라색 빛이 빠른 속도로 내려와 비월여제의 몸에 떨어지고 보라색 제의를 이루었다.
그녀에게서 뿜어 나오는 강한 기세에 천지가 흔들렸다.
"창, 창이 비월여제의 몸에서 다시 환생을 하려는 거야?"
영야천존, 황운주재, 이백성 등 거물들의 지금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없었다.
벌어지는 일들이 그들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강자들은 죽기 직전에 자신의 혼백 등이 환생을 할 때를 대비하여 미리 준비를 해놓았다.
누구로 환생을 할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환생은 운명이 결정했다.
주제와 황포절도 어쩔 수 없이 한 사람에게 환생을 했다.
그런데 창은 환생을 마음대로 바꾸었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묵사, 무천마군, 태고금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참이 지나서 그들은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기뻤다.
"하하하, 의외다! 결국은 비월여제에게서 환생하는구나!"
묵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