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8화 주인님의 지보다
"서른세 개의 천제지주를 모으면 육신이나 체내의 힘 그리고 공법 등이 확 바뀌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또, 예전의 창만큼의 실력까지 되면 구천선역이 공명하고 근원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어느 소선역의 근원의 힘이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체내의 힘은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다. 중상을 입고 영혼이 조각만 남아도 빨리 회복할 수 있다."
비월여제는 잠깐 숨을 돌리고 계속 말했다.
"내 추측대로라면 창의 경지 위에 한 단계가 더 있었던 것 같다. 창도 그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 경지에 이르렀다면 근원의 주인이 아니라 천제가 되었겠지."
그녀의 말을 들은 진남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천제지주는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했다.
"창은 엄청 대단했구나."
진남은 심호흡을 했다.
"주제가 모든 힘을 사용하고 주천불사산을 최고로 활용해도 창을 완벽하게 죽이지 못했기에 창이 다시 재기하려는 겁니다."
이때, 주심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보기에 창이 가장 무서운 점은 이게 아닙니다."
주심도는 진지한 말투로 엄청난 말을 했다.
"선배님, 그게 무슨 뜻입니까?"
진남은 흠칫 놀랐다.
'창이 더 대단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그렇다면 주제는 창의 상대가 될까?'
"주제가 끝까지 알아내지 못한 일이 있었습니다. 창은 비범지도를 만들고 서른세 개의 천제지주를 모으고 나서 특이한 능력이 생겼습니다. 마치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쉬운 말로 다른 사람의 마음에 허무맹랑하고 믿기 힘든 심마를 심어놓았습니다.
나는 사실 백종생 등과 생각이 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향혼의 배신이 스스로 한 것이 아니라 창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심도는 천천히 말했다.
"그 말을 제가 어떻게 이해하면 됩니까?"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예전에 향혼은 제신공의진을 수련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대체적인 생각을 주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향혼은 상스럽고 수단이 비열한 자이지만 주제에 대해 다른 마음을 품지 않았습니다. 아니면 일찍 알아차렸겠지요.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욕망과 감정들이 있습니다. 탐욕, 질투, 게으름 등입니다. 다만, 어떤 이들은 정서, 의지, 심경, 도덕을 통해 이런 것들을 억제합니다. 어떤 이들은 정서나 도덕 선이 낮아서 부정적인 정서들이 좀 더 클 수 있습니다. 창은 향혼의 이런 정서들을 몇 배 혹은 몇십 배 확대시켰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시간이 흐르고 향혼이 스스로 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제 추측이긴 하지만 그때 비슷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창은 늘 두 마디 말을 입에 달고 다녔습니다. 적을 저도 모르게 무너뜨리라, 상대방이 느끼지 못하게 하라. 이런 능력은 창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은 것인지 아니면 서른세 개의 천제지주 때문인지 알 수 없습니다."
주심도는 단숨에 다 설명했다.
진남은 등골이 오싹했다.
주심도의 추측이 진짜라면 창은 대단하다는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천제지주가 가진 능력보다 더 대단했다.
몇만 년 전에 향혼의 마음에 뿌려둔 작은 씨앗이 시간이 흘러 싹이 트고 몇천 년이 지난 후 드디어 폭발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주인님이 천제지주를 얻으십시오. 비록 하나뿐이라 완벽하지는 않지만 저것을 얻으면 근원의 힘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영항불멸지체를 앞당겨 얻을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무주궁도를 일부 회복할 수도 있습니다."
주심도는 말했다.
"네?"
진남은 정신을 차렸다.
무주궁도를 회복하는 것도 근원의 힘이 필요했다.
그래서 주심도는 진남에게 주재로 진급하라고 한 것이었다.
구천선역 소선역의 근원의 힘은 얻기 힘들었다.
주경 강자에게 천제지주가 없다면 힘을 얻으려고 손을 뻗을 자격도 없었다.
"하지만, 명심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태고금기는 천제지주 같은 지보도 꺼냈습니다. 그가 궁지에 몰린 것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주인님이 천제지주를 가지려고 한다면 창의 환생에 대해 손을 쓸 겨를이 없다는 겁니다."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럼 우리가 한두 달 동안 쟁탈을 하는 동안 창의 환생을 놓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주심도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맞습니다. 다른 세력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주인님에게는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주인님께서 직접 창의 환생을 죽이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창의 환생을 다른 세력에서 데려갔다고 해도 결국 좋지 않습니다. 천제지주를 얻으려고 한다면 반드시 방법을 찾아 빨리 굴복시켜야 합니다. 굴복을 시키지 못할 경우 소멸시키십시오."
진남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주심도가 오늘 많은 말을 한 것은 천제지주와 주제의 환생을 무척이나 경계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진남은 엄중함을 인식했다.
주심도는 당부하듯이 말했다.
"천제지주는 정의롭기도 하고 사악하기도 합니다. 창이 그런 능력을 가진 것도 이것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구슬을 얻더라도 방심하면 안 됩니다. 아니면……."
그는 문득 구룡석인이 아직 진남의 영혼에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서른세 개의 천제지주를 모았다고 해도 구룡석인을 위협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 아닙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주심도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입을 다물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동안 이승백 일행이 연합하여 영야천존과 황운주재 등의 의지와 분신을 없앴다.
그들은 무지개로 변해 태고금기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우리도 천제지주 쟁탈전에 참여할 거냐?"
비월여제가 물었다.
그녀의 옅은 파란색 눈동자는 천제지주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일 년 동안 그녀는 진남이 묘묘 공주와 강벽난을 부활시킨 방법으로 섭황천주 등을 부활시키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녀는 향혼이 어떤 방법으로 진남을 성공으로 이끌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근원의 힘이 필요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참여하겠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제지주의 일을 자세히 설명할 새도 없이 진남은 비월여제의 체내에 몇만 개의 태고봉인이 풀린 것처럼 기세가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순식간에 그녀는 엄청난 기세를 뿜었다.
진남조차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
슉-!
위안지력이 진남의 몸을 감싸고 제삼십이소선역의 장벽을 뚫었다.
잠시 후, 그들은 평원의 위쪽에 도착했다.
"아차!"
이백성, 정적 등은 안색이 확 변했다.
비월여제에게 우선권을 빼앗길 수 없었다.
"일수진천(一手?天)!"
비월여제는 바로 공격했다.
신비하기 그지없는 십생십세지력이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와 열 개의 색을 가진 커다란 손으로 변했다.
손은 수많은 빛을 가리고 천제지주를 잡으려고 했다.
천제지주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가만히 있었다.
쿵-!
천지가 흔들리고 강기가 흩어졌다.
놀라운 장면이 벌어졌다.
주먹만 한 크기의 천제지주는 격렬하게 몇 번 흔들리더니 다른 반응이 없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그는 여제의 공격이 구슬이 아닌 한 세계, 제삼십이소선역 전체를 공격하려는 것처럼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비월여제는 다시 공격을 했다.
그녀는 한 손으로 결인을 하고 무상지검을 불렀다.
검은 긍고의 검광으로 변해 방대한 규칙의 힘을 싣고 천제지주를 베었다.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천제지주는 흔들리기도 하고 뒤로 몇십 장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나 별 의미가 없었다.
"하하, 역시 비월여제다. 주재초급인데 천제지주를 흔들다니! 하지만 괜한 힘을 빼지 말거라……."
태고금기는 음침하고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비월여제는 휙 날아올라 긍고의 검광으로 그를 찔렀다.
태고금기는 영혼까지 겁에 질렸다.
두 번째 초식은 속임수였다.
비월여제는 천제지주를 어떻게 할 수 없으면 태고금기라도 먼저 제압하려고 했다.
"이노지신(以奴之身), 납입건곤(納入乾坤)!"
태고금기는 고함을 지르며 법인을 만들었다.
그의 몸이 흩어지더니 수많은 빛으로 변해 천제지주로 날아들었다.
비월여제의 검은 허공을 베었다.
비월여제는 걸음을 멈추고 천제지주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비월여제, 역시 대단하구나. 내가 비장의 수를 남기지 않았더라면 재난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태고금기의 목소리가 구슬에서 흘러나왔다.
"여제도 가지지 못했어? 천제지주를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을까?"
멀리서 달려온 이백성 등 거물들은 시름을 놓았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이 생겼다.
"다들 똑똑한 사람들이니 내가 지금 이런 지보를 꺼낸 의미를 잘 알 거다. 나도 돌려서 말하지 않겠다. 이 천제지주는 제삼십이소선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강제로 연화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너희들이 연합을 한다고 해도 겨우 중상을 입히는 정도이다."
태고금기는 목소리가 우렁차고 말투는 음침했다.
"이것을 얻고 싶으면 구슬에 들어와야 한다. 구슬은 건곤을 가지고 있고 아직 주인이 없다. 잠들어있는 구슬을 연화하면 이것의 새 주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경고 하나만 하겠다. 이것은 우리 주인님의 지보이다. 강제로 연화하려고 하면 주인님이 다시 강림하셨을 때 반드시 복수하실 거다."
이백성, 정적 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진남이 주제의 환생이라는 것이 폭로되고 제일주선인 백종생까지 옆에 두었다는 소문을 듣고도 그들은 욕심을 부렸다.
그런데 고작 창의 환생에 겁을 먹을 리 없었다.
시대가 달라졌고 창도 예전의 창이 아니었다.
물론, 태고금기의 말이 사실이라고 그들도 믿었다.
이백성 일행 정도의 경지가 되면 사대 무상천존의 비밀 외에 거의 다 알고 있었다.
"사형, 태고금기는 왜 천제지주를 연화하지 않는 겁니까?"
한 주경 강자가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간단하다. 누구라도 천제지주의 주령(珠靈)을 강제로 연화할 수 있지만 태고금기는 안 된다. 너는 하인이 주인의 지보를 다스리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 그리고 지금 상황으로 보면 천제지주의 주령은 중상을 입고 깊이 잠들어있다. 아니면 태고금기를 도와줘서 상황을 이 지경까지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한 주재 강자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들은 수많은 싸움을 겪었고 크고 작은 사건을 경험했다.
아주 작은 흔적으로도 배후를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경지가 높을수록 지혜가 중요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 정도 경지가 되면 다들 멍청하지 않았다.
비월여제는 무언가 발견했는지 손가락을 튕겼다.
빛이 천제지주에 부딪히더니 금색의 무늬로 변하여 구슬을 전부 감쌌다.
웅-!
가벼운 떨림과 함께 물결무늬의 파동이 천제지주에서 사방으로 번졌다.
순식간에 방원 만 리에 다른 세계로 통하는 대문이 열린 것 같았다.
"들어가자."
비월여제는 진남에게 신념을 전하고 안으로 사라졌다.
"계획에 변동이 생겼습니다."
진남은 장소지존, 묵사 등에게 신념을 전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진남도 들어갔다."
이백성 일행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들도 신념을 전하고 바로 따라 들어갔다.
잠시 후, 여러 세력들이 동요했다.
천제지주라는 단어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서 참을 수 없었다.
특히, 진남도 들어갔는데 옆에 비월여제밖에 없다는 사실이 유혹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