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7화 천제지주(天帝之株)
"허허, 겨우 이 정도에 겁을 먹었느냐? 그럼 내가……."
태고금기는 냉소를 지으며 살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호랑이 모습을 한 해골이 몸을 떨더니 놀라서 말했다.
"대인, 큰일입니다. 허씨 가문, 한씨 가문, 묘문 세 세력도 제삼십삼소선역에 쳐들어왔습니다.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태고금기는 몸이 굳었다.
"제길, 다른 세력들이 언제부터 고명한 탐색 수단을 가지고 있던 거지?"
태고금기는 표정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그래도 세 세력들이 주재 경지의 거물만 보냈으니 내가 감당할 수 있다."
태고금기는 한숨을 쉬었다.
호랑이 모습을 한 해골은 다시 몸을 떨었다.
이번에는 목소리도 떨렸다.
"대, 대인. 다른 무상도통과 상고대족, 주재 강자들도 제삼십이소선역에 쳐들어왔습니다."
그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뭐라고?"
이백성 일행과 태고금기도 안색이 확 바뀌었다.
서, 너 개의 대세력이 이곳을 발견했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세력들이 다 발견했다.
상고대족에는 주재 경지의 강자들이 없었다.
"누구냐? 누가 이곳의 소식을 퍼뜨렸느냐?"
태고금기는 화가 잔뜩 났다.
그가 뿜어내는 살기는 실체로 변했다.
이제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할까?
그는 시간마저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태고금기는 순간순간이 숨 막혔다.
한 시진이 지나자 요행을 바라던 그의 기대가 산산조각이 났다.
펑펑펑-!
수많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이백성 일행과 태고금기가 만들어놓은 진법과 지보 등이 방대한 힘을 만나 부서졌다.
크고 시커먼 산골짜기가 천지에 드러났다.
"이씨 가문과 정씨 가문의 자들도 앞당겨 온 거야?"
"하하하. 태고, 잘도 숨었구나. 한참이나 찾았다."
엄청난 기운을 풍기는 형상들이 빼곡히 하늘에 서 있었다.
그들은 태고대진처럼 어두운 산골짜기를 포위했다.
그들이 뿜어내는 강렬한 위압에 방원 십만 리의 천지가 떨렸다.
제삼십삼소선역 중 멀리 떨어져 있거나 끝에 있는 지역의 천선 경지 이상 무인들도 느끼고 가슴이 뛰고 불안해할 정도였다.
진남도 강렬한 압력을 느꼈다.
새로운 의지가 폭발하려고 꿈틀거렸다.
이런 장면이라도 시대전장보다는 못 했다.
제삼십삼소선역의 규칙지력은 시대전장에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열몇 명의 주재 거물들과 주경 강자들은 단단히 준비를 했다.
태고금기는 등골이 오싹해서 잠깐 얼어붙었다.
정신을 차린 그는 핏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상고대전 이후 그가 겪은 가장 무서운 장면이었다.
"태고 아직도 도망갈 생각을 하느냐?"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힘이 있었다.
주재 강자들은 엄청난 위세를 뿜어냈다.
얼마 되지 않아 규칙지력이 변한 산은 산산조각이 났다.
태고금기의 몸도 타격을 받고 허공에서 떨어졌다.
"태고, 무릎을 꿇거라."
묘문의 주재는 무상천도(無上天道)로 변해 먼저 그의 위쪽에서 엄청난 힘을 드러냈다.
"영야, 아직도 가만히 있을 거요?"
태고금기는 궁지에 빠져 고함을 질렀다.
"영야? 영야천존?"
여러 세력의 주재들과 주경 강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도 생각이 있소. 뭘 그리 급해하시오?"
무뚝뚝한 목소리가 절세신검처럼 먼 곳에서 날아왔다.
천지 전체가 어둠으로 변했다.
주재들 몸에서 반짝거리던 빛도 몇십 배는 어두워졌다.
암야규칙지력(暗夜規則之力)!
구천선역 전체에서 암야천존 만이 규칙지도를 장악했고 자신의 규칙지도를 펼칠 수 있었다.
"진짜 영야지존이다!"
많은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영아천존이 죽지 않은 데 대해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할 뿐 놀라지 않았다.
영야천존은 대상계의 일인자이고 몇만 년 동안 실력을 쌓았다.
영항지군은 불완전하고 일시적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다만, 영야가 태고금기의 편에 섰다면 시끄러운 일이었다.
한 노인이 먼 곳에서 날아왔다.
분명 암야규칙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의 머리카락은 흰색으로 변했다.
싸움에서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
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담담하게 말했다.
"도우들, 나는 태고와 약속을 했소. 하나의 의지는 반드시 그를 도와줘야 하오. 그러니 다들 이해해주시오."
그의 말에 이백성, 정적 등 주재들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영야천존의 말은 참 재미있었다.
특별히 하나의 의지라고 한 게 아닐까?
'영감탱이는 정말 나쁜 놈이다!'
태고금기는 속으로 영야지존을 욕했다.
대놓고 티를 내는데 못 알아들을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태고금기도 어쩔 수 없었다.
그가 먼저 영야천존을 찾아 연합을 하려고 했을 때부터 불리한 위치에 처했기에 조건을 걸 수 없었다.
"태고, 우리의 분신들도 자네를 도와주려고 왔소!"
이때,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중년 사내와 파란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영야천존의 멀지 않은 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뿜어내는 경지는 주재 경지였다.
"멸상(滅相)주재, 단목(斷牧)주재, 황운(皇雲)주재다. 왕씨 가문의 세 거물이 전부 왔어!"
주경 강자들은 깜짝 놀랐다.
특히 파란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황운주재는 왕씨 가문에서 권력이 가장 큰 사람이었다.
그녀는 만 년 전에 이름을 날렸고 엄청난 천재이며 전력이 대단했다.
"분신이라고?"
이백성, 정적 등 주재 거물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우들, 태고금기 편에 섰으니 우리도 어쩔 수 없소!"
그들은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바로 싸웠다.
엄청난 위압이 밀려오고 형상들은 아래로 날아가며 공격했다.
"태고, 우리가 자네를 지키겠소."
영야천존과 황운주재 등 거물들이 신통함을 펼쳐 태고금기의 앞에 섰다.
태고금기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겉으로 티를 낼 수 없었다.
그는 앞으로 날아갔다.
진남과 비월여제는 그 장면을 지켜보면서 저도 몰래 고개를 저었다.
태고금기는 아직 모든 수단을 펼친 게 아니었다.
그는 영야천존 등을 철썩같이 믿을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쿵쿵쿵-!
엄청난 싸움이 벌어졌다.
엄청난 부딪힘에 하늘도 찢어진 것 같았다.
몇 년이 지나고 여러 무인들이 멀리서 이 장면을 지켜봐도 하늘 깊은 곳에 은하수가 있다고 할 것 같았다.
영야천존 등은 태고금기의 많은 부담을 해결해주었다.
태고금기는 제삼십삼소선역을 벗어나 제삼십이소선역으로 날아갔다.
"이제 내가 나설 차례구나!"
진남의 두 눈에 빛이 반짝거리고 그의 몸에서는 성인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십생십세지광을 벗어나 태고금기에게 주먹을 날렸다.
"진, 진남?"
태고금기는 위기를 느끼고 신식으로 살펴보더니 표정이 일그러졌다.
"만법불침성체?"
여러 세력의 주재거물들도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무상천존의 환생이 구천선역에서 두각을 드러내려는 걸까?
"주제!"
영야천존은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황운주재 등 거물들은 두 눈에 빛을 반짝거리며 각자의 꿍꿍이를 했다.
"네놈이 우리 주인님의 환생을 죽이려고? 절대 안 된다!"
태고금기는 호통을 쳤다.
그의 몸에서 빛들이 번쩍거리고 진기들을 한층 한층 벗겼다.
슉-!
이때, 절세의 여인이 진남의 뒤쪽 하늘에 나타났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그녀의 파란색 눈동자가 태고금기에게 향했다.
쿵-!
태고금기는 머릿속에 벼락이 친 것 같았다.
그는 저도 몰래 몸을 파르르 떨었다.
비월여제가 나타날 것을 예상했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압박감이 더 강렬했다.
조금 전에 혼자서 엄청난 세력들을 마주했을 때도 이런 느낌은 없었다.
"쌍역대변환(雙域大變換)!"
태고금기는 바로 외쳤다.
수많은 안개가 그의 몸에서 용솟음치고 게 눈 감추듯 허공을 휩쓸었다.
모든 것들이 얼어붙었다.
"응?"
비월여제는 무언가 느끼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태고금기의 위쪽에 나타나 손바닥을 내리쳤다.
평범해 보이는 공격이었지만 천지를 없앨 정도로 강한 힘을 품고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 제삼십삼소선역과 제삼십이소선역의 빛이 아주 잠깐 흔들리는 것 같았다.
방대한 힘이 태고금기를 덮었다.
태고금기는 제자리에서 사라지고 비월여제의 살초를 피했다.
"제삼십이소선역의 동역으로 돌아갔구나.
비월여제는 냉랭하게 말하며 손을 휘둘렀다.
방대한 힘이 진남을 감싸고 허공을 지났다.
"쫓아가자!"
이백성 등 주재들은 태고대군들처럼 앞으로 전진했다.
* * *
제삼십이소선역 동역의 한 평원.
굉음이 울리고 땅 위에 만 장이 되는 웅덩이가 파였다.
연기와 먼지들이 사방에 흩날리고 태고금기가 기어 나왔다.
방금 사용한 초식은 목숨을 보존하는 수단들 중 하나였다.
그는 다른 곳으로 도망가서 숨을 수도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제삼십이소선역에 있든 부근의 소선역에 있든 언젠가 발견될 수 있었다.
"이제 그 방법밖에 없겠구나."
태고금기는 안색이 바뀌었다.
그는 이를 갈더니 도인을 만들었다.
주변의 허공이 흔들리고 몇십만 개의 빛이 멀리서 뿜어져 나왔다.
빛들은 한데 모이더니 주먹 크기의 구슬 모양이 되었다.
엄청난 압력이 퍼져 평원 전체와 대도가 흔들렸다.
천지의 주인이 곧 세상에 나타날 것 같았다.
"천제지주는 내 명령을 듣거라. 현묘함을 펼치고 빛을 드러내라."
태고금기는 정혈을 토해 구슬에 주입했다.
구슬의 빛이 조금씩 변하더니 마지막에는 호박색으로 변하고 찬란한 빛을 뿜었다.
빛은 태고의 검처럼 구름을 뚫고 몇십만 리를 환하게 비추었다.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사방의 용처럼 방대하고 순수한 선의들과 투명한 기운들 그리고 녹색 생명의 빛들이 구슬로 밀려들었다.
방원 몇십만 리의 평원에 있는 커다란 나무와 기화이초 등등이 놀라운 속도로 쑥쑥 자랐다.
몇백 개의 평범한 보물들이 선복 등급으로 진급했다.
"저건……."
달려오던 진남과 이백성 일행 그리고 영야천존 등 네 거물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제지주다!"
비월여제의 옅은 파란색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저건 근원의 기운이구나!"
"천제지주, 전설 속의 천제지주다!"
여러 세력의 거물들은 정신을 차리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영야천존도 예외는 아니었다.
"구리거울, 천제지주는 무엇입니까?"
진남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의 동력으로 천제지주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그저 평범하지 않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내가 알기로 창이 몸이 부서지고 사라질 때 위안지력(偉岸之力)으로 서른세 개의 천제지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천제지주마다 한 개 소선역의 근원의 힘과 대응한다. 그것들 중 하나를 얻으면 근원의 힘과 소통할 수 있고 수련을 하면 많은 근원의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대응하는 소선역 근원의 힘을 이용할 수도 있지."
비월여제는 말했다.
"근원의 힘이요?"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근원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었다.
예전의 남천문, 육천신, 일부 천선들과 패자들도 차하계 근원의 힘을 얻으려고 온갖 심혈을 기울였다.
대상계 한 소선역의 근원의 힘은 창람대륙보다 훨씬 강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주제, 황보절, 창이 무상천존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비범규칙지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었다.
창에게 천제지주의 의미는 주제의 영항불멸지체나 황보절의 불후상마진결과 비슷하다.
비월여제는 이어서 설명했다.
"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천제지주가 엄청난 무상지보임은 틀림이 없지만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