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화 셋 셀 동안 떠나라
여섯 날 후.
진남은 여전히 희미하고 혼란스러운 공간 속에 있었다.
그동안 진남의 의지는 줄곧 만법불침성체와 불후상마진결과 싸웠다.
그는 완전히 누르고 격파하고 싶은 생각이 백 번 넘게 들었다.
하지만 입술을 깨물고 버텼다.
그의 체내의 기운은 완전히 평온해졌다.
만법불침성체와 불후상마진결도 더 이상 반항하고 배척하지 않았다.
도법지도와 일부분 융합되기 시작했다.
아직 전부 융합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했다.
펑-!
강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진남은 정신을 차렸다.
진남은 빠르게 식해 속의 기억수정이 완전히 부서진 걸 느꼈다.
오래된 기운이 사방을 휩쓸었다.
종소리가 네 번 울렸다.
많은 빛이 진남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지고 팔룡도(八龍圖)가 나타났다.
"황보절의 기억이 깨어나려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슉-!
보이지 않는 방대한 힘이 어디선가 그에게 날아와 그의 정신과 의지 등을 새하얀 공간으로 데려왔다.
진남은 위를 쳐다봤다.
위쪽 끝에 길이가 백 장 되는 파란색 소용돌이가 있었다.
소용돌이 안에 장면이 떠올랐다.
큰 산들이 구름 위까지 우뚝 솟은 넓은 금색 땅이었다.
그중 가장 높은 산꼭대기에 흑옥처럼 시커먼 해골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웅장한 절세의 패기를 느꼈다.
검은색 해골은 만물과 모든 생명, 천지대도, 끝없는 규칙 위에 있는 것 같았다.
매우 익숙하고 그리운 느낌도 들었다.
검은색 해골은 그가 변한 것인 것 같았다.
그는 해골을 데려가고 싶었다.
"이것이 바로…… 전에 묵사가 말했던 황보절의 법신인가?"
진남은 중얼거렸다.
전에 묵사는 그에게 문도성주에 도달하여 전생의 기억을 각성해야만 황보절의 법신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었다.
묵사는 또 그가 불후상마진결을 수련하여 법신을 연화해야만 자신과 무천마군 그리고 황보절의 옛 부하들이 진남의 명령을 들을 거라고 암시했었다.
슉-!
잠시 후 장면이 사라졌다.
진남의 의지 등은 다시 돌아왔다.
"응?"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왜 사라졌지?'
지난번에 주제가 남긴 기억을 각성했을 때는 주제의 형상을 봤을 뿐만 아니라 현묘한 상태에 들어가 주제가 되어 여러 가지 일을 경험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억을 각성했다고 할 수 없었다.
법신이 있는 곳을 알았을 뿐이었다.
"설마 법신을 연화해야만 기억을 얻을 수 있나?"
진남은 생각했다.
"됐다. 이 일은 잠시 신경 쓰지 말자."
진남은 고개를 젓고 수련에 빠졌다.
* * *
닷새 후에야 진남은 희미하고 혼란스러운 공간에서 나왔다.
무엇 때문인지 그는 제일소선석이 아닌 낯선 소선역에 나타났다.
주심도는 회복하는 중이었다.
진남은 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주천불사산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오래된 산맥으로 날아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묘묘 공주, 강벽난, 비월여제, 입도지주, 장소지존, 묵사 등에게 신념을 전한 후 그는 눈을 감았다.
그가 온 것 때문에 방원 몇만 리의 땅에 변화가 일어나고 허공에 가득하던 선의가 몇 배나 강해졌다.
진남은 이런 변화를 몰랐다.
열흘 후 몇십 명이 문도지지에서 나왔다.
이번에 나타난 열 개의 통천도과는 묘묘 공주, 강벽난, 강역, 장소지존, 정후, 허약진, 용로, 망금성승, 왕천방, 항계가 가졌다.
그들은 연화에 성공하여 주경이 되었다.
이양범, 이백야 그리고 장로, 성자 등급의 거물들과 무인들 열아홉 명은 스스로 문도성주가 되었다.
소문이 퍼져 세력들은 크게 놀랐다.
진남이 한 방에 향혼을 죽이고 주제와 황보절이 남긴 물건을 얻었다는 소식을 듣자 여러 세력의 늙은이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기뻐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꺼리는 자들이 더 많았다.
이양범이 통천도수의 후계인이란 일도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다른 여섯 천존가문에서 순식간에 이씨 가문으로 사람을 보냈다.
무얼 상의하는지 알 수 없었다.
* * *
닷새 후, 이름 없는 산맥 안.
피부가 하얗고 부드럽고 금사로 만든 치마를 입고 머리카락이 새까맣고 윤기가 흐르는 여자아이가 먼 곳에 있는 수림에서 날아 나왔다.
앞에 있는 동굴을 보고 기뻐했다.
"선의가 진짜 짙구나. 오래된 마의도 있네. 여기서 열흘 정도 수련하면 상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호제구전(狐帝九轉)의 상편을 수련하고 천선경지를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자아이는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방원 만 리가 선복도지보다 더 강하고 산맥 안의 대요도 발을 들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동굴 안에 엄청난 존재가 있을 것이었다.
여자아이는 망설이고 입술을 깨물었다.
물러설 곳이 없었다.
지도 조각이 없었다면 그녀는 산맥 깊은 곳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었다.
여기서 상처를 회복하고 경지를 진급시키지 않으면 시간이 지난 후에 그자들이 쫓아와 그녀를 죽일 것이었다.
여자아이는 결심하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빠르게 진남을 발견했다.
진남은 조각상처럼 아무런 기운도 풍기지 않았다.
하지만 경험이 풍부한 그녀는 이 청년이 이곳의 이변을 일으켰다는 걸 눈치챘다.
여자아이는 안색이 새하얘졌다.
서둘러 공수하고 울상을 하고 말했다.
"선배님, 정말 미안합니다. 일부러 방해한 것이 아닙니다. 선배님 용서해주십시오."
잠시 후, 진남이 꼼짝도 하지 않고 아무 반응이 없자 여자아이는 어안이 벙벙했다.
'선배님은…… 나를 탓하지 않는 건가?'
그녀는 확신이 들지 않아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하지 못했다.
백 개 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물었다.
"선배님, 제가 여기서 수련해도 되겠습니까?"
그녀는 불안했다.
천 개 셀 시간이 지나도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기뻐하며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 후로 며칠 동안 여자아이는 전에 없던 편안함을 느꼈다.
그녀는 성심월호족의 족인이었다.
어릴 때 어머니에게 들은 바로는 성심월호족은 상고시기에는 상고 만족 중에서 서열이 삼십 위 안에 들고 위세가 사방에 떨쳤고 가장 강한 사람은 천존 경지에 도달했다고 했었다.
그녀는 천존이 얼마나 강한지 몰랐다.
성심월호족은 이제 몰락하여 그녀 한 명만 남았다.
백여 년 전에 두 지존이 그들의 족지를 파괴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싸움에서 죽고 어머니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잃었다.
그 후로 그녀는 혼자 떠돌아다녔다.
무조 경지에서 지선 경지로 진급했다.
그녀는 어머니의 당부대로 제대로 수련하여 나중에 족인들을 위해 복수하려 했다.
하지만 인선 경지에 도달한 후 그녀는 무력해졌다.
전에는 그녀가 경지가 약해 성심월호족의 신분이 폭로되지 않았다.
인선 경지에 도달한 후 그녀의 성심을 숨길 수 없었다.
여러 세력들이 쫓아와 그녀는 도망쳤다.
그녀를 도와주고 믿던 사람들도 그녀에게 칼을 겨누었다.
그녀는 실의에 빠지고 외로웠다.
가능하다면 그녀는 스스로를 지킬 힘이 생기고 도망을 다니지 않아도 될 때까지 이 동굴에서 계속 수련하고 싶었다.
지나친 욕심이었다.
일곱 번째 날 그녀는 호제구전을 느끼던 중 강한 위기감이 들어 정신을 차렸다.
"선, 선배님, 저의 적이 왔습니다. 저는 이만 가겠습니다. 그동안 여기서 수련하게 해서 고맙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보답하겠……."
여자아이는 진남에게 공수했다.
진남의 생김새를 기억하고는 돌아서 날아갔다.
동굴을 나선 그녀는 얼음구멍에 들어간 것처럼 몸이 굳었다.
"역시 성심월호족의 족인이구나. 스승님이 주신 은천부로 우리의 기운을 가렸는데도 너에게 발견되었구나!"
검은 옷을 입은 잘생긴 청년이 허공에 나타났다.
청년은 감탄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전에 우리 셋은 저 애를 한 달 넘게 쫓았습니다. 그런데 저 애는 모두 피했습니다. 이번에 임 사형이 나서지 않았다면 우리는 몇십 년을 쫓아도 잡지 못했을 겁니다."
청년의 양옆에는 구레나룻을 기른 사내, 대머리 중년 사내와 곱사등 노인이 서 있었다.
말을 한 자는 구레나룻을 기른 사내였다.
사내는 공손한 태도로 아부하듯 말했다.
여자아이는 고개를 쳐들고 바라봤다.
안색이 새하얘졌다.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은 천선 경지 정상이었다.
무도삼극을 장악했고 패자와 멀지 않았다.
그녀는 지선들은 상대할 수 있지만 천선의 상대는 안 되었다.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은 웃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눈에 묘한 빛이 스치고 말했다.
"이곳은 매우 범상치 않다. 지보가 있는 게 틀림 없다. 소요호, 네가 그 지보를 가졌느냐? 스스로 내놓거라."
여자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에는 지보가 없습니……."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은 더 크게 웃었다.
"성심월호족의 모피는 매우 좋다. 내 부인은 마침 선호두루마기를 입기를 좋아한다."
여자아이는 번개에 맞은 것 같았다.
전에 불길 속에서 그녀는 강한 힘이 한 족인의 모피를 벗기는 걸 봤다.
비명이 아직도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녀는 두려움에 몸이 떨렸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걸 본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은 만족스레 말했다.
"시체는 완벽하게 남겨주려 했다. 그런데 네가 기회를 아끼지 않으니 어쩔 수 없구나."
그에게서 눈부신 선광이 반짝거렸다.
이때, 담담한 목소리가 동굴 안에서 전해왔다.
"드디어 끝났구나."
검은 옷을 입은 청년과 다른 세 명은 눈을 찌푸렸다.
'이곳에 다른 사람이 있다고?'
여자아이는 어안이 벙벙했다.
'선배님이 깨어났나?'
진남은 동굴을 걸어 나왔다.
동굴 밖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천선? 지선?'
제일소선역에 들어온 후 그는 이런 등급의 무인들을 거의 본 적 없었다.
진남은 조금 깨달았다.
그가 지선 경지에 도달해서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은 정신을 차리고 동술을 드러내 관찰하며 물었다.
"자네는 누구요?"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짓고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소. 이 여자애는 나와 인연이 있소. 지금은 기분이 좋아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소. 가시오."
여자아이는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 얼마 만인지 알 수 없었다.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은 냉소를 지었다.
"모든 일은 선후순서가 있소. 이 여자애는 우리가 먼저 발견했소. 자네, 혼자 가지려는 거요?"
그는 머뭇거리고 말했다.
"나의 스승님은 태연무생종의 태상장로요. 스승님께서는 전에 만난 사람이 자격이나 실력이 있는 사람이면 양보하여 함께 나누라고 가르치셨소."
여자애는 몸이 떨렸다.
따뜻한 손이 그녀의 머리를 덮었다.
그녀는 왠지 안심되었다.
진남은 웃음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
"세 개 셀 동안에 떠나시오."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태연무생종의 태상 장로의 제자인 그였다. 구천지존을 만났다 해도 상대방은 그의 체면을 봐주었다.
'몇 번이나 양보하고 신분을 밝혔는데 이자가 이토록 건방지게 굴다니?'
"세 분, 스승님은 소선역에 계십니다. 스승님에게 신념을 전하면 바로 오실 겁니다. 이자는 경지가 기껏해야 패주일 것입니다. 스승님께서 오실 때까지 잠시만 버티면 이자는 죽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은 전음했다.
"임 사형의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구레나룻을 기른 사내 등은 눈을 반짝거렸다.
"자네가 주제를 모르니 나도 가만있지 않겠소."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은 싸늘하게 말하고 선검을 드러냈다.
몇천 개의 검의가 드러나 세 개의 검진을 만들었다.
구레나룻을 기른 사내 등도 큰소리로 외치고 선력을 움직이고 보물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