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7화 구홍의 죽음
구홍은 구천선역으로 온 후 처음 맺은 형제였다.
그와 구홍은 기묘한 연분이 있었다.
전에 구홍은 죽을 뻔했다.
후에 그의 영혼이 구천에 들어올 때 우연히 구홍의 몸에 들어가게 되었다.
구홍도 그 덕분에 육신을 되찾고 부활할 수 있었다.
구홍은 고마워하며 그를 형님으로 생각했다.
진남의 마음속에서 후에 알게 된 팔요마왕, 수신량, 원적 등은 구홍과 전혀 비교가 안 되었다.
그는 구홍을 당청산이나 궁양과 같게 생각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가 반항하지 않아 향혼이 황보절의 기억을 가져간다면 결과는 상상할 수 없었다.
황보절의 기억을 주지 않는다면 구홍이 죽게…….
"진남, 망설이지 말거라. 네가 이자를 중히 여긴다면 이자도 너를 이해할 것이다. 이자도 네가 자기 때문에 황보절의 기억을 향혼에게 빼앗기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이자를 살렸다 해도 향혼은 이자를 죽일 것이다. 너희들이 겨우 살아남았다 해도 이자는 살아도 죽기보다 못하고 자책하고 미안할 것이다!"
이양범은 빠르게 전음했다.
"진남, 왜 그러냐? 뭘 망설이는 거냐? 너는 의리를 중히 여기지 않느냐? 너는 형제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칠 수 있지 않느냐?"
향혼은 조롱하며 손을 저었다.
"됐다. 나도 악마가 아니라 네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너를 위협하고 싶지 않다. 가슴이 아프다. 그럼……."
향혼은 싸늘하게 말했다.
"구홍, 스스로 목 졸라 죽거라."
구홍은 눈빛이 어두워졌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구홍은 손을 뻗어 자신의 목을 잡고 힘을 주었다.
얼굴이 순식간에 시뻘게졌다.
죽음의 두려움으로 그는 본능적으로 발버둥 치며 신음을 흘렸다.
향혼이 그에게 쓴 수단은 철칙처럼 그의 두 손을 구속했다.
그는 점점 힘을 주었다.
둥-!
이 광경을 본 진남은 망치에 심장을 맞은 것 같았다.
이양범은 숨도 멎었다.
"향혼, 멈추십시오. 저는……"
진남은 사납게 외쳤다.
향혼은 미소를 지었다.
'개미다! 이것이 바로 개미다! 구천지존도 아닌 사람 때문에 이런 상황에 무상천존 황보절의 기억을 내놓으려 하다니.'
"아직도 손을 쓰지 않을 거요?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소?"
흩어질 위기에 부딪힌 주심도는 진남의 영혼 깊은 곳에 신념을 전했다.
구룡석인은 살짝 떨고 빛이 뿜어져 나왔다.
나에게 소리친 걸 명심하겠다는 것 같았다.
빛이 뿜어져 나와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구홍의 몸에 들어갔다.
구홍의 상태가 좋지 않아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
"응?"
향혼은 표정이 굳었다.
그가 구홍의 몸에 심은 주인이 절반 넘게 부서진 걸 발견했다.
구홍의 시커먼 눈에 빛이 나타났다.
"내가 지금……."
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엄청난 기운을 느낀 그는 넋을 잃었다.
"진 형!"
진남을 발견하고서야 그는 정신을 차리고 기뻐했다.
"구홍, 너……."
진남도 어안이 벙벙했다.
"현천사법(玄天赦法), 속혼대주(束魂大?)!"
향혼은 길게 생각하지도 않고 법인을 만들고 소리쳤다.
구홍은 신음을 흘리고 표정이 구겨졌다.
그는 힘을 막지 못하고 힘이 자신의 몸에 스며들어오는 걸 지켜봤다.
많은 기억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전에 육합금구에서 그는 향혼의 꼭두각시가 되었다.
후에 참창종에 나타났고 그 후에는 칠십이 천지성구에서 진남을 도와줬다.
오늘은 향혼이 그를 불러와…….
"진 형, 기억을 저자에게 주지 마십시오!"
구홍은 크게 소리쳤다.
"헛소리하지 말거라!"
향혼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향혼, 저를 이용하려 하지 마십시오!"
향혼이 드러낸 힘이 완전히 자신의 의지를 삼키려고 할 때 구홍은 입술을 깨물고 결정을 내렸다.
퍼엉-!
구홍은 크게 떨렸다.
모든 생기 등이 사라졌다.
그는 죽더라도 향혼의 노리개가 되고 싶지 않았다.
진남에게 짐이 되는 건 더 싫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했다.
진남은 눈을 찌푸리고 몸이 살짝 떨렸다.
"제길!"
향혼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구홍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주인을 거역할 수 있을 줄 몰랐다.
'이제 어떻게 하지? 이대로 계속 싸운다면 나는 진남을 죽일 수 없다. 그가 주경 강자가 된다면 더 불가능하다. 맞다, 장남이 있자. 그자더러…….'
향혼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장남에게 전음하기도 전에 사방이 절세의 빙역으로 변한 것처럼 그는 한기를 느꼈다.
"구천대파멸!"
향혼은 정신을 차리고 조합도술을 드러냈다.
열세 개의 오래된 이상이 천지에 나타났다.
"죽여라!"
웅장한 살기가 절세의 신검처럼 구름 속으로 쳐들어왔다.
구홍의 죽음으로 진남은 큰 자극을 받았다.
그는 엄청난 도기를 드러내 열세 개의 이상을 모두 부쉈다.
향혼은 충격을 받고 연거푸 밀렸다.
먼 곳에 있던 이양범은 긴장됐다.
향혼이 상처를 입은 후 무형의 힘이 풍겨 순식간에 회복시켰다.
반보영항불멸지체는 영항불멸의지가 생겼다.
진남은 향혼을 눌렀지만 죽일 수는 없었다.
'상황을 이 정도로 뒤집었는데 안 된단 말인가?'
"허허, 진남. 하찮은 자가 죽었는데 이렇게 화낼 필요 있느냐? 황보절의 기억을 지켰으니 잘 된 거 아니냐?"
향혼은 말하며 신념을 전했다.
잠시 후 그는 안색이 더 시커메지고 속으로 폐물이라고 욕했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을 잡지 못한다면 진남이 스스로 황보절의 기억을 내놓도록 위협할 수 없었다.
지금은 진남도 그를 죽일 수 없고 그도 진남을 격파할 수 없었다.
진남은 문도성주에 도달한 후 문도지지를 떠날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영항불멸지력과 상마불후진결은 여전히 그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가 앞에 있는데 얻지 못하는 것이 그는 기분이 언짢았다.
"됐다. 이 두 가지만 가지자! 영항불멸지체를 이룬 후 너를 연화해 기억을 빼앗겠다!"
향혼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쳐들고 바라봤다.
진남과 마지막으로 싸우려 했다.
그리고 고개를 쳐든 그는 무언가 보고 안색이 크게 변했다.
'이자가 미쳤나?'
통천도수의 오래된 목소리가 이양범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후, 반보영항불멸지체지만 대단하구나. 진남이 이 정도로 한 거면 충분하다. 네가 진급하는 걸 도와주거라. 황보절의 기억을 각성했으니 빼앗을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통천도수는 조금도 희망을 품지 않았다.
그는 그 시대에서 온 사람이었다.
진정한 영항불멸지체가 얼마나 대단한지도 그만 알았다.
이양범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남이 나중에 어떻게 되든 그녀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진남이 마음에 들 뿐이었다.
향혼의 좀 전의 말과 행동은 그녀를 비롯한 이 시대의 사람들을 모두 짓밟은 것이었다.
그들의 시대는 몰락했다.
전에 사대 무상천존의 시대처럼 휘황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시대에도 많은 천재들이 노력하고 역천개명하고 더 높은 경지로 진급했다.
전력이 어떻든, 성과가 어떻든 그들은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이 점은 존경할 만했다.
그녀는 진남이 지는 걸 바라지 않았다.
진남이 향혼을 격파하여 몰락한 시대에도 풍채가 있다는 걸 향혼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응?"
그녀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마음이 크게 떨렸다.
진남은 허공에 날아올랐다.
열두 개의 문도법의 의지가 무형의 큰손처럼 주제가 남긴 의지와 등 뒤에 있는 황보절의 희미한 형상을 잡았다.
"융합되거라!"
진남은 의지를 전부 폭발시켰다.
쿠쿠쿠쿵-!
신궁에 천지를 흔드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진남과 향혼이 싸우면서 생긴 여러 가지 의지들이 전부 사라지고 무형의 대단한 파동이 휘몰아쳤다.
이양범과 향혼도 매우 작아졌다.
"진남, 너……."
주천불사산의 산령 주심도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는 구룡석인이 더 도와주어 진남에게 상황을 역전할 기회가 생기기를 바랐다.
진남이 이렇게 미친 행동을 할 줄 몰랐다.
두 무상천존의 의지였다.
두 무상천존의 의지가 한 개는 남겨진 것이고 한 개는 기억을 각성해 일으킨 것이다.
진정한 무상천존의 의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어찌 됐건 무상천존의 것이었다.
무상천존은 무엇인가?
넓은 천지의 무도의 끝이다!
넓은 천지가 생겨서부터 지금까지 모두 네 명만 나타났다.
그들은 천부가 천부가 뛰어나고 기백, 의지력, 기운이 강했다.
많은 싸움을 겪고 많은 대겁을 넘겼다.
이런 절세의 왕자들은 환생한 지 몇만 년이 되어 세상에 인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지가 어찌 융합될 수 있을까?
신궁 밖, 나무 꼭대기의 몇십만 리 되는 마역이 혼란스러워졌다.
혼란 속에서 엄청난 성광, 마광이 부딪혔다.
두 명의 절세의 거물이 생사를 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싸우면서 엄청난 파괴의 기운이 풍겼다.
무인들은 큰 재난이 닥친 것처럼 두려웠다.
일부 지존대성의 존재들은 본능적으로 사방으로 도망갔다.
쿠쿠쿠쿵-!
신궁 안은 말일이 된 것처럼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았다.
진남은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미친 짓인지 몰랐다.
그는 온몸의 힘을 다해 두 개의 의지가 부딪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강제로 융합시켰다.
그도 큰 대가를 치르기 시작했다.
뼈가 연달아 부러지고 동시에 수많은 상처가 나고 피가 튕겼다.
주경을 돌파한 후 계속 강해지던 기세가 커다란 충격을 받고 약해졌다.
"하하하!"
향혼은 정신을 차렸다.
참지 못하고 고개를 쳐들고 큰소리로 웃었다.
기분이 매우 좋았다.
'기회가 왔다, 기회가 왔어!'
그는 오늘은 진남의 식해 속의 황보절의 기억을 가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남이 이런 미치고 미련한 행동을 할 줄 몰랐다.
이제 그가 손을 쓸 필요가 없이 진남은 스스로 멸망할 것이었다.
"진남, 사과한다. 내가 틀렸다. 너는 개미가 아니구나! 너의 패기는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주제와 황보절도 너와 비교가 안 된다!"
향혼은 감탄하고 칭찬했다.
"주인님, 멈추십시오!"
주심도는 정신을 차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양범, 저자를 막거라!"
통천도수는 놀라고 급한 말투로 다시 전음했다.
이양범이 방금 정신을 차렸는데 상황이 또 변했다.
주제가 남긴 의지, 황보절의 의지는 영지가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는 것처럼 모두 드러내 엄청난 싸움을 벌였다.
진남은 그들 사이에 끼여 더 큰 상처를 입었다.
그의 체내에서 변하고 있던 화도선염지존지력, 식해와 영혼은 수많은 검에 잘렸다.
전에 없는 고통이 진남의 의지를 충격했다.
그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이 완전히 폭발해 전부 파괴될 것 같았다.
"주천인!"
주심도는 길게 생각할 새도 없이 눈부신 빛을 드러냈다.
"하하, 헛수고하지 말거라. 무상천존이 오지 않는 한 아무도 저자를 구할 수 없다. 누구도 주제와 황보절의 의지를 가라앉힐 수 없다."
향혼은 호탕하게 웃었다.
"모든 것이…… 끝났나?"
이양범은 어안이 벙벙해 광경을 지켜봤다.
그녀도 느낄 수 있었다.
두 절세의 왕자의 의지는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