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2화 이제 혼내 줄 때다!
주심도는 진남의 시선을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각 산관은 평범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 산관인 이 대전은 만 가지 주술, 존술(尊術), 비술(秘術)과 아홉 가지 규칙지도(規則之道)가 있습니다.
진남은 다시 한번 놀랐다.
'이게 어디 평범하지 않은 정도야? 대세력들의 실력도 이 정도밖에 안 될 거야. 주심도의 말을 들어보면 이건 고작 첫 번째 산관의 일부 모습이라는 건데, 다른 게 또 뭐가 있을까? 더 높은 산관에는 또 얼마나 대단한 것들이 있을까?
진남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드디어 대세력들이 왜 주천불사산에 목숨 걸고 달려드는지 알아차렸다.
열 개의 산관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만으로도 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열 번째 산관은 주천불사산의 산꼭대기입니다. 그곳에 오르는 의미는 잠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주심도는 백종생을 힐끗 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예전에 주제가 산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고 저를 속였기에 그를 주천불사산의 주인으로 만들고 그의 다음 생까지 주인으로 인정했습니다.
듣기 싫은 말을 먼저 하겠습니다. 이번 생에도 산꼭대기에 오르지 못하거나 죽는다면 주천불사산은 주인을 다시 찾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주인님의 다음 생과 주천불사산은 인연이 없습니다."
백종생은 시선을 내리깔고 잠자코 있었다.
예전에 주제와 함께 주심도를 속인 게 그였다.
"주제도 산꼭대기에 오르지 못했다는 말입니까?"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두 눈에서 흰색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콜록콜록. 주인님,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습니다. 나중에 어떻게 하실지는 주인님의 마음입니다. 소신과 주 선배는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말을 마친 백종생은 주심도에게 눈치를 주었다.
주심도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반박은 하지 않았다.
백종생과 주심도는 흰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진남은 공수했다.
"꼬마 부군!"
이때, 궁전의 대문이 열렸다.
입도지주가 고개를 내밀고 눈알을 굴리며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녀는 밖으로 나왔다.
비월여제가 뒤따라 나왔는데 고적 두 권을 들고 있었다.
입도지주가 물었다.
"꼬마 부군,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시대전장으로 가서 다시 문도지지에 들어갈 계획이다."
진남은 차분하게 말했다.
그의 생각은 단순했다.
빨리 실력을 갈고닦아 창(蒼)이 환생하기 전에 주경 강자가 되고 통천도수 안에 있는 영항불멸지력과 그 공법도 가져오려고 했다.
겸사겸사 일부 사람들을 찾아가 혼내 줄 생각도 했다.
"꼬마 부군, 그리 급하게 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통천도수에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려면 아마 이삼 년이 걸리겠지? 그전에 대전에 들어가서 상고비법들을 수련하고 전력을 정상으로 높이는 게 어때?"
입도지주는 말했다.
"오, 그것도 좋은 생각이다."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방금 대전에서 나에게 적합한 비법 몇 개를 발견했다. 나도 여기서 한동안 머물면 안 될까?"
입도지주는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의견을 물었지만 진남이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제 진남과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래, 그렇게 해. 선배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비월여제는 무표정에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싸움에서 오라버니와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 죽었다. 나는 그 법술로 그들을 부활시키고 그들의 후대들에게 뭘 좀 남겨주려고 한다."
진남은 잠깐 침묵하더니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늦었……."
비월의 시선을 느낀 진남은 말을 채 다하지 못했다.
그녀의 생각과 하고 싶은 말을 진남은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입도지주는 그 모습을 보고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녀의 예감이 맞았다.
그녀는 이제 진남의 삼방(三房, 세 번째 첩실)도 못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비월여제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녀는 입도지주를 한번 쳐다봤다.
그녀의 뜻은 명확했다.
"여제, 이건 너무 합니다. 저보다 실력이 강하고 가문에서 지위도 저보다 높지만 우리는 이제 가족이잖아요? 그냥 말하면 되지 왜 저를 피하는 거예요?"
입도지주는 살짝 기분이 상했다.
"입도, 함부로 말하지 말거라."
진남은 기가 막혔다.
평소에 그를 놀리는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비월여제까지 놀렸다.
"구리거울, 신경 쓰지 마십시오. 몽요가 장난을 치는 게 습관이 되었나 봅니다."
진남은 얼른 해명했다.
"그래."
비월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굳이 입도를 피할 필요가 없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옅은 파란색 눈동자로 진남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웠다. 이제 구운 고기를 해줄게."
말을 마친 그녀는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곧,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구리거울은 축하 방식조차 예사롭지 않았다.
입도지주는 우울한 표정으로 진남을 바라보며 말했다.
"꼬마 부군, 여제가 나를 피하지 않고 내 앞에서 말했어. 신념이나 전음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네 앞에서 말한 게 뭐? 너 방금……."
진남은 문득 입도지주의 말이 생각나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입도지주는 더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꼬마 부군, 이제 삼방도 정식으로 확정한 걸 축하해. 꼬마 부군, 첩을 한 명 더 들이면 안 돼? 나는 마지막 서열이 되고 싶지 않다."
지존정상이 어찌 주경정상의 상대가 될 수 있겠는가?
입도지주의 두어 마디 말에 양대 무상천존의 환생인 진남은 꼬리를 내리고 궁전으로 도망갔다.
입도지주의 은방울 굴리는 듯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궁전은 육 층 건물이었는데, 사 층까지는 비술과 주술들이 있고 오 층에는 존술, 육 층에는 규칙지도가 있었다.
진남은 구천선역에 온 뒤로 '무예각'과 같은 곳에 간 적이 없었다.
그는 잠깐 궁우태황종에 소속된 적이 있었고 대부분은 소속이 없는 무인이라 그런 곳에 갈 기회가 없었다.
진남은 깊이 빠져들었다.
사흘이 지나서야 진남은 주술과 비술들을 대충 한 번 훑어보았다.
"꼬마 부군은 이제 겨우 지존정상이다. 재능이 훌륭하지만 강제로 주술을 수련한다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다. 내 생각에는 적합한 주술 몇 가지를 골라 깨달음을 얻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주술에 들어있는 의지와 네가 장악한 도술을 합쳐 보거라. 성공한다면 네 전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거다."
진남의 입도지주의 의견에 깊이 공감했다.
둘은 꼼꼼하게 열 개의 주술을 골랐다.
그중 한 도법은 '적황도결(赤皇刀訣)'이라고 불리는 도법이었다.
나머지 아홉 개는 주술, 환술, 불법 등 진남이 수련한 문도법과 서로 대응되는 것들이었다.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눈을 감았다.
주천불사산의 주인이 된 후로 존자지력은 늘어나지 않았지만 영혼의 힘 그리고 무예 재능 등이 제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남은 사흘을 소모해서야 적황도결을 전부 익혔다.
진남은 온몸에서 붉은색 도의를 뿜었다.
커다란 위압감이 사방을 휩쓸었다.
진남이 아무런 힘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절세황자(?世皇者)의 풍채가 느껴졌다.
또, 주술은 진남에게 큰 기쁨도 안겨주었다.
구천지존에서 주경으로 진급한다는 것은 지존지력이 주력(主力)으로 바뀌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진남은 적황도결에서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 주경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 주술을 익히고 나니 나머지 아홉 개는 훨씬 쉬웠다.
나흘이 지나 진남은 아홉 개의 공법을 전부 익히고 큰 수확을 얻었다.
"이제 이것들을 도술과 결합시키자."
진남은 중얼거렸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입도지주는 첫 며칠 동안 규칙지도를 익히고 남은 시간 동안은 진남의 곁을 지켰다.
그녀는 진남에게 건의도 해주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기도 했다.
진남의 전력도 대폭적으로 늘었다.
열흘 후, 진남은 천천히 눈을 뜨고 혼탁한 숨을 내쉬었다.
진남은 모든 도술과 열 개의 주술 의지를 합쳐 세 개의 살초로 조합했다.
살초들마다 아홉 개의 주술을 동시에 펼칠 수 있었다.
"수련은 이정도로 하면 됐다. 몽요, 너는 이곳에 계속 머물러도 좋다. 나는 이제 문도지지로 돌아가야겠다."
진남은 입을 열었다.
"꼬마 부군도 가는데 내가 왜 여기에 있겠느냐? 문도지지까지는 내가 데려다주마. 바깥은 상황이 혼잡스러워 안전하지 않다."
입도지주는 기지개를 켰다.
그녀의 아름다운 체형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것도 좋겠다."
진남은 영혼의 파동을 이용하여 입도를 데리고 도장에서 사라졌다.
* * *
그 시각, 주천불사산의 신비한 곳.
앞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백종생은 시선을 거두고 앞에 놓인 영혈(映血)을 마셨다.
"전혀 걱정되지 않느냐?"
주심도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뭐가 걱정이 되겠습니까? 주인님의 신분이 폭로되고 제가 모습을 드러내고 창의 환생이 곧 나타날 거라는 등등의 일 덕분에 항존이 주선들 중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황포절 쪽의 사람들도 말입니다. 마지막에라도 주인님께서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할 수 있게 할 겁니다."
백종생은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 그 배신자를 직접 죽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말을 마친 백종생은 주심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심도는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손가락을 튕겼다.
백종생의 몸으로 빛이 날아들었다.
잠시 후, 백종생은 사라지고 그림이 남았다.
그림 속의 그는 예전처럼 손에 불경을 들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주천불사산이 있는 위치는 제일소선역의 어떤 절지에 속했다.
진남과 입도지주는 잠시 후 시대전장의 남전장에 도착했다.
여러 세력들은 아직도 진남이 이미 문도지지에 들어갔고 서극지지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때문에, 이곳을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
"몽요, 이곳이 좋을 것 같다."
진남은 어떤 금구의 깊은 곳에서 입을 열었다.
"꼬마 부군, 나 보고 싶어 해야 해."
입도지주는 눈을 깜박거렸다.
그녀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돌아서서 허공으로 사라졌다.
"몽요도 참……."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는 입도지주의 행동에 그리 반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익숙해졌다.
진남은 기운을 거두고 앞으로 날아갔다.
하루가 지나고 그는 시커멓고 조용한 바닷가에 이르렀다.
빛들이 모여 낡은 배로 변했다.
진남은 날아서 가장 낡은 배에 올라탔다.
"이제 너희들을 단단히 혼내 줄 때다!"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이번 싸움으로 인해 대세력들에서 많은 주경 강자를 잃었다.
그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진남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대세력들은 사람을 보내 문도지지에 소식을 전하고 구천지존들과 최고의 천재들더러 진남을 공격하라고 했을 것이었다.
어쩌면 잘된 일이었다.
단천도가 피 맛을 본지도 한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