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1화 산꼭대기에 오르십시오
백종생은 낮은 소리로 전음했다.
"주인님, 영항지군이 매번 출정한 후면 주인님은 나타나 장군들과 영혈(映血)을 마셨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옥잔을 꺼냈다.
잔에 핏물이 가득했다.
이건 피가 아니었고 술도 아니고 규칙지력이 변한 것이라 가짜였다.
"하하하, 형님, 저는 오랫동안 응혈을 마시지 못했습니다!"
소낭은 큰소리로 웃고 손에 구리 잔을 만들었다.
진남은 옥잔을 받아들려 했다.
무엇 때문인지 몸이 굳었다.
아래쪽의 형상들의 표정과 좀 전의 싸우던 광경을 본 그는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다른 사람들은 두 명의 무상천존의 환생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기연이라고 생각할 것이었다.
하지만 전신, 백종생, 영항지군은 순수하고 진지했다.
그들의 정은 그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만약 그가 주제 한 사람의 환생이라면 이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주제의 의지와 자신의 의지, 다른 사람들의 의지를 짊어질 것이었다.
"나는……."
진남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백종생이 그의 말을 자르고 담담하게 전음했다.
"주인님, 저들은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잔을 드십시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내 힘이 그의 체내로 들어와 그의 팔을 들어 올렸다.
"영항지군은 생사를 함께 한다!"
진남은 혈주를 한 번에 다 마셨다.
소낭, 고진 등 영령들도 한 번에 다 마셨다.
구리 잔을 바닥에 던져 부수고 큰소리로 웃었다.
"후, 주인님, 소낭은 가식을 부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나 얼마 버틸 것 같지 못하니 한 번 가식을 부리겠습니다."
소낭은 한숨을 쉬고 망치를 던지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무언가 생각난 듯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제, 나는 오늘 무릎을 꿇었습니다. 하지만 하늘에 맹세합니다. 절대 진정으로 무릎을 꿇지 않을 겁니다!"
진남은 몸이 떨리고 머릿속에 번개가 스친 것 같았다.
그는 눈을 찌푸렸다.
소낭은 입을 헤벌리고 웃었다.
"에잇, 맹세를 어기겠습니다!"
그의 몸은 조금씩 부서졌다.
"나는 영항지군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산공족을 멸망시켜야 합니다!"
"주제, 세 초식에 나를 격파하면 주인님을 따라가겠습니다!"
"이렇게 많은 천재들 중에 왜 하필이면 나를 눈독 들인 겁니까?"
형상들은 원망하지 않고 연달아 무릎을 꿇었다.
그들이 부서지며 도장에 날렸다.
진남은 조각상처럼 꼼짝 않고 바라봤다.
비월여제는 눈을 내리뜨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도지주는 마음이 아팠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일은 위로할 방법이 없었다.
잠시 후 진남은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백종생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도우들 궁전 안에는 상고의 비법들이 많소. 가보지 않겠소?"
비월여제와 입도지주는 이해하고 궁전 안으로 걸어갔다.
진남은 눈을 뜨고 물었다.
"이미 알고 있는 것 아닙니까?"
백종생은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뭘 안다는 겁니까?"
"황보절도 제 몸에 환생한 걸 말입니다."
백종생은 눈빛이 흔들렸다.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이 일에 대해 저는 알고 있습니다. 무주궁도의 도령은 저와 연관이 있습니다. 시대전장에서 처음 본 순간 저는 이미 느꼈습니다."
진남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럼 그때 왜 저를 주인이라고 불렀습니까? 왜 그들의 영령을 전부 불러왔습니까? 따지고 보면 저는 주제가 아닙니다."
백종생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왜 아닙니까? 황보절이 있든 없든 당신은 주인님의 환생이 맞고 주인님이 바로 당신입니다. 방금 이 소식을 소낭 일행에게 말해줬다 해도 그들은 받아들였을 겁니다. 단지 그들은 곧 흩어질 것이기에 저는 그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불화나 의문이 있고 심지어 달가워하지 않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진남은 잠자코 있었다.
"만약 언젠가 제가 황보절이 된다면요? 주천불사산과 무주궁도 그리고 다른 모든 것들이 그의 것이 될 것입니다."
진남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는 진작에 이 문제를 생각했었다.
지금까지 그는 줄곧 전신을 자신의 스승으로 생각했다.
또 평생 동안 가장 큰 기연이라고 생각했다.
전신의 그에 대한 영향은 영혼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그는 무주궁도, 백종생, 영항지군도 매우 고마웠다.
반대로 그는 묵사, 무천마군 등에게는 고마움이 없었다.
전에 창람대륙에 내려온 사람이 전신이 아니고 묵사나 무천마군 등이었다면 그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이 일은 주인님이 상상한 것처럼 복잡하지 않습니다. 주인님과 황보절 중에 누가 바둑알이고 누가 더 강한지는 확정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에 황보절의 모든 걸 얻었지만 여전히 주인님의 의지를 이어받길 선택하고 영항지위를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모든 걸 도박이라고 보십시오. 주인님과 황보절이 환생한 건 그들의 결정입니다. 우리와 같은 신하들은 그들을 따라야 합니다.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 사람이 강해지면 모두 강해지고 한 사람이 무너지면 모두 무너집니다."
마지막 한마디는 번개처럼 진남의 머릿속을 스쳐 지났다.
진남은 조금씩 깨달았다.
"게다가 저 같은 존재도 주제를 주인으로 인정하는데, 주인님은 황보절보다 더 강할 것입니다."
백종생은 제법 그럴듯하게 말했다.
진남은 미소를 지었다.
모르는 사이에 마음속의 무형의 압력이 작아지고 마음이 홀가분했다.
"황보절이 환생하고 창이 환생하지 않았기에 다행입니다. 아니면 저는 고민했을 것입니다."
백종생은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백 선배님, 창은 어떻게 된 겁니까? 그는 어떻게 나의 전생인 주제와 철천지원수가 되었습니까? 창이 주소를 죽였기 때문입니까? 전의 그 싸움은 무엇 때문에 일어났습니까?"
진남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는 진작부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청궁을 아십니까?"
백종생은 되물었다.
진남이 고개를 젓자 웃으며 말했다.
"그 싸움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비밀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것과 다른 세력들이 아는 것은 모두 같습니다."
그는 웃음을 거두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저는 줄곧 한 가지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 싸움의 배후에 알려지지 않은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님도 저에게 말해주지 않은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만약 진상을 전부 알고 싶으면 스스로 발견하십시오."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주제가 백종생에게 말해주지 않은 것이 있다고? 어떤 일일까?'
"그만 말합시다. 전에 주인님과 창은 천선 경지일 때부터 철전지원수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천적인 것처럼 생각이 전혀 달랐습니다.
창에 대해 당부할 것이 있습니다. 마지막에 누구로 변하든 이 년 후에는 모든 대가를 아끼지 말고 창을 죽여야 합니다."
백종생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무슨 뜻입니까?"
진남은 물었다.
"창의 생각이 어쩌면 일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자는 너무 극단적이고 건방집니다. 자신의 생각을 이루기 위해 아무리 큰 대가를 치른다 해도 그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창은 엄청난 계획이 있었습니다. 어떤 계획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창이 환생하여 세상에 나타나면 대상계와 차하계에 전에 없던 재난이 일어날 거라는 건 확실합니다."
백종생은 천천히 숨을 내쉬고 말했다.
"이런 말을 하는 건 그때의 여러 가지 일들 때문만이 아닙니다. 주인님 약속할 수 있습니까?"
진남은 어안이 벙벙해 말했다.
"백 선배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창을 봐주지 않을 겁니다."
백종생이 말하지 않았더라도 그는 창을 상대했을 것이었다.
그는 창을 매우 혐오했다.
전에 창의 심복인 태고금기가 여러 번 그를 죽이려 했다.
진남이 어찌 아무렇지 않을 척 할 수 있을까?
백종생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전에 황보절은 저에게 상처를 입혔습니다. 제가 그자를 한 대 때리게 할 수 있습니까? 힘을 가하지 않을 겁니다. 분풀이만 하면 됩니다."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방금까지 진지하더니 왜 이 모양이 되었지?'
"하하, 농담했습니다. 제가 어찌 주인님을 때리려 하겠습니까?"
백종생은 말했다.
"시간이 됐습니다. 저도 이만 가겠습니다."
백종생의 몸이 흐릿하게 변하더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배님도 영령입니까?"
백종생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아닙니다. 그때의 대전에서 입은 상처가 너무 깊어 회복이 되지 않고 해마다 더 악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공격으로 인해 힘과 수명이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제 넷째와 함께 입산성화(入山成?)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남은 마음이 무거웠다.
입산성화란 소낭처럼 영령이 된다는 뜻이었다.
다만 소낭이나 다른 영령들보다 훨씬 못한 상태로 변할 게 분명했다.
백종생이 다시 나타날 때는 아무런 힘이 없는 평범한 사람일 것이었다.
백종생은 웃으며 말했다.
"주인님, 괴로워하거나 미안해하지 마세요. 정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십시오. 주인님이 주천불사산의 산꼭대기에 오르는 모습을 제가 직접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산꼭대기?"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향혼이 그를 주소의 전생이라고 착각했을 때에도 주천불사산의 산꼭대기에 데리고 가달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네, 산꼭대기로 오르십시오."
이때 위엄 있는 늙은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멀지 않은 곳에 빛들이 모이더니 백발의 노인으로 변했다.
바로 주천불사산의 산령인 주심도였다.
"마침 잘 됐습니다. 지금 알려드리겠습니다. 주천불사산의 주인이라는 자가 주천불사산의 비밀도 몰라서야 되겠습니까?"
주심도는 무표정이고 빈틈이 없어서 딱딱한 느낌을 주었다.
"백 도우에게서 들었을 겁니다. 주인님은 주재 경지를 돌파해야 주천불사산의 본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무인들은 천존이 되어도 주천불사산의 본모습을 볼 수 없다는 걸 아십니까?"
진남은 놀라웠다.
'천존도 산의 본모습을 볼 수 없다니?'
"주천불사산은 구천선역의 근원의 힘과 아주 큰 연관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주재 경지를 돌파해야 알 수 있습니다. 주천불사산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위능이 있는지도 주재 경지가 되어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주제가 주천불사산의 이름을 지을 때 열 개의 산관(山關)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지금 계신 곳이 첫 번째 산관입니다. 주경 경지를 돌파하면 첫 번째 산관의 본모습이 제대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산관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친 주심도는 진남의 식해 깊은 곳에 있는 구룡석인에 빛이 도는 것을 발견했다.
구룡석인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 같았다.
주심도는 어이가 없었지만 말을 바꾸었다.
"세 번째 산관에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치자 아주 작은 콧방귀 소리가 그의 귀에서 울려 퍼졌다.
주심도는 표정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많게는 네 번째 산관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제야 구룡석인의 빛이 잠잠해졌다.
구룡석인은 이 대답이 겨우 마음에 들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주심도가 말을 자꾸 바꾸는 것이 믿음직스럽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