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7화 주천불사산
땅은 평온을 되찾았다.
비월여제가 일으킨 규칙의 바람만 윙 윙 윙 소리를 냈다.
점점 더 많은 먹구름이 하늘에 모였다.
이계와 막소리는 지금이 제칠금구의 마지막 평온이라는 걸 잘 알았다.
결과가 어떻든 구천선역 전체를 휩쓴 폭풍은 언제든 파괴되고 사라질 것이었다.
허공 속의 암흑절성의 성주는 넋을 잃었다.
"백종생은 무상호천령을 믿고……."
묵사와 무천마군은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봤다.
열 개 셀 시간이 지난 후 더 대단한 싸움이 일어났다.
주재 등급의 신비한 존재들은 여러 세력들과 어떤 협상을 했는지 천지를 흔드는 힘을 드러내 제칠금구를 충격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폭발음이 전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무상호천령은 백종생의 도움을 받고 전에 없던 빛을 뿜어냈다.
한꺼번에 구백아흔아홉 마리의 커다란 금색 봉황을 드러내고 위엄 있는 존재들에게 불꽃을 뿜었다.
잠시 후,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묘문의 거물이 도착했다.
이씨 가문, 정씨 가문, 허씨 가문, 오씨 가문의 거물들도 잇달아 왔다.
이계와 막소리 등 주경 강자들은 조심스러워 몸을 움츠렸다.
이렇게 큰 폭풍 속에서 일어난 싸움에 말려들면 재가 될 것이었다.
백 개 셀 시간이 빠르게 지났다.
진남은 왠지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기묘한 흡입력이 끝없는 허공 깊은 곳에서 전해왔다.
그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쳐들고 바라봤다.
영혼마저 떨렸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했다.
"곧 오겠다!"
묵사는 낮은 소리로 외쳤다.
두 눈은 시커먼 소용돌이로 변하고 표정이 엄숙했다.
무천마군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뭐가 온다는 거요?"
암흑절성의 성주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전설 속의 구천선역의 본원의 힘과 큰 연관이 있다는 주천불사산!
그것이 주인을 인정하러 올 것이오!"
그의 말은 우레 같았다.
* * *
그 시각, 제칠금구의 변두리.
짧은 시간에 허공에 몇십 개의 방대한 움직임이 일고 형상들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
맨 앞에 선 자는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위압이 대단했다.
형상들은 바로 왕씨 가문, 진씨 가문, 한씨 가문 그리고 다른 무상도통, 상고백족, 세력들의 거물이었다.
진남이 주제의 환생이라는 소문이 퍼진 후 지금까지 구천선역의 거물들은 거의 모두 이곳에 왔다.
주재 등급의 거물들이 스물한 명이나 되었다.
게다가 많은 거물들은 오는 중이었다.
"진남은 극악무도하오. 어찌 됐건 반드시 누르고 모든 기억을 박탈해야 하오."
"진남은 환생일 뿐이오. 아직은 정상 지존의 경지이고 주경에도 도달하지 못했는데 이런 짓을 저질렀소. 그자가 더 강해진다면 어떻게 되겠소?"
"우리는 반드시 연합해야 하오!"
극생문, 십욕종 등의 거물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전음했다.
칠 대 천존가문 등 세력의 거물들도 전음했다.
그들은 그다지 화를 내지 않고 상황을 분석하고 어떻게 연합할지 상의했다.
진남이 좀 전에 어떤 행동을 했든 그들의 태도를 바꿀 수 없었다.
결국 이익이 가장 중요했다.
주제의 전승, 비밀, 기억을 누가 감히 거절할까?
"물거라, 서로 물어뜯거라!"
먼 곳에서 한 흑포인이 신통을 드러내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걸 보고 있었다.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제일소선역에서 사라진 지 오래된 태고금기였다.
많은 세력들 중에서 주제의 환생이 나타나면서 가장 조급한 건 태고금기였다.
주제와 창은 완전히 대립하여 상고대전을 일으켰다.
태고금기는 소식을 받은 후 처음에는 크게 놀라고 살기등등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속이 후련했다.
첫째, 주제의 환생이 나타났지만, 그가 손을 쓸 필요 없었다.
구천선역의 세력들이 그 대신 공격할 것이었다.
둘째는 주인이 이제 곧 나타날 것이었다.
주인이 나타나기 전에 저들이 죽기 살기로 싸우면 좋지 않은가?
태고금기는 자신도 공격하는 척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아니면 영감탱이들이 의심할 것이었다.
"응?"
그는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봤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세력들의 거물들과 신비한 존재들 그리고 이계, 막소리 등 가운데서 입장이 난처한 주경 강자들도 뭔가 느끼고 고개를 쳐들었다.
그들의 느낌은 태고금기와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무형의 압박감을 느꼈다.
마치 매우 대단한 것이 곧 올 것 같았다.
잠시 후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커다란 제칠금구의 하늘에 수많은 운무가 나타나 모든 걸 덮었다.
무상호천령 등 모든 반짝이던 빛들이 희미해졌다.
천지의 모든 것이 굳었다.
무인들과 신비한 존재들은 거의 동시에 착각이 들었다.
그들은 마치 시공을 넘어 네 명의 무상천존이 왕성하던 시대로 온 것 같았다.
"이건……."
주재 등급의 강자와 신비한 존재들은 깜짝 놀랐다.
"주천불사산!"
이 모든 걸 주시하고 있던 태고금기가 다섯 글자를 내뱉었다.
그는 진작에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보니 분노하여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예전의 그 대단한 싸움에서 주제는 이 산으로 서른세 개 소선역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 공격을 펼쳐 그의 주인의 몸을 부수었다.
그의 주인은 하마터면 죽어 환생할 수 없을 뻔했었다.
웅-!
제칠금구 전체가 떨렸다.
희미하고 커다란 변두리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진남에게 들어왔다.
오래되고 혼란스러운 소리가 시대전장에 울려 퍼졌다.
"전에 주제와 약속했다. 그의 환생이 구천에 다시 나타나면 산을 그에게 돌려주겠다고."
많은 문자가 상고의 홍수처럼 진남의 식해 속에 들어왔다.
진남은 왠지 코끝이 찡하고 눈물을 떨구었다.
스스로 가부좌를 틀고 앉고 두 손에 현묘한 법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자가 주천불사산을 연화하기 시작했소!"
"저것이 주천불사산이오? 주재 정상 경지인 내가 현묘한 힘을 꿰뚫지 못해 진면모를 볼 수 없을 줄 몰랐소."
여러 세력의 주재들은 눈빛이 뜨거워졌다.
그들은 이 산을 오랫동안 찾았다.
드디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쿠웅-!
진남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비월여제의 몸에서 엄청난 기세가 솟아올라 변하지 않는 선검처럼 구름 위로 날아올랐다.
운무들은 순식간에 시커메졌다.
사람을 두렵게 하는 기운이 풍겼다.
"비월여제가 도겁하기 시작했소!"
주재들과 신비한 존재들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비월여제가 얼마나 강한지 그들은 잘 알았다.
만약 비월여제가 주재가 된다면 경지가 어느 정도에 도달할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진남의 휘하에는 더 대단한 제일주선 백종생도 있었다.
"백종생에 비월여제까지 있으니 먼저 공격하려는 세력이 없을 거다……."
한 거물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무언가 느낀 듯 고개를 돌려 다른 쪽을 바라봤다.
머나먼 곳에서 검은색 빛이 엄청난 속도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검은색 빛은 점점 커졌다.
성대한 흑조(黑潮)처럼 천지를 덮었다.
강한 위압이 성세폭풍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모든 주재 등급의 거물과 신비한 존재들은 가슴이 떨렸다.
넓은 안개 속의 커다란 형상도 살짝 흔들렸다.
방대한 흑광에서 백발이 성성하고 긴 두루마기를 입고 무표정하고 몸집이 야위고 패기를 풍기는 노인이 걸어 나와 여러 세력의 거물들의 위로 날아왔다.
그의 뒤에 몇 개의 형상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기세가 강했다.
"영야천존이 진짜 손을 썼소……. 게다가 영야선도 전체를 거느리고 왔소!"
주재 등급의 거물들은 헛숨을 들이켜고 공수했다.
"천존존자를 뵙습니다!"
'존자', 이 두 글자는 대상계의 제일인이고 유일한 천존에 대한 특별한 호칭이었다.
신분이나 경지가 어떻든 반드시 인사를 해야 했다.
이건 몇만 년 동안 형성된 규칙이었다.
영야천존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칠 대 천존가문의 주재 거물들을 둘러보고 돌아서 신비한 존재들을 훑어보고 제칠금구를 바라봤다.
그가 제칠금구를 바라보는 순간 시대전장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끝없는 위력이 내려와 제칠금구 전체를 움켜쥐었다.
"영야!"
안개 속에서 금빛이 반짝이고 무상호천령이 나타났다.
그는 귀청을 찢을 듯 소리쳤다.
"자네가 공격한다면 선배님들의 규칙을 파괴할 것이오. 많은 주경 강자들이 기회를 잃게 되오! 자네는 만고의 오명을 뒤집어쓸 것이오!"
영야천존은 듣지 못한 것처럼 무상호천령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계속 안개 끝에 있는 커다란 형상을 주시했다.
눈빛이 이글거렸다.
오랜 시간 동안 세력들은 모두 주천불사산을 찾았다.
그는 더 오랜 시간을 찾았다.
"공격하거라."
영야천존은 한마디하고 몸을 날렸다.
제칠금구의 변두리의 방원 몇백만 리가 시커메졌다.
이계와 막소리 등 안에 갇힌 주경 강자들은 제칠금구 전체가 시대전장에서 벗어나는 것 같았다.
크라아아아-!
천지를 흔드는 포효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비한 존재들은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그들은 방대한 규칙지력을 폭발해 여러 가지 쇠사슬을 공격했다.
화르륵-!
무상호천령은 불꽃처럼 모든 힘을 드러내고 훨훨 타올랐다.
커다란 제칠금구는 순식간에 전장으로 변했다.
이계, 막소리 등 주경 강자들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모든 수단을 드러내 자신을 보호했다.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건 진남과 비월여제의 방원 몇만 리뿐이었다.
무상의 강자가 이곳을 지키는 것 같았다.
슉-!
비월여제는 눈을 번쩍 떴다.
그녀는 절세의 빛으로 변해 하늘에 가득한 겁운 속으로 날아들어 갔다.
엄청난 장면과 싸움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만의 빛을 반짝거렸다.
그녀의 빛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 * *
진남은 법인을 만들었다.
큰 손이 그의 영혼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눈을 떠보니 전장이 완전히 변했다.
제칠금구, 대단한 싸움 등 모든 것이 사라졌다.
새하얀 운무뿐이었다.
그의 앞쪽의 운무가 흩어져 길을 만들었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시간이 꽤 지난 후 길 끝에 높이가 백 장 되고 넓이가 삼십여 장 되는 오래되고 파란만장한 느낌의 동굴이 나타났다.
동굴 옆에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무릎을 꿇고 인사했다.
"선배님은……."
진남은 당황했다.
'전에 나의 도기를 자른 사람이잖아?'
"주인님, 의문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걸 말할 때가 아닙니다. 나중에 제대로 설명하겠습니다. 주인님 먼저 입관하십시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안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알겠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굴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넋을 잃었다.
주위의 벽에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무인들을 새긴 것이었다.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하고 생김새 등이 모두 달랐다.
동굴은 매우 길어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림들은 연이어졌고 공간을 조금이라도 낭비하지 않았다.
촘촘히 새겨진 그림은 몇 개인지 셀 수 없었다.
"이 그림들은……."
첫 번째 그림을 보자 그는 왠지 그리움과 기쁨 등 감정으로 마음이 복잡했다.
그림 속의 사람들은 살아있는 것처럼 눈에 흥분과 기쁨이 가득했다.
진남은 걸음을 늦추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에야 그는 동굴을 나왔다.
정신이 조금 얼떨떨했다.
그는 꿈을 꾼 것 같았다.
"나는 주천불사산의 산령이다. 주제가 주심도(周尋道)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나는 약속을 실행하여 주천불사산더러 너를 주인으로 인정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네가 산꼭대기에 오르기 전에 나는 너를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 도우라고 부르자."
오래되고 흐릿한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진남이 말하기 전에 앞에 있던 흰구름이 자금색으로 변하고 홍수로 변해 그의 몸속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