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6화 전부 죽이다
"이 모든 건 저자의 덕분이구나……."
허상생은 진남을 바라봤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진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주경 강자들이 많이 죽었지만 악기와 살기는 여전히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백종생은 이들을 전부 죽이지 않고, 비월여제가 완전히 주재가 되지 않는 한 화가 줄어들지 않을 것 같았다.
허상생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진남이 대단한 전생이 있는 것이 조금도 부럽지 않았다.
진남과 여제의 인연이 부러웠다.
크라아아아-!
몇 개의 엄청난 포효소리가 금구에 울려 퍼졌다.
허상생은 정신을 차렸다.
무상호천령이 흔들고 길이가 몇십만 장 되는 패기가 강한 금색 봉황이 백 마리 날아 나왔다.
그것들은 우렁차게 울고 사방으로 흩어져 위압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지?"
허상생과 주경들은 상고의 수단을 드러내 봉황이 날아간 곳을 바라봤다.
그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제칠금구의 변두리에 방대한 형상들이 서 있었다.
흉수도 있고 해골도 있고 기물도 있었다.
그것들은 괴상하게 생겼지만 기운은 매우 강했다.
가장 중요한 건 두 개의 상고 흉수는 이미 한기가 번쩍거리는 수좌를 제칠금구에 뻗었다.
이들이 뭘 하려는 지 알 수 있었다.
백년지약과 만주지전이 성립된 이래 주재 등급의 신비한 존재들이 이곳에 발을 들인 적 없었다.
이것들은 처음으로 전례를 깨고 무상호천령에 손을 뻗은 것이었다.
신비한 존재들과 멀지 않은 곳에 방원 몇만 리의 천지 세 개가 조용히 찢어졌다.
두 명의 노인과 한 명의 소녀가 걸어 나왔다.
허상생은 눈을 찌푸렸다.
허씨 가문의 소족장이었던 그는 이들을 알았다.
이들은 구천선역에서 오천 년 이상 있었고 지금은 세력의 주재 등급의 거물이 되었다.
"이제 겨우 시작인 것 같구나."
허상생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헛숨을 들이켰다.
"다행히도 선배님들이 백년맹약과 만주지전이 방해를 받는 걸 방지하기 위해 모든 무인들이 주경에 들어온 후 맹세를 하도록 했다. 그중 한 조목이 바로 백년지약과 만주지전이 끝나기 전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허상생은 중얼거렸다.
'영야천존과 신비한 존재들만 아직 구속을 받지 않는다. 잠깐…….'
허상생은 소름이 끼쳤다.
비월여제가 주재가 된 후 제칠금구를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던 그는 더 중요한 문제를 느꼈다.
'만약 영야천존이 오면 어떡하지? 무상호천령 한 개로 막을 수 있을까?'?
백종생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것처럼 공격하는 속도가 빨라지지 않고 오히려 느려졌다.
"진남!"
주경 강자들이 하나씩 죽는 걸 보자 극도지주는 겁에 질려 안색이 창백해지고 눈에 두려움이 드러났다.
그는 괜찮은 척하고 말했다.
"자네가 무상천존의 환생이란 일이 구천선역 전체에 소문났소. 얼마 안 돼 모든 세력과 거물들이 올 것이요. 우리 극생문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소. 자네가 나를 죽인다면 아무런 좋은 점이 없을 거요. 우리 예전의 원한을 생각하지 않는 건 어떻소?"
다른 최고급 거물들도 참지 못하고 한마디씩 했다.
"맞소, 진남 도우, 우리를 한꺼번에 다 죽이면 이번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오!"
"진남 도우, 예전에는 우리가 잘못했소. 지금 공격을 멈추면 자네가 어떤 조건을 걸든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무조건 동의하고 거절하지 않겠소!"
"진남 도우, 나는 도통에서 결정을 내릴 순 없지만 발언권은 있소. 잘 생각해보시오."
그들의 태도는 처음과 크게 차이났다.
그들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들은 무상도통을 대표한다거나, 절대 너와 적이 되지 않겠다거나 너와 연합하겠다는 미련한 말을 하지 않았다.
상검천주는 안색이 창백해졌을 뿐만 아니라 구겨졌다.
그는 후회하고 절망했다.
예전에 그가 했던 행동은 그렇다 쳐도 실질적인 이익을 놓고 말해도 극도지주 등 거물들은 자신들의 세력에 매우 큰 영향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영야선도에서 영향력이 매우 작았다.
멀지 않은 곳의 허공에 있던 암흑절성의 성주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주인님께서 어떻게 하실까?"
그는 백종생더러 이들을 잡아 여러 가지 조건을 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들을 전부 죽이면 상황이 매우 나빠질 것이었다.
묵사는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영야천존은 약속을 지켰소. 무상천존의 말은 얼마나 강하오?"
진남은 전에 모두 죽인다고 했었다.
암흑절성의 성주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하지만 진남은 아직…… 지금은 환생일 뿐……."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묵사가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
"진남은 환생이오, 하지만 백종생은 환생이 아니오. 잊지 마시오. 진남은 나의 주인이시오!"
암흑절성의 성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두 명의 무상천존이 동시에 말하면 어찌 당할 수 있을까?
"멈추시오!"
이때, 진남이 말했다.
묵사, 무천마군 등은 어리둥절했다.
백종생이 머뭇거렸다.
신념이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백종생은 아래를 보며 불경을 덮었다.
"됐다!"
극도지주 등 최고급 주경 강자들은 기뻤다.
큰 걱정을 던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떄 백종생과 그의 분신들이 다시 움직이며 엄청난 속도로 극도지주 등 최고급 주경 강자들에게 오래된 각인을 드러냈다.
퍼퍼퍼펑-!
폭발음이 연거푸 들렸다.
최고급 거물들은 비명을 지르며 멀리 튕겨 나갔다.
각인은 흩어져 수천수만 개의 힘을 이루었다.
마치 구유독사처럼 거물들의 단전, 식해, 영혼에 들어가 모든 힘을 꽉 물었다.
다시 말해 백종생은 한 방에 그들을 전부 가뒀다.
주경 강자도 힘을 쓸 수 없었다.
폐인이나 다름없었다.
"자네…… 이거……."
극도지주는 목소리가 떨렸다.
백종생은 대답하지 않고 눈에 짙은 실망과 유감이 드러났다.
그는 큰 손을 앞으로 뻗었다.
위엄 있는 힘이 그들을 잡고 뒤로 당겨 진남과 멀지 않은 곳으로 데려갔다.
"응?"
극도지주 등 주경 정상들은 당황했다.
무언가 생각하고 두려움이 사라지고 기뻐했다.
진남이 그들의 말에 설복된 것이었다.
아니면 백종생은 그들을 전부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백종생이 그들의 경지 등을 가둔 건 진남이 그들과 담판할 때 그들이 습격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또 그들을 제대로 통제하기 위한 것도 있었다.
기회가 있으면 충분했다.
묵사, 무천마군은 이 광경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황보절의 심복인 그들은 주인님의 환생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걸 보자 기분이 나빴다.
'무상천존의 말이 애들 장난인가? 이들을 살려줘도 큰 영향을 줄 수 없다. 이들 때문에 무상천존의 체면이 구겨진다면……'
그들은 눈을 찌푸렸다.
그때 진남의 팔이 부서지고 고도가 나타났다.
차가운 빛이 상검천주 등 모든 주경 강자들을 겨누었다.
"진남, 자네 지금……."
극도지주 등 최고급 주경 강자들은 소름이 끼치고 목소리가 떨렸다.
"주인님, 저는 주인님을 몇만 년 동안 기다렸습니다. 간만에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것마저 저와 빼앗는 겁니까. 왜 아직도 예전처럼 신하를 배려할 줄 모릅니까?"
백종성은 말했다.
나무라는 것 같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하고 그리움도 있었다.
"미안합니다."
진남은 무뚝뚝하게 말하고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갔다.
비월여제는 또 조금 돌파했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규칙의 바람이 전보다 더 강해졌다.
진남의 청홍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두루마기도 바람에 날려 스르륵 스르륵 소리를 냈다.
"진남 도우, 멈추시오!"
위기의 순간에 노인의 목소리가 허공을 넘어 제칠금구의 상공에 울려 퍼졌다.
극생문의 주재 등급의 거물들이었다.
이들은 시대전장으로 빠르게 날아오면서 수단을 드러내 제칠금구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꿰뚫어 봤다.
"진남 도우,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시오!"
극생문뿐만 아니라 다른 무상도통과 세력의 주재 등급의 강자들의 목소리도 천지에 울려 퍼졌다.
"진남 도우, 극생문은 전에 자네와 오해가 많았소. 자네가 우리 극생문의 사람들을 놓아준다면 한 달 동안 우리 극생문은 절대 자네와 비월을 공격하지 않겠소. 또 사죄도 하겠소!"
극생문의 주재 등급의 거물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극생문은 극도지주 등 주경 거물들을 매우 중시했다.
아니면 이렇게 큰 양보를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진남 도우, 무상천존인 주제의 환생이 주경들과 따질 것 있소? 자네가 이들을 용서해주면 우리 십욕종도 한 달 동안 자네를 공격하지 않고 사죄하겠소. 어떻소?"
"진남 도우……."
다른 세력들도 조건을 걸었다.
그들이 이렇게 하는 건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어쩔 수 없었다.
이 몇 개 큰 세력의 주경 강자들이 가장 많이 참가했다.
만약 전부 죽는다면 손실이 매우 컸다.
또 체면도 구겨질 것이었다.
둘째는 그들은 진남이 일으킨 폭풍이 짧은 시간에는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지금까지 꼬리를 내린 세력이 아직 열 개도 안 되었다.
다른 세력들과 신비한 존재들은 확신할 수 없었다.
제칠금구 변두리에 있던 신비한 존재들은 공격을 멈추고 바라봤다.
이계, 막소리 등 주경 강자들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들도 참가하려는 것 같았다.
"자네는 누구요?"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나는 극생문의 사람이오. 다들 나를 극도지주라고 부르오. 나는……."
극도지주의 마음속에 희망의 불꽃이 타올랐다.
그는 태연한 척 말했다.
그는 말을 채 다하지 못하고 눈을 찌푸렸다.
차가운 도광(刀光)이 그의 목을 벴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잘랐다!
"진남, 자네 감히!"
오래된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분노가 가득했다.
"자네는 누구요?"
진남은 듣지 못한 것처럼 계속 물었다.
주경 강자는 결과를 짐작하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진남은 그가 대답하기 전에 칼을 휘둘렀다.
이렇게 한마디 묻고는 한 명을 죽였다.
"진남!"
분노의 외침이 무상천뇌처럼 천지에 울려 퍼졌다.
주재 강자들은 시대전장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분노는 제칠금구의 하늘에 영향을 주어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어……."
이계, 막소리 등 주경 강자들은 크게 놀랐다.
백종생이 강한 경지를 드러내 경을 읊으며 주재들을 죽일 때 그들은 두려움을 느꼈다.
그의 실력에 놀란 것이었다.
하지만 진남은 전혀 다른 충격을 줬다.
"바람이 일기 시작했소. 이제 계속 죽이겠군!"
묵사와 무천마군은 속이 후련했다.
몇만 년이 지난 후 몰락한 시대에서 무상천존이 처음으로 위엄을 드러낸 것이었다.
잠시 후 시체가 여기저기 널리고 땅은 피로 물들었다.
허상생의 생각대로 진남은 마지막으로 상검천주를 벴다.
그는 마음속 분노가 가라앉았다.
시뻘겋던 눈동자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백 선배님……."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됐습니다, 됐습니다!"
백종생은 씁쓸하게 말했다.
"주인님, 저는 주인님의 환생한 덕을 봐 주인님이 저를 선배라고 부르게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제가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게 할 수 없습니다."
그는 머뭇거리다 말했다.
"가장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진남이 묻기도 전에 그는 전음했다.
"이미 나타났으니 저는 주인님을 도와 위기를 해결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주인님도 공격해야 합니다."
진남은 말했다.
"제가 할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십시오."
백종생은 웃으며 말했다.
"간단합니다. 여기서 백 개 셀 동안 조용히 있으면 알게 될 겁니다.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호천령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말을 마치자 그는 진남에게 인사를 하고 빛으로 변해 무상호천령 안으로 들어갔다.
진남은 부드럽고 아쉬운 눈빛으로 비월여제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