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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174화 (1,174/1,498)

1174화 진정한 마두

"소신, 명을 받들겠습니다."

백종생은 반문 한번 하지 않고 눈썹 한번 찡그리지 않았다.

그는 소리 높이 대답하고 인사를 한 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비월여제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유리천하보다 몇 배 더 강한 오래되고 순수한 선의가 끊임없이 비월여제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선력은 치료를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비월여제의 상처는 깨끗이 낫고 창백했던 얼굴에도 혈기가 돌았다.

쇠약해졌던 그녀의 기운도 회복이 되어 처음처럼 강해졌다.

"호천, 내 주인님이 여기 계시오. 규칙을 깨뜨리시오."

백종생은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쿵-!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태고거룡 같은 금빛이 끝없는 전의를 뚫고 비월여제에게 날아들었다.

비월여제의 사방에 방대한 규칙의 파동이 일어났다.

비월여제에게 힘을 줄 때와는 전혀 달랐다.

호천령은 대전이 끝난 후 강자들에 의해 규칙이 바뀌었다.

그는 규칙을 깨뜨릴 때마다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주인님이 나타났는데 어찌 돕지 않는다는 말인가?

예전보다 많이 약해져서 주인님과 함께 싸우지 못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비월,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여기까지요. 주재로 진급하려면 자네에게 달렸소."

백종생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고맙소."

비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진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진남이 갑자기 나타나 비장의 수를 쓰고 신분을 폭로한 것에 대해 그녀는 화를 내는 게 맞았다.

그러나 그녀는 화가 나기는커녕 마음이 따뜻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규칙의 신비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진남과 섭황천주 그리고 그녀를 도와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주재로 진급하려고 다짐했다.

백종생은 상검천주, 극도지주 등 주재 강자들을 보며 봄바람처럼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광안위외(光?魏巍), 위신무극(威神無極). 여시염명(如是炎明), 무여등자(無與等者). 일월마니(日月摩尼), 주광염요(珠光焰耀). 개실은폐(皆悉隱蔽), 유여취묵(猶如聚墨). 여래언안(如來?容), 초세무륜(超世無倫)."

백종생은 공격하지 않고 시선을 돌려 경서를 읊었다.

그의 몸에서 불광이 반짝거려 마치 겸허한 불교의 제자가 불법을 수련하는 것 같았다.

"저 녀석이 경을 읊기 시작했소!"

먼 곳에서 주선제칠인 무천마군은 눈을 찌푸렸다.

신경이 곤두서고 설레던 마음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차갑게 식었다.

"주선제일인이 불가의 사람이요?"

암흑절성 성주는 질문했다.

어떤 일들을 그는 잘 몰랐다.

"불가의 사람? 허허, 지켜보시오. 진짜 마두가 어떤 자인지 알게 될 거요."

묵사는 입꼬리를 올리고 냉소를 지었다.

백종생은 말하는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늦지도 않고 목소리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선명하게 들렸다.

신통한 도술을 드러내 이곳을 주시하던 주재 등급의 강자들이나 신비한 존재들도 제대로 들었다.

그들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진남이 무상천존 주제의 환생이라니!"

"그럼 그렇지. 영생불멸성구가 완전히 파괴될 리 없지!"

"무상천존의 형상이 드디어 대상계에 나타났구나!"

놀라움이 가득한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그들은 마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얼마 안 돼 대상계 전체가 놀라겠군. 깊은 잠을 자고 있는 주재 등급의 거물과 영야천존도 깨어나겠다! 오늘 일은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것 같다!"

허령천계의 주재 등급의 거물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상검천주는 넋을 잃었다.

방금 그가 한 말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내가 방금 무상천존 주제의 환생더러 나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했단 말인가?'

허공 속의 무천마군은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무시하듯 말했다.

"큰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저들이 이제야 정신을 차리다니."

묵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기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들은 염불을 외우고 있는 백종생을 완전히 무시했소."

암흑절성의 성주는 아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묵사의 말에 그는 호기심이 들었다.

기질이 부드럽고 온화하고 염불을 읊고 있는 백종생이 어떤 마두인지 보고 싶었다.

백종생이 움직였다.

그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백종생은 기세를 드러내지 않고 속도도 높이지 않았다.

염불을 외우면서 느긋하게 허공으로 걸어갔다.

백종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주경 강자는 소름이 끼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수많은 싸움을 겪은 경험으로 그는 정신을 차리고 문도법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그의 눈에 두려움이 드러났다.

그는 움직일 수 없고 신념도 드러낼 수 없고 영혼지력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문도법을 움직일 수 있었지만 법술은 드러낼 수 없었다.

"계문정진(戒聞精進), 삼미지혜(三昧智慧)."

백종생은 미소를 짓고 염불을 읊으며 검을 들어 천천히 주경 강자의 단전을 찔렀다.

엄청난 고통이 홍수처럼 주경 강자의 머릿속에 전해졌다.

그는 안색이 창백해져 비명을 지르려 했다.

하지만 소리를 내지 못했다.

"위덕무려(威德無侶), 수승희유(殊勝稀有)."

백종생은 칼을 뽑아 주경 강자의 왼손을 자르고 오른팔도 잘랐다.

"심제선념(深諦善念), 제불법해(諸佛法海)."

백종생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불광은 더 눈부셨다.

그는 편안하고 조용하게 검으로 주경 강자의 심장을 찔렀다.

엄청난 고통이 몰려와 주경 강자는 표정이 구겨졌다.

그는 바로 죽지 않았다.

생명지력이 매우 느리게 사라졌다.

생명지력이 사라질 때마다 고통이 퍼졌다.

마치 암암리에 커다란 손이 그를 꽉 잡고 조금씩 주물러 죽이려는 것 같았다.

"백종생이 공격했소!"

주경 강자들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안색이 크게 변했다.

"여러분, 놀라고 당황하면 안 되오. 진남은 무상천존 주제의 환생이 맞소. 하지만 그자는 아직은 정상지존일 뿐이오. 또 그들 일행에는 아직 백종생 한 명뿐이오! 백종생은 경지가 반보주재요. 우리가 연합하면 저자를 죽일 수 있소!"

극도지주가 크게 소리쳤다.

"맞소. 백종생을 죽이면 우리는 진남과 비월여제를 누르고 무상천존의 비밀과 십생십세공을 얻을 수 있소!"

상검천주는 정신을 차렸다.

눈에 흥분과 탐욕이 드러났다.

이 두 가지를 얻는다면 그는 몇만 년 동안의 대치 상태를 깨고 후시대의 첫 번째 천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상천존의 비밀!"

일곱 글자는 엄청난 힘을 가진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의 불꽃을 지폈다.

사람들은 상검천주와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마 구천선역에서 가장 대단한 기연일 것이었다!

"갑시다. 시대전장으로 갑시다!"

아주 먼 곳에 있던 주재 등급의 강자들은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해 천지를 흔드는 기세를 폭발해 허공으로 들어갔다.

크라아아아-!

시대전장에 천지를 흔드는 포효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비한 존재들은 커다란 몸을 움직여 빠르게 제칠금구로 날아갔다.

모든 걸 느낀 암흑절성의 성주는 안색이 어두워져 말했다.

"묵사, 진남이 주제의 환생이란 것이 드러났소. 거물들이 모두 움직이기 시작했소. 빨리 손을 써 진남을 데려가지 않으면 결과가……"

경지가 대단한 그도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묵사는 경멸하듯 말했다.

"쓸데없는 생각이요. 우리가 걱정할 필요 없소. 백종생의 지혜로 진남의 신분이 탄로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것 같소? 백종생이 혼자 온 것 같소?"

암흑절성의 성주는 어리둥절했다.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항혼은 이미 배신했잖소? 그때 그 싸움에서 몇 명의 주선외에 주제의 부하들은 전부 죽었잖소? 설마……"

묵사는 손을 젓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것들과 상관없소. 이번에는 영야천존의 본체가 온다 해도 소용없소. 그저 마두가 어떻게 죽이는지 보시오."

* * *

그 시각, 제칠금구의 가운데도 고요가 깨지고 커다란 살역으로 변했다.

오래된 대진들이 하늘에 빛을 반짝거리며 엄청난 힘을 드러냈다.

이십여 개 세력의 주경 강자들이 사방에서 대단한 기세를 일으켰다.

이런 광경에 백종생은 작아 보였다.

마치 커다란 폭풍 속의 쪽배처럼 언제든 뒤집히고 잠길 것 같았다.

"맹세하오. 반드시 부처가 되어 모든 두려움을 평안으로 만들 것이오."

백종생은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서 끼익 끼익 끼익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만 겹 되는 봉인이 한 겹씩 풀리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의 몸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두루마기를 포함해 그의 몸은 전부 옅은 파란색의 수정으로 변했다.

마치 오래된 선옥 같았다.

마치 대승보살(大乘菩薩)처럼 옅은 불광이 뿜어져 나왔다.

주경 강자들은 조금의 변화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먼 허공에 있던 암흑절성의 성주는 깜짝 놀라 눈을 찌푸렸다.

"어떻게 된 거지? 저자가 어떻게 규칙지력으로 변했지? 생명지력과 주력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마치 대상계에 새로운 규칙이 변한 것 같다!"

그는 경지가 주재 정상이고 규칙지력의 오묘함을 깊이 느꼈다.

그는 규칙지력을 의지에 융합할 수 있지만, 몸이 규칙으로 변할 수 없었다.

'백종생은 고작 반보주재인데 어떻게 이 정도에 도달할 수 있지?'

"부처가 백만, 천만, 억만 개 되고 대성은 너무 많아 모래알과 같다."

백종생은 몸을 날렸다.

하늘 가득한 살술을 피하고 동시에 검으로 허공을 내리쳤다.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쿠쿠쿠쿵-!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극생주천대진, 십욕성선화마진 등 대진들이 대도의 판결을 받은 것처럼 산산조각 났다.

진법을 움직이던 주경 강자들은 큰 충격을 받고 신음을 흘렸다.

주경 강자들은 몸이 굳었다.

'한 방에 모든 대진을 부쉈다고?'

"당황할 것 없소. 저자는 상고제일주선이오. 진법을 상대하는 수단이 있는 건 정상이오! 이제 진법을 드러낼 필요 없소. 우리는 머릿수가 많으니 저자가 감당할 수 없을 거요."

상검천주는 소리쳤다.

"많은 성불을 공양할 것이다."

백종생은 웃으며 고개를 젓고 매우 빠른 속도로 수천수만 개의 검화를 일으켰다.

검화를 검 끝에 모아 말로 할 수 없는 검광으로 변화시켜 앞을 찔렀다.

아흔아홉 개의 빛무리가 튕겨 나와 사방에 흩어졌다.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빛무리는 떨어진 후 형상으로 변했다.

형상들은 생김새나 기운 등이 백종생과 똑같았다.

"분신을 가득 만들면 뭐 해? 주신제일인도 그저 그렇구나."

상검천주는 멸시하듯 말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표정이 굳었다.

"광안위위, 위신무극."

"여래안영, 초세무륜."

"심제선념, 주불법해."

백종생의 분신마다 읊는 경문이 다르고 행동도 달랐다.

그들은 몸을 움직여 여러 개의 방향으로 술법이나 초술을 피하고 검으로 주경 강자들을 베었다.

"움…… 움직일 수 없다……."

이십 명의 주경 강자들은 도망가지 못했다.

공포에 질려 차가운 검이 단전을 찌르는 걸 보고만 있었다.

그들은 백종생이 첫 번째로 죽인 주경 강자와 상황이 똑같았다.

죽이는 순서마저 변하지 않았다.

먼저 단전을 찌르고 다음 두 손을 베고 마지막에 심장을 찔렀다.

두려움 속에서 천천히 죽었다.

상검천주는 안색이 시커메졌다.

백종생의 행동은 그의 뺨을 때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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