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2화 눈물겨운 의리구나
"대멸지권(大滅之拳)!"
천지가 흔들리고 대도가 포효했다.
그의 주먹은 마치 제칠금구의 유일한 규칙 같았다.
영야천존의 명령에 따라 없애고 싶은 사람을 없애려는 것 같았다.
주변의 주경 강자들은 솜털이 곤두서고 영혼이 두려움에 떨었다.
비월여제는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그녀의 옷자락이 휘날렸지만, 표정은 평온했다.
그녀는 손목을 뒤집어 삼척 청봉을 앞에 세웠다.
그리고 왼손 세 손가락으로 누르고 남은 두 손가락을 한데 붙였다.
기이한 파동이 청봉 손잡이에 모여 아래로 흘러내렸다.
모든 과정이 천천히 또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영야천존의 검이 떨어지는 순간 합친 두 손가락에서 청봉 끝까지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청봉 끝의 빛이 눈부신 보라색으로 변했다.
"응? 규칙지력?"
영야천존은 깜짝 놀랐다.
그는 비월여제가 주재의 비밀을 알고 규칙지력을 불러올 줄은 몰랐다.
그녀의 규칙지력은 영야천존의 규칙지력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가 났지만 같은 힘이었다.
둘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슉-!
위기의 순간에 비월여제는 물러서지 않고 공격을 했다.
그녀는 눈부신 금색 빛이 되어 날아갔다.
쿵-!
대도가 부서지고 혼돈이 밀려왔다.
비월여제는 혼돈에서도 기세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영야천존을 공격했다.
"비월여제가 상황을 역전했어?"
"그녀가 든 검을 봐봐. 규칙지력의 파동이 느껴지지?"
주재 강자들은 다시 한번 비월의 엄청난 실력에 놀랐다.
"아직 기회가 있소. 우리도 버팁시다!"
섭황천주가 고함을 질렀다.
그는 온몸이 피에 흠뻑 젖었는데도 계속 싸웠다.
'제길!'
상검천주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오십을 세는 시간은 평범한 무인들에게 차나 마시고 술이나 마시면 후딱 지나가는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엄청 느리게 흘러갔다.
영야천존의 의지와 비월여제가 순간순간에도 수천 번의 접전을 벌였다.
또한, 상검천주 등 주경들은 비월여제 검 끝의 파동이 점점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장악한 규칙의 힘이 점점 더 많아졌다.
"도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상검천주는 저도 몰래 외쳤다.
"네가 알려주지 않아도 안다."
영야천존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동시에 그는 기이한 파동을 뿜었다.
제칠금구의 전체 하늘이 어두워졌다.
무상호천령이 뿜어내던 금빛도 반은 가려졌다.
"이게……."
엄청난 것들과 주재들은 심장이 쫄깃했다.
소문에 의하면 주재에서 천존으로 진급하면 온전한 규칙지력을 장악할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규칙지력도 장악할 수 있다고 했다.
자신만의 규칙지력은 천지에 존재하는 법칙, 운명, 윤회, 인과, 오행 등과 비슷했다.
웅-!
침묵하던 무상호천령이 위압을 뿜었다.
기영인 호천은 마음이 아픈지 금빛을 내려 비월여제에게 힘을 더했다.
"호천, 의미 없소. 자네가 준 힘은 얼마 되지 않소. 결과가 달라지지 않소!"
영야천존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의 목소리는 어찌나 우렁찬지 구천십지에 울려 퍼졌다.
"능도지상(?道之上), 영추암야(永墜暗夜)!"
영야지존은 마지막 초식을 날렸다.
제칠금구가 암흑으로 변했다.
모든 주경의 빛들이 사라졌다.
그들은 서로를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었다.
대상계에서 고립되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엄청난 것들과 주재 등급의 강자라고 해도 이제 제칠금구를 살필 수 없게 되었다.
비월여제는 허공에 떠서 강한 맹수처럼 그녀를 삼키는 어둠을 느꼈다.
그녀는 한 손으로 법인을 만들고 다른 손을 청봉에 올렸다.
청봉에 빛이 하나 더 늘어서 아홉 개의 빛으로 빛났다.
십세윤회 중 누구나 시작은 첫 번째 생이었다.
그녀의 시작은 창람 청령촌(靑靈村)이었다.
"이 검의 이름은……. 청령(靑靈)이라고 하자!"
폭발음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의지들의 용솟음쳤다.
더 이상 빛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끝없는 어둠 속에 적막과 신비함 그리고 두려움만 남았다.
엄청난 것들과 주경 강자들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수단을 사용하여 어둠을 살피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헛숨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영야천존의 의지만으로 만들어진 암야규칙을 그들은 전혀 들여다볼 수 없었다.
이런 상태로 한참이 지속되었다.
묵직한 종소리가 제칠금구에 울려 퍼졌다.
이어, 수많은 금빛이 긍고의 선검처럼 어둠을 환하게 비추었다.
또 한참이 지나서 천지는 밝아졌다.
무상호천령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위엄이 가득했다.
"어떻게 되었지?"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가운데로 모였다.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비월여제가 허공에 떠 있었는데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흰 치마가 바람에 흔들렸다.
"이럴 수가! 그녀가 막았어?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상검천주는 경악했다.
익숙한 느낌이 그의 마음속에 스멀스멀 번졌다.
그는 매번 비월여제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기연이나 전승을 얻고 비월여제는 틀림없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매번 그의 패배였다.
'이번에도 결과가 똑같은 거야?'
그가 놀라고 두려움에 떨 때 비월여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뿜어내던 강한 기세도 쭉쭉 떨어졌다.
얼마 되지 않아 그녀가 십세지체를 사용하기 전보다 기운이 더 약해졌다.
십세지체가 한참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방금 초식을 막는 바람에 십생십세지력이 전부 사라졌다.
그녀의 힘이 떨어지는 것은 이제 시작이었다.
뒤로 갈수록 더 떨어질 게 뻔했다.
"하하하, 그럼 그렇지. 어떻게 아무 일도 없을 수가 있느냐!"
상검천주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제야 그는 생기를 띠었다.
"비월, 내가 놀란 건 사실이다. 도주의 암야규칙도 부술 수 있다니 대단하다. 그러나 그것도 여기까지다. 도우들, 비월여제는 이제 기진맥진해졌다. 이 기회에 그녀를 제압하고 공법을 앗아가자!"
상검천주는 전의가 가득해서 외쳤다.
"비월을 제압하자!"
극도지주, 화심천주 등 거물들은 동시에 외쳤다.
그들은 비월여제를 향해 살초들을 날렸다.
성대한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비월여제가 이번에는 실패할 게 분명하다."
"휴, 이번에 영야천존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기회가 있었을 텐데."
주재 강자들은 탄식했다.
비월여제와 원한이 없는 자들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영야천존의 말이 맞았다.
모난 돌이 정 맞는 법이었다.
비월여제가 지금까지 너무 우수해서 수많은 적을 만든 것이 화근이었다.
제칠금구에 전화가 다시 일었다.
비월여제는 수많은 주경들 사이에서 빛이 났다.
그녀의 무적의 기세는 여전했다.
그녀는 순식간에 두 개의 천존지기 조각을 없애고 세 명의 주경정상을 죽였다.
새하얗던 그녀의 치마에도 피가 묻었다.
피는 점점 많아졌다.
그녀는 이마 한번 찌푸리지 않았고 표정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치마를 적신 피는 유난히 눈에 띄었다.
상천검주와 극도지주 등은 더욱 흥분했다.
그들은 오천 년 전부터 대상계에 기적들을 만들어내고 천재와 거물들의 악몽이 된 그녀를 오늘 이겨야만 했다.
"섭황천주, 허상생, 결과는 불 보듯 뻔하오. 고집을 부리지 마시오. 지금이라도 물러선다면 책임을 묻지 않겠소."
상검천주가 큰 소리로 말했다.
비월여제를 고립시켜야겠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여제, 약속을 지켰으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끝났습니다."
주경정상 경지의 흉수가 입을 열었다.
그는 묵직하게 포효하더니 여러 신비한 존재들과 함께 싸움에 참여하지 않고 전장을 떠났다.
그들이 배신을 한 것이 아니었다.
여제와 그들의 약속대로 여기까지 도와준 것이었다.
"잘됐다!"
상검천주는 흥분했다.
"죽여라!"
혈인이 된 섭황천주와 허상생 등 강자들은 상황을 신경 쓰지 않았고 적이 얼마인지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은 고함을 지르며 계속 공격을 했다.
그들은 이번 싸움에 참가할 때 이미 목숨을 걸었다.
"짐승들보다 주제 파악을 못하는구나. 저들을 죽여라!"
상검천주는 콧방귀를 뀌었다.
이때, 비월여제가 한 손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그녀는 옛 선술을 사용하여 팔층 탑을 만들었다.
가슴 떨리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천존지기 조각?"
그녀 앞에 들이닥친 주경정상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월여제는 탑에 주력을 주입했다.
섭황천주와 허상생 등 강자들의 머리 위쪽에 도문이 나타나더니 문이 나타나 그들을 강제로 데려갔다.
"고마웠다. 이제부터는 나 혼자 할 일이다."
비월여제는 신념을 전했다.
그녀의 탑은 힘을 너무 많이 소모한 탓에 흐릿하게 사라졌다.
"응? 저건……."
자리에 있던 주경 강자들은 안색이 변했다.
비월여제가 섭황천주들을 위한 길을 마련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비월, 언제 이리 사악해졌어. 내가 힘이 빠졌다고 쫓아낸 거야?"
섭황천주는 웃으며 욕을 하더니 강한 힘으로 문을 부쉈다.
"비월, 내세에는 꼭 오라버니라고 불러줘야 돼!"
섭황천주는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날아갔다.
그가 문도법을 사용하자 기세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오천 년 전에 우연히 만난 이후로 그는 그녀를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삼천 년 전에 잘못된 선택을 한 뒤로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비월여제를 보호할 거라고 몰래 맹세했다.
다만, 비월여제가 너무 강해서 그에게 보호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오늘 드디어 그 기회가 왔다.
"아차!"
주경 강자들은 이상함을 발견하고 안색이 확 변했다.
"궁우대붕술(穹宇大崩術)!"
쿵-!
방대한 힘이 화난 천하처럼 쏟아지더니 방원 만 리의 주경 강자들을 전부 감쌌다.
폭발음이 연거푸 들리고 궁우의지, 태황의지 등이 터졌다.
주경 강자들은 허둥지둥 손으로 막았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경지가 낮은 강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라졌다.
주경정상들도 중상을 입었다.
궁우대붕술은 궁우태황종의 양대 금술 중 하나였다.
영혼과 육신을 대가로 사용하는 것이라 엄청난 힘을 폭발할 수 있었다.
천존의 의지와 싸우면서도 꿈쩍하지 않던 비월여제가 몸이 굳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많은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비월, 나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리 가면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비월, 너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지만 나는 오늘 죽건 살건 네 옆에 있어야겠다!"
다른 주경 거물들과 허상생 등도 엄청난 기세로 문을 부수고 비월여제에게 날아왔다.
"하하하, 아주 눈물겨운 의리구나."
상검천주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계획을 바꾸었다.
섭황천주가 자폭을 했을 때 긍고의 얼음장 같던 비월여제가 흔들리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무정한 여인이 아니었구만! 그렇다면 저자들을 전부 죽여야겠다!'
"죽어라!"
중앙은 살역으로 변했다.
극도지주, 화심천주 등과 다른 주경 강자들도 모여들어 전장을 작게 만들었다.
그들은 비월여제 등을 방원 오만 리 안에 가두었다.
"극생탐천검결(極生探天劍訣)!"
"화역주심법(化域誅心法)!"
"경옥도결(瓊玉刀訣)!"
수많은 도술과 주술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비월여제 등은 최강의 전력으로 하나씩 부쉈다.
그러나 주경 강자들이 너무 많아서 그들은 다 상대할 수 없었다.
잠시 후, 그녀의 흰 치마는 시뻘겋게 물들었다.
그녀 옆에 있던 주경 강자들도 생기를 잃고 쓰러졌다.
다른 주경 강자들도 중상을 입고 주력이 거의 다 빠져나가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허상생은 왼팔이 잘려 나가고 상처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