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1화 영야천존
"비월, 너는 대상계에서 최고의 재능을 가진 자이다! 무상천존 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너는 천존이 될 수 있었을 거다. 아마 다섯 번째 무상천존이 되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네가 길을 잘못 선택했기에 오늘에는 강할지 몰라도 반드시 실패할 거다!"
극도지주는 피를 토하며 고함을 질렀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공격하겠소!"
그의 말에 섭황천주와 허상생 등은 표정이 확 바뀌었다.
'다른 세력들도 엮인 거야?'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열일곱 개 세력의 주경 강자들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비월여제만이 아무렇지 않은 듯 날아올라 청봉을 다시 휘둘렀다.
검기가 세상을 멸망시킬 듯한 기세로 날아갔다.
펑-!
극도지주의 위쪽에 금빛 무늬들이 번지며 신비한 대진을 이루었다.
대진은 비월여제의 공격을 막고 금이 갔지만 부서지지 않았다.
"소삼십삼천진(小三十三天陣)?"
주재 강자들은 표정이 흔들렸다.
이 진법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 선배뿐이었다.
'설마 그 선배님도 비월여제를 노리는 건가?'
그들의 의혹을 해결하기라도 하듯 비월여제 등 강자들의 위쪽에 열 개의 대진이 생기더니 열 개의 형상이 나타났다.
사내와 여인, 노인과 젊은이가 있었다.
그들은 주경정상 셋, 주경대성 다섯이었다.
이런 대오는 사실 이번 싸움에서 평범한 세력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고 가슴에 힘있게 쓰인 흰색 글자가 있었다.
'영(永)'
"영, 영야선도(永夜仙島)의 사람들이냐?"
섭황천주는 깜짝 놀랐다.
"뭐? 영야선도의 사람들도 엮인 거야?"
주경 강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상계에는 이제 천존이 한 명밖에 없었다.
그 천존이 바로 영야천존(永夜天尊)이었다.
영야선도는 영야천존이 만든 것인데 그가 도주였다.
부도주가 몇 명 있는데 모두 주재 경지의 강자였다.
오랜 시간 동안 갈고닦은 실력이 강해서 다른 일곱 천존가문들보다 약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들은 구천선역의 크고 작은 일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영야천존은 이천 년 동안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어서 혼자 살아가는 느낌을 주었다.
"하하하, 비월 오랜만이다!"
우레 같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가슴에 '영'자를 새긴 중년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외모가 늠름하고 분위기가 남달랐다.
"상검천주(上劍天主)?"
많은 사람들이 사내를 알아보았다.
그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자였는데 허상생보다 더 강했다.
그는 영야천존이 가장 아끼는 작은 딸과 결혼하면서 신분과 지위가 대상계의 상위 계급으로 올라섰다.
"비월, 예전에 나를 모욕했던 일을 기억하느냐?"
상검천주는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가 구천지존 초급일 때 비월여제는 패자 정상이었다.
그들은 동시에 상고금기에 간 적이 있었다.
상고금기에 엄청난 전승을 상검천주는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였었다.
그런데 비월여제 때문에 그의 계획이 틀어졌다.
비월여제는 전승을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그를 사정없이 짓뭉갰다.
그는 구천지존이 패자 정상에게 처참하게 패배하고 부랴부랴 도망을 치던 그 장면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나중에 지존대성이 된 그는 다시 한번 엄청난 전승을 얻으러 갔다.
그것도 결국 비월여제에게 빼앗겼다.
그가 지존정상이 되어서 기연을 얻으러 갔더니 비월여제가 먼저 가져갔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민 그는 여러 지존들이 비월여제를 공격할 때 복수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비월여제가 처음 휘두른 검에 육신을 베이고 두 번째 휘두른 검에 지존지력을 베었으며 세 번째 휘두른 검에 영혼까지 베었다.
수많은 대가를 치르고 이제서야 겨우 회복을 한 것이었다.
때문에, 그는 비월여제를 증오했다.
하지만 혼자서는 평생 비월에게 복수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하늘이 그를 가엽게 여겼는지 우연한 기회에 천존의 작은딸을 만났다.
수많은 고비를 겪고 둘은 도려가 되었고 그도 영야선도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는 영야선도의 힘을 빌려 비월에게 천천히 복수하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 밖에도 비월이 만주지전을 앞당겨 발동할 줄이야!
그는 도려를 시켜 영야천존을 설득했다.
비월여제가 만든 십생십세공이 얼마나 강하고 그녀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이며 죽이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등으로 천존을 설득했다.
그리고 영야천존이 설득당했다.
그는 복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엄청 기뻤다.
"너는 누구냐?"
비월여제는 그를 쳐다보며 무뚝뚝하게 물었다.
상천검주는 표정이 굳었다.
'여러 차례 모욕을 안겨주고 전승을 빼앗아간 여인이 나를 못 알아봐? 내가 그녀의 눈에는 기억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하찮은 존재인가?'
"허허, 기억 못 하면 어쩔 수 없다. 오늘이 지나면 너는 구천선역에서 사라지고 무덤을 만들……."
상천검주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월여제가 어느새 그의 앞으로 날아와 청봉을 휘둘렀다.
청봉은 눈부신 빛을 변해 엄청난 힘을 싣고 그의 가슴으로 날아왔다.
너무 빨리 벌어진 일이라 상천검주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쿵-!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강기가 사방으로 번졌다.
그러나, 상검천주는 머리카락 하나 다치지 않았다.
그의 주변으로 엄청난 진문이 나타나서 보호했기 때문이었다.
소삼십삼천진이었다.
"비월, 나를 죽이려고? 우리 장인어른이 허락하는지 먼저 물어보거라!"
상천검주는 음산하게 웃었다.
그는 검은색 부적을 꺼내 힘을 주입했다.
부적이 천천히 타오르더니 엄청난 위압감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방원 몇백만 리의 주경 장자들은 압력을 느끼고 답답했다.
"설마……."
사람들은 표정이 굳었다.
검은색 부적도 다 탔다.
하늘의 깊은 곳에 있던 무상호천령이 크게 흔들렸다.
그 위의 그림들도 번쩍거리며 방대한 기운이 용솟음쳤다.
방원 몇백만 리의 먹구름이 타격을 입은 것처럼 흩어졌다.
흩날리던 눈꽃도 사라졌다.
시커멓고 흐릿하며 높이가 몇만 장이 되는 웅장한 형상이 나타났다.
제칠금구의 삼분의 일이 되는 천지가 세차게 떨렸다.
주경 강자들의 영혼도 떨렸다.
"진, 진짜 나타났어!"
이곳을 지켜보던 주재 거물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이 세상의 유일한 천존이 직접 나타났다.
"영야, 규칙을 어겼소. 백년지약과 만주지전을 할 때는 주경 이상의 강자나 기이한 것들은 나타나면 안 되오! 물러가지 않으면 자네와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소!"
나이 들고 쉰 목소리가 무상호천령에서 울려 퍼졌다.
목소리는 시대전장에 울려 퍼지고 주경 강자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호천령, 자네가 이 여인에게 힘을 더 실어준 것도 규칙을 어긴 게 아니오? 그리고 나는 도의만 보냈지 본체가 직접 오지 않았소. 걱정하지 마시오. 얼마 있지 않을 거요.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떠나겠네. 내가 부탁하는 거라고 생각해도 좋소."
영야천존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무상호천령에서 빛이 번졌다.
빛이 살짝 떨리더니 나이 들고 쉰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오십을 셀 동안만 머무르시오."
빛이 어두워졌다.
"좋소!"
영야천존은 살짝 웃었다.
그는 방대한 몸을 움직이더니 비월여제에게 주먹을 날렸다.
도의이긴 하지만 주먹 끝에 기이한 파동이 생겼다.
대상계에서 주재 경지가 되어야만 알 수 있는 힘이었다.
이것은 규칙지력이었다.
그것도 온전한 규칙지력이었다.
그의 주먹은 하늘이 화가 나서 벌을 내리는 것처럼 모든 것을 없앨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비월여제는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주먹이 떨어지는 순간, 그녀는 몇십만 리 밖으로 날아갔다.
이어 강한 대세가 삼척 청봉에 모였다.
이 세상의 유일한 빛이 되어 영야천존에게 날아갔다.
많은 사람들은 천존 이라는 이름만 듣고도 겁을 먹고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주재든 천존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 싸움에 그녀는 모든 것을 걸었다.
그녀의 육신을 부수고 주력을 사라지게 하며 영혼을 무너지게 하는 살국이 나타나도 그녀는 마지막 의지까지 다 해 싸울 것이었다.
"도우들, 왜 멀리서 구경만 하느냐? 영야천존 도주께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다. 도주가 비월여제는 주재경지를 돌파하지 못하고 주경정상일 뿐이라고 하는구나.
그녀의 힘은 어떤 금술을 사용한 것이다. 금술을 펼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고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도우들도 잘 알 거다. 도주는 그녀가 오십을 셀 시간을 버티지 못할 거라고 단언하셨다.
그녀의 전력은 떨어질 거다! 십생십세공을 얻고 싶다면 지금 공격하는 게 좋을 거다. 모든 것이 끝나면 참여하지 않은 자의 몫은 없다."
상검천주는 준비하고 있던 문도지기를 사용했다.
그의 목소리는 제칠금구 전체에 울려 퍼졌다.
또한, 그는 영패를 통해서도 신념을 전했다.
비월여제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그녀가 만든 기적이 하도 많아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이런 발언을 한 것이었다.
"너희들은 나를 따라 싸움에 참여하자."
"비월여제는 우리 종족의 사람들을 많이 죽였다. 반드시 복수해야 한다."
이미 기회를 엿보던 세력들은 우세한 상황에 선뜻 참여했다.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연거푸 울려 퍼졌다.
이름이 있는 주경 강자들과 세력들이 전장에 들어섰다.
비월여제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무인들도 끼어들었다.
이계와 막소리는 온몸이 차갑게 식었다.
지금의 기분을 표현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변화가 너무 빨랐다.
비월여제가 한 번 또 한 번의 기적을 창조하여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는 바람에 사오할의 성공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예 희망이 없었다.
지금의 상황은 구천선역 전체가 비월여제를 공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비월, 미안하오. 우리도 돕고 싶지만 힘이 너무 부족하오."
이계와 막소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순식간에 무척이나 늙은 것 같았다.
쿵, 쿵, 쿵-!
폭발음이 제칠금구에 연거푸 울려 퍼졌다.
섭황천주, 허상생 등 주경 거물들과 신비한 존재들은 강한 제압을 받고 연신 뒷걸음질 쳤다.
그들은 몸에 상처가 늘어났다.
또, 열일곱 개의 주경세력들이 다시 진을 치고 살국을 만들려고 했다.
섭황천주, 허상생 등은 그들의 의도를 눈치챘지만 막을 힘이 없었다.
어느새, 싸움은 전보다 배로 커졌다.
비월여제와 영야천존의 의지는 제칠금구 전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싸움이었다.
주먹과 검이 오가는 방원 몇십만 리에 주경 강자들이 감히 진입하지 못했다.
상천검주가 거물들을 데리고 습격을 하러 가려고 해도 힘이 부족했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비월여제가 완전히 제압 당했어!"
"천존은 역시 대단해! 의지일 뿐이라도 주먹마다 온전한 규칙지력을 가지고 있으니 웬만한 주경이 당할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지켜보던 주재 강자들은 감탄했다.
그들의 눈에 놀라움과 갈망이 드러났다.
"고작 주경이 이 정도까지 하다니 재능은 나보다 못지않구나."
영야천존은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
모든 것을 무시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겸허하고 우아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대상계의 일인자가 된 지 오래되니 이 세상을 바라보고 창생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다.
"아쉽다. 시대를 잘못 만나서 빛을 너무 빨리 드러냈구나. 모난 돌이 정 맞는 법이다."
말을 마치자 영야천존의 팔에 금빛 무늬들이 나타났다.
이상한 파동이 몇 배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