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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169화 (1,169/1,498)

1169화 명도천종(冥道天鐘)

제칠금구 중앙.

"비월, 몇 개월 동안 준비를 많이 했겠지? 이제 숨기지 말고 네 실력을 전부 사용하거라!"

극도지주는 고탑을 사용하면서 우레 같은 호통을 쳤다.

"원한다면 그리해주겠다!"

비월여제는 무표정하게 한 손으로 법인을 만들어 허공에 눌렀다.

크라아아-!

엄청난 포효가 먼 곳에서 울려 퍼졌다.

"응?"

극도지주, 화심천주 등은 놀라서 안색이 확 바뀌었다.

높이가 만장 되고 온 모에 비늘이 가득하며 두 눈이 핏빛 소용돌이 모양을 한 기이한 흉수가 먼 곳에서 달려왔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허공이 부서졌다.

그의 등 뒤에는 선석으로 만들어진 거물 한 명, 검은색 구유지수로 만들어진 흉수 한 마리, 몇십 개의 기이한 존재들이 강한 기운을 뿜으며 먼 곳에서 달려왔다.

모두 주경정상이었다.

또, 기이한 존재들 뒤로 크고 작은 형태의 흉수들과 기이한 것들이 가득했는데 엄청난 파도를 이루었다.

그들 중 일부만 주경 경지이고 대부분은 지존정상의 기운을 뿜었다.

그러나 모여있으니 그것도 대단한 대오를 이루었다.

"비월, 너를 도우러 왔다!"

무게가 있고 소슬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목구비가 날카롭고 잘생겼으며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고 암홍색에 수많은 흔적이 있는 옷을 입을 청년이 나타났다.

청년은 태고선검을 들고 세 개의 형상과 함께 허공에 나타났다.

"허상생(許相生)도 온 거야?"

무인들은 경악했다.

허상생은 주경 정상인 거물이자 구천선역의 전설이었다.

그는 엄청난 실력으로 거침없이 문도성주가 되었으며 허씨 가문의 소족장이 되었다.

그러나 하필 힘, 재능, 배경, 지위를 모두 가졌을 때 허씨 가문과 찢어져 소속이 없는 무인이 되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비월여제를 애모하여 몇천 년을 쫓아다녔지만 비월여제의 시선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 그가 죽음을 각오하고 열일곱 세력의 미움을 받을 각오로 비월여제를 도와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이고, 열일곱 개의 세력들이 한 사람을 죽이려고 연합을 하다니, 부끄럽지 않소?"

"오천 년의 세월이 지났구먼. 이 자식이 인정하지 않지만 어쨌든 나의 후계자다. 오늘 그녀를 건드리려면 나를 먼저 이기고 가거라."

"비월, 오늘 마침 약속을 지킬 절호의 기회구나!"

늙은 목소리, 위엄 있는 목소리, 차가운 목소리가 연거푸 울려 퍼졌다.

허공에서 형상들이 나타나 강한 기운으로 천지를 흔들었다.

이계와 막소리 등 주경 거물들은 깜짝 놀랐다.

모습을 드러낸 자들 중 상고시기의 유명한 존재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극도, 오늘 마침 기회가 있으니 너와 나의 원한들을 풉시다."

무뚝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잘생긴 소년이 허상생과 멀지 않은 곳에 나타났다.

"섭황천주(攝荒天主)?"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섭황, 자네 무슨 뜻이오? 궁우태황종이 비월여제의 편을 들어주기로 한 거요?"

극도지주는 시선이 차갑게 변했다.

"아니. 이번에는 개인적인 행동이오. 반 시진 전에 궁우태황종의 장소종주가 선포했소. 나는 종문의 규칙을 위반하여 영원히 궁우태황종에서 쫓겨났소."

섭황천주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하하하, 비월. 고작 몇 달 사이에 시대전장의 수많은 신비한 존재들과 연합했을 뿐만 아니라 유명한 거물들과도 손을 잡았구나. 어떤 원인으로 네가 만주지전을 발동했는지 모르겠지만 몇십 년을 더 기다렸더라면 너를 이길 수 없었겠다."

극도지주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곧 웃음을 거두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말을 마친 그는 모두가 기대하는 싸움의 서막을 열었다.

* * *

그 시각 제일소선역 주천불사산.

상고시대의 사대 무상천존들이 싸움을 벌인 후 칠 대 천존가문들과 여러 세력의 주재들은 이 산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산은 마치 대상계에서 사라지 것처럼 어떤 수단으로도 찾을 수 없었다.

산기슭에 있는 집의 나무 문이 끼익- 하고 열렸다.

중년 사내가 나오더니 문 앞에 놓인 허름한 갑옷들을 일일이 입었다.

"형님, 이제 나서시려고요?"

주선제구인이 입을 열었다.

진남의 도기를 베었던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수많은 거물들이 시대전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진짜 나서신다면 주인님의 신분이 드러나게 되고 다른 세력들은 미쳐서 날뛸 겁니다. 지금 주인님은 경지가 고작 지존 정상입니다. 아니면……."

중년 사내는 그를 힐끗 보더니 물었다.

"아니면 뭐?"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말했다.

"아니면 제가 나서서 주인님을 먼저 데려오겠습니다. 주인님이 저를 원망해도 괜찮습니다."

중년 사내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거라. 네가 한 일들은 네 생각에 잘한 일이겠지. 주인님은 좋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다. 신하인 우리는 그분이 하고 싶은 일을 대신하면 된다."

여기까지 말한 그는 문득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환생까지 한 녀석이 아직도 그딴 성격을 가지고 있다니 죽도록 욕을 하고 싶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중년 사내의 눈에 웃음이 가득한 것을 발견했다.

중년 사내는 시커먼 고검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물었다.

"예전에 만났다던 눈이 먼 여인이 진짜 비월과 똑같이 생겼더냐?"

회색도포를 입은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똑같이 생겼습니다. 눈이 먼 여인이 천존 등급은 되는 걸 확인했습니다."

중년 사내는 검을 검집에 넣으며 말했다.

"그것참 재미있구나. 똑같이 생긴 사람이 천존 등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고 비월여제는 십생십세공을 수련했다라……. 음, 모르겠다. 눈이 먼 여인이 악의가 없으면 됐다. 넷째야, 경서를 가져오너라. 경서를 읊어 사람을 죽여본 지도 몇 만 년이 지났구나."

* * *

그 시각 제칠금구 중앙.

방원 몇십만 리의 땅이 너덜너덜해지고 허공이 혼돈으로 변했다.

여러 빛들이 연거푸 번쩍이고 강한 무도의지들이 수없이 부딪치며 폭풍처럼 방원 백리 밖까지 휩쓸었다.

이계와 막소리 그리고 다른 주경 강자들은 이미 중앙에서 물러났다.

그들은 엄청난 싸움에 휘말릴까 염려되어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비월, 이대로 싸우다간 승산이 없다. 저들의 대진을 부숴야 해!"

허상생은 절세검결을 사용하여 함께 온 세 사람과 태고검진을 이루었다.

그는 덮쳐오는 대진들을 부수며 전음했다.

"나에게 저들의 진법을 부술 초식이 있다. 그러나 틈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비월여제는 그를 무시했다.

그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는 세 형상에게 신념을 전하고 검진을 펼치는 동시에 금술을 몰래 준비했다.

"비월!"

섭황천주의 형상이 몇십 배로 커지더니 두 눈에 상고의 문자들이 떠오르고 낮게 포효했다.

"만법차천(萬法遮天), 일검참선(一劍斬仙)!"

비월여제의 삼척 청봉이 손을 벗어나 가장 눈부신 청색 빛이 되어 날아갔다.

청봉은 방대한 진력, 상고살국들과 강한 의지 등을 전부 부수며 혼잡한 전장에서 기다란 길을 만들어냈다.

그녀가 양손으로 법인을 만들자 이마의 금빛 부문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웅-!

하늘의 깊은 곳에서 잠잠하게 있던 무상호천령이 흔들리며 금빛을 뿜었다.

무상호천령은 엄청난 속도로 길을 따라 내려와 비월여제의 몸으로 들어갔다.

비월여제의 기운이 다시 한번 커졌다.

아주 오래된 것 같은 위압감이 느껴졌다.

"무상호천령이 저리 큰 힘을 실어주다니?"

극도지주, 화심천주 등 거물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비월여제는 법인을 바꾸었다.

그녀가 법인을 만들 대마다 그녀를 덮고 있던 금빛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비월이 무상호천령을 사용하여 법인을 만든다!"

극도지주, 화심천주 등 거물들은 눈치를 채고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비월여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들은 비월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비월이 법인을 만드는 속도는 엄청 빨라서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완성이 되었다.

마지막 법인이 완성되자 그녀를 덮은 금빛과 이마의 금빛 부문이 다 사라졌다.

"소환하라!"

비월여제는 차갑게 명령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십만팔천 리에 울려 퍼졌다.

혼잡하던 전장은 보이지 않은 힘에 얼어붙은 것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하늘의 깊은 곳에 있던 무상호천령도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신마도안이 번쩍거렸다.

제칠금구 전체가 억눌린 느낌을 받았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주경 강자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불안하고 초조했다.

"응?"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온갖 신통력을 펼치며 이곳을 주목하던 주재등급의 거물들도 이상함을 느꼈다.

하나…….

다섯…….

이상한 느낌은 스물을 셀 때까지 지속되었다.

제칠금구의 중앙 위쪽에는 방원 십만 장의 허공에 물결 파문이 일었다.

시커멓고 금이 쭉쭉 가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신비하고 큰 종이 나타났다.

극도지주, 화심천주 등 거물들과 이계, 막소리 등 주경 강자들 그리고 이곳을 지켜보던 주재 등급의 존재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명도천종(冥道天鐘)?"

"비월여제가 명도천종을 장악했어?"

명도천종은 시대전장의 신비한 최고급 지보 중 하나였다.

사람들은 천종이 누구에게 속하는지 몰랐다.

천종의 힘은 무상호천령보다 약간 작았다.

오랜 시간 동안 주재 강자들과 대세력들은 명도천종을 가지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명도천종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뎅-!

천종이 움직이며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커다란 제칠금구의 구석구석까지 엄청난 명기(冥氣)가 솟구쳤다.

명기는 파도로 변해 사방을 휩쓸었다.

"안 돼!"

극도지주, 화심천주 등 거물들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쿵, 쿵, 쿵-!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열일곱 세력의 주경 강자들이 만든 대진들이 무상대도의 충격을 받은 것처럼 진문이 생기고 깨졌다.

대진에 있던 주경초급, 주경대성들은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더니 피를 뿜었다.

명도천종이 서서히 흩어졌다.

명도천종의 신위에 주경 강자들과 그리고 주재 등급의 강자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단 한 방에 열일곱 개의 세력이 연합하여 만든 살국이 하마터면 붕괴될 뻔했다.

주재초급의 강자가 최선을 다해 공격한 것보다 강했다.

"황무지동(荒蕪之瞳), 대황세계(大荒世界)!"

미리 준비하고 있던 섭황천주는 어렵사리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두 눈에서 태황지력이 용솟음치더니 대진을 진압했다.

"비월, 역시 너의 수단은 나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대단하구나!"

허상생은 감탄했다.

그의 두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소금문고(消今問古), 허조귀림(許祖歸臨)!"

그는 입을 벌리고 정혈을 토했다.

함께 온 세 형상은 정혈에 빛을 주입했다.

빛마다 웅장하고 흐릿한 형상으로 변했다.

그들이 뿜는 위압에 주경 강자들이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허씨 노조는 천존이었다.

"좋은 기회다!"

비월여제와 같은 편인 신비한 존재들과 유명한 주경 강자들은 얼른 강한 수단을 펼쳤다.

방대한 힘이 사방으로 번지며 붕괴 직전의 대진을 공격했다.

"진법을 유지하시오!"

극도지주는 고함을 질렀다.

화심천주, 막주 등 주경정상들은 천존지기 조각들을 최대로 사용하여 섭황천주와 허상생 등을 공격했다.

그러나 대세는 이미 기울어져 얼마 지나지 않아 극생주천대진이 망가졌다.

이어, 십욕성선화마진과 음양오행붕멸진이 부서졌다.

그 뒤로도 남은 대진들이 하나둘 부서져서 하늘 가득 빛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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