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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164화 (1,164/1,498)

1164화 귀빈

예상 밖이었다.

역사는 성목이 은혜에 보답하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성목도 진남을 노리고 있었다.

성목도 겉모습처럼 호탕하고 의리를 중히 여기는 것이 아니었다.

"네 생각도 맞다. 하지만 주소가 어떤 사람이냐? 그 시대에 주소는 호강스럽게 자라고 권세를 빌어 사람을 괴롭히고 나쁜 짓을 마구 했다. 아버지를 잘 만나지 않았다면 그자는 아무것도 아니다."

역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도 이점을 이용하려 했다. 하지만 나는 진남이 제구금구의 위험을 무사히 넘긴 건 우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제십이, 이십일금구는 절대 지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참혹하게 죽을 것이다."

성목은 생각하고 말했다.

"형님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저자가 이곳에 나타난 소식을 팔지 않겠습니까? 저자에 관한 소식은 꽤 가격이 비싸다고 들었습니다."

역사는 고개를 저었다.

"됐다. 진남의 배후에는 비월여제가 있다. 여제가 저자를 매우 중히 여긴다고 한다. 우리가 소문낸 걸 여제가 알게 되면 우리는 큰 낭패를 볼 것이다."

"좋습니다. 무의혼옥(無意魂玉)을 세 개 얻었습니다. 전에 얻은 것까지 하면 경매회에 참가할 자격이 됩니다. 어서 암흑절성으로 갑시다."

"응."

둘은 허공으로 날아가 사라졌다.

* * *

진남은 동쪽으로 천천히 날아갔다.

약 두 시진 후, 그는 속도를 높여 무지갯빛으로 변해 위험지, 살기, 금제를 날아 지났다.

그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고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았다.

보름 후에 진남은 제십이금구, 제이십일금구를 지났다.

그동안 그는 '옥석'을 사백 개나 모았다.

"여기가 암흑절성인가?"

진남은 앞을 보며 중얼거렸다.

사방의 천지가 어느새 어두워지고 빛이 없었다.

길이가 몇십만 리 되는 검은색 성이 조용히 허공에 떠 있었다.

성벽에는 크고 작은 흔적이 가득했다.

그중 일부 흔적은 오래되고 패기 있는 무도의지가 여전히 흩어지지 않았다.

성문 입구에는 크고 작은 구멍이 가득했다.

성안에 매우 강한 힘이 조용히 있었다.

그의 전신선동도 조금밖에 꿰뚫어 보지 못했다.

진남은 오래 머무르지 않고 빠르게 앞으로 날아갔다.

그가 성안에 들어서자 매우 현묘한 회색 기운이 몰래 내려와 그를 감쌌다.

"응?"

진남은 기운을 느꼈다.

그리곤 위험이 없자 앞을 바라봤다.

거리에는 몇십 명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회색 기운이 감싸고 있어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동술을 써도 회색 기운을 꿰뚫을 수 없었다.

상대방의 경지만 느낄 수 있었다.

"암흑절성의 사람들은 신분이 가려지는구나."

진남은 기뻐했다.

큰 번거로움을 덜 수 있었다.

"암흑절성은 내가 있기 좋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현재는 구리거울과 연락되지 않아 상황을 알 수 없었다.

구리거울이 언제 무상호천령을 발동할지도 몰랐다.

때문에, 그는 지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암흑절성에서 그는 안전했다.

이곳에는 주경 강자들과 시대전장의 기묘한 존재들이 적지 않았다.

구리거울이 무상호천령을 발동하면 이들의 반응에서 알 수 있었다.

"구천지존?"

"고작 구천지존이 이곳으로 오다니!"

진남이 나타나자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어떤 자들은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평소라면 암흑절성에서 구천지존을 볼 수 없었다.

세력들도 족인들과 제자들을 이곳으로 데려오지 않았다.

그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중전장을 지나면 암흑절성으로 올 수 있었다.

오는 길에 위험이 없어 구천지존들이 오는 것도 정상이었다.

진남은 듣지 못한 것처럼 앞으로 걸으며 길옆에 여기저기 널린 노점들을 훑어봤다.

노점을 차린 자들은 대부분 시대전장이 키운 신비한 존재들이었다.

그들이 풍기는 기운은 무인들과 전혀 달랐다.

일부는 귀의가 하늘을 찌르고 일부는 혼력이 늪처럼 깊었다.

일부는 아무런 생명의 파동을 느낄 수 없었다.

그들이 파는 물건들은 매우 기이했다.

하지만 기운이 매우 강했다.

가장 약한 조각이라도 문도지기 등급이었다.

진남은 욕심이 났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가 갖고 있는 천재지보들을 신비한 존재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었다.

진남은 연거푸 몇 거리를 지났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어떤 거리에는 한 명도 없이 매우 스산했다.

"저기에 왜 무인들이 저렇게 많지?"

잠시 후 앞쪽에 오십여 명의 형상이 칠 층 되는 궁전 앞에 모여있었다.

그중 이십여 명은 주경 강자이고 나머지는 시대전장의 신비한 존재들이었다.

"응?"

칠 층짜리 궁전에서 두 개의 익숙한 마도기운이 풍겼다.

"이 기운들은 설마 묵사와 무천?"

진남은 빠르게 궁전으로 걸어갔다.

그 시각, 성목과 역사는 사람들 속에서 신념으로 소통했다.

성목은 정색하고 역사는 화가 났다.

갈등이 생긴 게 분명했다.

"구천지존?"

사람들은 의아했다.

"구천지존이 이곳으로 왔어?"

성목과 역사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이렇게 간이 크지?'

진남을 보는 순간 그들은 눈을 찌푸렸다.

아직 진남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전에 진남을 만난 적 있어 진남에게서 풍기는 기운이 매우 익숙했다.

"저자가……."

둘은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고작 정상지존의 경지인 진남이 제십이, 이십일금구를 넘을 줄 몰랐다.

게다가 고작 십오 일이 지났다.

그들은 전에 보도를 얻고 한 번 다녀온 적 있었다.

길을 잘 알았지만 돌아오는 데만 십삼 일이 걸렸다.

진남은 오는 길에 조금도 위험에 부딪히지 않았다.

그들이 십이, 이십일금구에 대한 이해로 주재 등급의 강자라도 전혀 위험에 부딪히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났습니다."

진남도 둘의 기운을 느끼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 어떻게 된 거냐?"

역사는 정신을 차리고 진남을 보며 물었다.

"두 금지를 지나는 거 말입니까? 저는 제십이금구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십사 일이 지났습니다. 마침 전송진법을 만나 암흑절성 부근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진남은 말했다.

"전송진법?"

역사와 성목은 전혀 믿지 않았다.

시대전장에는 여러 가지 상고의 기운들과 무도의지, 원래의 천지규칙이 모두 파괴되어 전송진법을 만들 수 없었다.

가능하다면 그들은 진작에 했을 것이었다.

"진남 도우 농담을 잘하는구나."

역사는 억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부끄럽구나. 네가 우리를 도와줬는데 우리는 너를 여기로 데리고 오지 못했다. 마음에 두지 말거라."

그는 머뭇거리고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이렇게 하자. 진남 도우, 암흑절성까지 왔으니 우리와 함께 암흑경매회에 참가해 느껴보는 건 어떠냐?"

진남은 우스웠지만, 티를 내지 않고 물었다.

"암흑경매회? 그건 뭡니까?"

역사가 설명했다.

"우리 무인들은 보통 시대전장의 신비한 존재들과 거래를 하지 않는다. 주세, 선마도세 등 맹세들은 그들에게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상고시기에 적지 않은 무인들이 당했다.

나중에 마왕전(魔王殿)에서 삼 개월에 한 번씩 암흑경매회를 열게 되었다. 경매회에서 낙찰받은 보물은 갖지 못하는 경우가 없다."

진남은 마음이 끌렸다.

"마왕전은 어떤 세력입니까? 왜 구천선역에서는 듣지 못했습니까?"

역사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네가 듣지 못한 건 당연하다. 마왕전은 내력이 신비하다. 구천선역하고는 연관이 없고 암흑절성 안에서만 움직인다. 소문에 마왕전은 암흑절성의 주인이 설립한 세력이라고 한다.

전에 주재 강자들이 자신들의 경지를 믿고 보물을 가진 후 대가를 치르러 하지 않았지만 끝내는 고분고분 바쳤다고 한다."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마왕전은 무사, 무천마군 그리고 황보절의 부하들이 세운 거점일 것 같았다.

"암흑경매회는 재미있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진남은 공수했다.

"별거 아니다, 예를 차리지 말거라."

역사와 성목은 손을 저었다.

암흑경매회의 규칙에 따르면 무인들은 경매회에 참여하려면 입장권을 산 셈 치고 좋은 점을 지불해야 했다.

예전이라면 그들은 진남을 데리고 들어가려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진남은 제십이금구, 이십일금구의 위험을 무시할 수 있었다.

이건 무슨 뜻인가?

다른 금구의 위험을 진남이 무시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떠나 이 두 금구만이라도 매우 큰 기연이었다.

이 두 금구에는 천존지기 조각, 문도지기 조각, 주재 등급 강자의 해골, 무의혼옥 등등 지보들이 매우 많았다.

진남과 연합할 수 있다면…….

"이럴 줄 알았으면 전에 진남에게 잘했을걸."

성목과 역사는 후회했다.

후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지금은 방법을 찾아 진남과 가까워져야 했다.

이때, 흑포를 입은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형상이 마왕전에서 걸어 나와 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입장하시오."

주경 강자들과 신비한 존재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남 도우, 가자."

역사가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둘을 따라 대문 앞으로 걸어갔다.

이때 한 형상이 그들을 막았다.

형상은 성목과 역사보다 기세가 더 강했다.

"운오(雲傲), 무슨 뜻이오?"

성목은 싸늘한 표정으로 외쳤다.

"성목, 역사, 자네들은 규칙을 모르오? 고작 구천지존이 암흑경매회에 들어갈 수 있소?"

운오는 싸늘하게 웃었다.

"이런 규칙이 있습니까?"

진남은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지금까지 구천지존들이 암흑경매회에 참가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경매회에는 구천지존이 참여하지 못한다는 규칙은 없다. 전에 나와 성목이 연합하여 운오의 기연을 빼앗은 적 있다. 이자는 앙심을 품고 일부러 시비를 거는 것이다."

역사가 설명했다.

"운오, 경매회는 구천지존이 들어가지 못한다는 규칙이 없소. 마왕전이 자네 것인 줄 아시오? 마음대로 규칙을 정하는 거요?"

성목은 싸늘하게 물었다.

"하하하! 성목, 덤터기 씌우지 마시오. 고작 구천지존이 무슨 자격으로 암흑경매회에 참가하려는 거요? 여러분, 구천지존을 들여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시오?"

운오는 큰소리로 웃고 다른 무인들과 신비한 존재들을 바라봤다.

"맞는 말이오. 구천지존이 들어오는 건 아무 의미 없소!"

"암흑경매회는 지존은 참가할 수 없소. 주경으로 진급한 후에 다시 오시오!"

주경 강자들과 신비한 존재들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들은 운오와 아무 연관도 없고 운오에게서 좋은 점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이러는 건 기분이 나빠서였다.

그들은 모두 주경 강자이고 한 부류라 할 수 있었다.

구천지존은 그들보다 경지가 낮고 그들에게 아무런 좋은 점도 줄 수 없었다.

당연히 수준이 깨지는 걸 원치 않았다.

역사와 성목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은 겨우 진남과 가까워질 기회를 다시 찾았다.

진남을 데리고 들어가지 않으면 그들은 연합할 가능성이 없을 것이었다.

만약 강제로 진남을 데리고 들어가도 누군가의 미움을 살 것이었다.

"모르겠다!"

둘은 결심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기 전에 대전 문 앞의 흑포인이 진남에게 공수하고 말했다.

"도우, 전주의 명령을 받았소. 오늘부터 자네는 마왕전의 귀빈이오. 자유롭게 마왕전을 드나들 수 있소. 경매회에서 어떤 물건을 사도 마왕전에 좋은 점을 주지 않아도 되오."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운오는 표정이 굳었다.

"그게……."

성목과 역사도 굳었다.

마왕전의 귀빈이 되는 건 쉽지 않았다.

주재 등급의 강자라야만 이런 대우를 받았다.

주경 등급의 강자들도 이런 대우를 받는 경우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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