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2화 누가 왔나?
"이렇게 전력이 대단한 걸 보아 이 여인도 비범지도를 장악한 것 같다! 그렇다면……."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체내의 희미한 혈색부호를 움직였다.
혈색부호의 힘을 모아야만 최강의 공격이라 할 수 있었다.
쿠웅-!
방대한 도의가 빠르게 솟아올랐다.
도광도 붉은색으로 변하고 전보다 위세가 강해졌다.
야성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칼과 발의 싸움은 커다란 변화가 발생했다.
커다란 수조가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금이 생기고 부서질 것 같았다.
슉-!
수조가 사라지고 어둠도 사라졌다.
대단한 도의가 고도를 내리쳤다.
천지를 흔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길이가 몇만 장 되고 깊이가 몇백 장 되는 커다란 틈이 생겼다.
얼음조각이 사방으로 퍼졌다.
진남은 한숨을 쉬었다.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수많은 빛이 모여 이루어진 형상을 바라보았다.
수조가 거의 깨질 것 같았다.
진남은 신비한 여인이 다른 수단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여인은 왜 공격을 포기했지?'
이양범은 기운을 고르고 옅은 파란색 눈으로 진남을 보며 말했다.
"너는 누구냐? 어떻게 칠 대 천존가문의 혈통의 기운이 있느냐?"
진남은 놀랐다.
여인이 감각이 이렇게 예민할 줄 몰랐다.
하지만 놀란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전에 우연히 기연을 얻었다. 그것은 많은 시체의 정혈을 흡수하여 칠 대 천존가문 외에 다른 상고 종족의 혈통의 기운이 있었다."
이양범은 눈살을 찌푸렸다 펴고 물었다.
"너는 이름이 뭐냐?"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나를 몰라?"
구천선역에서 경지가 어느 정도에 도달하면 대부분 그를 알았다.
'이 여인은 전력이 강하다. 신분이나 지위가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나를 모르지?'
이양범은 담담하게 물었다.
"내가 왜 너를 알아야 해? 너는 명성이 높으냐?"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웃고 말했다.
"명성이 높다고 할 수 있지. 나의 이름을 말해주기 전에 우선 네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느냐?"
이양범은 침묵하다 말했다.
"오늘은 너나 나나 이름을 말하지 말자. 너는 왜 여기 왔느냐? 서극지의 깊은 곳이 위험하다는 걸 모르느냐?"
진남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이곳이 위험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시대전장으로 가야 하기에 반드시 이곳으로 와야 했다."
이양범은 의아했다.
"시대전장? 너는 경지가 정상지존이다. 시대전장으로 가서 뭘 하려는 거냐?"
진남은 말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이양범은 그제야 좀 전의 말이 불필요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마다 비밀이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처음 만났다.
이런 중요한 비밀을 말해줄 리 없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고 말했다.
"이 길을 따라 계속 앞으로 가거라. 사흘 낮 사흘 밤이 지나면 끝에 도달할 것이다. 흰 배를 찾으면 너는 시대전장으로 갈 수 있다. 다른 색은 안 된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양범은 그런 그를 힐끗 보고 싸늘하게 말했다.
"믿든 믿지 않든 맘대로 하거라."
진남은 서둘러 손을 젓고 물었다.
"네가 왜 나에게 말해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다."
이양범은 저장주머니에서 옅은 금색 붓을 꺼내 허공에 대고 무늬를 그렸다.
"이유가 없다. 말해주고 싶어서 말했을 뿐이다. 안녕."
그녀가 금붓으로 찍자 대진이 나타나 진력을 드러내고 그녀를 감싸고 사라졌다.
"진짜 기이한 사람이구나."
진남은 고개를 젓고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신비한 여인은 선마도세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이런 일로 나를 속일 리 없잖아?'
"다시 만날 때면 적일지 벗일지 모르겠구나."
진남은 중얼거리고 길게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날아갔다.
신비한 여인의 말대로 사흘 낮 사흘 밤이 지난 후 진남은 고도의 끝에 도착했다.
끝없는 빙원이 사라지고 넓은 검은색 바다가 나타났다.
바닷물은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진남은 주위를 훑어봤다.
바닷가에 배들이 가득했다.
어떤 배는 높이가 만 장 되고 뱃머리에 흉악한 흉수가 있고 기세가 강했다.
어떤 배는 선인의 빛이 자욱했다.
마치 오묘함이 가득 모인 것 같았다.
진남은 한 개씩 훑어봤다.
큰 배의 옆에서 흰색 배를 발견하고 입꼬리가 비틀렸다.
배는 길이가 일 장이고 넓이가 반 장도 안 되고 금이 가득했다.
마치 곧 부서질 것 같았다.
"모르겠다."
진남은 고개를 젓고 몸을 날려 흰 배로 올라갔다.
배는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남은 지존지력을 주입해 배를 움직이려 했다.
흰 배는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곧게 앞으로 나아갔다.
속도가 빠르지도 늦지도 않았다.
"괜찮겠다."
진남은 마음이 평온해졌다.
하지만 경솔하지 않고 열두 개 문도법을 움직여 언제든 공격할 준비를 했다.
* * *
닷새 후.
사방에는 시커먼 바닷물이 가득하고 빛도 없고 아무 물건도 없었다.
진남은 위험을 느끼지 못하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련을 시작했다.
그는 매우 많은 도술을 수련했다.
한꺼번에 열몇 개의 도술을 합칠 수 없지만 일곱 개나 여덟 개는 합칠 수 있었다.
또 서로 합쳐 완벽한 살국을 만들 수 있었다.
적을 상대할 때면 살국들이 연결되어 상대방을 미처 반응하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검은색 바다는 매우 넓었다.
또 닷새가 지난 후 진남은 수련에서 깨어나 주위를 힐끔 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배가 앞으로 가면 갈수록 하늘 깊은 곳과 바다 깊은 곳에서 많은 법칙들이 수레바퀴처럼 돌기 시작했다.
진남은 아직 경지가 낮아 느끼지 못했다.
어떤 법칙들은 흩어지고 어떤 법칙들은 합쳐졌다.
마치 꿈속에서 현실로 온 것 같았다.
* * *
사십육 일 후.
펑-!
가벼운 폭발음이 전해왔다.
폐관 중이던 진남은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도착했나?"
진남은 고개를 쳐들고 바라봤다.
흰 배는 높이가 백 장이고 넓이가 삼십 장 되는 검은색 돌에 부딪혔다.
돌 뒤편은 보라색 땅이었다.
높이가 만 장 되고 가지가 무성하고 형태가 기이한 하늘을 찌르는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수해(樹海)를 이루었다.
매우 평범하고 아무런 특이한 점이 없었다.
"여기가 시대전장인가?"
진남은 의심하며 발끝을 차고 물가에 내렸다.
보라색 땅에 내리는 순간 그는 심장이 떨렸다.
그리움, 분노, 살기, 흥분 등 기이한 감정이 그의 마음속에 흘러들었다.
진남은 뚝 뚝 하고 눈물을 두 방울 흘렸다.
"여기가 진짜 시대전장인 것 같구나."
진남은 길게 한숨을 쉬어 마음을 가라앉혔다.
잠깐 망설이고 계속 홍승에 신념을 전했다.
그는 구리거울이 어느 정도에 도달했는지 몰랐다.
그는 시대전장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구리거울과 만나고 싶었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구리거울은 반응이 없었다.
"관두자."
진남은 고개를 젓고 앞으로 걸어가 상황을 알아보려 했다.
몇 발짝 가지 않았는데 그는 팔이 뜨거웠다.
고개를 숙여보니 문도지지로 통하는 각인이 사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흰색 배도 사라졌다.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가 펴고 앞으로 걸어갔다.
시대전장은 주경 강자가 주재하는 곳이었다.
주경 강자도 여기서 죽는 경우가 많았다.
진남은 정상지존이기에 매우 조심해야 하고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진남은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가 온 것 때문에 시대전장의 대단하고 오래되고 신비한 존재들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진남은 수해 속으로 들어갔다.
주위는 아무 소리 없이 조용했다.
기이하게도 이곳은 아무런 기운이 없었다.
나무속의 생명지력(生命之力)도 느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죽은 물건처럼 검은색 바다와 비슷했다.
수해는 검은색 바다처럼 넓지 않았다.
진남은 일 주 향이 타는 시간에 수해에서 걸어 나왔다.
눈앞의 광경도 변했다.
앞에 골짜기가 가득한 넓은 평원이 나타났다.
큰 건 길이가 몇십만 장 되고 작은 것이라도 길이가 만 장 정도 되었다.
허공에는 방원 백 장, 심지어 방원 만 장 되는 휘어진 공간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원상태를 회복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오래된 기운이 천지에 가득 차 매우 혼란스러웠다.
어떤 기운은 매우 강하고 포악하여 눈에 띄었다.
상황이 서극지보다 더 나빴다.
서극지에는 차천지기뿐이었지만 이곳에는 기운이 너무 많았다.
만약 경지가 약하여 체내에 들어오면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었다.
진남은 앞으로 걸어갔다.
기운들은 그가 무서운 듯 스스로 흩어졌다.
진남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는 방금 제대로 느꼈다.
이곳은 구천선역이나 다른 곳과 느낌이 달랐다.
"그 싸움이 이곳의 규칙 등을 전부 파괴했구나. 이곳은 제일소선역의 끝이라기보다 새로운 곳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진남은 감탄했다.
그 싸움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응?"
진남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의 앞에 맑고 투명하고 방대한 기운이 풍기는 빛이 떠올랐다.
빛은 천천히 한데 모였다.
기운도 점차 방대해졌다.
'살기?'
빛들은 완전히 한데 모여 손바닥만 한 형태가 없는 돌로 변해 그에게 날아왔다.
마치 방금 캔 옥석 같았다.
그에게서 일 장 정도 떨어진 곳까지 날아오자 '옥석'은 멈추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살기가 아닌가?"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잠깐 망설이고 빛이 반짝거리는 큰손을 만들어 '옥석'을 잡으려 했다.
그가 잡았지만 '옥석'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진남은 전신선동을 움직여 자세히 관찰했다.
'옥석'에서 매우 방대한 현묘한 힘을 느낀 그는 표정이 흔들렸다.
"우선 보관하자."
진남은 생각하고 '옥석'을 저장주머니에 넣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처음에 그는 조심스러워 매우 늦게 걸었다.
나중에는 속도를 최고로 높여 절세의 빛으로 변해 날아다녔다.
매우 선명하고 훤히 보이는 위험에 부딪혀도 그가 옆을 지나갈 때면 위험들은 죽은 것처럼 그를 무시했다.
진남은 주제와 황보절의 기운이 모든 것을 눌렀다고 생각했다.
그에게는 매우 좋은 일이었다.
비월여제를 찾기 전에 위험에 부딪히고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여기 왔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 * *
이틀이 빠르게 지났다.
그동안 기이한 '옥석'들이 가끔씩 진남의 부근에 모여 날아왔다.
저장주머니 안에는 '옥석'이 이미 백서른 개나 들어있었다.
진남은 여러 가지 대단한 기운과 허공속에 새겨진 상고의 무도의지도 발견했다.
평소라면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수확을 얻을 수 있을지 제대로 느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안 되겠다. 빨리 무인을 찾아야겠다!"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시대전장에 대해 조금도 아는 것이 없었다.
계속 이렇게 목적 없이 날아다니면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었다.
이번에 진남은 운이 좋지 않았다.
사흘 낮 사흘 밤이 지나서야 그는 뭔가 발견했다.
앞에 황폐한 큰 산들로 이루어진 산맥이 나타났다.
많은 피가 한데 모여 이루어진 것 같은 암홍색 산의 산꼭대기에서 귀청을 때리는 폭발음이 들려왔다.
구천지존을 초월한 두 개의 대단한 기운이 산에서 폭발해 무언가를 공격하고 있었다.
두 주경 강자는 어떤 물건에 갇히거나 산 중 산에 들어간 것이 분명했다.
소리만 들리고 도술이나 주술의 기운은 느낄 수 없었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과천일격을 움직여 산꼭대기로 날아갔다.
산꼭대기에 난 입구에 금색 무늬가 가득했다.
가운데는 오래된 부적 열 장이 붙어 있었다.
마치 대진 같았다.
"누군가 왔나?"
진법 아래의 두 주경 강자는 어리둥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