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1화 한번에 승부를 가리자
임성립은 하늘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진남, 나는 칠목족 미래의 소족장이다. 나를 죽이면 칠목족은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다……"
그를 상대하던 몇십 명의 백골들은 머뭇거렸다.
순간 엄청난 검광이 허공에서 날아와 임성립을 내리쳤다.
"시끄럽구나."
허여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여러분 고맙다."
진남은 임성립 등의 시체를 무주궁도 안에 거두고 사람들에게 공수했다.
"아니요, 진남 도우, 괜찮소!"
"하하하, 진남 동생 이러지 말거라. 십오 년 동안 나는 너의 지휘를 들을 거다. 누가 감히 너를 공격하려면 나를 죽여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큰소리로 웃었다.
진남은 기분이 좋았다.
그는 줄곧 혼자 싸우고 다른 사람과 연합한 적이 매우 드물었다.
조력자들이 가득 생기니 기분이 좋았다.
"서극지에 와서 의외의 수확을 얻었구나."
진남은 중얼거리고 사람들과 인사하고 허여진과 함께 떠났다.
다른 두 개의 기연지에서는 순조롭게 기연을 얻었다.
구천지존의 수련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보탑과 선과가 가득 달린 나무였다.
진남은 관심이 없었다.
그는 그저 나머지 절반의 주력을 풀어준 후 세 개의 용 형상 구슬을 연화하기 시작했다.
세 개의 용 형상 구슬은 그에게 기쁨을 줬다.
그의 체내의 혈주는 그 속의 깨끗한 혈통지력을 빨아들인 후 기운이 끊임없이 높아졌다.
마지막에 질적인 변화를 일으켜 손바닥만 한 문자 같은 희미한 부호를 이루었다.
다른 고족의 혈통지력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진남은 생각했다.
그가 아무리 많은 혈통지력을 빨아들였다 해도 주제와 황보절의 기운에 눌리면 여전히 작아질 수 있었다.
"이 길은 어느 정도 이룬 셈인가? 다음 번에 싸울 때면 전력이 많이 높아지겠다."
진남은 중얼거리며 눈을 뜨고 다른 곳을 바라봤다.
"여진, 깊은 곳으로 가자."?
* * *
하루 후, 서극지.
허여진은 걸음을 멈추었다.
허씨 가문 성자의 눈에 두려움이 드러났다.
"나는 여기까지밖에 데려다줄 수 없다."
그들 앞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천지가 뒤집힌 것처럼 하늘이 시커멓고 골짜기가 가득했다.
꼭대기가 아래를 향한 산맥이 솟아올랐다.
커다랗고 썩은 해골이 어렴풋이 보였다.
땅은 넓은 빙원(氷原)이었다.
두꺼운 얼음 밑에 커다랗고 시뻘건 둥근 달이 아홉 개 있었다.
달에서 요상한 혈광이 뿜어져 나왔다.
빙원은 끝없는 붉은색으로 변했다.
"응. 돌아가거라. 내가 돌아오기 전에 너희들은 서극지 밖에서 기다리거라. 내가 돌아오기 전에 묘묘 공주와 강벽난이라는 여인들이 오면 어떻게 해서든 그녀들을 막아야 한다."
진남은 한마디 당부하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커다란 손이 진남의 어깨를 잡았다.
허여진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진남, 발을 들여놓으면 너는 다시 돌아오지 못 할 수 있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짓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한 발 들여놓자 이변이 일어났다.
진남은 절세요수의 몸에 올라탄 것처럼 순식간에 절세의 비경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주위의 광경은 변하지 않았다.
진남은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왔던 길이 끝없는 빙원으로 변하고 허여진도 사라졌다.
"진짜 돌아올 길이 없구나."
진남은 열두 개의 문도법을 최고로 움직여 언제든 공격할 준비를 했다.
구룡석인은 이미 두 번이나 믿을 수 없는 신위를 드러내 그를 위해 많은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적지 않은 기연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제는 깊은 곳에 왔고 구룡석인이 계속 도와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조심해야 했다.
사흘이 빠르게 지났다.
진남은 별로 실질적인 걸 발견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사방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빙원이었다.
진남은 자신이 대단한 환술에 빠져 제자리에서 맴도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는 환선도전을 움직여 한동안 관찰하고 또 다른 수단을 써서야 겨우 의심이 풀렸다.
"응?"
먼 곳에 높이가 몇십 장 되는 엄청난 빙산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마주 서 있었다.
빙산 사이에 어디로 통하는지 알 수 없는 옛길이 나타났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속도를 높여 옛길로 날아갔다.
옛길로 다가갈수록 알 수 없는 위기감이 점점 더 강해졌다.
그는 긴장되어 몸이 굳고 속도를 늦추었다.
"빙하가 아득히 넓구나. 언제쯤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우선 들어가자!"
진남은 결심하고 강제로 옛길에 발을 들였다.
옛길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 그는 눈을 찌푸렸다.
옛길의 양옆의 빙설대산에 눈들이 나타났다.
어떤 눈은 매우 컸다.
눈은 한 개가 커다란 산을 차지했다.
눈에 생긴 핏줄은 상고의 교룡 같았다.
세로로 된 시뻘건 눈동자는 끝없는 피바다 같았다.
이런 눈이 셀 수 없이 많았다.
보라색, 금색, 검은색 등 색깔의 눈도 있었다.
진남은 소름이 돋았다.
심장이 두근거려 백 개 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는 안색이 새하얘졌다.
"압박감이 진짜 대단하구나!"
진남은 중얼거리며 이마에 돋은 땀을 닦고 입술을 깨물고 앞으로 한 걸음씩 걸어갔다.
천 개 셀 동안을 걸었지만, 그는 겨우 백 장밖에 걷지 못했다.
등에 산을 짊어진 것처럼 걷기 힘들었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옛길은 기이하지만 위험하지 않았다.
안전한 것 같았다.
진남은 오래된 신념들이 몰래 한데 모이고 있다는 걸 몰랐다.
"그 물건의 기운이다. 매우 약하지만 느낄 수 있다."
"그 물건이 아직 각성하지 않은 것 같다."
"주제와 황보절의 기운도 느꼈다."
"이들도 대단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데 왜 동시에 한 사람에게 나타났지?"
"모르겠다, 모르겠어. 보내주자……."
몇 시진 후 진남을 누르는 압력이 작아졌다.
그는 눈을 봐도 두렵지 않았다.
"응? 이건…… 정상지존의 기운인가?"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이곳에 다른 무인이 있다고?'
"너는 누구냐? 어떻게 이곳까지 왔느냐?"
듣기 좋은 목소리가 앞에서 들려왔다.
앞에 있는 무인은 여인이었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너야말로 누구냐? 어떻게 이곳까지 왔느냐?"
여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진남은 속도를 높였다.
잠시 후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대답하지 않을 거냐,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말이 끝나자 엄청난 빛이 미친 용처럼 폭풍을 일으키며 진남에게 날아왔다.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열두 개 문도법을 드러냈다.
손바닥 가운데에 금빛이 반짝거리는 불자가 나타났다.
눈부신 금빛 대장(大掌)이 앞을 내리쳤다.
"보제고찰종?"
여인은 놀랐다.
"그렇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짓고 법인을 바꾸었다.
윤회지반(輪回之盤)이 그의 등 뒤에 떠 올랐다.
칠정육욕이 변한 칼, 궁우태황지력(穹宇太荒之力), 천존지력(天尊之力), 삼청지력(三?之力)이 동시에 나타나고 다섯 가지 술법이 연합했다.
"네가 이렇게 많은 문도법을 몰래 배웠을 줄 몰랐다."
듣기 좋은 목소리는 칭찬했다.
"나는 예전부터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도광이 버티지 못했다. 오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보자."
파란색 형상이 진남 앞에 나타났다.
형상이 쥔 부채가 순식간에 손에서 벗어나 커다란 요수의 형상으로 변해 진남에게로 날아왔다.
진남은 다섯 가지 술법을 드러내 파죽지세로 요수의 형상을 죽였다.
나머지 힘은 형상을 끌어오려 했다.
이변이 일어났다.
부챗살이 갈라지고 엄청난 기세가 솟아올랐다.
마치 태고의 흉수처럼 다섯 가지 도술을 찢고 진남을 협공했다.
술 중의 술이었다!
좀 전까지도 밀렸지만 바로 우세를 차지했다.
진남은 눈빛이 날카로워지고 기운을 단천도와 융합시켰다.
"진도도결!"
눈부신 도광이 엄청난 기세로 부챗살을 잘랐다.
"도의가 매우 강하구나……."
파란색 형상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진남은 몇십 개의 부챗살을 피해 그녀의 위쪽에 나타났다.
청홍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렸다.
진남은 파란색 형상을 제대로 보았다.
시커먼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드리우고 현묘한 힘이 느껴졌다.
면사포를 써 진면모를 볼 수 없고 아무리 큰일이 있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은 파란색 눈동자만 보였다.
몸에 딱 붙는 파란색 치마가 여인의 오만한 자태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과천일격!"
진남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단천도로 내리쳤다.
쿠웅-!
파란색 형상은 피하지도 않고 막지도 않고 칼에 맞았다.
전에 다른 무인들을 죽일 때와 달랐다.
파란색 형상은 순식간에 수천수만 개의 청색 빛무리로 변해 백 장 밖으로 날아가 다시 한데 모여 원상태를 회복했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진남의 공격이 그녀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진짜 기이한 도술이다!"
진남은 눈에 이색이 드러났다.
손목을 흔들어 태연지술을 드러냈다.
나머지 네 가지 도술도 연달아 드러냈다.
두 번째 다섯 가지 도술의 조합이었다.
쿠쿠쿠쿵-!
귀청을 찢는 폭발음이 기이한 빙도(?道)에 울려 퍼졌다.
대단한 눈들이 주시하는 앞에서 진남과 파란색 형상은 두 개의 절세의 신의 빛으로 변해 엄청난 대결을 펼쳤다.
이양범의 옅은 파란색 눈동자에 기이한 빛이 드러났다.
이씨 가문의 일흔두 번째 성녀이고 지존방 일 위이며 비범지도를 장악한 그녀는 전력이 보통 강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문도지지 전체에 자신의 상대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비한 남자는 여기까지 무사히 왔을 뿐만 아니라 '존수'들의 공격에 죽지 않고 전력도 매우 강했다.
그녀는 강렬한 위기감이 들었다.
"네가 지금 드러낸 것들은 가장 강한 술이 아니지?"
이양범은 허공에서 방대한 무형의 힘을 드러내는 도법지도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는 다른 도술을 쓸 필요 없겠다. 한 번에 승부를 가리자, 어때?"
좀 전의 싸움으로 진남은 이미 피가 끓고 매우 흥분했다.
거절하지 않고 큰 소리로 말했다.
"하하, 그럼 한 번에 승부를 가리자!"
말이 끝나자 그는 기세가 높아졌다.
열두 개의 문도법, 도법지도, 의지 등을 전부 단천도에 융합시켰다.
방대한 도의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눈부신 빛에 산속의 눈들도 살짝 흔들렸다.
이양범은 위세를 느끼고 눈빛이 어두워지고 손에 법인을 만들었다.
그녀는 바로 사라졌다.
그녀가 있던 곳은 어두워졌다.
어둠은 평범하지 않았다.
마치 흉수의 늪 같았다.
많은 흉수들이 안에 엎드려 방대한 태고악기를 풍기는 것 같았다.
진남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마음, 의지, 칼, 몸을 동시에 움직여 폭발시켰다.
마치 태초에서 온 절세의 빛이 세상 모든 것을 무너뜨리려는 것 같았다.
크라아아아-!
엄청난 외침이 울려 퍼지고 하늘이 떨렸다.
어둠 속에서 방대한 위압이 솟아올랐다.
커다랗고 천지의 모든 구유지력(九幽之力)을 모아 만든 것 같은 수조(獸爪)가 안에서 나와 앞으로 뻗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부수려는 것 같았다.
쿠웅-!
강기가 풍겼다.
고도 주위의 빙산이 크게 떨렸다.
대겁이 강림하는 것 같았다.
평범한 무인들은 최강의 싸움을 벌이면 얼마 안 돼 승부를 가릴 수 있었다.
하지만 칼과 발의 싸움은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도광이 우세를 차지하기도 하고 수조가 우세를 차지하기도 했다.
서로 지려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