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0화 조력자
임성립은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
"진 도우, 허 도우, 너희들이 이곳으로 온 걸 보니 이곳에 기연지가 있다는 걸 아는 것 같구나. 우리 연합하여 기운을 깨고 기연지를 나누는 게 어떠냐?"
임성립은 가슴이 답답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들도 처음에는 일행이 몇십 명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기연을 나눠주지 않으려고 그들은 잔꾀를 부려 일행을 죽였다.
그런데 이곳의 회색 기운이 너무 강했다.
그들은 반 시진이나 애를 써서 겨우 반 장 정도 전진했다.
침식될 뻔한 적도 있었다.
내키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과 연합해야 했다.
그는 마침 다른 열두 명을 불러올까 생각 중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진남과 허여진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소문에 진남은 비범지도를 장악했고 전력이 매우 강하다고 했다.
허여진도 허씨 가문의 성자이니 전력이 매우 강할 것이었다.
"우선 저들과 연합하자. 그래도 안 되면 다른 사람들도 불러오……."
"미안하다. 우리는 연합할 생각이 없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연합하지 않겠다고?"
임성립은 어리둥절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진 오라버니, 허 오라버니는 몰라요. 회색 기운은 매우 대단해요. 우리 셋이 전력을 다해 공격했지만 겨우 반 장 정도밖에 깨지 못했어요. 연합하지 않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거예요."
장월아가 말했다.
"진남 도우, 네가 무상천존의 아들의 환생이고 수단이 많다는 걸 안다. 하지만 회색 기운은 범상치 않다. 매우 큰 주력……."
노인도 낮은 소리로 말했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하고 긴말하지 않았다.
허여진의 놀란 눈빛도 신경 쓰지 않고 회색 기운으로 날아갔다.
"잘난체하기는.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
임성립은 싸늘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는 표정이 굳었다.
장월아와 노인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남은 회색 기운 속에서 조금도 영향받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더니 사라졌다.
"저자는 우리와 연합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구나!"
임성립은 헛숨을 들이켰다.
'우리가 무상천존의 아들이 환생한 자가 갖고 있는 수단을 얕잡아봤구나.'
임성립은 무언가가 생각난 듯 장월아와 노인을 바라봤다.
그들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임성립을 바라봤다.
진남은 이미 주력을 완전히 통과했다.
앞에 길이가 이십 장, 넓이가 열 장 되는 작은 못이 나타났다.
못 변두리의 땅에 여러 가지 무늬가 가득했다.
대진 같았다.
못에는 방대한 혈기가 꿈틀거렸다.
세 개의 용 형상 구슬이 꿈쩍 않고 떠 있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혈통지력이 진짜 방대하구나!"
구슬을 훑어보던 진남은 기뻤다.
세 개의 용 형상 구슬에는 몇십 개의 혈통지력이 들어있었다.
칠 대 천존가문의 혈통지력도 들어있는 것 같았다.
진남은 도법을 움직여 빠르게 공격했다.
구천혈선지는 무언가를 느낀 것처럼 많은 진문을 드러내 반항했다.
백 개 셀 정도 지난 후 진남은 진문을 전부 격파하고 세 개의 용 형상 구슬을 챙겨 떠나갔다.
짙은 차천주력에서 나오자 그는 허여진에게 전음했다.
"이곳의 전승기연은 내가 가지겠다. 다른 두 곳의 기연은 너희들에게 주겠다."
허여진은 궁금했다.
"너는 도대체 누구냐?"
진남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들었잖아, 무상천존의 아들 주소의 환생이다."
"주소? 너의 아버지는 주제냐?"
"……나의 아버지는 진천이다. 주제는 나의 전생의 아버지이다."
둘은 옆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한담을 하며 떠나갔다.
임성립, 장월아 등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너희들은 이렇게 갈 생각이냐?"
임성립은 차천주력에서 나와 싸늘하게 말했다.
일곱 개 눈에서 방대한 동력을 드러내 진남과 허여진을 감쌌다.
장월아와 노인은 진남과 허여진의 양옆으로 날아와 그들을 감쌌다.
"어? 너희들은 뭘 더 바라느냐?"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들은 바보가 아니다. 나와 허여진의 전력을 알면서도 시비를 거는 걸 보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게 틀림없다. 그러나 괜찮다.'
"간단하다. 네가 얻은 물건을 내놓거라. 그리고 네가 어떻게 회색 기운을 무시할 수 있었는지 수단을 우리에게 말해주거라. 그럼 너희들을 보내주겠다. 아니면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거라."
임성립의 눈에 살기가 드러났다.
진남은 긴말하고 싶지 않아 오른팔을 단천도로 변화시켰다.
그는 이들을 때릴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이들이 스스로 찾아왔으니 어찌할 수 없었다.
"공격합시다!"
임성립은 낮게 소리치며 오래된 법인을 만들었다.
일곱 개의 눈의 동력과 결합해 위력이 엄청난 대진을 만들었다.
장월아는 순식간에 질타족의 비법을 움직였다.
노인도 오래된 선검을 꺼내 앞을 찔렀다.
"대환천라계!"
진남이 칼을 휘두르자 크고 작은 환상거울이 셋을 안으로 끌어당겼다.
"윤회전천술!"
그는 도법을 바꾸었다.
윤회지력이 셋을 공격했다.
허여진도 옆에서 엄청난 전력을 드러냈다.
그는 허공에서 대단한 기세를 빨아다 체내에 융합시켰다.
그의 몸은 태고지보처럼 신위가 대단했다.
쿠쿠쿠쿵-!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엄청난 강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오십 개 셀 시간도 안 돼 차이가 벌어졌다.
진남과 허여진이 우세를 차지하고 셋을 완전히 눌렀다.
진남은 줄곧 도술을 연마하고 살초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은 전혀 같은 등급이 아니었다.
"진남, 너는 전력이 진짜 대단하구나. 지금까지 비범지도를 드러내지 않다니! 나와 월아가 전력을 다해도 너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임성립은 감탄했다.
"하지만 소수는 다수를 이길 수 없다. 너는 자신의 자부심과 호의를 모르는 성격 때문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임성립의 말이 끝나자 앞에서 열세 개의 방대한 기운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날아왔다.
그중의 열 개의 기운은 정상지존이고 나머지 세 개는 대성지존이었다.
"응? 사람이 이렇게 많아?"
진남은 의아했다.
허여진은 무표정으로 몰래 신념을 전했다.
진남은 의아한 표정을 본 임성립은 진남이 놀랐다고 생각하고 기뻤다.
그들은 처음부터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연합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무상천존의 아들의 환생이라고? 비범지도를 장악했다고? 그러면 뭐 해! 우리 셋은 너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열세 명이 더 와도 너를 이기지 못할까?'
"진남이다!"
"진짜 진남이다!"
"저자가 이곳으로 왔을 줄 몰랐다!"
열세 명의 무인들이 날아왔다.
대부분은 고족이고 일부는 무인들이었다.
진남을 보자 그들은 기뻐했다.
진남이 방금 얻은 기연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떠나 진남 자체만으로도 매우 대단한 기연이었다.
진남을 꺾는다면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좋은 점을 얻을 수 있었다.
"잠시 후에 공격할 때 조심하시오. 진남을 죽여서는 안 되오. 아니면 우리가 얻게 되는 좋은 점이 많이 줄어들 것이오."
임성립은 사람들에게 전음했다.
"알았소!"
열세 명의 무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전장에 들어갔다.
형세가 순식간에 변했다.
많은 도술의 공격에 진남과 허여진은 밀렸다.
"도법지도!"
진남도 비범지도를 드러내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임성립의 말대로 소수는 다수를 이길 수 없었다.
진남이 드러낸 도법지도는 위력이 강하지만 상황을 바꿀 수 없었다.
"진남, 허여진, 계속 발악하지 말거라. 소용 없다. 고통을 겪지 않고 시원하게 죽고 싶으면 어서 멈추거라."
임성립은 설득했다.
"임 도우, 너희들이 이겼다고 확신하느냐? 네가 도와줄 사람을 찾을 수 있는데 우리라고 도와줄 사람을 찾지 못하겠느냐?"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응?"
임성립, 장월아 등 열몇 명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허허, 이런 보잘것없는 재주로 망신을 당하지 말거라. 내가 놀랄 줄 아느냐?"
임성립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진남이 자신들처럼 일행을 따돌리고 혼자 전승을 얻으러 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때 악기가 가득한 외침이 먼 곳에서 들려왔다.
"어느 세상 물정을 모르는 자가 감히 진남 도우를 공격하느냐? 내 죽여버리겠다!"
방대한 기운이 엄청난 속도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임성립, 장월아 등 열몇 명은 깜짝 놀랐다.
'진짜 조력자가 있어?'
그들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들에게로 날아오는 기운은 한 개뿐이었다.
"하하하!"
임성립은 어리둥절하다 큰소리로 웃었다.
"진남, 이게 바로 네가 말하는 조력자냐? 고작 지존정상 한 명이구나. 지존방 일 위인 이양범이라도 소용없다!"
장월아 등 열몇 명은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마음속의 걱정이 모두 사라졌다.
진남과 허여진은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기세등등하게 날아온 사람은 바로 용로였다.
진남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용로는 주력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지만, 기세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진남, 이 지경이 되었는데 웃음이 나오느냐? 괜찮은 척할 필요 없다. 잔꾀를 부려……."
임성립은 기세를 뿜어 사방을 흔들며 진남과 허여진을 격파하려 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멀리에 또 한 개의 방대한 기운이 나타났다.
기운은 엄청난 속도로 그들에게로 날아왔다.
장월아 등도 기운을 느끼고 어안이 벙벙했다.
'한 명이 또 있어? 조력자가 두 명인가?'
그들은 정신을 차리기 전에 또 세 개의 방대한 기운을 느꼈다.
"다…… 다섯 명의 정상지존?"
임성립은 몸이 떨렸다.
기세가 절반이나 줄었다.
진남과 허여진의 전력으로 다섯 명의 정상지존이 도와준다면 열몇 명으로 진남 등을 상대할 수 없었다.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의 예감은 바로 현실이 되었다.
방대한 기운이 우후죽순처럼 강해졌다.
그들은 어둠 속의 불꽃을 느꼈다.
"누가 감히 진남 도우를 건드리느냐!"
외침이 멀리서 들려와 한데 모여 천지를 흔들었다.
살기들은 홍수처럼 넓은 바다로 변해 임성립, 장월아 등 열몇 명의 무인들을 잠그려 했다.
"어……?"
임성립, 장월아 등 열몇 명의 무인들은 넋을 잃었다.
'정상지존이 어떻게 이렇게 많지? 진남의 신분으로 어떻게 이렇게 많은 무인들과 연합했지? 이 모든 건 진남이 설치한 환상 거울인가?'
용로가 왔다.
다른 정상지존과 대성지존들도 하나둘 왔다.
싸늘한 눈빛에 임성립과 장월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환상 거울이 아니었다.
싸늘한 빛이 번쩍거리는 지존들의 백골이 된 몸을 보자 그들은 몸이 떨리고 한기가 이마로 들어왔다.
이들은 서극지의 '악귀'들이다!
진남이 '악귀'들과 연합했다!
사방이 조용해졌다.
임성립, 장월아 등 열몇 명의 빠른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진남은 얼굴이 창백해진 임성립을 보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왜? 아직도 내가 너희들에게 겁주기 위해 잔꾀를 부렸다고 생각하느냐?"
임성립은 칠목족 소족장 후보자였다.
앞에 있는 상황이 대단하지만 크게 놀랄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전, 전에는 제가 눈이 삐었습니다. 진남 형님 화를 내지 마십시오. 요구가 있으면 얼마든지……"
임성립은 풀이 죽었다.
심지어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누구든 백여 명의 정상지존, 대성지존과 마주하면 다들 그처럼 할 것이었다.
진남은 그와 긴말하고 싶지 않아 손을 저었다.
"형제들, 공격하거라!"
용로가 위풍당당하게 크게 소리쳤다.
순식간에 백여 개의 도술이 폭풍우처럼 임성립 등에게 쏟아졌다.
임성립 등은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반항했다.
그들의 말대로 소수가 다수를 이길 수 있을까, 게다가 세력이 이렇게 방대한데 당할 수 있을까?
천지를 흔드는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무인들이 연달아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