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9화 언제 한패가 된 거지?
"무슨 뜻이지? 그곳이 매우 위험해?"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용로(龍老), 진남에게 말해주십시오."
허여진은 가장 심하게 상처를 입은 백골을 바라봤다.
진남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백골의 신분을 알게 됐다.
용로는 정상지존이었다.
여기 가장 오래 갇혀 있던 사람이었다.
천 년이나 되었다.
진남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백 년이나 이백 년 지나면 그는 차천대주 때문에 죽었을 것이었다.
그는 진남을 고맙게 생각했다.
"진남 도우, 서극지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가면 시대전장으로 갈 수 있다. 우리는 차천대주에 걸려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죽일 수 없다. 그동안 우리도 서극지의 가장 깊은 곳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서극지의 가장 깊은 곳은 매우 위험하다! 밖에선 서극지로 온 무인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건 틀렸다. 무인들 대부분은 변두리나 가운데까지 가도 매우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곳의 오묘함을 꿰뚫어 보려고 해서 사라졌다. 그리고……."
용로는 정중하게 말했다.
"저주에 걸린 다음 해에 서극지의 깊은 곳에서 대단한 폭발음이 울려 퍼져 서극지 전체를 흔들었다. 몇백 년 후 나는 외부에서 들어온 지존들에게서 우연히 알았다. 전에 한 주재거물이 시대전장을 입구로 서극지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려다 가장 깊은 곳의 대단한 물건과 싸움을 벌였다. 마지막에 주재거물은 도망쳐 시대전장으로 돌아와 줄곧 폐관했다. 큰 상처를 받은 게 분명하다."
진남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놀랐다.
'서극지의 깊은 곳은 너무 위험하잖아? 주경 강자도 중상을 입고 물러날 정도면 천존이 안에서 지키고 있나?'
진남은 빠르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숨을 내쉬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지라도 나는 갈 거다.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차천대주도 깰 수 있으니 서극지의 가장 깊은 곳을 넘을 수 있을 거다. 떠나기 전에 너희들의 저주를 전부 풀어주겠다."
사람들은 안색이 변하고 연달아 설득했다.
진남의 확고한 태도에 그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어 한숨을 내쉬었다.
진남은 열몇 명의 무인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도술을 나에게 전수해줄 수 있느냐?"
이들은 여러 무상도통에서 온 자들이었다.
진남은 오래전부터 이들에게 눈독 들였다.
천재지보, 기연 등은 갖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가르쳐주길 원한다면 진남은 도술이 완벽해지고 비범지도의 위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었다.
"진남 도우, 나는 도술을 전수해주겠다. 하지만 전에 종문에서 수련할 때 도술을 조금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선마도세를 했다. 아니면 결과가 매우 비참할 것이다."
환선도종의 정상지존이 씁쓸하게 말했다.
나머지 열두 명의 지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허여진은 말했다.
"진남 도우, 괜찮다면 내가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주겠다."
다른 무인들도 나섰다.
진남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 다른 비법들은 배워도 소용없다. 하지만……."
진남은 열세 명의 무인들을 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이 전수할 수 없으면 나와 겨루면서 나를 느끼게 할 수 있느냐?"
그들이 맹세를 해 전수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진남은 진작에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
이렇게 간단한 제의를 그들은 거절할 리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진남과 겨루려 했다.
진남도 몸을 움직였다.
마치 오랫동안 깊은 잠이 들었던 태고흉수가 깨어난 것 같았다.
쿠쿠쿠쿵-!
귀청을 찢는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방원 몇만 리의 바닷물이 출렁거렸다.
"전력이 진짜 대단하구나!"
"이것이 비범지도인가?"
주위의 다른 무인들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허여진도 놀랐다.
열세 명의 무인들 중 다섯 명은 정상지존이고 여덟 명은 대성지존이었다.
진남은 한꺼번에 그들을 눌렀을 뿐만 아니라 여유만만했다.
도법지도도 드러내지 않았다.
반 시진이 지난 후 진남은 살짝 뒤로 물러서 천지를 뒤엎는 기세를 거두었다.
"진남 도우 전력이 대단하구나. 탄복했다."
열세 명의 무인들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계속 싸운다면 그들은 상처를 입고 패할 것이었다.
"이번의 겨룸을 통해 저들은 마음속의 응어리가 많이 풀렸을 것이다."
허여진은 사람들을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진남이 자신들을 위해 차천대주를 풀어줬지만, 그들은 자존심이 강한 자들이었다.
십오 년 동안 진남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괴로웠을 것이었다.
하지만 진남의 경지가 강하면 그럴 수 없었다.
허여진과 마찬가지였다.
이때 진남이 예상 밖의 행동을 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원래 움직였던 열두 개의 문도법 중 열한 개가 조용해지고 환선도전만 남았다.
그는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법인도 끊임없이 변했다.
"이건……."
환선도종의 무인은 깜짝 놀라고 믿을 수 없었다.
"대환천라계(大幻千羅界)?"
대환천라계는 환선도종의 핵심도술 중 한 개였다.
환선도종을 세운 노조가 만든 것이었다.
도술을 드러내면 상대방의 마음속에 환상거울이 나타났다.
한 층 한 층 겹쳐져 정상의 단계가 천 가지나 나타나고 위력이 엄청났다.
"뭐?"
허여진을 포함한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진남이 이 도술을 몰래 배웠다고? 진남은 환선도전을 수련했고 매우 깊게 느꼈다. 다른 무인들이라면 이렇게 몰래 배우려면 적어도 사흘은 걸릴 것이다. 하지만 진남은 반 시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자는 무예천부가 얼마나 대단한 거지?'
"좋다. 내가 너에게 짧게나마 굴복할 만 하구나. 나의 무예천부는 너의 삼 분의 이도 안될 것……."
허여진의 눈에 칭찬의 빛이 드러났다.
그는 무언가를 본 것처럼 눈을 찌푸렸다.
우레에 맞은 것처럼 몸이 굳었다.
진남은 윤회종의 윤회도전을 드러냈다.
그가 빠르게 법인을 바꾸자 윤회의지가 풍겨 나와 사방으로 퍼졌다.
그의 등 뒤에 희미한 수레바퀴가 나타나 끊임없이 돌아갔다.
그의 주위 방원 몇 리 되는 바닷물이 윤회되어 진공상태로 변하고 나머지 바닷물도 들어갈 수 없었다.
"윤…… 윤회전천술(輪回轉天術)?"
윤회종의 정상지존은 몸을 떨었다.
자신이 본 걸 믿을 수 없었다.
윤회전천술은 윤회종의 비법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방금 겨룰 때 그는 두 번밖에 드러내지 않았다.
"어……."
다른 무인들도 모두 깜짝 놀랐다.
그들은 반 시진 동안 진남이 한 가지를 배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가지나 배웠을 줄이야!
"진남 도우가 전부 다 배웠을까?"
한 정상지존은 침을 삼키고 물었다.
"전부 배웠다고?"
다른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열세 명이 드러낸 도술은 적어도 열두 가지는 되었다.
진남이 무예천부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전부 배웠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진 광경은 무도에 대한 그들의 인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진남은 미친 것처럼 문도법과 손에 드러낸 법인을 끊임없이 변화시켰다.
여러 가지 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열세 명의 무인들이 드러낸 도술을 전부 배웠다!
그는 무상도통의 도술만 몰래 배웠다.
다른 종문이나 파별이 없는 비법은 배우지 않았다.
진남은 술법을 매우 천천히 드러냈다.
위력도 매우 작아 열세 명의 무인들과 비교가 안 되었다.
반 시진은 너무 짧았다.
그는 대충 꿰뚫어 볼 뿐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세 가지나 네 가지라면 그는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 후로 아무도 진남을 방해하지 않았다.
무인들은 정신을 차린 후 여러 가지 천재지보들을 연화하여 자신들의 상처를 회복했다.
진남은 자신의 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허여진을 포함해 모두들 진심으로 탄복했다.
여섯 시진 후 진남은 도술들을 완전히 장악하고 두 눈을 떴다.
눈에 영채가 돌았다.
옆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허여진은 나머지 절반 되는 사람들의 저주도 풀어달라고 진남에게 졸랐다.
저주를 다 푼 후 허여진은 말했다.
"진남, 이제 모두들 거의 회복했다. 우리 세 곳의 기연을 가지러 갈까?"
진남은 동의했다.
둘은 함께 떠났다.
* * *
첫 번째 기연지는 그들과 멀지 않았다.
잠시 후 허여진은 걸음을 늦추었다.
앞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고 넓이가 몇십만 장 되는 커다란 골짜기가 나타났다.
오래된 기운들이 꿈틀거렸다.
가끔씩 가슴 떨리게 하는 음침한 소리가 전해왔다.
허여진은 아래로 내려가며 말했다.
"이곳의 기연을 우리는 구천혈선지라 부른다. 매우 현묘하다. 우리가 관찰해본 바에 따르면 그것은 서극지의 변두리와 가운데에서 부주의로 죽은 무인들의 정혈을 전부 빨아다 한데 모아 깨끗한 혈력으로 변화시킨다."
진남은 놀랐다.
첫 번째 기연이 이토록 대단할 줄 전혀 생각도 못 했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강자들이 서극지에서 죽었는지 모른다. 그들의 정혈을 전부 빨아 모았다면 힘이 얼마나 대단할까?'
"잠깐! 그것이 정혈을 빨아들인다면 혈통지력을 매우 많이 빨아왔다는 거잖아?"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죽은 강자들 중에는 칠 대 천존가문의 제자와 상고백족의 족인들이 있을 것이었다.
허여진은 머뭇거리다 말했다.
"용로 등은 오백 년 전에 이곳을 발견했다. 처음 발견했을 때 이곳은 힘이 매우 약했다. 천지대도가 만든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오백 년이 지난 지금 그것은 힘이 매우 강해졌다."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한꺼번에 말하면 안 되나? 아까는 엄청 강하다고 하더니 대단하다고 할 수도 없네.'
둘은 이야기를 나누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허여진은 이곳을 잘 알았다.
금제와 살기들을 피했다.
"저기 앞쪽 멀지 않은 곳…… 응? 누구지?"
허여진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진남도 앞쪽 먼 곳에 있는 세 개의 방대한 기운을 느꼈다.
진남은 걱정하지 않았다.
허여진은 구천혈선지부근에 매우 짙은 차천주력이 덮여 있고 허여진처럼 저주에 걸린 사람도 한두 시진이 걸려야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었다.
다른 정상지존들은 며칠 동안 애써도 들어갈 수 없을 것이었다.
진남과 허여진은 세 명의 무인을 발견했다.
한 명의 청년, 한 명의 여인과 노인이었다.
그들은 모두 정상지존이었다.
노인은 특이한 점이 없었다.
평범한 정상지존과 다를 바 없었다.
청년은 달랐다.
눈이 일곱 개였다.
눈에서 방대한 선의가 풍겼다.
여인도 남달랐다.
체내에 작은 공간이 있는 것처럼 지존지력을 폭발하는 동시에 지존지력보다 강한 힘도 폭발했다.
그들은 엄청난 도술을 드러내어 상고도기를 꺼내 회색의 기이한 기운을 공격했다.
"나는 전에 청년과 여인을 본 적 있다. 이들은 칠목족 소족장 후보자 중 한 명인 임성립(林成立)과 질타족 소족장 후보자 중 한 명인 장월아(張月兒)이다."
허여진은 낮은 소리로 전음했다.
임성립, 장월아 등은 두 개의 기운이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걸 느끼고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너는…… 진남?"
장월아는 허여진을 발견하고 더 놀랐다.
"허 오라버니입니까?"
'이들은 언제 한패가 되어 서극지까지 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