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8화 그곳에 가면 안 돼!
일곱 명은 걸음을 다그쳤다.
석명 등은 시대전장으로 가는 방법을 잘 몰랐다.
하지만 이 부근의 여러 가지 기연들을 손금 보듯 잘 알았다.
너무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면 진남은 쉽게 얻었다.
"진 형, 잠깐, 앞에 무인들이 있습니다!"
석명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차천대주의 효력으로 그들은 진남보다 알아차리는 게 훨씬 빨랐다.
진남은 앞을 바라봤다.
스무 개 셀 정도 기다리자 누군가 나타났다.
청색 두루마기를 입은 잘생긴 청년이었다.
청년은 구천지존대성의 경지였다.
진남을 본 청년은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석명 등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남 사형, 조심하십시오. 옆에 있는 자들은 악귀입니다."
석명 등은 진남을 바라봤다.
진남은 물었다.
"진남 사형이라고? 너는 궁우태황종의 제자이냐?"
청년은 대답했다.
"네. 저는 궁우태황종의 진전제자 장지릉(章之綾)입니다. 얼마 전에 이곳으로 왔습니다. 사형, 이자들에게 속지 마십시오. 이들은 진짜 악귀입니다. 사형을 공격할 겁니다."
장지릉이 초조해하자 진남은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저들은 예전과 다르다. 저들은 공격하지 않는다. 너는 초급단계인데 어떻게 이곳으로 왔느냐?"
장지릉은 어리둥절했다.
'악귀들이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는 이내 진남의 여러 가지 소문을 떠올리더니 의심하지 않고 말했다.
"저는 지도를 한 개 얻었습니다. 이곳에 전승이 있다고 표기되었습니다. 저는 빨리 정상지존으로 진급하고 싶어 왔습니다."
그는 지도를 한 개 꺼냈다.
석명은 지도를 힐끗 보고 전음했다.
"진 형, 이 지도는 꽤 괜찮은 전승입니다. 우리 궁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몰래 장소지존에게 신념을 전했다.
장소지존의 확인을 받은 후 진남이 말했다.
"지릉, 이곳은 매우 위험하다. 너의 경지로 이곳으로 온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제부터 너는 나를 따르거라. 내가 너를 데리고 전승을 찾으러 가겠다."
그는 궁우태황종에 호감이 있었다.
궁우태황종의 무인을 만났으니 도와줘야 했다.
장지릉도 담이 너무 컸다.
지존초급단계이면서 이곳으로 쳐들어왔다.
장지릉은 기뻐하며 인사했다.
"사형 고맙습니다!"
"됐다. 예를 차리지 말거라. 가자."
그 후로 한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반 시진 정도 지난 후 그들은 금색 나무 아래에 도착하고 바다 밑으로 내려갔다.
잠시 후 진남의 앞에 크고 작은 산이 여덟 개 나타났다.
산은 연결되어 커다란 우리 같은 산맥을 이루었다.
가운데에 파란색 선석으로 만든 높이가 만 장 되는 오 층짜리 궁전이 있었다.
궁전에는 여러 가지 부문이 새겨졌고 방대한 도의를 풍겼다.
반보문도지기였다.
진남 등이 다가가자 궁전 안의 무인들은 뭔가 느끼고 신념으로 훑어봤다.
"석명 일행인가?"
"저들은 왜 무인을 데리고 왔지?"
소리가 대전 안에 울려 퍼졌다.
"설마……."
그들은 뭔가 느낀 듯 놀라고 호흡도 빨라졌다.
슉-! 슉-! 슉-!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백골들과 석명처럼 반인반골인 존재들, 그리고 육신이 온전하고 피부에 검은색 무늬가 가득한 무인들이 안에서 연달아 날아 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궁전 위에는 팔십여 명이 모였다.
그들은 여러 가지 기운을 풍기고 진남과 장지릉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장지릉은 소름이 끼쳐 헛숨을 들이켰다.
궁전에 모인 자들을 본 진남은 저도 모르게 흥분했다.
팔십여 개의 형상 중 오십여 명은 지존정상의 존재였다.
나머지는 전부 지존대성이고 지존 초급단계는 한 명도 없었다.
"진 형, 저들은 아직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합니다. 원하지 않아도 이제 곧 형님을 공격할 것입니다.
조심하십시오. 우선 방법을 찾아 저들의 십 분의 일의 저주를 풀어주어 자유를 얻게 하십시오."
석명은 빠르게 전음했다.
"좋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도법지도를 드러내 장지릉을 감쌌다.
그리고 무지갯빛으로 변해 팔십여 개의 형상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역수검결(逆水劍訣)!"
"천지대전술(天地大轉術)!"
팔십여 개의 형상은 마음은 내키지 않지만 저주의 통제로 도술을 드러냈다.
천지를 뒤엎고 기세가 대단했다.
진남은 몸을 날려 반대편으로 날아가 단천도를 내리쳤다.
수천, 수만 개의 도기가 장대비처럼 모두를 덮었다.
퍼퍼퍼펑-!
연이은 폭발음이 들렸다.
고통스런 소리가 울려 퍼지고 형상들마다 흑기가 위로 솟아올라 사라졌다.
"저주의 힘이 약해졌다!"
"차천대주를 약화시킬 수 있구나!"
"하하하, 이날이 드디어 왔구나. 드디어 왔다!"
팔십여 개의 형상들은 기뻐하고 아픔을 잊었다.
그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봤다.
"석명, 정확히 어떤 상황이냐?"
육신이 완전한 무인이 안에서 걸어 나와 물었다.
무인은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드리우고 눈은 자금색이고 흰색 두루마기를 입었다.
얼굴의 기쁨이 사라지고 체내의 기운은 오랜 늪처럼 가늠할 수 없었다.
"진 형, 저자는 허씨 가문의 여든여섯 번째 성자 허여진(?如?)입니다. 저자는 오십 년 전에 지존방 서열 십오 위였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명성이 가장 높습니다. 우두머리나 마찬가지입니다."
석명은 낮은 소리로 진남에게 전음했다.
그리고 모든 일을 허여진에게 말해줬다.
허여진은 진남을 바라보고 정중하게 인사하고 말했다.
"진남 도우, 우리를 도와 십 분의 일의 저주의 힘을 풀어주어 자유를 얻게 해줘 고맙다."
그는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긴말하지 않겠다. 우리를 도와 저주를 완전히 풀어주거라.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진남은 곰곰이 생각하고 말했다.
"요구가 많지 않다. 너희들을 도와 저주를 완전히 풀기 전에 저주를 푼 후 나를 위해 십오 년을 일하겠다고 선마도세 등 맹세를 하거라."
진남이 삼십 년 심지어 백 년이라고 해도 대부분은 동의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긴 시간은 필요 없었다.
"십오 년이면 돼?"
형상들은 기뻤다.
그들은 진남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제시할 줄 알았다.
허여진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진남 도우, 너를 위해 일하는 십오 년 동안 만약 같은 종문이나 종족 혹은 지인을 만나면 그들을 공격하지 않아도 되느냐?"
진남은 생각도 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반드시 공격해야 한다. 죽이지는 않아도 괜찮다."
그는 적이 많았다.
만약 허여진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이자들이 있어도 별 의미가 없었다.
허여진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에 그는 만족했다.
"여러분, 협상은 끝났다. 괜찮다고 생각되면 맹세를 하거라."
허여진은 다른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진남 도우, 나는 맹세한다……."
팔십여 명은 망설이지 않고 선마도세와 다른 몇 개의 맹세를 했다.
"너는 맹세하지 않느냐?"
허여진이 움직이지 않는 걸 본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이자는 만족하지 않는 건가?'
"허 성자, 진남 도우의 조건에 동의하거라."
"맞다. 너의 천부로 자유를 얻으면 주경 강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충고했다.
허여진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조건은 괜찮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머리 숙인 적 없다. 아직은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았다. 응어리가 풀리면 진남 도우의 조건을 동의하겠다. 그때 가서 진남 도우 거절하지 말거라."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자식 재미있구나.'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안다. 당분간만 나를 따를 뿐이다. 네가 수모를 겪게 하지 않을 거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하며 열두 개의 문도법을 움직였다.
"열두 개…… 문도법?"
"이건 우리 환선도종의 환선도전이다!"
팔십여 명은 깜짝 놀랐다.
허여진도 눈을 찌푸렸다.
도법지도를 보자 순식간에 뭔가 깨달았다.
"너…… 비범지도를 수련했느냐?"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여진은 한참 침묵하고 천천히 말했다.
"그럼 나도 맹세하겠다."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그럼 이제 시작합시다."
허여진은 뭔가 생각나 서둘러 말했다.
"진남 도우, 너무 힘을 많이 쓰지 말거라. 저주의 힘을 절반 정도 없애면 된다."
"응? 왜 그러는 거냐?"
허여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는 모른다.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몇백 년 전에 저주에 걸렸다. 주력의 침식으로 육신이 없어지고 백골만 남았다. 한꺼번에 주력을 전부 없애버리면 그들은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을 수 있다."
* * *
그 시각, 도법지도 안.
"끝났나? 진남 사형이 이겼나? 사형은 전력이 강하지만 팔십여 명의 악귀의 상대가 안 될 거다. 전에 저 악귀들이 사형을 공손하게 대하던데 진남 사형은 저들을 누를 수 있을까?"
장지릉은 의문이 가득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법지도가 사라지고 그도 바다 밑에 나타났다.
장지릉은 앞을 바라보고 깜짝 놀랐다.
진남은 손에 든 칼로 육신이 완전한 무인을 연거푸 네 번이나 벴다.
무인은 피하지 않고 공격을 당했다.
피가 흩날리고 흑기가 꿈틀거렸다.
무인은 비명을 지르고 고통스러워 표정이 구겨졌다.
하지만 분노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했다.
계속 알아들을 수 없는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이를 본 장지릉은 어리둥절했다.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모두 비켜라. 진남 도우 먼저 나를 베시오."
"에잇, 왜? 저주에 걸린 시간은 네가 가장 길다!"
"중놈, 왜 끼어드는 거야. 썩 비켜라. 아니면 혼내주겠다!"
백골들, 반인반골, 육신이 완정한 무인들은 한데 모여 욕설을 퍼부었다.
어떤 자들은 손과 발로 공격했다.
장면이 혼란스러웠다.
장지릉은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환술에 걸렸나? 진짜라면 이 환술은 정말 대단하구나.'
진남은 장지릉이 생각나 말했다.
"석명, 지릉을 데리고 전승을 찾으러 가거라."
석명은 고개를 끄덕이고 부들부들 떠는 장지릉을 데리고 떠나갔다.
진남도 예상치 못 한 일이 있었다.
진남 덕분에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구천선역에는 온 세상에 명성을 날린 천존거물이 나타나 상고시기의 차천일맥의 휘황한 전기를 재현했다.
반 시진 후 진남은 전부 다 벴다.
팔십여 명은 전부 중상을 입었다.
백골 형상의 무인들은 기운이 매우 약했다.
하지만 서극지의 악귀인 그들은 평소에 매우 많은 천재지보를 긁어모았다.
회복하는 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허여진의 말대로라면 서른여 명의 무인들이 밖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또 이십여 명은 강한 적을 만나 잠시 봉인되어 그들이 도와줘야 했다.
진남은 이런 상황이 기뻤다.
"진남 도우, 너와 상의할 일이 있다."
허여진은 망설이고 말했다.
"너는 허씨 가문의 성자다. 언제부터 이렇게 꾸물거렸느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바로 하거라."
"좋다! 진남 도우, 우리는 서극지에서 지내면서 많은 전승과 기연, 천재지보들을 발견했다. 그중 세 곳의 기연은 매우 대단하다. 우리는 줄곧 가지러 가지 않았다."
허여진은 말했다.
"가능하다면 진남 도우 우리에게 한두 개를 남겨주길 바란다. 우리는 저주의 힘이 전부 없어진 후 매우 많은 자원이 있어야만 회복할 수 있다."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봤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고작 이거냐? 좋다. 너희들에게 두 개 남겨주고 나는 한 개를 가지겠다."
허여진이 답하기 전에 진남은 낮은 소리로 물었다.
"시대전장으로 가는 방법을 아느냐?"
허여진은 놀라 물었다.
"너 시대전장으로 가려고?"
무인들은 굳은 표정으로 진남을 바라봤다.
"진남 도우, 바보 같은 짓 하지 말거라."
"맞다. 그곳은 가면 안 돼!"
사람들은 긴장하고 잇달아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