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2화 정상에 도달하다
"진남 도우, 자네의 비범지도를 오래전부터 들었소. 오늘 이 기회에 제대로 겨뤄봅시다."
정무원은 말하고 손을 뻗어 진남을 잡으려 했다.
방대한 압력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진남이 어부지리로 얻는 걸 방지하기 위해 그는 진남을 끌어들이려 했다.
"흥!"
묘묘 공주는 기분이 나빴다.
바로 무령지체를 움직였다.
강벽난은 법인을 만들었다.
희미한 선검이 그녀의 등 뒤에 솟아올랐다.
"좋소. 오늘 제대로 겨뤄봅시다."
진남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통천도화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첫째는 통천도화가 그와 묘묘 공주, 강벽난에게 아무 쓸모가 없었다.
둘째는 그는 이익 때문에 다른 사람과 얼굴을 붉히는 성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그와 얼굴을 붉히면 그는 가만있지 않았다.
"진남, 우리 다시 연합할까?"
적호천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따 너 정씨 가문의 성자에게 중상을 입히거라. 나는 기회를 봐 탈사하겠다. 그리고 우리 둘은 연합하여 통천도화를 뜯고 함께 연화하자. 네가 동의하면 나는 지금 바로 선마도세를 하겠다."
적호천주는 진심이었다.
다른 생각이나 음모가 없었다.
진남의 옆에 있는 두 절세미인 외에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그는 진남에게 아무런 나쁜 마음이 없었다.
주선제오인의 후계자이고 체내에 양대 천존의지가 있어 그는 건드릴 수 없었다.
진남이 말하기 전에 이변이 일어났다.
그의 체내에 있던 주제의지, 황보절의지와 다른 혈통지력이 모여 만들어진 핏방울에서 빛이 반짝거렸다.
진남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진남은 어리둥절하여 자세히 느끼며 대전을 한 바퀴 둘러봤다.
마지막에 보기에 평범하고 아무런 기이한 점이 없는 낡은 붓에 시선이 멈췄다.
"소남자, 저 낡은 붓이 좀 이상하다. 방금 나와 난난의 영생의 종자도 반응을 일으켰다."
묘묘 공주는 기뻐하며 신념을 전했다.
"그래?"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적호 선배님, 연합할 필요 없습니다. 이곳에 통천도화가 한 송이뿐이 아닐 겁니다!"
적호천주는 어리둥절했다.
'통천도화가 더 있단 말인가?'
그가 궁금해할 때 진남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는 도술들을 피하고 나무 책상의 다른 편에 나타났다.
"도법지도!"
진남은 최선을 다했다.
고도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꿈 깨!"
항한 등과 정무원 등은 소리치며 도술을 드러냈다.
위기의 순간에 진남의 도법지도는 궤도를 바꾸어 낡은 붓을 감고 과천일격을 드러내 다른 편으로 날아갔다.
"응?"
성자, 성녀, 구천지존들의 눈에 의문이 스쳤다.
금색 실이 통천도화를 감았다.
그들은 눈을 찌푸렸다.
맹랑천은 이미 판을 짰다.
진남은 묘묘 공주와 강벽난의 옆으로 날아갔다.
셋은 정신을 집중하여 상황을 훑어보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지존지력을 붓에 주입했다.
웅-!
붓은 봉인을 연 것처럼 금황색으로 변했다.
방대하고 오래된 기운이 뿜어져 나와 무인들을 휩쓸었다.
"이건……."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어서 손을 써 붓을 빼앗읍시다!"
최고급 세력의 성자, 성녀인 정무원, 한추영, 조령, 항한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네 개 세력의 정상지존들의 신념이 진남에게 쏠렸다.
"베거라!"
진남은 진작에 준비를 했었다.
청홍색 머리카락을 날리며 열두 개 문도의지를 전부 단천도에 주입해 찬란한 빛으로 변했다.
"영생지진!"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동시에 법인을 만들었다.
진문들이 퍼져 나왔다.
퍼퍼퍼펑-!
쌍방은 반탄지력에 뒤로 밀렸다.
낡은 붓이 부서져 빛으로 변해 진남과 묘묘 공주, 강벽난을 감고 사라졌다.
"에잇!"
항한 등과 정무원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빠르게 통천도화에 시선을 돌렸다.
온갖 계략과 배신이 난무했다.
* * *
진남 등의 눈앞의 광경이 변했다.
잠시 후 그들은 낯선 곳에 도착했다.
주위를 둘러본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방원 오백여 장 되는 정원 안에 있었다.
정원에는 대나무 다섯 그루, 저수지 한 개, 돌의자 여섯 개와 면적이 삼십 장 되는 대나무 집이 있었다.
정원 밖은 새하얗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왔느냐?"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무집 안에서 전해왔다.
끼익하고 문이 열리더니 백포를 입은 백발의 잘생긴 소년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진남 등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돌의자에 앉아 말했다.
"편히 앉거라."
식해 속의 적호천주는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나와 공수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적, 적호. 선배님을 뵙습니다."
잘생긴 소년은 적호천주를 힐끗 보고 웃으며 말했다.
"적호, 제법이구나. 아직도 살아있다니. 이것 역시 너의 기연이니 안으로 들어가거라."
적호천주는 잘생긴 소년의 말뜻을 이해하고 기뻐했다.
그는 진남에게 눈짓하고 빠르게 나무집으로 걸어갔다.
"네가 바로 배후에서 쌍주지지를 조종한 사람이냐?"
묘묘 공주는 궁금했다.
아무리 봐도 이 청년은 특이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
적호천주가 청년을 정중하게 대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예 청년을 대단하다고 생각지 못했을 것이었다.
"응. 그런 셈이다. 너무 오래 잠들어 있어서 심심하여 일을 벌였다."
잘생긴 소년은 묘묘 공주와 강벽난을 바라보고 칭찬했다.
"좋다. 아주 좋다. 오랫동안 주제 외에 영생의 종자를 만든 사람을 처음 봤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긴장됐다.
진남도 눈을 살짝 찌푸렸다.
'이자는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렇게 많은 걸 알고 있지? 게다가 말투를 들어보니 주제와 꽤 익숙한 것 같다!'
"설마……. 네 번째 무상천존입니까?"
진남은 가까스로 냉정을 되찾고 물었다.
"어? 아니다. 나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
잘생긴 소년은 웃으며 말했다.
"나의 신분을 짐작할 필요 없다. 너는 알 수 없다. 이름은 말해줄 수 있다. 한 글자는 천이다."
정원의 분위기가 굳었다.
'천? 스스로 천이라고 하다니?'
"창과 어떤 연관이 있습니까?"
진남은 숨을 들이쉬고 물었다.
"어, 어떻게 창을 생각했지? 창천 때문이냐? 음……."
잘생긴 소년은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 생각하고 말했다.
"하긴 천이란 이름은 패기 있지만, 오해받기 쉽다. 그럼 지라고 부르거라."
굳었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셋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이자는 마음대로 이름을 짓는 것이 애들 장난인 줄 아나?'
"지 선배님께서는 우리가 온 걸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으시고 왔느냐 라고 하셨습니다. 혹시 우리가 올 거라는 걸 미리 예상하셨습니까?"
강벽난은 물었다.
"맞다. 저 낡은 붓은 아무 쓸모 없다. 그것에 좀 변화를 주어 너희들을 이곳으로 유인했을 뿐이다."
잘생긴 소년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심하거라. 나는 악의가 없다. 오히려 너희들과 좋은 인연을 맺고 싶다. 너희들에게 기연을 한 개씩 주겠다."
진남과 두 여인은 서로 마주 보았다.
잘생긴 소년의 말은 진짜이고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았다.
아니면 잘생긴 소년의 경지로 그들을 상대하는 건 너무 쉬웠다.
다만 사람들이 꿈에도 바라던 기연을 이렇게 얻을 수 있다니 뭔가 찝찝했다.
"너희들은 영생의 종자를 가졌다. 방으로 들어가 삼 개월만 있으면 영생의 종자를 싹 틔울 수 있을 것이다. 싹을 틔우면 초술을 가르쳐주겠다."
잘생긴 소년은 생각하고 말했다.
진남은 기뻤다.
잘생긴 소년의 말대로 된다면 묘묘 공주와 강벽난에게는 매우 큰 좋은 일이었다.
"지 선배님, 저희들은 선마도세를 했습니다. 삼 일 후에 싸우러 가야 합니다."
묘묘 공주는 눈을 반짝거리고 말했다.
강벽난도 고개를 끄덕였다.
잘생긴 소년의 말은 그들에게 매우 큰 유혹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이 폐관한다면 진남은 혼자 남지 않는가?
외부의 형세가 이렇게 복잡한데 그녀들은 진남을 혼자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너희들은 의리가 있구나. 좋다. 나도 전례를 깨겠다. 너희 둘은 삼 일 후에 떠나거라. 일이 끝나면 이 영패를 통해 돌아오거라."
잘생긴 소년은 웃고 손가락을 튕겼다.
흰색 영패 두 개가 묘묘 공주와 강벽난에게 떨어졌다.
"두 개뿐입니까? 소남자는요?"
묘묘 공주는 어리둥절했다.
"저자는 다른 기연이 있다. 너희들과 다르다."
잘생긴 소년은 담담하게 말했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무언가 말하려 했다.
진남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은 먼저 들어가거라."
묘묘 공주는 진남을 보고 입을 삐죽거렸다.
긴말하지 않고 강벽난과 함께 나무집으로 들어갔다.
"선배님, 한마디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선배님께서 저에게 이렇게 큰 좋은 점을 주시는 건 주제 때문입니까, 아니면 황보절 때문입니까?"
진남은 정색하고 물었다.
그는 이 청년이 기분이 좋다고 이렇게 큰 좋은 점을 공짜로 준다는 걸 믿지 않았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너는 아직 아는 것이 너무 적다. 나도 뭐라고 제대로 말할 수 없다."
잘생긴 소년은 한숨을 쉬고 웃었다.
눈빛이 어두워진 채로 말했다.
"이런 말 하지 말자. 내가 너에게 주려는 기연은 특이하다. 스스로 선택하거라. 일이 년 사이에 너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너는 위기가 어디서 오는지를 알고 싶으냐, 아니면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알고 싶으냐?"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이런 기연은 진짜 특이했다.
그는 처음 알았다.
"선배님께서는 저보고 스스로 선택하라고 하시지만 이 두 개를 비교해보면 누구나 두 번째 것을 선택할 겁니다."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저는 두 번째 것을 선택하겠습니다."
잘생긴 소년은 어깨를 으쓱하고 손가락을 뻗어 허공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선명한 붉은 글자가 나타났다.
'너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을 죽이거라.'
진남은 소름이 끼쳤다.
순식간에 평온을 되찾고 싸늘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선배님, 이런 방법으로 제 마음에 못을 박으려는 거라면 선배님을 실망시킬 것 같습니다. 저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에게 중요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몇 명밖에 안 되었다.
그들이 절대 그를 해칠 리 없었다.
"믿든 믿지 않든 그건 너에게 달렸다. 나는 기연을 너에게 줬다. 내가 의리를 지키지 않는다고 하지 말거라."
잘생긴 소년은 어깨를 으쓱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삼 일 후면 이곳은 열린다. 너희들은 스스로 떠나거라."
말을 마치자 잘생긴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집 안으로 들어갔다.
진남은 마음이 평온했다.
이번에 그는 아무런 좋은 점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묘묘 공주와 강벽난이 신비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충분했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정상 경지에 도전하자."
진남은 중얼거리고 저장주머니에서 천재지보와 정상지존의 시골을 꺼냈다.
그들은 쌍주지지를 약탈한 후 여러 가지 전투와 위기에 빠져 줄곧 제대로 수련할 시간이 없었다.
진남은 화도선염을 드러내 연화하기 시작했다.
방대하고 깨끗한 힘이 끊임없이 나타나 체내에 들어갔다.
조용해졌던 주제와 황보절의 의지와 혈통지력이 한데 모여 이루어졌던 핏방울이 다시 반응을 일으켜 절반을 빼앗아갔다.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천재지보가 충분했기에 망정이지 언제 정상경지로 진급할지 알 수 없었다.
* * *
서른여 시진이 지났다.
진남은 정원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조각상처럼 아무 기운도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딸깍딸깍하는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천구백아흔아홉 번째 소리가 울리자 진남에게서 엄청난 기세가 솟아오르고 대단한 위압이 사방을 휩쓸었다.
정상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