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1화 통천도화
"여러분 도와줘서 고맙다."
진남은 맹랑천, 항한, 정무원 등을 보며 공수하고 말했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한 가지 물건을 얻었소. 그 물건이 백도난의 광도(光道)와 반응을 일으켰소. 함께 가보지 않겠소?"
그가 혼자 움직인다면 장남 등이 약속을 지킨다 해도 세 개 무상도통과 숨어 있는 무인들이 그를 노릴 것이었다.
연합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었다.
"하하, 잘됐다. 어느 길을 선택할지 고민이었다."
맹랑천은 큰소리로 웃었다.
항한 등과 정무원, 한추영, 조령 일행은 잠깐 고민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시각, 구천지존들은 하나둘 움직여 광도로 날아 들어갔다.
신념과 눈길이 진남을 주시했다.
진남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무인들이 절반 넘게 떠난 후에야 일행과 함께 여든여섯 번째 광도로 날아갔다.
진남은 앞으로 날아가며 성자들과 지금의 형세, 무예, 수련 등에 대해 한담을 나누었다.
잠시 후, 진남은 일행들의 성격을 대략적으로 이해했다.
정무원은 주도면밀하고 침착했다.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으며 감정의 변화가 없었다.
조령은 답답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듣기만 했다.
한추영은 기이했다.
수시로 묘묘 공주와 강벽난을 바라봤다.
이에 진남은 약간 화가 났다.
항한은 데면데면한 것 같지만 세심한 면이 있고 묘한 사람이었다.
맹랑천은 장로의 풍채도 없고 절개가 없었다.
말끝마다 천재지보를 들먹이고 대화가 안 되면 내기를 하려 했다.
그가 있기에 분위기는 뜨겁고 유쾌했다.
반 시진 후 조용하던 광망대도에 변화가 생기고 주위가 어두워졌다.
동술과 신념을 움직여도 방원 다섯 장밖에 볼 수 없었다.
살기들이 연거푸 나타났다.
허환귀신도 있고 상고 병장도 있고 진법이나 금제도 있었다.
진남 일행의 세력이 매우 컸다.
위험에 부딪혀도 밀고 나가고 움직이는 속도도 느려지지 않았다.
두 시진이 지났다.
얼마나 갔을까 어둠의 끝에 빛이 나타났다.
"끝내 도착했구나. 무월궁의 주인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길게 만들었을까?"
맹랑천은 투덜거리고 사람들과 함께 속도를 높여 빛 속으로 날아들어 갔다.
"응?"
그들이 빛을 통과하자 사람들은 안색이 싸늘해졌다.
그들은 넓은 전장에 도착했다.
하늘은 시뻘겋고 땅에는 골짜기가 가득하고 아수라장이고 잘린 사지들이 여기저기 널렸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매우 처참했다.
가장 중요한 건 무도의지가 하늘을 떠받든 나무처럼 허공에 뿌리를 박고 지금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중 많은 무도의지에 사람들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싸움에 참가한 무인들 중에 가장 약한 자라도 정상지존 등급이었다.
"시공지석 조각?"
정무원은 한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전장은 무상천존 시대에 발생했겠다."
그는 앞으로 걸어가 손톱만 한 검은색 돌을 잡아 관찰했다.
얼굴에 아쉬움이 드러났다.
돌은 너무 많이 손상되어 시공지력이 없었다.
"정 도우, 이 돌은 뭐요?"
진남은 궁금했다.
'작은 조각으로 대전이 무상천존 시대에 일어났었다는 걸 판단할 수 있다고?'
"진 형 모르시오?"
정무원은 어안이 벙벙했다.
"진남 도우, 시공지석은 특이한 선식이요. 시공석비(時空石碑)가 키워낸 것이고 안에 시공지력이 있소. 시공석비는 대상계에서 가장 현묘한 존재 중 한 개요. 소문에 누가 이 석비를 얻으면 시공지도를 느낄 수 있다오.
하지만 아쉽게도 후에 네 명의 무상천존의 싸움으로 석비가 부서졌소. 그때부터 시공지석을 만들지 못했소. 우리가 지금 얻은 시공지석은 그 시대의 것이오."
조령은 설명했다.
"진남 너 공을 들여 많은 것들을 이해해야겠다. 항한 형씨와 세 개의 세력이 너와 연합하여 하려는 일은 시공지석과 큰 연관이 있다."
맹랑천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뭔가 귀띔하는 것 같았다.
"맹 종주, 저는 잘 모릅니다. 형님을 대신해 심부름을 할 뿐입니다."
항한은 어깨를 으쓱했다.
"항 도우는 몰라도 저는 알아요. 맹 종주가 말을 꺼냈으니 얘기해봅시다. 진남 도우도 마음의 준비를 하시오. 이 일은 비밀이라고도 할 수 없소."
한추영은 머리카락을 귓가로 넘기고 말했다.
"사 대 무상천존의 싸움은 대상계에 영향이 매우 크오. 천존으로 진급하는 곳과 기회가 없어졌소. 오랜 시간의 탐색을 통해 우리는 시공지석으로 대진을 치면 의지가 태고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발견했소.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오. 이번에 우리 한씨 가문, 정씨 가문, 묘문 그리고 항한 도우의 시도족이 진남 도우와 연합하려는 건 진남의 전생이 그 대인의 아들인 주소이기 때문이오. 우리가 태고시대로 돌아가게 할 확률을 높일 수 있소."
그녀는 머뭇거리다 말했다.
"시공석비가 사라졌고 시공지석도 매우 적소.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으면 우리는 피동에 처하게 될 것이오."
진남과 묘묘 공주, 강벽난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네 개의 세력이 비밀리에 이렇게 엄청난 계획을 세웠을 줄은 진짜 생각지 못했다.
진짜 태고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 계획은 해볼 만했다.
사 대 무상천존이 존재하던 시대에는 천존으로 진급하는 건 말할 필요 없고 무상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었다.
한추영의 말을 들어보니 그들 네 개 세력은 비밀리에 여러 번 했었고 성공한 적도 있는 것 같았다.
다만 태고시대로 돌아간 강자들은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았다.
아니면 구천선역에 천존이 한 명뿐이진 않았을 것이었다.
진남은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한추영의 말대로 그들의 계획을 다른 세력도 다 알 것이었다.
다른 세력들도 비밀리에 계획을 진행하고 있지 않을까?
가능성은 매우 작았다.
다른 세력도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면 응당 그를 찾아왔을 것이었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나머지 오 대 천존가문과 열세 개 무상도통 그리고 내공이 강한 고족들은 어떤 계획을 진행하고 있을까?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쇠사슬을 부수고 천존이 되려는 걸까?
"지금 이걸 의논하는 건 너무 이르오.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합할지는 진남 도우가 주경 강자가 되거나 문도지지를 떠난 후에 다시 상의합시다."
한추영은 맹랑천을 흘겨보고 말했다.
"구궁금선종의 꿍꿍이에 비하면 우리가 한 일은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요."
맹랑천은 눈을 흘기고 말했다.
"우리 구궁금선종은 도박으로 사는 무상도통이다. 너희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느냐? 혹시 한씨 가문도 도박판을 벌이려는 거냐?"
정무원은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됐습니다. 이 일은 말하지 맙시다. 계속합시다. 이곳에는 나머지 시공지석이 있을 겁니다.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우리의 우정에 금이 가지 않게 발견하는 사람이 가지는 거로 합시다."
맹랑천이 더 말하지 않자 진남도 캐묻지 않았다.
천존이 되는 건 그와 거리가 멀었다.
"내가 얻은 물건의 반응에 따르면 동쪽에 있을 것이오. 우리 이쪽으로 갑시다."
진남은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고 동쪽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시공지석을 많이 발견했다.
하지만 매우 작은 조각들이라 시공지력이 없었다.
"도착했소!"
잠시 후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과 멀리 떨어진 허공에 높이가 백 장, 넓이가 삼십 장 되고 보라색이고 문틀에 복잡한 꽃무늬가 가득하고 가운데에 작은 구멍이 있는 문이 나타났다.
문은 아무런 기운도 풍기지 않았다.
무엇 때문인지 매우 신비하고 오래된 느낌을 주었다.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
진남의 저장주머니 속의 보라색 열쇠가 크게 흔들리고 빛이 반짝거렸다.
맹랑천 등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들의 오랫동안의 경험으로 대문의 배후에 범상치 않은 전승과 기연이 있을 것이었다.
진남은 열두 개 문도법을 움직여 앞으로 걸어가 보라색 열쇠를 구멍에 꽂고 돌렸다.
딸칵-!
보라색 대문이 천천히 열렸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굳었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정신을 집중하고 조용히 바라봤다.
대문이 반쯤 열리고 진남과 사람들이 대문 안의 상황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강한 흡입력이 문에서 솟아올랐다.
"아차!"
진남과 사람들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술법을 드러내 저항하려 했다.
흡입력은 너무 대단했다.
그들은 잠깐도 버티지 못하고 강제로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들은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고 땅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봤다.
그들은 궁전 안에 있었다.
궁전은 방원 몇천 장이고 태고의 광석으로 지은 것이었다.
사방이 모두 막혔고 보라색 문 외에 나갈 곳이 없었다.
궁전은 텅 비어 있었다.
벽에는 벽화가 없고 다른 물건도 진열되어 있지 않았다.
앞쪽에는 옅은 금색의 나무 책상이 있었다.
책상 위에 낡은 붓과 벼루가 있었다.
벼루에는 먹이 없고 손바닥만 한 생기가 없는 구색 꽃이 있었다.
"아무것도 없잖아?"
구천지존들은 실망했다.
"아니오. 저 꽃을 보시오. 저건……."
항한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꽃? 응? 이건…… 통천도화?"
정무원은 힐끗 보고 눈을 찌푸렸다.
그는 보기 드물게 이성을 잃었다.
"통천도화?"
네 글자는 무상의 경뢰 같았다.
진남, 강벽난, 묘묘 공주도 크게 놀랐다.
문도지지에 온 첫날 그들은 이곳에 문도지지에 통천도수가 있다는 걸 알았다.
통천도수는 삼십 년에 한 번씩 통천도화를 피웠다.
또 한 개나 다섯 개 정도의 통천도과가 달렸다.
정상지존이 그걸 얻고 연화하면 주경 강자가 될 수 있었다.
앞에 있는 건 통천도과는 아니었지만 통천도과가 달리는 통천도화였다.
비교할 수 없는 강한 힘이 있을 것이었다.
슉-!
이때 조령이 엄청난 속도로 통천도화로 날아가 손을 뻗었다.
"조 도우, 급할 것 있소?"
한추영은 손으로 앞을 내리쳤다.
부문들이 허공에 나타나 조령을 감쌌다.
"자네들은 자질이 높아 외부의 물건이 없어도 주경 강자가 될 수 있소. 이 꽃은 나에게 주시오."
정무원은 몸을 날려 통천도화의 옆으로 날아가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정무원, 꿈 깨시오!"
조령은 낮게 소리쳤다.
기세가 대단한 형상들이 등 뒤에 나타났다.
"움직입시다!"
항한은 시도지체를 움직여 엄청난 살기를 드러냈다.
"꽃 한 송이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소?"
맹랑천은 망설이지 않고 싸움에 참가했다.
다섯 세력의 정상지존, 대성지존들은 몸을 날려 엄청난 수단을 드러냈다.
쿠쿠쿠쿵-!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강기가 궁전에 부딪혔다.
궁전은 웅웅 소리를 내며 떨렸다.
궁전이 범상치 않았기에 망정이지 진작에 싸움의 여파의 충격에 부서졌을 것이었다.
진남은 도의를 드러내 강기를 막고 고개를 저었다.
좀 전까지도 정무원, 한추영, 조령과 배후의 세력은 한편이었다.
동맹인 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적이 되고 전혀 봐주지 않았다.
다섯 세력의 정상지존, 대성지존들은 보기에는 자신들이 속한 세력의 성자, 성녀, 장로의 뒤를 바짝 따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눈길은 통천도화에서 떨어지지 않고 뜨거웠다.
기회가 된다면 대부분은 바로 배신할 수도 있었다.
이 세계는 이렇게 잔혹하고 차가웠다.
큰 이익 앞에서는 동맹도 무너지고 정 따위는 아무 소용 없었다.
그에게 통천도화가 있었다면 항천 일행과 정무원, 한추영, 조령 등은 무조건 그와 얼굴을 붉혔을 것이었다.
그들의 연합은 성공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진남은 '무상천존환생'이 아니라 그들에게 그렇게까진 중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