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0화 열쇠의 쓰임
"진남 시주, 주경 시골이 다시 덮칠 수 있소. 죽기 싫으면 얼른 연합하여 이 문을 부수고 안에 들어갑시다."
망금성승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진남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적호천주의 몸속에서 뛰쳐나온 구천존들은 몰려들어 도술을 사용했다.
진남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진남이 대문 근처에 다가가자 살기들이 그를 명중했다.
망금성인, 천룡도인, 만정지존 등과 대세력 그리고 장남, 남세지존 등 구천지존들이 이 절호의 기회에 진남을 죽이려고 했다.
"다들 후배 하나를 노리는 게 재미있소?"
맹랑천은 원래처럼 건들거리며 말했다.
"선배님들, 지금은 큰 적이 있으니 다른 일은 제쳐두는 게 어떻습니까?"
정무원, 한추영, 조령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항한은 활짝 웃더니 진남의 옆에 아무렇게나 섰다.
"응? 저 세력들이 왜 진남의 편에 서지? 설마……."
망금도승, 천룡도인, 만정지존 등은 살짝 놀랐다.
그들은 한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다.
장남은 그 모습을 보자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동시에 어떤 방법으로 이곳에서 진남을 죽일지 생각했다.
바로 그때.
쿵-!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허공에 반쯤 누워있던 적호천주 육신의 가슴이 엄청난 힘을 맞고 부서졌다.
미치광이 주경 시골이 그 안에서 날아왔다.
그는 몸이 점점 커졌다.
주경 시골의 몸은 진남 등이 만났을 때보다 다섯 배는 더 커졌다.
긍고의 천산처럼 느껴졌다.
그는 핏빛 소용돌이 동공으로 삼월궁 앞에 있는 무인들을 노려보았다.
몇천 년 동안 음식을 먹지 않아 배를 쫄쫄 굶은 요괴 늑대가 음식을 발견한 것 같았다.
점점 더 미쳐가는 것 같았다.
"죽어라!"
그가 고함을 지르자 사방의 허공이 혼돈으로 변했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구천지존들에게 달려들었다.
웅-!
이때, 무월궁에서 가벼운 울림이 느껴졌다.
뿜어내던 빛이 몇십 배는 더 많아져 태양처럼 느껴졌다.
주경 시골은 격렬하게 몸을 떨었다.
그는 강한 압력을 받는 것처럼 행동이 느려졌다.
그래도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망금성승 등은 표정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들은 적호천주 안에 무인들이 없으면 미치광이 주경 시골이 다시 자신들을 노릴 거라고 추측했다.
"도우들, 이 시골은 생전에 주경 정상이었소. 그러나 지금은 주경대성밖에 되지 않소. 또, 영지도 없고 도술도 사용할 줄 모르며 주술과 전력은 예전보다 훨씬 못해졌소. 우리 사람도 많은데 연합하여 죽이는 게 어떻겠소?"
천룡도의는 살기를 풍겼다.
그의 눈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안 되오!"
망금성승은 단칼에 거절했다.
"우리는 사람이 많소. 그러나 시주들은 싸움을 하느라 존자지력을 많이 소모했소. 그러니 연합하여 공격을 한다면 승부는 장담하기 어렵소."
구천지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부상을 입은 사람들은 눈빛이 단호했다.
지금 싸운다면 그들은 죽을 게 뻔했다.
"자네……."
천룡도인은 불쾌해서 반박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그 주경 시골이 포효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사라졌던 공주충이 주경 시골과 적호천주의 부서진 몸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순식간에 벌레의 바다가 하늘을 빼곡히 덮었다.
벌레들은 무월궁을 덜 무서워했다.
좀 천천히 기어 다니는 것뿐이었다.
구천지존들은 안색이 변했다.
조금 전까지 그들은 머릿수로 주경시골을 없앨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시주들, 먼저 대문을 부숴 안에 들어가고 다시 계획합시다."
망금성승은 외쳤다.
구천지존들은 정신을 차리고 도술을 사용했다.
무월궁의 대문은 어떤 태고선석으로 만들었다.
위에는 여러 진법들도 그리고 금제도 있어 엄청 강했다.
그러나 수많은 도술들의 충격 하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강렬한 선기가 용솟음쳤다.
슉, 슉, 슉-!
사람들은 선광으로 변해 궁 안으로 날아갔다.
진남과 두 여인이 들어온 후 눈앞에 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하늘은 새파랗고 시선이 닿는 끝에는 아흔아홉 개의 빛이 번쩍였다.
"시주들, 혼자 행동하지 말아주시오. 우리가 흩어졌을 때 주경 시골이 쳐들어온다면 우리는 죽음뿐이오. 누구든지 먼저 움직이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겠소."
망금성승은 표정이 엄숙했다.
보제고찰종의 구천지존들은 기세를 뿜었다.
천룡도인은 콧방귀를 뀌었다.
극생문의 구천지존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장내를 둘러봤다.
만정지존은 표정이 굳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태도가 명확했다.
마음이 흔들렸던 구천지존들도 행동을 멈추었다.
구천지존들 대부분은 형세를 잘 알았다.
반대하지 않았다.
"망금, 이제 어떻게 해야 하오? 이대로 저들이 쫓아오기를 기다려야 하오?"
한 정상지존이 물었다.
"여러분도 봤을 거요. 무월궁은 주경 시골에 대한 제압이 크오. 내가 보기에 주경 시골은 들어오지 못할 것 같소. 주경 시골이 들어오지 못하면 큰 문제 없을 거요.
하지만 그저 내 생각일 뿐이고 확실치 않소. 내 짐작이 틀렸다면 우리는 한 가지 길밖에 없소. 바로 싸워야 하오. 아니면 궁전의 깊은 곳에 들어가면 죽을 수 있소."
망금성승은 말했다.
"이자는 만만치 않구나."
적호천주는 혀를 내두르면서 감탄했다.
"어? 주경 시골이 진짜 들어올 수 없습니까?"
진남은 물었다.
"곧 알게 될 거다."
적호천주는 구천지존들을 훑어보며 사냥감을 찾았다.
망금성승의 말을 들은 구천지존들은 수군거렸다.
대부분은 의견이 없었다.
상처를 입은 지존들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상처를 회복했다.
대부분은 궁 밖을 바라보았다.
무형의 분위기가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
"쳐들어올 것 같소!"
잠시 후 한 정상지존이 눈을 살짝 찌푸렸다.
커다랗던 주경의 시골이 빠르게 백 장 정도로 작아졌다.
셀 수 없이 많은 궁주충과 함께 대문으로 날아갔다.
구천지존들은 긴장했다.
쿠웅-!
천둥 같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입구 쪽에 만여 개의 금색 부문이 떠 올라 부문지문(符文之門)을 이루어 주경 시골과 궁주충들을 막았다.
"죽어라!"
주경 시골은 더 분노하여 포효하며 주먹을 날렸다.
그의 주먹은 힘이 매우 강했다.
하지만 부문지문을 조금 흔들었을 뿐 뚫고 들어오지 못했다.
"진짜 들어올 수 없구나!"
이에 구천지존들은 기뻐했다.
"여러분 기뻐하지 마시오. 부문지문은 기껏해야 나흘밖에 막지 못할 거요."
망금성승은 담담하게 말하고 천룡도인 등을 바라봤다.
"자네들 생각은 어떻소?"
천룡도인, 만정지존 등 정상지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망금성승의 말을 묵인하는 것이었다.
진남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신선동의 관찰에 따르면 부문지문은 나흘을 막을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사흘하고 세 시진을 막을 수 있었다.
"망금, 생각이 있으면 말하시오."
진세언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좋소. 쌍주지지를 떠나려면 여기에 한 달을 있어야 한다는 걸 다 알고 있을 거요. 그리고 내 짐작대로라면 두 개의 주경의 시골을 누군가 완전히 연화해도 떠날 수 있을 거요.
다만 지금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없소. 한 달까지 아직도 이십 일정도 남았소. 또, 지금 흩어진다면 여러분은 이십 일 동안 주경 시골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소? 진 도우도 자신이 없을 거요."
망금성승은 말했다.
"자네 말은……."
천룡도인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맞소. 우리 사흘 후에 여기 모여 주경의 시골과 싸웁시다. 사흘 사이에 여러분은 마음대로 움직이며 전승이나 기연을 찾을 수 있소. 또 이 기회를 빌려 지존지력을 정상으로 회복하고 상세를 치료할 수 있소. 물론 그 전에 우리는 선마도세와 천지대세를 해야 하오. 또 삼 대 무상도통에서 모두를 옥간에 기록할 것이오. 누구든지 오지 않으면 반드시 쫓을 것이오."
망금성승은 말했다.
초원이 소란스러워졌다.
천룡도인, 망정지존과 성자들이 태도 표시를 하자 소란은 점차 조용해졌다.
구천지존들은 연달아 맹세를 했다.
삼 대 무상도통의 제자들은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조령은 항한을 힐끗 보고 웃으며 말했다.
"진남 도우. 지금 형세가 복잡하오. 우리 함께 가보지 않겠소?"
항한은 맞장구를 쳤다.
"맞소. 어떤 자들은 염치없고 원칙이 없소. 이 기회를 빌려 무슨 짓을 할지 모르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장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고맙소. 함께 갑시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짓고 공수하고 여인들과 함께 앞으로 날아갔다.
"제길,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너희들을 죽이겠다!"
장남은 투덜거리고 전음했다.
초원의 구천지존들은 전부 흩어져 삼삼오오 세력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앞으로 날아갔다.
커다란 초원에는 앞쪽에서만 아흔아홉 개의 빛이 반짝거렸다.
시간이 꽤 지난 후 진남 등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의 앞에 아흔아홉 개의 빛이 모여 이루어진 큰길이 나타났다.
큰길은 구름과 연결되어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설마 상고의 백도난인가?"
"백도난이 맞소. 소문에 백도난은 수련하기 위한 것이라오. 정확한 길을 고르고 어려운 고비를 넘으면 큰 기연을 얻을 수 있다오."
사람들은 흥분했다.
다들 바보가 아니었다.
쌍주지지의 모든 것의 배후에 엄청난 힘이 조종하고 있다는 걸 잘 알았다.
쌍주지지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무월궁이 나타난 것만 봐도 뜻이 명확했다.
"나는 세 번째 길과 열 번째 길에 들어갔었다. 세 번째 길은 매우 위험하다. 들어가지 말거라. 열 번째 길에 들어가면 두 번째 층에 들어가……"
적호천주는 흥분했다.
그는 줄곧 다른 사람을 탈사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렸던 것이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묘묘 공주와 강벽난과 상의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저장주머니속에 조용히 있던 보라색 열쇠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응?"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전에 적호천주의 영혼 조각상이 있는 곳에 들어갈 때 보라색 열쇠가 반응을 일으켰었다. 지금 또 반응이 일어났으니 설마…….'
진남은 빠르게 신념을 열쇠에 주입했다.
그는 어떤 부름을 느꼈다.
자세히 느껴보니 여든여섯 번째 빛에서 온 것이었다.
"적호 선배님, 이 열쇠가 어떤 작용이 있는지 아십니까?"
진남은 물었다.
"응? 무슨 열쇠?"
적호천주는 눈이 휘둥그레져 말했다.
"백도난의 아흔아홉 번째 길 중 세 개의 끝에 삼현문(三玄門)이 있다고 들었다. 아무리 강한 강자라도 문을 열 수 없고 열쇠가 있어야만 열 수 있다."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삼현문 안에는 뭐가 있습니까?"
적호천주는 고개를 젓고 말했다.
"그건 모른다. 나는 두 번째 층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삼현문은 매우 신비하다. 안에 좋은 물건이 있을 것이다!"
적호천주는 눈빛이 이글거렸다.
그는 진남이 삼현문에 들어가기 전에 절대 다른 사람을 탈사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삼월루에서 얻은 물건이 백도난과 연관이 있을 줄이야. 삼월루에 열쇠가 두 개 있었는데 나는 하나밖에 가지지 않았지.'
진남은 뭔가 생각나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마침 장남도 그를 바라봤다.
열쇠의 오묘함을 발견한 게 분명했다.
"진남, 우리 감추지 말자. 이 일은 우리 소문내지 말자. 나는 너를 시끄럽게 굴지 않고 사람을 시켜 너를 따라다니게도 하지 않겠다. 어떠냐?"
장남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진남의 옆에는 여러 세력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를 죽이는 건 매우 어려웠다.
싸우기보다 열쇠의 배후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좋다."
진남은 그의 생각을 알았다.
고개를 끄덕이고 묘묘 공주와 강벽난에게 말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