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9화 날뛰는 주경 시골
"자식, 우리가 연합하기 전에 큰 선물을 먼저 주마. 내 성의다."
적호천주의 흐릿한 형상은 식해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나에게 영혼의 비술이 있는데 이 도술은 내 근본이 되는 거라 절대 전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시기가 적당하니 이 도술로 너에게 힘을 주겠다."
그는 양손을 변화하며 오래된 법인을 만들었다.
동시에 그는 신비하고 알아듣기 힘든 오묘한 주문을 외웠다.
진남은 몸이 굳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영혼에서 용솟음치더니 그의 마음에 닿고 식해에 충격을 주었다.
적호천주가 외우는 주문이 많아질수록 이런 느낌은 점점 강해지고 빈번했다.
파도처럼 계속 밀려왔다.
식해의 어떤 끈이 끊어진 것처럼 모든 것이 몽환적으로 변했다.
진남은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중력이 느껴지지 않다가 또 깊은 바다에 빠진 듯 엄청난 압력을 느꼈다.
모순되는 감정이었다.
"이건……."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주경 강자의 영혼이 귀한 것은 영혼의 힘이 강한 것 때문이 아니라 연화를 하면 주경의 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네가 주경 강자가 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거다!"
적호천주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울려 퍼졌다.
"역시나!"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변화들을 자세히 느꼈다.
시공간은 멈춘 것 같고 모든 것들이 굳었다.
오직 그만이 구름 위에서 걷고 심해에서 헤엄치기도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진남의 머릿속에 깨달음이 떠올랐다.
'주경은 도이다.
스스로 도를 만들면 주경이 될 수 있다.
대도는 모든 중생을 포함한다.
구천지존이나 무왕이나 도에 속한다.
스스로 도가 되면 여전히 도에 있다.
그러나 도와 평형이 되면 도는 도고 너는 너다.'
슉-!
진남은 갑자기 깨달음을 얻고 정신을 차렸다.
모든 것들이 전과 달랐다.
한참이 지난 것 같았지만 사실 얼마 지나지 않았다.
"너는 참 이상한 놈이다. 고작 지존대성이 깨달음을 이리 빨리 얻다니!"
적호천주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준비를 마쳤으면 주경 의지를 연마시켜주마."
말이 끝나자 적호천주의 양손에 이상한 부호가 생겼다.
그는 아래로 꾹 눌렀다.
웅-!
진남의 영혼은 마치 커다란 그물처럼 어둠에 뿌려졌다.
뒤로 잡아당기니 중지만큼 길고 머리카락만큼 가늘며 옅은 금색을 띤 기이한 물건들이 그의 단전에 들어왔다.
놀라운 장면이 벌어졌다.
기이한 물건을 만난 화도선념지존지력은 뒤로 물러섰다.
"이, 이게 주경의지인가?"
진남은 경악했다.
의지라는 것은 환상적인 것이라 다른 사람에게 힘을 주기도 하고 진압을 하기도 하며 공격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남은 실체가 된 의지를 본 적은 없었다.
"허허, 새로운 걸 알았지? 멍하니 있지 말고 계속 연마하거라."
적호천주는 으쓱했다.
드디어 진남 앞에서 주경 강자의 체면을 지켰다.
조금 전 행동을 두 번 연속하자 진남의 단전에 두 개의 무주 주경의지가 더 생겨났다.
그의 영혼에 기이한 느낌이 비로소 잠잠해졌다.
다른 것들도 잠잠해졌다.
"내 영혼이 약해졌구나. 고작 세 개의 주경 의지를 제련한 것도 이리 힘들다니."
적호천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적호 선배님, 고맙습니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얼른 입을 열었다.
주경 강자의 의지는 엄청 귀했다.
진남이 공공성에서 죽인 지존정상은 주경 의지 하나를 얻어서 도기에 융합시켰기에 위력이 엄청 늘었다.
게다가 그가 얻은 것은 무주가 아니었다.
진남의 몸에 있는 세 개의 무주의지는 위기의 순간에 살초에 융합할 수 있었다.
또, 주경 강자로 진급할 때 연화하여 어떤 것들을 제압할 수 있는 등 좋은 점이 많았다.
"큰일도 아닌데 예를 차리지 말거라."
적호천주는 손을 흔들었다.
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진남을 도와준 것은 그의 몸에 있는 두 개의 천존의지 때문이었다.
그는 진남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좋은 인연을 맺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진남도 사양하지 않았다.
그는 앞에 있는 지존정상들을 보며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내는 기운에도 변화가 생겼다.
진남의 경지가 되면 작은 깨달음도 실력을 제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응?"
남세지존과 지존정상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도 진남의 변화를 느꼈다.
"주선제십인의 후계자도 괜찮은 것 같다. 저 녀석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중상을 입히고 탈사를……."
적호천주는 중얼거렸다.
그는 갑자기 무언가 느끼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남, 큰일이다. 얼른 이곳을 떠나거라!"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그는 망설임 없이 과천일격을 펼치고 도법지도로 묘묘 공주과 강벽난을 감고 다른 곳을 날아갔다.
"소남자 너……."
"진남 감히……."
그의 행동에 사람들은 어쩔 줄 몰랐다.
그리고 장남, 맹랑천 그리고 지존정상들과 조각상 위에 있던 지존들과 마지막 영혼의 힘을 흡수하던 진세언 등은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다.
둥-!
소공간은 다른 천지의 공격을 받은 것처럼 몇백 개의 틈이 갈라졌다.
그중 길이가 몇십만 장 넓이가 오천여 장이 되는 틈이 있었는데 용 같았다.
슉-!
고동색의 손이 틈에서 나와 양쪽을 꽉 잡았다.
커다란 손에 핏줄이 튀어나오고 피가 뿜어졌다.
엄청난 힘이 폭발하더니 양쪽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커다란 공간이 찢어졌다.
대지가 흔들리고 강풍이 불었다.
사람들 위로 끝없는 어둠이 펼쳐지고 웅장하고 방대하며 강한 기운을 풍기는 형상이 나타났다.
그 형상 앞에서는 누구나 작아 보이고 빛을 잃었다.
마치 작은 돌멩이와 웅장한 산 같았다.
이 형상은 쌍주지지의 다른 주경 강자의 시골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구천지존들은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진남, 장남, 진세언과 지존정상들은 소름이 돋았다.
"저 녀석이 완전히 연화되었다니?"
적호천주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의 몸은 엄청난 힘에 조종을 받기에 천지 자체가 되었다.
즉, 그들을 전부 연화하려면 영혼, 의지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도 연화해야 했다.
또 동시에 진행해야 했다.
다른 등급의 구천지존이나 주경초급의 강자라도 하기 어려웠다.
"아니구나. 저 녀석의 눈은 핏빛 소용돌이 모양이다. 아직 완전히 연화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완전히 연화된 상태에서 몸을 작게 하고 스스로 움직인다. 그럼 저 녀석을 연화한 자와 저 녀석의 의지는 아직 깊은 교류를 하고 겨루기를 하는 중일 거다.
지금은 연화한 자가 우세를 차지하고 후자가 내키지 않아 한다. 그래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거다. 저 시골도 영향을 받았다……."
적호천주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녀석아, 빨리 내 몸에서 떠나거라. 저 시골은 아직 의식이 안정되지 않았다. 미치광이 상태다!"
의식이 없는 주경 시골이 가진 전력은 정상 때의 십 분의 일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주경 시골의 생기가 완전히 사라졌기에 전력이 확 줄었다.
그러나 주경은 주경이었다.
그들 두 시골들은 생전에 주경정상급이었다.
"죽어라!"
주경 시골은 엄청난 고함을 지르며 끝없는 어둠에서 폭풍을 일으켰다.
허공에 폭발음이 연거푸 들리고 대지가 찢어졌다.
쿵-!
주경 시골이 나섰다.
그는 엄청 빠른 속도로 사람들에게 주먹을 날렸다.
"안 돼, 같이 공격하자!"
사람들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평범해 보이는 한방에 엄청난 힘을 품었다.
무형의 세력이 너무 강해서 대세계를 품은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부술 정도로 강했다.
누가 나서든지 죽을 게 뻔했다.
유일한 생존전략은 연합을 하는 것이었다.
"도법지도!"
"칠체지력(七體之力), 륙선일검(戮仙一劍)!"
"인혼상합(人魂相合), 천존일도(天尊一刀)!"
진남, 장남, 진세언 등 구천지존들은 힘을 다 실어서 최강일격을 날렸다.
"허, 한 명의 구천지존에게 연화 당하다니, 너는 폐물이다!"
적호천주는 욕설을 퍼부으며 양손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빛을 잃은 조각상과 아직 연화되지 않은 심산에서 순식간에 눈부신 빛이 뿜어졌다.
쿵쿵쿵-!
천지를 흔들 듯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허공이 혼돈으로 변했다.
대지가 몇백, 몇천 조각으로 갈라졌다.
진남의 도법지도는 몸속으로 들어가고 반동의 힘에 망치에 맞은 것처럼 기혈이 마구 솟구쳤다.
엄청난 아픔이 머릿속에 밀려오고 입가에 피가 흘렀다.
반동의 힘만으로도 진남은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다른 무인들과 장남, 진세언 등 지존정상들도 상황이 비슷했다.
지존대성들은 더 심한 상처를 입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단지 주경 시골의 주먹 한 방이었다.
무리는 방대하다고 할 정도로 대단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소남자, 괜찮느냐?"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걱정했다.
"괜찮다."
진남은 말을 마치고 과천일격을 펼치며 소용돌이로 날아갔다.
"도망가자!"
다른 지존들은 정신을 차리고 빛으로 변했다.
"죽어라!"
방대한 주경 시골은 두 눈에 시뻘건 빛이 뿜어졌다.
그는 천지의 모든 것들을 소멸시켰다.
진남은 빠르게 피해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갔다.
장남, 진세언 등 지존 거물들도 소용돌이로 날아들었다.
중상을 입은 지존대성들은 도망가지 못하고 커다란 힘에 눌려 부스러기가 되었다.
잠시 후, 진남, 장남 그리고 남세지존 일행과 맹랑천 등은 소용돌이에서 나왔다.
소천지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은 이상함을 느꼈다.
하늘에 크고 작은 틈이 있었다.
틈 사이로 그들은 쌍주의 육신이 있는 곳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그 짐승 때문에 여러 곳에 상처를 입었다!"
적호천주는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
이 육신이 그와 크게 상관이 없었지만 그래도 괘씸했다.
"녀석아, 멈추지 말고 날아가거라. 그 짐승이 곧 쫓아올 거다."
적호천주는 다급히 말했다.
"밖에 무월궁이 이미 나타났다. 그곳에 들어가야 저 짐승이 쫓아오지 못한다."
말을 마치자 엄청난 기운이 어둠 속에서 덮쳤다.
주경 거물의 시골이 엄청난 힘으로 소용돌이 통로를 찢으며 소천지에 나타났다.
진남은 가슴이 덜컹했다.
그는 맹랑천에게 신념을 전하고 밖으로 날아갔다.
진남 등은 소천지를 벗어나자 눈앞에 벌어진 장면에 깜짝 놀랐다.
적호천주의 거대한 시골에서 구천지존들이 날아서 나왔는데 어떤 이들은 중상을 입고 어떤 이들은 황급히 도망을 갔다.
시도족의 항한 등과 정무원, 한추영, 조령 등 성자와 성녀들이었다.
또, 적호천주의 시골이 있는 앞에 끝없는 어둠이 떠올랐다.
높이가 몇십만 장이 되는 오 층 높이의 빛을 반짝이는 낡은 궁궐이 떠 있었다.
궁궐의 대문에는 힘 있는 세 글자가 있었다.
무월궁.
대문 앞에는 망금성승, 천룡도인, 만정지존 등 구천지존들이 있었다.
그들은 피를 흠뻑 뒤집어쓰고 옷차림이 남루하고 볼품이 없었다.
그러나 종주급 거물들과 지존정상들은 외모를 신경 쓸 새도 없이 법인들을 만들어 무월궁의 문을 열었다.
"진남."
진남의 식해에 어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를 따라보니 망금성승 등의 옆에 황뢰지존이 있었다.
황뢰지존은 진남에게 눈짓을 했다.
진남은 눈치채고 시선을 돌렸다.
황뢰지존의 목소리가 다시 그의 식해에 울려 퍼졌다.
"주경의 시골은 이씨 가문의 이장성이 혈통의 힘을 믿고 모든 부위를 연화한 것이다. 주경 시골의 의지는 이에 반발하지 않았지. 그러나 이장성은 욕심이 너무 많아서 주경 시골의 영혼과 의지 등을 모두 연화하고 장악하려고 했다. 때문에 주경 시골의 의지는 미치광이가 된 거다."
황뢰지존은 말을 빠르게 했다.
"우리는 이상함을 느끼고 주경 시골에서 도망을 나왔는데 뜻밖에 이 주경 시골의 추격을 당한 것이다. 그리고 아주 우연하게 발견했다. 무월궁 부근에 오면 주경 시골은 본능적으로 겁을 내고 우리를 공격하지 않았다."
진남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황뢰지존의 말은 큰 도움이 되었다.
진남은 단번에 상황을 파악하고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작은 일이긴 했지만 이미 궁우태황종의 제자도 아니고 궁우태황종에 아무런 이득도 주지 못했기에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