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8화 어떻게……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있었던가? 왜 강자들은 탈사로 다시 태어날 생각만 할까?'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제안했다.
"선배님, 제가 이곳에서 좋은 점을 적지 않게 얻었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영혼까지 흩어지고 싶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탈사하십시오."
귀청을 찢을 듯한 소리가 또 울려 퍼졌다.
비웃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영혼까지 흩어진다고? 자식, 별거 아닌 재간 가지고 으스대지 말거라. 나는 적호천주(赤皓天主)다. 겁을 먹을 것 같으냐?"
그의 말이 끝나자 진남의 눈앞에 장면들이 흐릿하게 변했다.
패기가 하늘을 찌르고 웅장한 형상이 그를 향해 다가오더니 그의 식해로 들어왔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은 사실대로 말해도 믿는 사람이 없었다.
"어? 자식 열두 개 문도법을 동시에 연마했느냐? 하하하.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비범지도를 연마한 무인을 만나다니! 이제 주재가 되는 일은 문제 없겠구나……."
적호천주는 깜짝 놀라더니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그가 손을 쓰기 전에 전신의 혼을 느꼈다.
환하게 웃던 그는 표정이 굳었다.
"주, 주선의 영혼? 네가 주선의 후계자냐?"
진남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적호 선배님, 지금 그만두셔도 늦지 않습니다."
적호천주는 안색이 바뀌었다.
그는 흉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만두라고? 웃기는군! 삼천 년 동안 구천선역을 누비면서 그만둔 적은 없다. 주선의 영혼이면 또 어떠냐? 함께 탈사하면……."
강한 기세가 뿜어졌다.
적호천주는 손 쓸 준비를 했다.
쿵-!
천지가 흔들리고 대도가 무너졌다.
적호천주의 웅장한 형상과 방대한 기세는 사라지고 먼지처럼 작아졌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차!"
적호천주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떻게 고작 지존대성의 체내에 두 개의 강한 의지가 있을 수가 있지?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이 의지들은 주재에 속하는……. 아니다, 주재를 초월해서 천존 등급은 되는 것 같다!'
수많은 위기를 넘기고 심지어 죽은 적이 있는 적호천주는 본능적으로 빨랐다.
두 의지가 나타나는 순간 그는 모든 것을 멈추고 기운을 거둔 채 구석에 숨어 벌벌 떨었다.
그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는지 강한 의지는 빠르게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진남의 식해가 잠잠해졌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적호천주는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하마터면 몇백 년 동안 공들인 것이 허사가 될 뻔했다.
"어? 적호 선배님, 살아계셨군요."
진남은 의아했다.
탈사를 시도한 사람들 중 산산이 부서지지 않은 유일한 한 명이었다.
"콜록, 콜록. 요행으로 살았다."
적호천주는 어색해서 말투를 억지로 부드럽게 하며 말했다.
"도우,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는 게 어때? 내가 얼른 떠날게. 다른 사람을 탈사한 후에 너에게 큰 선물을 주겠다."
굽혀야 할 때 굽힐 수 있는 것이 사내대장부라고 했다.
적호천주는 망설이지 않고 꼬리를 내렸다.
진남은 웃겨서 놀려줬다.
"적호 선배님, 쉽게 겁먹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주선의 영혼도 탈사하시겠다면서요? 지금은 왜 가려고 하십니까?"
적호천주는 속으로 진남을 욕했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쥐어짜며 말했다.
"도우, 방금 내가 충동적으로 한 말이니 맘에 담아두지 말거라. 이렇게 하는 게 어떠냐? 내가 잠시 너의 식해에 있다가 나가면 무월궁(無月宮)으로 데려가마. 그때 나를 풀어주면 되겠느냐?"
적호천주는 잘 알고 있었다.
대가 없이 진남에게 풀어달라고 하면 먹히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니 진남에게 좋은 점을 주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무월궁의 물건들을 그는 건드릴 수 없었다.
그러니 진남을 데리고만 가면 될 일이었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무월궁이요? 거긴 어딥니까?"
적호천주는 깜짝 놀랐다.
"무월궁을 모르느냐? 들어올 때 나와 다른 녀석의 시체 앞에 한 궁전이 나타났는데……. 아, 알겠다. 무월궁은 너희들이 다른 녀석의 시체에 들어가야 나타나는 거다."
적호천주는 머리를 만지며 신비하게 말했다.
"도우, 이곳에 온 후로 모든 것들의 뒤에 엄청난 힘이 조종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
진남은 마음이 흔들려서 물었다.
"맞습니다. 무월궁이 바로 그 엄청난 힘입니까?"
적호천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다. 원래는 무월궁은 이번이 끝나고 쌍주지지가 다시 세 번 열려야 나타난다. 나도 그때 나타나는 데 왜 이번에는 바뀌었는지 모르겠구나."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모든 것들은 두 영생의 종자 때문이었다.
"무월궁에 뭐가 있습니까?"
진남은 물었다.
"솔직히 말할게. 사실 무월궁에 뭐가 있는지 나도 몰라. 예전에 허령천계에서 나는 묘문의 함정에 빠져 죽었다. 나는 의지가 다 흩어지기 전에 스스로 무덤을 파고 전승을 남기려고 했다. 그런데 신비한 힘이 나를 쌍주지지로 데려왔다. 그리고 다른 목소리가 들려와 나와 대화를 나누고 협력하기로 했다. 그다음에는 무월궁의 어딘가로 데려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변이 일어나는 바람에 풀려났다.
적호천주는 고개를 저었다.
"좋습니다. 그럼 저를 데리고 들어가면 풀어주겠습니다."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움직이는 배후의 힘에 관심이 있었다.
기회가 왔으니 포기할 수 없었다.
이때,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 나와 싸우면서 정신을 집중하지 않다니? 나를 너무 무시하는 거냐?"
고함을 지른 사람은 남세지존이었다.
그의 두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
"아, 죄송합니다. 방금 일이 있었습니다."
진남의 짧은 사과에 남세지존은 더욱 화가 나서 입꼬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진남, 좋다. 아주 좋아. 오늘 너를 죽이지 않고 폐인으로 만들겠다. 평생 죽기보다 못하게 살게 할 거다!"
남세지존의 법인이 확 바뀌었다.
열두 개의 서로 다른 기운이 몸에서 솟구쳤다.
"응? 이건……."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열두 개의 기운이 그는 매우 익숙했다.
그가 수련한 열두 개의 문도법이었다.
"진남, 방금 정신을 집중 못 하길래 살초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 네 비범지도는 오늘부터 내가 가지겠다.
남세지존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옛 그림이 그의 몸에서 서서히 솟아올랐다.
순식간에 방대하고 보이지 않는 힘이 용솟음쳤다.
진남의 도법지도가 뿜는 무형의 힘과 부딪혀 허공에 몇천 개의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두 개의 도법지도가 아래위로 대립하고 있었다.
구천지존들도 그림들 앞에서 빛을 잃었다.
마치 두 그림이 이 세상의 모든 것 같았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진남의 비범지도를 남세지존이 배운 거야?"
구천지존들은 그 모습을 보자 깜짝 놀랐다.
유독 장남만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가 예상했던 일이었다.
"세상에, 이건 주선제십인의 절취지도잖아. 특별한 영혼의 능력이다. 나도 자세하게는 잘 모른다. 저 능력으로는 다른 사람의 도술과 문도법을 훔칠 수 있다."
적호천주는 말했다.
"그렇군요."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남세지존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싸움에서 진남은 적지 않은 압력을 느꼈다.
그러나 진남은 눈치챘다.
남세지존의 열두 개 문도법이나 도법지도의 기운이 매우 흐릿했다.
남세지존이 전에 펼친 일곱 개 체질의 힘과 비슷했다.
진남은 남세지존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 훔칠 수 있고 본질은 훔칠 수 없다는 추측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엄청 대단한 기술이었다.
"진남, 내가 겉으로 보이는 것만 훔쳤다고 생각하고 있지?"
남세지존은 진남의 생각을 들여다본 것처럼 말했다.
그는 냉소를 짓더니 말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면 또 어때? 네 비범지도에 칠대체질까지 힘을 합치면 네가 저항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말을 마친 그에게서 일곱 가지 상고체질의 힘이 용솟음쳤다.
"칠자합일(七者合一), 화세남문(化世南門)!"
남세지존은 법인을 다시 바꾸었다.
흐릿한 문이 허공에서 나타났다.
칠대체질의 힘을 전부 빨아들이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강한 위압감이 퍼졌다.
커다란 문은 더 이상 흐릿하지 않고 일곱 개의 서로 다른 무늬가 생겨나고 그림들이 만들어졌다.
문은 살벌한 기운을 풍겼는데 아래로 떨어지면 천지의 신마들을 전부 제압할 것 같았다.
진남은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청홍색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마치 남천문을 마주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남세지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본질은 천지 차이입니다. 예전에 제가 남천문을 부술 수 있었으니 오늘은 남세지존의 절취지도를 부술 수 있습니다."
진남은 엄청난 패기를 뿜었다.
그의 도법지도가 웅웅 거리며 진동하더니 엄청난 힘을 뿜었다.
남세지존의 도법지도는 연거푸 뒷걸음질 쳤다.
그는 몸을 날려 열두 개 문도법의 도의와 다른 의지들을 단천도에 융합시키고 눈부신 빛이 되어 날아갔다.
쿵-!
수많은 강풍들이 사방을 휩쓸었다.
진남이 사라졌다.
문도 사라졌다.
눈부신 빛과 파란색 빛이 서로 부딪혔다.
"진남, 오늘 패배하는 사람은 너다!"
남세지존은 고개를 젖히고 고함을 지르며 지존지력을 최대로 움직였다.
커다란 허공이 혼돈으로 변했다.
싸우는 중이던 구천지존들도 마음이 흔들렸다.
그들은 수시로 진남과 남세지존이 있는 곳을 살폈다.
"응? 승부가 난 거야?"
구천지존들은 깜짝 놀라 법인을 잠깐 멈추었다.
쿵-!
엄청난 폭발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도광(刀光)과 파란색 빛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형상 하나가 하늘로 솟구쳤는데, 진남이었다.
남세지존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피를 뿜었다.
기운도 허약해졌다.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지 바로 판단이 섰다.
"어떻게……."
남세지존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두 눈에 피가 가득 모였다.
'예전에는 남천문이 패하고 오늘은 절취지도도 패했다니? 왜지?'
"폐물 같으니라고!"
장남은 표정이 보기 싫게 구겨졌다.
그는 욕설을 퍼붓더니 버럭 화를 냈다.
"구경이라도 났느냐? 진남이 이미 힘이 많이 빠졌으니 기회를 봐서 죽이거라!"
남세지존을 따라왔던 지존정상들이 정신을 차리고 도술로 진남을 공격했다.
"태연지술!"
진남의 전의와 패기는 점점 강해졌다.
그는 절세의 제왕이 된 것처럼 지존정상을 굽어보았다.
이것은 그가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살초였다.
이 살초는 다섯 개의 도술을 조합했다.
혼전이 시작되었다.
세 지존정상들이 조각상에 올라 나머지 영혼의 힘을 전부 가져가고 연화했다.
남은 무인들은 서로 싸우면서 계속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조각상에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 많은 부분을 연화하지 않았잖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의문이 생겼다.
그들은 진남과 연관 짓지 못하고 영혼조각상이 네 사람밖에 연화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실망해서 포기했다.
이곳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아직 두 개의 심장 산이 귀속을 찾지 못했다.
진남은 일심이용하여 한쪽으로는 공격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연화를 했다.
잠시 후, 진남은 몸을 살짝 떨더니 남은 영혼의 힘을 전부 빨아들였다.
진남의 영혼이 이 순간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다.
그의 영혼에 빛들이 흐르고 흐릿했던 영혼의 이목구비 등이 또렷해졌다.
진남의 신념, 식해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