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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137화 (1,137/1,498)

1137화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거라

주변의 환경에 변화가 생겼다.

흉악하고 거대한 얼굴이 공중에 나타나서 미친 듯이 웃었다.

"이게 몇 년 만이야? 드디어 사람이 왔다! 내 오늘 너희들 육신을 전부 탈사하겠……."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은 전신의 혼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를 지긋이 쳐다보며 말했다.

"한번 탈사해 보거라."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흉악하고 거대한 얼굴은 아무리 버둥거려도 결국 방대한 전의에 소멸되었다.

주변의 환경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시골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진남의 전신선동을 사용하여 보라색 열쇠에 있는 금제와 신념 낙인들을 없앴다.

잠시 후, 그들은 열쇠를 손에 넣었다.

"시간이 다 되었다. 이제 가자!"

진남은 다시 도법지도를 사용하여 두 여인까지 감싸고 구리문으로 날아갔다.

삼월루의 이 층에 오선초가 나타났으니 삼 층에 있는 전승과 기연은 더 대단할 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남세지존 등이 너무 강해서 일단 먼저 물러가기로 했다.

진남 등이 마기 속으로 사라진 후, 분노에 찬 고함이 대전을 흔들었다.

"진남,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말거라!"

엄청난 권의가 마구 날아다녔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마침 시간이 다 지났다.

진남 일행은 마기에 들어서자 아래로 가라앉았다.

어떤 길에 발이 닿자 그들은 몸을 겨우 가누었다.

"마기가 방대하구나."

진남은 주변을 둘러보니 끝이 보이지 않게 시커멨다.

그는 살짝 놀랐다.

상상했던 것보다 열 배는 더 많았다.

마치 하늘을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마기들은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진남은 생각을 하며 앞으로 향했다.

전신선동의 동력은 막혀서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더듬거리며 앞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진남의 예상대로 심장에 있던 마기가 다시 나와 자세를 잡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끝이 없는 마기들은 왕을 만난 신하처럼 진남과 백 장 떨어진 곳에서 멈추었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그 모습을 보자 시름을 놓았다.

그녀들은 도법지도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상처를 치료했다.

"진남!"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가 뒤에서 울려 퍼졌다.

이장성은 독한 사람이었다.

그는 역천지법을 사용하여 강제로 쳐들어왔다.

그러나 아무리 역천지법을 사용해도 소용이 없었다.

진남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고행승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이때 진남은 알지 못했다.

그가 이곳에 들어서자 문도지지의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통천도수에 변화가 일어나 많은 무인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시간은 흘러 다섯 시진이 지났다.

진남은 마기를 흡수하려고 시도했지만, 마기는 몸에 들어오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는 마기를 바꿀 수도 없고 남길 수도 없었다.

그가 마도공법을 수련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 진남은 마기를 흡수하는 것을 포기했다.

잠시 후, 진남은 어둠의 끝에서 흰빛을 발견했다.

"출구인가?"

진남은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가 흰빛을 넘어서는 순간, 짙고 순수한 선기가 그를 감쌌다.

그는 순원선지에 온 기분이 들었다.

"응?"

진남은 주변을 살폈다.

그는 방원 오백 리가 되는 작은 섬에 떠 있었다.

섬에는 각양각색의 기이화초들이 있었고 짙은 선기를 풍겼다.

선기는 요수들 모습으로 변하기도 했다.

섬의 주변은 온통 하얗게 빛이 났다.

그리고 크고 작은 마름모 수정들이 나타났다.

"이게 금제인가?"

진남의 두 눈에 흰 불꽃이 타올랐다.

한참 살펴보던 그는 단천도를 휘둘렀다.

펑-!

도의가 날아다니고 강기가 용솟음쳤다.

단천도는 마름모 수정들을 자르지 못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장막에 맞은 것처럼 섬의 천장 밖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더 앞으로 가지는 않았다.

"강한 금제구나!"

진남은 시선이 차가워졌다.

진남이 온 힘을 다하면 금제를 살짝 흠이 가게 할 수 있었지만 흔들 수는 없었다.

즉, 진남은 섬에서 나갈 수 없었다.

진남은 저장주머니의 보라색 열쇠에서 미약한 빛이 나는 것을 발견했다.

강한 금제 다른 면에 신비한 존재가 그것을 부르는 것 같았다.

"열쇠는 어떤 대문이나 금제가 있는 곳을 여는 걸 거야. 그런데 지금 반응을 보이다니, 설마 우리가 삼월루에서 다른 금지로 온 거야?"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는 도법지도에서 묘묘 공주와 강벽난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두 여인은 이곳의 선기가 유난히 짙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온몸에 눈부신 빛을 뿜으며 선력을 빨아들였다.

진남은 그녀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지만 이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이곳에 온 것은 결국은 좋은 일이었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회복을 할 수 있고 남세지존과 이장성 등은 그의 위치를 알아도 당분간 쫓아올 수 없었다.

이 기회에 폐관 수련을 하고 지존대성을 돌파할 수도 있었다.

* * *

그 시각, 상고유적 삼월루.

삼월루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근처에 있던 많은 무인들을 끌어당겼다.

이장성 등과 장남, 남세지존 등은 진남을 쫓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화를 누르곤 오선초와 다른 열쇠를 가졌다.

그리고 삼 층까지 올라갔다.

삼 층에는 훌륭한 전승과 기연이 엄청 많았다.

이장성은 먼저 도착한 덕에 삼 할을 챙기고 나머지 칠 할은 장남과 남세지존 등을 챙겨줬다.

이후 그들은 삼월루를 떠나 유적 밖에 있는 사막에 도착했다.

남세지존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주선제십인의 영혼을 드러내고 진남의 위치를 파악했다.

남세지존과 몇만 장 떨어진 곳에 이장성은 법인을 만들고 금술을 사용했다.

잠시 후, 둘은 눈을 번쩍 떴다.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진남이 쌍주지지에 갔소!"

둘은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확인해본 결과 틀림이 없었다.

"쌍주지지? 그곳은 두 달 더 있어야 열리는 곳이 아니오?"

장남은 믿기지 않아서 이장성을 바라보았다.

상대도 그를 바라보았다.

둘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안색이 점점 보기 싫게 변했다.

진남이 쌍주지지에 있으니 적어도 두 달 동안 그들은 들어갈 수도 없고 진남을 죽일 수도 없었다.

또, 쌍주지지는 문도지지 중에서도 최고의 기연을 만나는 곳으로 유명했다.

안에는 잘 보존이 된 주경 강자의 육신도 있고 여러 전승들도 있었다.

진남은 두 달 동안 지존정상급으로 실력을 강화할 것이니 나중에 죽이려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었다.

"남세도우, 이 도우. 며칠 동안 진남의 위치가 바뀌는지 알아봐 주시오."

장남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남세지존은 다른 이의가 없었다.

이장성은 잠깐 생각하더니 동의했다.

진남의 위치에 큰 변화가 있다면 쌍주지지의 전승들을 긁어모은다는 뜻이었다.

그들에게 다른 변화는 없었다.

다만 이제 이장성도 혼자 진남을 상대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무신."

장남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문을 퍼뜨리시오."

무신은 어안이 벙벙해서 말했다.

"쌍주지지는 최고의 기연을 만나는 곳이오. 그래서 열릴 때면 항상 많은 세력의 무인들이 몰려드는데, 소문을 퍼뜨리면 더욱 혼란스럽지 않겠소?"

장남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 결과요! 다른 세력들은 진남에게 두 가지 생각을 할 거요. 죽이려고 하거나 붙잡아가서 비밀을 알아내려고 하거나.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우리의 목표에 영향을 주지 않소.

만약 다른 세력에서 진남을 죽인다면 우리는 진남의 시체를 빼앗아 오면 되오. 그게 더 쉽지 않겠소? 또, 붙잡는 데 성공한다면 다른 세력에 좋은 점을 주면 되오. 그럼 그들도 진남의 정혈을 달갑게 줄 거요."

무신이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얼른 가서 소문을 퍼뜨렸다.

반면, 남세지존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매우 불쾌했다.

'진남을 붙잡는다고? 웃기는군! 나는 반드시 진남을 죽일 거다!'

옆에 있던 이장성은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는 사람들을 데리고 통천도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통천도수의 꼭대기의 열세 개 나뭇잎에 이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나뭇잎 중에 절세의 보물이나 도술이 나올 수 있었다.

이변이 크지는 않았지만 통천도수에 처음 일어나는 이변이었다.

이변을 찾아보고 신비함을 찾는다면 수확이 무척 클 것이었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아직 있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마흔다섯 날 후, 백현성.

백현성은 문도지지에서 공공성과 이름을 나란히 하는 성이었다.

반보 문도지기로 만들어진 것이라 강했다.

공공성과 다른 점은 성주가 없고 쓸데없는 세력들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곳은 쌍주지지와 엄청 가까웠다.

그래서 보통은 성안에는 무인들이 적었다가 쌍주지지가 열릴 때쯤에는 무인들이 몰려들었다.

쌍주지지가 열리기 이, 삼 일 전이면 성은 시끌벅적했다.

여러 세력의 지존정상급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열흘 전인데도 삼 대 무상도통과 십 대 고족 그리고 천존 가문 하나가 와 있었다.

"그거 알아? 진남이 한 달 전에 이미 쌍주지지에 들어갔대."

"싱겁기는! 그렇게 큰일을 내가 모를까?"

"제길. 진남이 안에서 기연과 전승을 모두 가져간 게 아닌지 모르겠네."

"허허, 진남이 똑똑하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거다. 대세력들까지 소문을 듣고 몰려들었어. 전승과 기연이 아니라 진남 때문이지. 그런데 진남이 전승과 기연을 전부 가져간다면 다른 무인들까지 그를 공격할 거다."

"도우의 말이 일리가 있다. 내가 한잔 권하겠다."

거리와 술집, 다루 등에서 무인들 대부분은 진남에 대해 떠들어댔다.

구석에서 무인들의 대화를 듣던 황뢰지존이 고개를 저었다.

장소지존의 사제인 그는 진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궁우태황종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얼마 없었다.

'쌍주지지에 갈 거냐? 그렇다면, 만약에 기회가 되었을 때 말이다. 진남이 위험에 처하면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거라.'

황뢰지존은 떠나기 전에 스승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 저장주머니에서 영패가 빛을 뿜었다.

황뢰지존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가 한 궁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궁전에는 탁자들이 가득하고 위에는 선주들이 있었다.

황뢰지존은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힐끗 살펴보고 대전을 바라보았다.

연회는 정씨 가문 여든아홉 번째 성자이자 지존방 서열 이십일 위인 정무원(鄭無元)이 연 것이었다.

정무원은 이미 현장에 있었고 태연무생종, 십욕종, 보제고찰종 등의 지존정상급들도 와 있었다.

"어라, 황뢰 형님 혼자 오셨소? 장소지존은 안 왔소?"

정무원은 황뢰지존을 발견하고 웃으며 말을 걸었다.

황뢰지존은 고개를 저었다.

태연무생종의 지존정상급 되는 자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장소지존은 올 낯이 없어서 못 온 거 같소!"

황뢰지존은 그를 흘겨보고 무시했다.

굳이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었다.

대전에 무상도통, 고족, 천존 가문들이 연이어 도착했다.

거의 다 온 것 같았다.

궁전은 시끌벅적해졌다.

황뢰지존은 얌전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먼저 말을 하지 않았고 말을 거는 사람도 없었다.

어느새 그는 술잔을 들고 있었다.

전에 쌍주지지가 열릴 때는 이렇게 많은 지존정상급들이 오지 않았다.

또, 통천도수에서의 싸움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도우들, 나는 가서 모셔와야 할 분이 있소. 먼저 대화들 나누시오."

정무원은 손을 흔들며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정무원이 직접 나가서 모셔오는 사람이라니, 누구지?"

지존 강자들은 깜짝 놀라서 쳐다봤다.

황뢰지존도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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