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5화 진남을 쫓아온 이들
"진남, 내가 방금 느꼈다. 만 리 앞에 선천보물지가 있는데 안에 다섯 개의 선복 등급 천재지보가 있어! 그리고 왼쪽으로 삼만 리 정도 더 가면 선천선호(先天仙湖)가 있는데 호령(湖靈, 호수의 영)이 자라고 있다. 그곳에서 연화를 한다면……."
묘묘 공주는 온몸에서 선광이 번쩍거렸다.
그녀는 술술 말했다.
무령지체란 선령과 하나가 된 강한 체질이었다.
잔연에서는 천지의 힘을 사용하여 커다란 작용을 하고 믿을 수 없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진남은 두 눈이 반짝거렸다.
그는 그것들을 가지러 갔다.
한 시진이 지났다.
진남 일행은 산맥의 깊은 곳에 도착했다.
그들은 열 개의 선복 등급 천재지보와 선천선호, 세 개의 문령지수(問靈之樹), 그리고 몇십 개의 순수한 힘을 가진 천재지보를 얻었다.
"문도지지에 순원선지가 존재할 줄이야!"
묘묘 공주는 눈앞에 벌어진 장면에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들과 천 장 떨어진 곳에 방원 만 장 크기의 산골짜기가 있었다.
산골짜기는 금빛을 뿜었는데 짙고 순수한 선기를 풍겼다.
선기는 여러 요소들 모습으로 변했다.
더 이상한 것은 선기들은 산골짜기에 존재하고 밖으로 전혀 흐르지 않았다.
순원선지란 천지가 키운 특별한 보물지였는데 엄청 순수한 선기와 특별한 의지가 존재했다.
특별한 의지는 평범한 무인들에게 아무런 효과도 없었지만 선령족인 묘묘 공주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산골짜기 주변에 열 개 이상의 대살국을 만들어 놓았다. 잘 이용하면 된다. 우리 이곳에 남아 지존대성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자."
진남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참 날아왔으니 지존정상급들도 쫓아올 게 분명했다.
계속 도망가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
"응, 그럼 이곳에서 반 시진 머물자."
강벽난은 말했다.
"진남과 공주는 이곳에서 연화를 하거라. 경지를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으면 더 좋다. 나는 지도를 연구하겠다."
진남과 묘묘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빠르게 순원선지로 날아들어 선복등급의 천재지보들을 연화하기 시작했다.
강벽난은 그 모습을 보자 입가에 미소가 살짝 걸렸다.
그들은 도망 다니느라 볼품이 없었지만 이런 상태라도 그녀는 좋았다.
그들이 함께 단련하고 함께 성장하고 함께 난관을 헤쳐나갔다.
"응?"
강벽난은 미간을 찌푸렸다.
공주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연화를 시작하자 그녀의 머릿속에 있던 종자가 평소와 달랐다.
그녀는 자세히 살폈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지도를 살폈다.
"삼월루는 쌍주지지(雙主之地)와 그리 멀지 않다……."
강벽난의 머릿속에 있는 종자와 묘묘 공주의 머릿속에 있는 종자가 어떤 신비한 관계를 맺고 공명을 하며 사방으로 힘을 펼쳤다.
방대하고 순수한 힘이 진남의 몸으로 밀려들었다.
혈점이 드디어 얌전해져서 순수한 힘을 가져가지 않았다.
진남은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지존지력이 이제 꽉 찬 상태가 되었고 조금 더 있으면 지존대성을 돌파할 수 있었다.
지금 상태로는 반 시진이면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 진남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반짝거렸다.
지존 초급 단계의 위압이 산골짜기를 전부 덮었다.
장엄한 분위기가 사방으로 번졌다.
강벽난은 그 모습을 보자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
진남이 곧 지존대성을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구나. 삼월루 방향에서 순원선지를 찾을 수 있다니!"
이때, 무뚝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허공에 한쪽 눈이 하얗고 다른 쪽 눈은 검은 청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바로 이장성이었다.
그의 곁에는 청년이 한 명 더 있었는데 차가운 표정에 지존대성의 기운을 풍겼다.
이점이라는 청년이었다.
이점은 특이한 금술을 장악했다.
일정한 대가를 치르면 상대방의 기운을 통해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이장성을 데리고 이곳에 온 것도 이점이었다.
"이씨 가문의 아흔여덟 번째 성자?"
강벽난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문도지지에 들어오기 전에 스승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공력을 들여서 여러 세력의 천재들과 지존거물들을 알아보고 그들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녀는 마침 이장성의 초상화를 본 적이 있었다.
'이들은 악의를 가지고 온 자들이다. 진남은 이미 경지를 돌파하는 중요한 순간이라 지금 방해를 받으면 한참이나 지나야 진급할 기회가 다시 생길 수 있다.
저자의 실력은 평범한 지존정상급보다 훨씬 강하다. 나와 공주가 연합하여 영항지진을 만들어도 이길 가능성이…….'
강벽난은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나를 아느냐?"
이장성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살짝 웃었다.
"네가 진남과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면 이씨 가문으로 데려와서 내 세 번째 부인을 시켜줬을 텐데, 아쉽다. 진남과 사이가 좋으니 너는 죽어야 한다."
말을 마친 그는 강벽난이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이장성은 엄청난 기세를 드러냈다.
눈부신 파란 빛이 주변을 환하게 비추었다.
조금 전까지 존귀한 느낌이 들었던 이장성은 이제 한 마리의 요수가 잠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세상 만물이 두려움에 떨었다.
강벽난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슉-!
이때, 강벽난의 등 뒤에서 눈부신 도광(刀光)이 솟구쳤다.
도광(刀光)은 이장성에게 날아갔다.
이장성은 손을 콱 움켜쥐었다.
보이지 않는 힘이 폭발했다.
도광(刀光)은 이장성과 백 장 떨어진 곳에서 부서졌다.
"진남……."
강벽난은 어안이 벙벙했다.
'왜 중요한 순간에 포기한 거야?'
"동생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만 리 길을 달려 나를 죽이러 왔구나. 그럼 이제 형제끼리 만나게 해주마."
진남은 살짝 웃었다.
그는 이제 자신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입만 살았구나!"
이장성은 날아올랐다.
엄청난 천지대세가 태고의 바다처럼 진남을 덮쳤다.
"태연지술!"
진남은 손가락으로 짚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변했다.
"그깟 재주로 나를 상대할 수 있겠느냐?"
이장성은 엄청난 혈통지력을 드러냈다.
그의 기세는 쭉쭉 늘어났다.
손바닥에는 옛 부문들이 나타나자 그는 힘껏 내리쳤다.
쿠쿠쿠쿵-!
태연지술로 만들어진 것들이 전부 사라졌다.
같은 지존정상급이지만 이장성과 지광지존은 천지 차이였다.
"진도도결!"
진남은 두 눈이 서늘해졌다.
그는 이장성을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몸속의 열두 개 문도법이 동시에 움직였다.
얼마 되지 않아 수많은 도기들이 엄청난 대세를 이루었다.
"진남, 나와 난난도 너를 도와줄게."
묘묘 공주도 깨어났다.
그녀는 무령지체를 이용하여 천지의 힘을 진남의 몸에 주입했다.
강벽난도 같은 법인을 만들어 식해의 종자를 움직이며 영항지진을 만들었다.
"마침 잘 왔다. 일일이 쫓아다니며 죽일 수고를 덜었구나."
이장성은 패기가 넘쳤다.
그는 한 손을 콱 움켜잡았다.
허공에서 피 묻은 창이 나타났다.
엄청난 기운이 사방을 휩쓸고 허공에 도문이 나타났다.
이장성의 창은 반보 문도지기였다.
이씨 가문의 성자인 그는 나중에 소족장이 될 수 있었다.
이장성의 실력은 보통 강한 게 아니었다.
"제천파멸(諸天破滅)!"
이장성은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창의 그림자가 몇만 개나 날아다녔다.
쿠쿠쿠쿵-!
귀청을 찢을 듯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순원선지는 격렬한 싸움에 흔들리더니 땅이 갈라지고 선력이 빠져나갔다.
"성자라서 역시 다르구나!"
진남은 두 눈에 흰색 불꽃이 튀었다.
강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솟구쳤다.
그들은 지존정상급의 수단을 과소평가했다.
이장성이 이곳까지 쫓아올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지존정상급이거나 이장성 같은 실력의 무인들이 더 온다면 그들은 저항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속전속결로 끝내야 했다.
진남이 도법지도를 꺼내려고 할 때 갑자기 전신의 혼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위압감이 퍼지고 진남의 전력에 방대한 힘이 더해졌다.
"주선제오인의 영혼? 그걸 드러내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나는 상고의 십 대 주선 따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
이장성은 인상을 쓰더니 곧 차갑게 웃었다.
항존의 영혼은 진남에게 힘을 더해주고 진남의 영혼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 외에 아무런 작용도 없었다.
"응?"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전신의 혼이 왜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지?'
진남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의외의 상황이 있을 것 같다. 내가 곧 열 개의 살기를 작동하겠다. 그리고 최강 일격으로 이장성을 공격하고 혼잡한 틈에 도망가자!"
진남은 그녀들에게 전음했다.
"아이고, 진남 도우. 이런 우연이 다 있구나. 또 만나다니!"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 일행은 시선을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수많은 진법들이 엮여 원고대진을 이루었다.
여섯 개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존정상급의 기세와 위압감이 폭풍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진남은 두 사람은 안면이 있었다.
남세지존과 전에 그를 구한 적이 있는 무신이었다.
다른 넷은 안면이 없었지만 모두 흑포를 입고 고검과 선검 등 도기들을 들고 있었다.
또, 모두 작은 악기를 들고 있었는데 피천고교 무인들만의 독특한 장식이었다.
"참창종과 피천고교가 연합했구나."
진남은 시선이 차갑게 변했다.
즉, 향혼은 십체공존을 하려고 진남의 피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전에 향혼은 절대 진남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우습고 믿으면 안 되는 말이었다.
향혼이 배신을 했다는 것은 한계가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충분한 이익만 있다면 그는 주인도 배신했다.
"진남, 나와 장남 종주가 함께 올 줄 몰랐지? 네 덕분에 마침 주선제십인의 전승과 영혼을 얻었거든."
남세지존은 진남을 보며 속이 후련했다.
예전에 진남은 하찮은 인간이라 그가 쉽게 죽일 수 있었다.
그런데 마음이 약해져 그를 풀어주는 바람에 오늘 같은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그러면 또 어떠한가?
진남의 전생이 대단하고, 비범지도를 수련했다고 해도 남세지존은 오늘 진남을 죽여 치욕을 씻으려고 했다.
장남도 통쾌했다.
그도 남세지존이 진남을 미워하는 마음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풍무흔이라는 역할이 폭로될까 대놓고 저격하지는 않았다.
"진남, 오늘은 하늘도 너에게 살길을 주지 않는구나."
이장성의 차가운 웃음이 더 짙어졌다.
진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몇만 개의 도기를 휘둘렀다.
도기는 선녀가 꽃을 뿌리는 것처럼 날아갔다.
열 개의 도기는 고목과 산봉오리에 떨어지더니 엄청난 기운을 뿜으며 살기로 변했다.
살기는 사람들을 덮쳤다.
먼저 날아간 열기의 도기였다.
"진남, 의미 없는 짓이다."
장남은 경멸하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뒤에 아직 스무 명의 지존정상급들이 곧 도착한다. 주소의 환생이니 순순히 잡혀가면 무덤을 만들어 주마."
남세지존과 무신 등 다섯 명의 지존정상급들도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방대한 세력이 끝없는 바다처럼 진남 일행을 덮었다.
진남은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뒤에 온다는 스무 명의 지존정상급들은 둘째치고 앞에 있는 여섯 명의 지존정상급과 성자도 상대하기 벅찼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묘묘 공주와 강벽난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녀들이 연합하여 금술을 펼친다고 해도 별 의미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각인을 사용할 수밖에 없겠구나."
순식간에 진남은 결정을 내렸다.
지금은 그가 가진 유일한 비장의 수였다.
이때, 천지에 천지개벽의 변화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