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1132화 (1,132/1,498)

1132화 그럼 왜……

방대하고 순수한 힘이 진남의 몸에 스며들었다.

주경급 창우의 요단은 지존 등급의 요단과 달리 주경의 비밀을 약간 담고 있었다.

요단을 흡수하면 진남에게는 좋은 점이 엄청 많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두 시진 후, 진남은 요단에 있는 순수한 힘을 삼 분의 이나 흡수했다.

평범한 구천지존 초급 단계라면 수많은 경험들 덕분에 힘을 오 분의 일 정도는 흡수할 수 있겠지만 돌파할 수 없었다.

진남의 지존지력은 이제 겨우 꽉 차서 꿈틀거렸다.

진남이 돌파할 때마다 지존지력뿐만 아니라 도법지도, 단천도, 화도선염, 전신선동도 순수한 힘을 흡수하고 동시에 강화되기 때문이었다.

"전부 연화하라!"

진남은 외쳤다.

화도선염이 더 강하게 용솟음치더니 남은 요단을 전부 불태웠다.

커다란 호수의 물처럼 많은 양의 순수한 힘이 진남에게 밀려들었다.

순수한 힘은 지존지력에 주입되었다.

웅-!

주변의 모든 것들이 흔들리고 보이지 않는 위세가 퍼졌다.

이때, 진남의 몸속에 있던 오래되고 강한 기운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익숙하기 그지없는 기운이었다.

그가 주제의 피 한 방울 중 남은 부분을 연화할 때 그의 의지에 융합된 기운이었다.

놀라운 장면이 벌어졌다.

무형의 의지는 진남의 단전에서 먼지 같은 혈점들로 변했다.

혈점들은 강한 흡입력으로 이씨, 정씨, 오씨 가문의 혈통지력을 끄집어내어 혈기로 변화시킨 후 흡수했다.

"이건……."

진남은 의아했다.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지?'

이때, 이변이 또 일어났다.

마기가 모습을 드러내고 작은 뱀으로 변했다.

뱀은 입을 쩍 벌리고 혈점에 마의 기운을 뿜어 융합하려고 했다.

쿵-!

더 강한 흡입력이 진남의 온몸을 휩쓸었다.

방금 지존지력에 흡수된 방대하고 순수한 힘은 강한 힘에 억지로 끌려 나와 기이한 혈점에 주입되었다.

"아차!"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이제 어떻게 지존대성이 된다는 말인가?

'저 혈점과 마기는 각각 주제와 황포절의 의지구나. 그들의 의지가 삼 대 혈통지력을 모아 놓은 것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다. 번거로움을 덜었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만약 주제의 의지와 황포절의 의지가 물과 불처럼 서로 융합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진남은 머릿속에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주제나 황호절의 의지로 혈통지력들을 흡수하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혈통지력과 순수한 힘을 많이 흡수할수록 혈점은 점점 강해지고 결국 융합할 수 없으면 큰 문제였다.

무풍흔의 구체공존도 결국 전력을 전부 발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상태가 더 불안정해졌다.

강한 타격을 받았을 때 아홉 개의 체질이 흩어질 수도 있었다.

"그만 생각하자. 될 대로 되겠지."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기회가 된다면 그는 두 무상천존의 의지를 강제로 제압할 생각이었다.

진남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련을 시작했다.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새로 생겨난 혈점이 어떤 작용이 있는지도 알아봐야 했다.

사흘 후, 진남은 눈을 번쩍 떴다.

두 여인이 상고도기를 이용하여 법진을 펼치며 그에게 날아왔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이었다.

"너희들이 직접 온 거야? 내가 데리러 간다고 했잖아?"

진남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는 얼른 그녀들 옆으로 날아가 열두 개의 도의로 그녀들을 감쌌다.

"진남, 걱정할 거 없다. 영도홍류가 너도 어찌하지 못하는데 공주인 나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

묘묘 공주는 입을. 삐죽거렸다.

"진남, 나와 공주가 연합하여 펼친 대진을 한번 봐줄래?"

강벽난은 살짝 웃었다.

진남은 살짝 놀랐다.

그는 전신신동을 사용하여 살펴보았다.

그녀들을 보호하느라고 대진은 신경 쓰지도 못했다.

살펴본 진남은 의아했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이 연합하여 만든 진법은 엄청 강했다.

영도홍류의 한기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진남의 동력도 그 속을 전부 살펴볼 수 없었다.

기운도 진남은 익숙했다.

영생지화가 풍기는 의지와 거의 똑같았다.

"나와 묘묘 공주가 모두 수정이었을 때 그 꽃이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우리가 깨어났을 때 각각 식해에 흰색과 검은색 꽃잎이 생겨났다."

강벽난은 이마를 가린 머리카락을 치웠다.

그녀의 하얀 피부가 유난히 아름다웠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

"스승님의 지도를 받은 후 나와 공주는 이 꽃잎을 사용하여 진법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영항지진(永?之陣)이라고 부른다.

네가 구천지존이 되었을 때 백남지화도 대성을 한 덕분에 나와 공주의 식해에 있던 꽃잎이 씨앗으로 변했다. 이 진법의 힘도 강해졌지. 지존정상급도 이 진법을 깰 수 없다."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씨앗들이 지존지력을 흡수하면 성장해?"

묘묘 공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응, 그런 것 같아. 성장하는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결국 내가 계산에 의하면 천재지보처럼 새싹이 나고 꽃이 필 거야. 전처럼 꽃잎만 있는 게 아니라."

진남은 미소를 지었다.

얼떨결에 진남은 묘묘 공주와 강벽난이 영생지화의 꽃잎을 가지게 했다.

이제 둘이 결합을 하면 두 번째 영생지화였다.

영생지화는 만법불침성체가 영생불멸지구로 되는 관건이었다.

향혼은 영생지화를 얻기 위해 진남의 전생인 주제를 배신했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에게 만법불침성체가 없지만 둘이 연합하여 영생지화를 만들 수 있었다.

그녀들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그녀들은 앞으로 믿을 수 없는 위력을 펼칠 수 있었다.

"에잇, 어쩌다 만났는데 이런 대화만 할 거야?"

묘묘 공주는 교활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진남, 우리 헤어져 있는 시간이 길었지? 회포를 단단히 풀어야겠다."

진남은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

"술……을 마시자는 거지?"

"맞아!"

묘묘 공주는 으쓱해서 말했다.

"영감탱이가 삼천 년이 되는 취선이라는 술을 소장하고 있더구나. 그래서 내가 몰래 훔쳐왔지. 향이 끝내 주게 좋아."

공주의 제안을 거절할 진남이 아니었다.

그는 통쾌하게 말했다.

"그래, 오늘 실컷 마셔보자. 나도 할 말이 많아."

예전의 그였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진남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했다.

'세상은 크고 무인은 많다. 그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다만, 나도 조건이 있다. 우리 셋 다 구천지존이지 않느냐? 취선이 좋은 술이긴 하지만 천선 경지 이상은 쉽게 취하지 않는다."

묘묘 공주가 말했다.

"우리 마실 때 경지를 인선 경지로 제한하면 취기가 돌 수 있다. 그럼 감정이나 정서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어."

강벽난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데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묘묘 공주가 은근히 눈치를 주는 바람에 입을 다물었다.

진남은 눈치채지 못하고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구나! 내가 가서 정상급 창우 한 마리를 잡아오마. 구우면 안주로 딱 좋아."

진남은 그녀들을 굴에 데려다 놓고 창우를 잡아 왔다.

창우를 반 시진 구우니 묘묘 공주는 취선을 가져와 봉인을 열었다.

술의 향이 사방을 가득 채웠다.

구천선역에 온 이후로 진남은 지금처럼 편안하고 기분 좋았던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험난하고 위기가 가득했다.

누군가의 바둑알처럼 커다란 손에 조종당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진남은 하늘이 자신에게 너그럽다고 생각했다.

향혼에 대한 미움도 그리 크지 않았다.

적어도 묘묘 공주와 강벽난이 곁에 있기 때문이었다.

술이 적당히 들어가자 진남은 술기운에 긴장을 완전히 풀었다.

그는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을 말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심경의 변화도 털어놓았다.

마지막에 그는 취해서 의식을 잃었다.

해역을 샅샅이 누비며 진남을 죽이려고 혈안이 된 지존정상급들이 그의 모습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들지 상상할 수 없었다.

"공주,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우리가 술이 깨는 단약을 먹은 걸 알면 진남이 화를 낼 거야."

강벽난의 흰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천재들의 가볍고 무덤덤한 마음이 사라지고 속세에 있는 선녀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살짝 드러난 그녀의 쇄골과 하얀 피부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걱정 마. 화 안 낼 거야. 진남을 내가 모르겠어? 그리고, 네가 말 안 하고 내가 말 안 하면 또 어떻게 알까?"

묘묘 공주도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고귀하고 도도하던 그녀는 귀엽게 변했다.

"난난, 부끄러워하지 마! 겪어본 사람이 하는 충고야. 별거 없어. 침대는 내가 준비했다. 얼른 올라가."

* * *

잠시 후, 굴의 아래쪽.

주변에 강한 금기와 대진이 덮여있어 한기와 기운들을 막았다.

동굴의 양쪽 벽에는 구멍이 나 있고 그 안에서 불꽃이 이글거리며 주변을 밝게 비추었다.

불빛 아래서 모든 것이 몽롱하고 흔들렸다.

강벽난은 선옥봉상(仙玉鳳床)에 누웠다.

그녀는 지척에 있는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에게서 느껴지는 사내의 기운에 그녀는 놀라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몹시 당황하기도 했다.

그녀는 이런 날을 생각해본 적이 있지만 단지 상상이었다.

똑똑한 그녀지만 이런 날이 실제로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예전에 큰 재앙을 당한 그녀는 이 세상이 자신에게 악의가 가득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이 세상은 그녀를 매우 후하게 대해줬다.

그때의 그녀는 철이 없었다.

그때의 그녀는 독선적이었다.

그녀는 수많은 바보짓을 했다.

그러나 이 세상과 청룡성주가 그녀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었다.

강벽난은 저도 몰래 손을 뻗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진남이 먼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몸이 굳고 숨도 쉬지 못했다.

그녀의 심장 박동이 급격히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진남은 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강벽난은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그녀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데 귀밑까지 빨개졌다.

진남은 지금 취해서 의식이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스스로……."

그녀는 당황하고 긴장하며 부끄러웠다.

그러나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와 손을 뺐다.

그녀는 진남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동굴 입구에서 법보를 가지고 놀던 묘묘 공주는 뒤쪽에서 기운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 부끄러워? 그럼 그때의 나는 너보다 훨씬 대단했구나!"

강벽난이 얼굴을 붉히자 묘묘 공주는 말했다.

"그럼 여기 앉아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들어가."

강벽난은 대답을 하고 공주의 옆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강벽난은 부드럽게 말했다.

"공주, 이 세계에서 첩을 두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네가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건 나도 잘 안다."

묘묘 공주는 멈칫하더니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 뒤에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나는 못 받아들였을 거다. 진남이 너를 사랑하고 네가 진남을 사랑해서 목숨까지 희생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도 마음이 불편했을 거다."

"그럼 왜……."

이 모든 것은 묘묘 공주가 계획한 일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