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1화 죽고 싶으면 해 보거라
쿠쿠쿵-!
진남의 공격과 엄청난 금빛이 부딪혔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두 공격이 부딪히며 생긴 힘에 흰색 공간과 황토 그리고 진남의 다른 형상들이 산산조각이 났다.
영도홍류 전체가 충격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진남의 열두 개 문도법의 도의도 그 힘을 견디지 못했다.
진남은 연신 뒷걸음질 쳤다.
"진남, 너는 이 초식에 질 수밖에 없다."
지광지존은 기염이 하늘을 찔렀다.
그가 법인을 만들자 두 성자의 형상은 그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지존지력과 혈통지력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천둥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이씨 가문의 금술, 천존지권(天尊之拳)!"
지광지존은 머리카락을 날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무서운 기운이 퍼졌다.
아주 적은 양이었고 천존의 기운도 아니었다.
하지만 영도홍류의 한기조차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멈추었다.
"마침 잘 왔다."
진남은 덮쳐오는 강한 기운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도록이 그의 몸에서 솟구쳤다.
도록은 끝없는 어둠을 비추는 태양처럼 눈부신 빛을 뿜었다.
"도법지도(道法之圖), 파멸만법(破滅萬法)!"
진남의 의지와 도록은 하나가 되어 커다란 힘을 드러냈다.
쿠쿠쿠쿵-!
폭풍이 휘몰아치고 바닷물이 일렁거리는 놀라운 장면이 일어났다.
"네가 이리도 대단한 초식을 감추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네가 지존대성 경지였다면 내가 졌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지광지존은 금술을 사용하여 혈통지력을 강제로 늘렸다.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도록에서 흐릿한 형상이 나타나 주먹을 내리쳤다.
도법지도의 힘이 폭발했다.
해역 전체가 얼어붙은 것 같았다.
강한 의지와 힘이 천존을 제압하려고 했다.
"이럴 수가 없다! 너는 겨우 지존 초급 단계가 아니냐? 어떻게 이런 초식을 장악한 거냐……."
지광지존은 변화를 느끼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는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굉음이 울려 퍼지고 수많은 빛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의 의지나 힘 같은 것들이 산산조각 났다.
펑-!
지광지존의 몸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성자들의 심혈이 가득 담긴 전혈 두 방울이 흩어지고 사라졌다.
"크아악!"
지광지존은 남은 힘에 맞았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가 바닥에 커다란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의 기운도 점점 사라졌다.
진남은 공허함과 무기력함을 느꼈다.
방금 사용한 초식 때문에 그의 지존지력은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의지도 대부분 빠져나갔다.
"천존 가문의 지존정상급들은 다른 지존정상급들보다 상대하기 어렵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공허함과 무기력함을 억지로 누르고 지광지존에게 칼을 겨누었다.
"이럴 리가 없다. 내가 지다니……."
지광지존은 웅덩이에 주저앉아 중얼거렸다.
진남이 칼을 들고 날아오는 것을 본 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
"진남, 나를 죽이지 말아줘. 요단과 다른 것들을 전부 주겠다. 네가 나를 죽이면 너에게 좋은 점이 하나도 없다. 나는 이씨 가문 아흔여덟 번째 성자의 동생……."
지광지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늘한 빛이 엄청난 힘을 싣고 그의 가슴을 찔렀다.
그는 바닥에 단단히 박혔다.
그의 양손은 힘이 없이 축 늘어지고 두 개의 부적이 손에서 툭 떨어졌다.
진남이 살펴보니 두 장의 부적 중 하나는 엄청난 살상력을 가지고 있고 다른 하나는 전송지력(傳送之力)을 가지고 있었다.
지광지존이 살려 달라고 사정한 것은 속임수였다.
그는 진남이 살초를 거두거나 머뭇거리기를 기다려 공격하려고 했다.
진남을 죽이는 데 실패를 하면 지광지존은 도망갈 계획이었다.
진남은 손을 휘둘러 두 장의 부적을 주머니에 가져갔다.
"응?"
진남은 지광지존의 허리에 달린 저장주머니에 시선이 갔다.
저장주머니는 선광을 미약하게 뿜고 있었는데 크게 망가지지 않았다.
인선 경지 이상이 되면 싸우는 과정에 죽거나 패배하면 저장주머니는 망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무인들 대부분은 죽은 후 누군가 저장주머니를 가져가서 이득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지광지존은 스스로를 무척이나 믿었기에 싸움에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저장주머니에 엄청 소중한 것이 있기에 심혈을 기울여서 온갖 금제로 보호를 했다.
"내가 운이 좋았구나."
진남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동력을 사용하여 저장주머니의 금제들을 없애고 신념을 주입했다.
먼저 그의 시선을 끈 것은 호박색의 구슬들이었다.
구슬들은 한데 모여서 엄청난 파동을 뿜었다.
옆에는 주경 요수의 내단이 있었다.
내단은 아무런 기운도 없었지만 보이지 않는 위엄을 뿜었다.
주변에 있던 열몇 개의 지존정상급의 내단과 스물세 개의 지존대성 경지의 내단들도 그 옆에서 빛을 잃었다.
내단들은 진남이 예상했던 것들이었다.
호박색의 구슬을 본 진남은 두 눈에 빛이 드러났다.
이 구슬들이 바로 이변으로 인해 탄생한 황동이었는데, 무려 천오백 알이나 되었다.
진남은 지광지존이 무슨 꿍꿍이를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황동은 그에게 큰 용도가 있었다.
그는 황동들로 구천여의단 한 알을 바꿀 수 있었다.
"어라? 이게 뭐지?"
저장주머니에 법보, 단약과 영패 등이 있었다.
진남은 그것들에 별로 흥미가 가지 않았다.
그는 구석에서 현묘한 기운을 풍기는 구리거울을 발견했다.
또, 옛 정취를 풍기는 서적도 있었다.
"천존지권?"
진남은 서적에 쓰인 크고 힘 있는 글자를 보자 눈이 반짝거렸다.
진남은 서적을 꺼내서 읽으려고 했다.
그러나 서적을 확인하는 순간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서적의 내용들은 이미 지워져 아무것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천존일권은 이씨 가문의 중요한 비술이라 외부인이 쉽게 얻을 수 없게 만든 것 같았다.
진남은 고적을 불에 태워버렸다.
그는 구리거울을 꺼냈다.
구리거울에는 서른두 개의 빛이 있었다.
빛들은 계속 더 많아졌다.
"이 빛들은 침황지해에서 탄생하는 영도홍류인가?"
진남은 중얼거리며 빛들을 거두었다.
영도홍류의 위력은 대단했다.
적당한 때에 지광지존처럼 이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진남은 저장주머니에 있던 황동, 내단 등을 전부 가져갔다.
그의 신념이 저장주머니에서 나오려고 할 때 한 영패에서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진남은 신념을 훑어봤다.
차갑기 그지없고 분노가 담긴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어떤 놈이길래 감히 내 동생을 죽였느냐? 네 놈이 어디에 있던 찾아내어 네 가족까지 전부 죽이겠다."
이씨 가문의 아흔여덟 번째 성자인 이장성(李長聖)이었다.
그냥 위협이었다면 진남은 무시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장성은 진남의 역린인 가족까지 언급했다.
"나는 진남이다. 죽고 싶으면 한번 해 보거라."
진남은 차갑게 웃고 신념을 전했다.
그리고 영패들을 전부 부셨다.
이장성의 쓸데없는 말들을 더 들을 필요 없었다.
진남은 지광지존의 시체에 시선이 갔다.
"무주궁도가 시체에서 순수한 혈통지력을 뽑아낼 수 있을까? 몰라, 한번 해보는 거지 뭐."
진남은 무주궁도를 열고 지광지존을 흡수했다.
그리고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열두 개의 도의로 주변을 보호하고 지존대성과 정상급의 요단들을 꺼내 몸을 회복했다.
두 시진이 지나고 진남의 몸속에 지존지력이 겨우 회복이 되었다.
잠잠하던 무주궁도에도 반응이 생기기 시작했다.
옛 문자들이 띄엄띄엄 날아왔다.
이어 순수한 혈통지력이 계속 나타났다.
"좋구나!"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칠 대 천존가문과 상고만족의 혈통지력을 모으고 혈통반조 심지어 혈통과조를 이루려는 진남의 계획이 좀 더 쉽게 진행될 수 있었다.
굳이 그들의 정혈을 모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먼저 흡수해보자."
진남은 신념으로 혈통지력을 전부 흡수했다.
순식간에 진남의 기운이 아닌 기운이 몸속에 퍼졌다.
정씨 가문과 오씨 가문 구천지존의 정혈을 연화하여 얻은 미약한 혈통지력이 어떤 부름을 받은 것처럼 진남의 몸속에 스르륵 나타났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반 시진이 지났다.
진남은 혈통지력을 전부 흡수했다.
그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느낌이 생겼다.
진남은 이씨 가문의 혈통지력이 어떤 특별한 힘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진남의 전력이 늘어나게 했다.
또, 진남의 몸속에 아주 미약한 배척이 생겨났다.
삼 대 가문의 혈통지력은 같은 등급이나 서로 너무 달랐다.
때문에 서로 융합이 되지 않았다.
"아직은 배척하는 힘이 작지만 많은 혈통지력을 흡수할수록 배척이 더 커질 거다."
진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진남이 열두 개의 문도법을 수련할 때도 이런 상황이 있었다.
다만, 그가 가진 도광이 희귀한 구색도광이라 그것들을 다 담을 수 있고 결국은 하나로 융합시켰다.
그러나 구색도광의 역할을 할 혈통지력이 진남에게는 없었다.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나는 양대 무상천존의 환생이다. 주제의 기억을 각성하여 주제의 피를 연화했고 황포절의 마기도 있어 혈통지력도 굴복시킬 수 있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진남은 자조했다.
천존의 혈통지력이 강하긴 하지만 어찌 무상천존과 비교할 수 있을까?
진남의 저장주머니에서 영패가 빛을 뿜었다.
신념으로 살펴보던 진남은 기분이 좋아졌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이 문도지지에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진남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지광지존의 구리거울을 꺼내어 자세히 살폈다.
한 위치를 정한 후 그는 신념을 전했다.
'이곳에서 공주와 벽난을 기다리자.'
진남이 침황지해에 있다는 소문이 전해져서 많은 강자들이 주목하고 있을 것이었다.
진남을 원수라고 여기는 자들이 그를 죽이려고 해역까지 몰려올 것도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영도홍류의 힘을 빈다면 그리 걱정할 것이 없었다.
진남은 다른 지역은 잘 모르지만 이곳은 그나마 익숙했다.
그들이 들이닥치면 그때 다시 생각하려고 했다.
진남은 일어나서 앞으로 날아갔다.
* * *
진남의 예상대로 몇몇 지존들 덕분에 반 시진이 채 되지 않아 문도지지의 대세들이 거의 소식을 알게 되었다.
"진남이 왔어!"
"마침 잘 왔다. 손이 근질거리던 참이었는데 당장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죽여 버리자!"
"대세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거야. 우리가 먼저 진남을 잡아 비밀을 알아내자!"
"하하하, 침황지해에 있다고? 가까운 곳에 있구나, 좋다!"
대세력들은 문도지지에 있는 책임자들에게 신념을 전했다.
다만, 너무 요란하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성자, 성녀, 종주 등의 지존정상급들은 진남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들이 올 때쯤이면 진남은 떠났을 수도 있었다.
진남을 쫓아온 사람들 대부분은 공공성(共工城)에 있거나 거리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여러 세력들은 몰래 협력하기도 했다.
이씨 가문의 아흔여덟 번째 성자 이장성은 진남의 전음을 듣고 화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는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침황지해로 오겠다고 했다.
* * *
진남은 다음 영도홍류에 도착하자 얼음에 봉인된 산골짜기를 찾아 들어갔다.
그는 수많은 대진을 만들어 홍류에 저항했다.
그리고 무주궁도와 전신의 혼을 드러내 주변을 지키게 하고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제 지존대성을 돌파하자."
진남은 혼탁한 숨을 내뱉더니 주경급 창우의 요단을 꺼냈다.
눈부신 화도선염이 그 위에 덮였다.
진남은 요단을 연화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