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7화 너를 알아야 해?
진남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구천지존이 주경 강자로 진급하는 것과 패자가 구천지존으로 진급하는 건 달랐다.
패자가 구천지존으로 진급하려면 일흔두 개 천지성구에 갈 수 있지만 구천지존이 주경 강자로 진급하려면 문도지로 가야만 기회가 있었다.
구천선역의 구천지존들 대부분이 여기 모여 있었다.
구천선역에서 떠돌아다니는 구천지존들은 일을 다 보고는 시간이 있으면 문도지로 왔다.
지존이 된 후 주경으로 진급하려 하지 않는 무인들은 매우 적었다.
"잘됐다."
진남의 두 눈에 흰색 불꽃이 타올랐다.
불꽃은 잠시 후에야 꺼졌다.
그는 여인이 준 선옥을 꺼내 살피려 했다.
신념을 선옥에 주입하자 엄청난 장면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커다란 나무가 끝없이 넓은 땅에 서 있었다.
엄청난 힘이 있는 것 같은 나무줄기가 하늘 위로 곧게 뻗었다.
마치 온 세상을 받든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나무 앞에 가면 먼지처럼 작아졌다.
"고작 그림일 뿐인데 이렇게 기세가 강하구나. 진짜 나무를 만나면 어떠할까?"
진남은 감탄했다.
이어 마음을 진정하고 장면에 깊이 빠졌다.
잠시 후 무형의 기운이 끝없는 허공을 넘어 진남에게 떨어졌다.
진남은 몸이 낯선 천지의 모든 것과 융합되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 진남은 손님처럼 낯설었지만,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온 것처럼 매우 익숙했다.
"응, 살펴보니 진짜 효과가 있구나……."
진남은 점차 정신을 차리고 관상을 끝내려 했다.
이때, 식해의 깊은 곳에 오래된 의지가 나타나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
진남의 주위의 광경이 전부 변했다.
그는 산꼭대기가 아니라 끝없이 넓은 땅 위에 있었다.
고개를 들자 패기 있고 웅장한 통천도수가 보였다.
"이건……."
진남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변했지? 분명 환상이었는데 왜 이토록 실감 나지?'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가슴이 서늘해지고 온몸의 털이 거꾸로 섰다.
통천도수의 깊은 곳에 엄청난 존재가 잠에서 깨어나 그를 주시하는 것 같았다.
순간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진남의 두 눈은 구천선역 전체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순식간에 동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에 도달했다.
커다란 나무줄기를 뚫고 통천도수의 깊은 곳을 꿰뚫어 봤다.
그곳에는 방원 일 리가 되는 저수지가 있었다.
저수지에는 힘 한 개가 떠 있었다.
힘은 가끔은 빛으로 변하고 가끔은 수증기로 변하고 끊임없이 변했다.
힘에서 풍기는 기운은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통천도수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매우 눈부셨다.
기운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
진남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이 힘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설마……."
진남은 마음이 떨렸다.
"이것이 바로 주제가 말한 한 개의 영항불멸지력인가?"
이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심장이 크게 떨리더니 뱀 모양 마기가 속에서 뚫고 나와 입을 쩍 벌리고 소리 없이 포효했다.
저수지와 영항불멸지력이 사라지고 방원 일 리 정도 되는 제단이 나타났다.
제단은 시커멓고 위에 크고 작은 오래된 문자가 떠 있었다.
문자들은 가끔씩 모여 책, 사람 형상, 돌 비석 등으로 변했다.
문자들이 모여 실체를 이룰 때면 엄청난 마의가 뿜어져 나왔다.
영항지력처럼 통천도수 안에 있었지만 매우 눈부셨다.
진남의 마음속에도 영항지력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건…… 황보절이 만든 불후상마진결(不朽上魔眞訣)인가?"
진남은 가슴이 떨렸다.
순간 통천도수는 뭔가 느낀 것처럼 세상을 휩쓸 것 같은 방대한 빛을 뿜어 진남을 덮었다.
진남은 영혼이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그는 다시 산꼭대기 위에 서 있었다.
주위의 모든 것이 좀 전처럼 아무 변화도 없었다.
다른 점이라면 손에 쥔 선옥이 깨진 것이었다.
"그 두 가지 물건이 모두 통천도수 안에 있을 줄 몰랐다."
시간이 꽤 지난 후에야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한숨을 쉬었다.
여인의 말과 좀 전의 이상으로 보아 오 년 후에 통천도수에 통천도과가 열릴 때면 영항불멸지력과 불후상마진결이 함께 나타날 것이었다.
그가 지금 통천도수가 있는 곳으로 간다고 해도 그것들이 스스로 나타나거나 그것들을 불러내 강제로 꺼낼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진남은 앞을 바라봤다.
눈빛이 복잡했다.
멀리서 큰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진짜 내 짐작대로라면 나중에 통천도수가 있는 곳으로 가면 전생이 완전히 알아채기 전에 그 두 물건을 한꺼번에 가져야겠다."
진남은 결심하고 중얼거렸다.?
"지금은 경지를 진급하는 것이 급선무다."
진남은 세 번째 선옥에 신념을 주입했다.
그의 체내의 지존지력은 아직은 지존 초급 단계 수준이었다.
그는 정상 경지로 진급해야만 문도성주할 수 있었다.
아니면 그는 지금 통천도과가 있다 해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세 번째 선옥은 문도지의 대략적인 지도였다.
지도에는 많은 금지, 유적, 기우지기 등이 표기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통천도수가 있는 극남지였다.
통천도수가 있기에 극남지 부근에는 서른여 개의 크고 작은 금지나 유적 등 그리고 지존 정상급이 쉽게 발을 들여놓지 못할 신비한 곳이었다.
진남은 힐끗 봤지만 별로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칠 대 천존가문은 태도가 불명확했다.
진남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꿍꿍이가 있었다.
다른 무상도통이나 세력들은 말할 필요 없었다.
그가 지금 극남지로 가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면 벌집을 쑤신 거나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많은 성자, 성녀, 장로들이 그를 공격할지 알 수 없었다.
'오백 년 전에 과고선전(跨古仙殿)이 나타났을 때 선전의 깊은 곳에는 구천지존을 돌파하게 할 수 있는 구천여의단(九天如意丹)이 열 개 있었다. 지금은 한 개밖에 남지 않았다.'
'환유산(幻幽山)은 소문에 환도선종의 만 년 전의 진종지보였다. 환유산에 들어가면 끝없는 환경에 빠진다. 기연의 기운을 가진 사람은 그곳에서 도술을 얻거나 심경의 돌파를 가져올 수 있다.'
'중명무망탑(重名無妄塔), 이 탑은 문도지에서 키웠다. 모두 삼십삼 층이다. 층마다 여러 가지 위험과 전승이나 기연이 있다!'
'쌍주지지(雙主之地), 이곳에는 십 년마다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없는 두 개의 잘 보존된 주경 시체가 나타난다. 다음번에 떠 오를 때까지 칠 개월이 남았다.'
문도지의 다른 곳에는 여러 가지 금지나 유적 등이 몇백 개나 있었다.
진남은 일일이 훑어봤다.
다른 것들에 진남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는 구천지존 초급단계지만 이미 도경원만에 도달했다.
때문에 무도 경지를 연마하거나 돌파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수련의 경지를 돌파해야 했다.
그가 지금 필요한 건 많은 깨끗한 힘을 만들어줄 대량의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 등이었다.
진남은 쌍주지지에 가장 관심이 컸다.
하지만 칠 개월이나 기다려야 했다.
"침황지해로 가자!"
진남은 한참 침묵하고 날려 허공으로 들어갔다.
침황지해는 문도지의 동쪽에 있었다.
그곳에는 창우(蒼羽)라는 기이한 해수가 있었다.
창우들은 지선 등급도 있고 지존 정상의 등급에 도달한 것도 있었다.
그것들은 성격이 포악했다.
자신들의 경지가 어떻든 무인들을 만나기만 하면 미친 듯이 공격했다.
창우의 체내의 요단은 무인들에게 커다란 좋은 점이 있었다.
요단을 삼키면 가장 깨끗한 힘으로 변화시켜 흡수할 수 있었다.
또, 침황지해의 깊은 곳에는 상고유적과 금지 등이 많았다.
무인들은 그곳에서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인 약전(藥田)을 발견하고 많은 걸 얻었다.
이곳은 진남에게 적합했다.
* * *
몇 시진 후 진남은 허공에 나타났다.
그의 앞쪽 멀지 않은 곳에 많은 천화가 한데 모여 이루어진 것 같은 고성이 허공에 떠 있었다.
무인들이 안으로 날아 들어가거나 안에서 날아 나왔다.
고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넓은 옅은 금색의 바다가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파도가 일고 현묘한 기운이 풍겼다.
침황지해였다.
성은 공공(共工)이라 불리는 상고도기였다.
많은 무인들로 이루어진 문선(問仙)이란 세력이 만든 것이었다.
문도지의 열다섯 개 성 중의 한 개였다.
진남은 잠깐 생각하고 성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무지갯빛으로 변해 바닷속으로 날아 들어갔다.
바다에 들어간 지 백 개 셀 동안도 안 돼 길이가 오십 장 되고 몸이 시커멓고 눈이 커다랗고 송곳니가 차갑고 이마에 옅은 파란색의 뿔이 난 요수가 엄청난 살기를 풍기며 진남에게 몰려왔다.
창우였다.
진남이 만난 건 경지가 지선 팔 단계 전후였다.
진남은 전신선동을 움직이고 동력을 드러냈다.
속도를 최고로 높여 순식간에 창우들을 따돌리고 바다 밑으로 내려갔다.
침황지해의 바닷물은 기이한 힘이 있었다.
진남은 깊이 내려갈수록 동력이 더 크게 눌렸다.
반 주 향이 탈 시간도 안 돼 진남은 패자 경지에 도달한 창우들을 만났다.
몸집도 스무 배나 커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엄청난 암류를 일으켜 쥐도 새도 모르게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
진남은 패자 경지 정상의 창우들을 세 마리 죽였다.
그것들은 혈무로 변하고 옅은 보라색 구슬이 세 개 떠 올랐다.
진남은 구슬을 훑어보고 화도선염을 드러내 연화했다.
지도에 쓰인 대로 깨끗한 힘들이 진남의 체내에 흘러들어 지존지력과 융합되었다.
매우 약했지만, 이물질이 없어 순조롭게 흡수할 수 있었다.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를 연화하는 것보다 요단을 흡수하는 것이 경지를 높이기에 더 유리했다.
"지존대성이나 정상 등급의 창우를 찾아야겠다!"
진남은 중얼거리고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잠시 후 그는 눈썹을 추켜세웠다.
앞에서 많은 패자 정상의 기운들의 부딪힘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의 기운도 느껴졌다.
진남의 앞에 사남이녀가 나타났다.
그들은 연합하여 진을 치고 세 마리의 정상 등급의 창우들을 죽이고 있었다.
한 창우의 커다란 눈은 호박색이었다.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였다.
어떤 기연을 얻어 눈에 변화가 생긴 것이었다.
"지금이다!"
우두머리인 단발머리 청년이 소리쳤다.
세 개의 대진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와 몇백 개의 서로 다른 살기로 변해 세 마리의 창우의 몸에 부딪혔다.
두 마리는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고 기운이 사라졌다.
눈에 변화가 생긴 창우는 매우 분노했다.
짧은 시간에 상상할 수 없는 힘을 폭발해 한꺼번에 대진을 부수고 진남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멀지 않은 곳에 누군가 있는 걸 발견하고 중상을 입은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시뻘건 입을 벌려 진남을 물려 했다.
창우의 성격을 알았지만 진남은 여전히 어이가 없었다.
손으로 내리치자 그것은 혈무로 변하고 요단과 호박색의 눈동자가 동시에 떠올랐다.
"누구야?"
사남이녀는 이곳의 광경을 발견했다.
맨 앞에 선 단발머리 청년이 사납게 외치며 검처럼 빠르게 날아왔다.
청년은 사나운 눈빛으로 말했다.
"도우, 날로 먹으려고? 꿈꾸지 마! 썩 꺼지거라. 아니면 가만두지 않겠다."
다른 삼남이녀도 눈빛이 싸늘해지고 공격할 준비를 했다.
"응? 나를 모르느냐?"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너를 알아야 해?"
단발머리 청년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
"네가 진남이나 풍무흔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
문도지의 무인들 대부분은 진남의 생김새를 알았다.
여러 가문의 공자들인 그들만 진남의 소식을 들은 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진남은 구천지존이 되어 그들은 진남을 만나면 이길 수 없었다.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