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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122화 (1,122/1,498)

1122화 가입하지 않겠다

"후배 장첨풍(張添風), 홍수지존(紅袖至尊)과 용회지존(龍回至尊)을 뵙습니다."

진남의 앞에서 다섯 번째에 있는 패자 초급의 무인이 나섰다.

장포를 입은 청년은 비석을 먼저 만지지 않고 두 지존에게 인사를 했다.

홍수지존이라 불리는 백포 소녀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응, 예를 거두거라. 잘해서 일등을 하기 바란다."

용회지존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무인들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멍청한 자들이 아니니 장첨풍의 행동을 보고 홍수지존과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홍수지존이 일등을 하기 바란다는 말에 다른 암시도 있었다.

"일 등은 우리가 못 가지겠구나."

사람들은 중얼거렸다.

일 등을 가질 수 있어도 가지면 안 되었다.

"홍수지존,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장첨풍은 더욱 활짝 웃으며 비석 앞으로 다가가 손을 얹었다.

잠시 후, 비석은 가벼운 진동을 하더니 여섯 개의 이상이 펼쳐지고 엄청난 기세를 뿜었다.

"여섯 개의 이상을 일으켰어?"

"장첨풍도 간단하지는 않구나."

"저자가 일 등 하는 건 떼놓은 당상이겠다."

구경하던 무인들은 경악했다.

두 번째 관문에 참가한 무인들은 몰래 고개를 저었다.

장첨풍은 이상도 가장 많고 홍수지존과의 관계도 남다르니 일 등은 문제없었다.

"잘했어."

홍수지존은 그를 칭찬했다.

장첨품은 공손하게 인사하고 한쪽에 물러섰다.

그는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심사는 계속되었다.

장첨풍 뒤의 무인들은 다 세 개의 이상을 일으켰다.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이제 진남의 순서가 되었다.

'열 개의 이상을 다 펼칠까? 아니다. 그건 너무 눈에 띈다.'

진남은 생각하더니 손을 비석에 올렸다.

그는 지존의 힘을 움직였다.

혈존비석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슈슈슉-!

이상들이 솟구치고 펼쳐지더니 여덟 번째 이상이 끝이 나자 그제야 멈추었다.

진남의 기운은 수많은 말들이 달리는 것 같아서 석대를 흔들었다.

"여덟 개의 이상?"

무인들은 경악했다.

홍수지존과 용회지존도 살짝 놀랐다.

최근 삼십 년 동안 칠 대 천존가문에서 외부 제자를 심사할 때 여덟 개의 이상을 일으킨 자는 없었다.

홍수지존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손을 거두고 옆으로 물러섰다.

장첨풍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도중에 이런 인물이 나타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심사는 계속되었다.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나고 심사가 끝이 났다.

마지막까지 여섯 개보다 많은 이상을 일으키는 자는 없었다.

여덟 개 이상을 일으키는 자는 더욱이 없었다.

"홍수지존이 일 등을 발표하겠다."

오씨 가문의 패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일 등은 누가 될까?'

홍수지존은 석대의 사람들을 훑어보고 진남을 힐끗 보더니 장첨풍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 일 등은 장첨풍이다."

장첨풍은 기뻤다.

드디어 마음을 누르던 돌을 내려놓은 것 같았다.

'그 녀석에서 빼앗기지 않아서 다행이다!'

다른 무인들은 어이가 없고 진남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여덟 개의 이상을 일으켰는데 일 등을 빼앗기고 지존 정혈을 잃다니!'

오씨 가문의 용회지존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홍수지존의 체면은 살려주어야 했다.

"홍수지존 고맙습니다. 저는……."

장첨풍은 얼른 공수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이 끼어들어 말했다.

"홍수지존, 잘 모르는 일이 있어서 묻겠습니다. 왜 제가 일으킨 이상이 가장 많고, 이자보다 두 개나 많은데 일 등은 제가 아닙니까?"

그의 말에 사람들은 넋이 나갔다.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장첨풍이 왜 일 등인지 꼭 물어야 아는 거야? 눈치도 없어?"

홍수지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이상이 많은 건 결합력이 높다는 것밖에 설명할 수 없다. 큰 의미가 없다. 네 개 이상의 이상만 일으켜도 충분하다. 너와 비교했을 때 나와 용회지존은 장첨풍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그녀는 해명도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많은 무인들이 모였기에 체면이 설 수 있는 정도까지는 해야 했다.

진남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열 개의 이상을 일으켜도 아무런 의미가 없겠습니다?"

홍수지존은 시선이 차갑게 변했다.

'이 녀석이 물고 놓지를 않는구나. 정말 주제 파악도 못하는 놈이야.'

"열 개의 이상을 일으키면 전혀 다른 문제다. 그건 아예 다른 경지다. 네가 열 개의 이상을 일으킨다면 일 등이다."

기분이 상했지만 홍수지존은 대답했다.

"그럼 다시 하게 해보고 싶습니다. 두 지존께서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

진남의 말에 사람들은 또 충격을 받았다.

'다시 하게 해달라고? 설마 열 개의 이상을 일으키고 싶은 걸까?'

"다시 하는 건 문제 없다. 다만, 열 개의 이상을 일으키지 못하면 너는 심사에 참가할 자격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한쪽 팔을 스스로 자르거라."

홍수지존은 차갑게 웃었다.

열 개의 이상을 일으키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녀는 이번 기회에 진남을 혼내 줄 생각이었다.

"고맙습니다. 홍수지존."

진남은 망설이지도 않고 날아가 혈존비석 앞에 섰다.

그리고 다시 손을 위에 올렸다.

"정말로 다시 해보겠다고?"

홍소지존과 용회지존은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

무인들도 믿을 수 없었다.

'미친 거 아니야? 아니면 정말…….'

무인들은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때 혈존비석에 엄청난 핏빛이 솟구쳐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방대한 기세는 폭풍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이상들이 연거푸 떠올랐다.

열 개의 이상이 동시에 나타나 천지를 흔들었다.

"열, 열 개의 이상이다. 저자가 진짜 열 개의 이상을 일으켰다!"

무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백 년 동안 결합도 심사에서 열 개의 이상을 일으킨 자는 없었다.

진남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는 혈조비석을 부술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홍수지존 지금은 어떻습니까? 제가 일 등 맞습니까?"

진남은 손을 거두고 이상이 흩어지기를 기다렸다가 물었다.

"너!"

홍수지존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패자 경지밖에 되지 않는 외부인이 사사건건 자신과 맞서고 결국 체면을 잃게 만들 줄 몰랐다.

"이럴 수가!"

장첨풍은 표정이 더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그는 두 방울의 지존정혈을 위해서 많은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이름도 없는 후배에게 빼앗기다니?

"하하, 열 개의 이상을 일으킬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예전에 다른 사람들이 말할 때 나는 믿지 않았거든!"

용회지존은 호탕하게 웃으며 홍수지존에게 말했다.

"일 등은 이 도우에게 주는 게 좋겠소."

홍수지존은 강제로 부정하고 일 등을 장첨풍에게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은 자신의 얼굴에 침 뱉기였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우, 이건 지존정혈 두 방울이다."

용회지존은 일등은 언급하지 않고 손가락을 튕겨 진남에게 옥병을 건넸다.

옥병에는 두 방울의 피가 있었고 지존의 위압을 뿜었다.

"도우, 네 실력이 괜찮은 것 같구나. 우리 오씨 가문에 가입하겠느냐? 빠른 시일 내로 혈통 세례를 시켜주마."

용회지존은 흔쾌히 제안을 했다.

홍수지존의 말처럼 열 개의 이상을 불러일으킨 것은 차원이 달랐다.

그래서 용회지존은 진남을 중시하게 되었다.

"고맙습니다, 용회지존. 하지만 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진남은 옥병을 받고 거절을 했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이 되었다.

'용회지존을 거절했어? 설마 홍수지존이 있는 정씨 가문에 가입하고 싶은 거야?'

"도우, 이렇게 하자. 오씨 가문에 가입하면 내일 바로 혈통 세례를 시켜주마."

용회지존은 다시 입을 열었다.

진남이 그를 거절한 것은 조건을 더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오씨 가문에 가입하지 않을 겁니다."

진남은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나중에 칠 대 천존가문의 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제쳐두고, 구천지존인 그가 어찌 다른 가문의 외부 제자가 될 수 있겠는가?

"필요 없다고?"

용회지존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렇다면 할 말이 없다."

진남은 열 개의 이상을 일으킨 자일뿐이었다.

연속 두 번 요청하고 후한 조건을 건 것은 체면을 충분히 세워준 것이었다.

두 번 거절한 것에 대해 화를 내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홍수지존은 그 모습을 보자 눈을 반짝거렸다.

그녀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정씨 가문에 오너라."

이 청년이 어떤 꿍꿍이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정씨 가문에 들어오면 그녀는 수단을 사용하여 청년을 단단히 혼내줄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정씨 가문에도 가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젓고 한마디만 했다.

그의 한마디는 천둥처럼 놀라웠다.

두 구천지존과 도장에 있던 무인들은 귀를 의심했다.

'두 가문에 모두 가입하지 않겠다고? 그럼 왜 온 거지?'

"이만 가보겠습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

"무엄하다!"

"게 서거라!"

용회지존과 홍수지존은 동시에 고함을 질렀다.

그들은 엄청난 기세를 드러내고 위압으로 도장을 덮었다.

도장이 살짝 흔들리고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양대 천존가문의 다른 패자들도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날아가서 진남을 포위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노려보며 살기를 뿜었다.

진남이 한 걸음이라도 옮기면 당장 공격할 기세였다.

"이건 무슨 뜻입니까?"

진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우리에게 무슨 뜻이냐고 묻다니! 너는 이번 심사에 참가하여 두 방울의 정혈을 얻었다. 그런데 어디에도 가입하지 않겠다는 건 우리를 놀리는 게 아니냐?"

용회지존은 큰소리로 꾸짖었다.

그는 노인이 아니라 화가 난 금강처럼 엄청난 압박감을 주어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오늘 어디에도 가입하지 않겠다고 하면 너를 죽이겠다."

홍수지존은 대놓고 살기를 뿜었다.

도장의 분위기가 살벌하게 변했다.

"저 녀석 미쳤어?"

사람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양대 천존가문의 사람들을 건드리다니 살기 싫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두 분, 억지를 부리십니다."

진남은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이번 심사에 반드시 두 가문에 가입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까?"

용회지존과 홍수지존 그리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런 규칙은 없었다.

그들의 심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 규칙이 없는 게 아니었다.

천존가문에 가입하고 싶은 사람들만 심사에 참가하러 오기 때문에 굳이 따로 규칙을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품 때문에 심사에 참가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지존 대인들, 그놈에게 홀리지 마십시오. 이번 심사는 원래 정씨 가문과 오씨 가문에서 외부 제자를 모집하려고 만든 것입니다. 심사에 참가하는 사람은 당연히 두 가문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가입하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안 한다면 이 심사를 장난으로 생각한 게 아니겠습니까? 일부러 정씨 가문과 오씨 가문을 도발한 게 아니고 뭡니까?"

장첨풍이 나서더니 분개해서 또박또박 따졌다.

그는 속으로 엄청 기뻤다.

그는 두 방울의 정혈을 가질 수 있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청년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고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말에 진남이 바로 죽임을 당하거나 두 방울의 정혈을 빼앗아서 자신에게 줄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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