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1화 천존가문의 제자 심사
"그래, 마침 차하계도 가보고 좋지 뭐."
이계와 막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선배님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공수했다.
그는 가면을 쓰고 용모가 빼어난 소년으로 변신했다.
* * *
진남은 작은 공간을 떠나 화존우경에 도착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넓고 황량한 사막에 선기도 얼마 없고 인적도 드물었다.
진남은 원적, 팔요마왕, 능람람 등이 걱정할세라 신념을 전했다.
"풍무흔은 지존이 되었구나. 그럼 문도지로 올 거다. 그를 만나면 방법을 대어 맹구궁을 구해야겠다."
진남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는 허공에 날아올라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도경원만을 이루니 느낌이 달랐다.
하늘과 땅이 더 이상 그리 넓은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세상 만물이 작아 보이고 자신이 화를 내면 재앙이 닥칠 것 같았다.
며칠이 더 지났다.
진남은 화존우경을 지나 허령천계에 도착했다.
허공에 떠 있는 별들이 유난히 눈부셨다.
멀리서 보면 땅 위에는 산들이 가득 있고 오래된 숲 등이 있었다.
겉보기에는 화존 좌경과 우경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땅을 딛는 순간 이 땅의 모든 곳에 남겨진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허공에 가득한 선의도 남달랐다.
안에는 몇만 개의 의지가 섞여 있어서 복잡했다.
경지가 높지 않은 사람이 흡수하면 좋은 점은 없고 오히려 큰 우환이 될 수 있었다.
"상고대전 때문에 이곳이 이렇게 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없어지지 않는구나."
진남은 감탄했다.
그는 호기심이 생겼다.
'창, 주제, 황보절 그리고 네 번째 무상천존이 각각 법술을 펼친다면 어느 정도의 힘일까?
기회가 되면 그때 왜 그리 큰 싸움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다…….'
진남은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마음을 가다듬은 그는 계속 앞으로 나갔다.
갑자기 진남이 미간을 찌푸리고 몸속을 살폈다.
핏빛이 예고도 없이 나타나 한 줄의 글자로 변하더니 부서져서 진남의 오장육부로 사라졌다.
진남이 신념으로 살펴도 그들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이런……."
진남은 냉기를 들이켰다.
한 줄의 글자는 다름이 아니라 구룡석인을 함부로 가져가는 자는 재앙을 면치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도겁은 이제 시작이야? 아직도 안 끝났어?"
진남은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렇다면 도겁이 올 때는 더 강할 것이었다.
어떤 변고가 일어나 두 무상천존이 공존하는 일이 천하에 드러날 수도 있었다.
"모르겠다. 닥치는 대로 막지 뭐."
진남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이계가 준 선옥을 살폈다.
진남은 허령천계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었다.
선옥에는 허령천계의 대체적인 지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표기들이 많았다.
칠 대 천존가문, 묘문, 시도족의 세력이 있는 곳 그리고 여러 성과 비경, 금지, 그리고 대주재들의 소유한 지역까지 표기했다.
진남은 이런 것들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에 힐끗 살피고 대체적인 것만 기억했다.
"응?"
진남은 한곳에 시선을 빼앗겼다.
"황정은 열 명의 주경 강자들이 연합하여 만든 것이다. 본체는 반보 문도지기인데 열 명의 주경 강자들이 죽자 황정은 무인들이 집결하는 곳으로 되었다. 칠 대 천존가문들은 이곳에서 외부의 제자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진남은 소리 내어 읽었다.
여러 정보들을 종합하여 보면 황정에는 주경 강자가 나타날 확률이 적고 위험이 거의 없었다.
진남은 마침 시간이 충족하여 가서 살펴보기로 했다.
그는 날아서 허공으로 사라졌다.
두 시진이 지나고 진남의 앞에 황정이 나타났다.
상고의 현황선석으로 만들고 오래된 기운을 뿜은 혼돈거수처럼 큰 성이 나타났다.
성은 몇십만 장이 되는 구름층에 얌전히 떠 있었다.
마치 오래된 전설에서 나온 신화의 땅 같았다.
진남과 벌지 않은 곳에는 몇백, 몇천 개의 서로 다른 빛을 뿜는 다리가 있었다.
다리는 용처럼 거대한 성문까지 이어졌다.
다리 끝에는 돌비석이 있었는데 위에는 글자들이 힘있게 새겨져 있었다.
'황정에 들어오려는 자는 반드시 먼저 다리에 올라야 한다.'
"반보 문도지기의 기운이라 역시 다르구나. 다른 도기들과 다르다."
진남은 전신의 선동으로 자세히 살펴보고 한 다리에 올랐다.
그는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따라 성안으로 들어갔다.
성안의 길들은 넓고 사방으로 뻗었다.
길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각양각색의 무인들이 끊이지 않아 시끌벅적했다.
진남이 살펴보니 황정에는 스무 명 거의 되는 구천지존이 있고 패자 등급의 무인들은 엄청 많았다.
물론 천선경지들이 대부분이고 일부 지신 경지 무인들도 있었다.
황정에는 규칙이 있었다.
패자나 주경 강자들은 위엄이 꺾이는 수모를 당하지 않은 이상 패자 아래 경지의 무인들을 공격할 수 없었다.
진남은 한가롭게 거닐었다.
둥, 둥-!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이 흐르자 낡은 종소리가 황정의 가운데에서 울려 퍼졌다.
종소리는 시끌시끌한 소리들 사이에서도 아주 똑똑하게 들렸다.
또,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경외의 마음이 들게 하는 위압감도 있었다.
"천종이 드디어 울렸다."
"저 종이 두 번 울리는 걸 보니 두 개의 천존가문들이 제자를 받으러 왔구나!"
"도우, 이번에 우리도 운이 좋구나. 얼른 가서 보자."
거리에 있던 많은 무인들은 눈을 반짝거리고 걸음을 옮겼다.
그들 중에는 패자들도 있었다.
다들 가운데로 모여들었다.
"오?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어?"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진남은 상고시기에 칠 대 천존가문들이 같은 종족들만 받고 외부 사람들은 경지가 아무리 높거나 재능이 있어도 가입시켜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세월이 흐르고 암암리에 투쟁이 많아져서 동족들이 점점 적어졌다.
칠 대 천존가문의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부득불 규칙을 바꾸고 외부인을 받아들였다.
삼 년에서 육 년 사이에 칠 대 천존가문의 사람들은 황정에 사람을 보내 심사를 진행했다.
여러 무상도통에서 제자들을 뽑는 것과 달리 칠 대 천존가문들은 제자를 아주 적게 뽑았다.
그리고 칠 대 천존가문들의 외부 제자들이 충분한 공을 세우면 혈통의 세례를 받아 같은 종족이 될 수 있었다.
더욱이 외부 제자들인 일 년을 채우면 전설로만 들었던 천존 조각상을 구경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무인들이게 큰 기회였다.
천존 조각상을 구경할 수 있다면 깨달음이나 좋은 점이 엄청났다.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주경 강자의 기운이 없구나. 가보자."
진남은 동술로 주변을 살피더니 사람들을 따라 움직였다.
잠시 후, 그는 황정 가운데 있는 거대한 도장에 도착했다.
도장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앞쪽에는 서른여 장 높이에 방원 만장이 되는 시커먼 석대가 있었다.
석대 뒤에는 쉰여 개의 형상이 있었다.
가운데에 백발노인, 백포 소녀가 있었는데 구천지존 초급 단계의 거물이었다.
그들 옆에는 패자들이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천선 경지였다.
두 지존은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다른 무인들을 무시했다.
패자들은 차가운 표정이었고 천선 경지 강자들은 아래를 살폈다.
대부분은 별거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주변 무인들의 대화를 통해 진남은 저자들이 칠대 천존가문인 오씨 가문과 정씨 가문이었다.
"칠 대 천존가문의 사람들은 역시 대단하구나. 기운들이 같은 등급들보다 훨씬 강하다. 다른 고족들처럼 체내에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진남은 몰래 살펴보았다.
이때, 오씨 가문의 패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커다란 도장의 무인들을 보며 천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존광으로 비추겠다. 가슴에 각인이 있는 자들은 두 번째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 다른 자들은 자격을 잃는다."
말을 마치자 백발노인과 흰 두루마기 여인은 동시에 손가락을 튕겼다.
두 개의 눈부신 빛이 폭발하더니 홍수처럼 쏟아졌다.
빛은 도장을 덮고 무인들을 비추었다.
빛은 지존의 위엄을 가지고 있었다.
신비한 힘들은 대략적으로 탐측했다.
대부분의 무인들은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들은 몰래 문도법을 움직이거나 비술을 사용하여 자신을 드러냈다.
진남은 고개를 살짝 흔들어 탐측하는 힘을 막았다.
그가 신념을 움직이자 빛이 떨어졌다.
그의 가슴에 나뭇잎 모양의 각인이 나타났다.
주변의 무인들은 질투했다.
존광으로 비추는 일은 다른 무인들에게는 심사였지만 같은 구천지존인 진남에게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게다가 두 구천지존은 초급 단계라 이상함을 발견하지도 못했다.
백발노인과 백포소녀는 손을 내려놓았다.
빛도 사라졌다.
도장은 시끌벅적해졌다.
대부분 각인을 받지 못한 무인들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일부는 어깨를 으쓱하고 자리를 떴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을 축하한다."
오씨 가문 패자가 입을 열었다.
"두 번째 관문에서 우리는 혈존비석을 놓을 거다. 도우와 우리 오씨 가문이나 정씨 가문의 혈통 결합도를 보는 심사다. 많은 이상이 일어날수록 결합도가 높은 거라 보면 된다. 많아서 열 개의 이상을 일으키면 된다."
말을 마친 백발노인은 소매를 휙 휘둘렀다.
높이가 칠십 장이고 넓이가 삼십 장이며 피로 만들어진 비석이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석대에 떨어졌다.
엄청난 위압감이 사방을 휩쓸었다.
패자 아래의 무인들은 표정이 바뀌고 솜털이 곤두섰다.
"어? 비석이 간단하지 않구나."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비석의 가장 깊은 곳에 아주 희박하지만 오래되고 진남의 마음마저 흔들리게 하는 의지가 있었다.
오씨 가문의 패자는 이어서 말했다.
"우리 오씨 가문은 서른 명의 외부 제자들 받을 계획이다. 정씨 가문은 외부 제자 스무 명을 받을 계획이다."
그의 말이 끝나자 도장은 다시 술렁거렸다.
각인을 받고 좋아하던 무인들은 표정이 무겁게 변했다.
모두 오십 명의 외부 제자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여섯 명 중에 한 명만 제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경쟁이 치열했다.
"그 외에 심사에서 일등을 한 자는 오씨 가문과 정씨 가문 장로의 지존정혈을 한 방울 받을 수 있다."
패자의 말에 무인들은 마음이 흔들렸다.
"오? 이번에는 일등에게 큰 혜택이 있구나."
"에잇, 나는 왜 각인을 못 받았지?"
"하하하, 이번에 운이 좋구나."
지존정혈은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만 한 가치를 했다.
그것도 장로의 지존정혈이라고 하면 독특한 혈통의 힘도 가지고 있어 연화하면 좋은 점이 엄청 많았다.
"오?"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는 두 번째 관문에 참가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딱히 할 일도 없고 지존정혈을 가지면 두 가문의 혈통의 힘이 얼마나 신비한지 알 수도 있었다.
"도우들, 석대로 올라와서 줄을 서거라. 손을 비석에 올리면 심사가 진행된다."
패자의 말이 끝나자 각인을 받은 무인들은 석대로 올라섰다.
진남은 느긋하게 뒤따라갔다.
첫 번째에 심사를 한 사람은 패자 초급 단계였다.
그가 손바닥을 올리자 네 개의 서로 다른 이상이 허공에 나타났다.
기세가 엄청났다.
두 천존가문의 패자들과 천선 경지 무인들은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다.
네 개의 이상은 이미 훌륭했다.
무인들이 연거푸 등장했다.
각인을 얻은 무인들은 실력이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적어도 두 개의 이상을 일으켰고 대부분은 세 개 혹은 네 개를 일으켰으며 다섯 개인 사람도 한 명 있었다.
백 명의 무인들의 심사가 끝이 나고 진남의 순서가 거의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