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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120화 (1,120/1,498)

1120화 이게 도경원만인가?

진남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빛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역시, 첫 번째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는구나!"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옥병을 꺼내 마개를 열었다.

혈기가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작은 공간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엄청난 기운이 이계와 막소리를 덮고 도운을 제압했다.

주제의 피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심마를 없애고 도경원만으로 진급하는 데 이보다 더 적합한 것은 없었다.

* * *

그 시각 허령천계의 신비한 곳.

비월여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녀의 등 뒤에 한 형상들이 서 있었다.

형상들은 엄청난 흡입력을 드러내고 사방의 순수한 힘을 끌어와 그녀에게 주입했다.

그녀의 안색은 이제 그리 창백하지 않았다.

부상을 회복하는 효과가 좋았다.

잠시 후, 비월여제는 법인을 흩어지게 했다.

등 뒤에 있던 형상들도 사라졌다.

엄청난 파동이 잠잠해졌다.

그녀의 파란색 눈동자가 살짝 움직였다.

그녀의 입가에 붉은색 피가 살짝 흘렀다.

"이곳에 왜 왔느냐?"

비월여제가 물었다.

"하하하, 내 마지막 의지가 천지에 사라지기 전에 네가 보고 싶어서 왔다."

피부가 시커멓고 눈동자가 유난히 밝은 노인이 나타나서 비월여제를 보며 감탄했다.

"대단하다, 대단해. 십생십세공이라는 엄청난 생각을 행동에 옮기다니!"

비월여제는 말을 하지 않고 손수건을 거두었다.

노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노인의 눈동자가 점점 날카로워졌다.

"전에 왜 싸움에 참여했느냐?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잘 안다. 십생십세공을 그 정도로 사용했으니 이제 거둬들일 수 없을 거다. 진남이 그리 중요하느냐?"

노인의 날이 선 질문에도 비월여제는 무표정으로 일관되게 무시했다.

노인은 화가 버럭 났다.

그는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결국 참고 탄식했다.

"그만하자. 네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다오."

비월여제는 그를 쳐다보더니 한참이 지나서 대답했다.

"천 년."

노인은 표정이 굳더니 결국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천 년이라, 좋다. 좋구나! 그날부터 네 수명은 계속 줄어들었구나. 어떤 천재지보를 복용해도 소용없을 거다. 천 년이라, 사실은 일 년밖에 살지 못하는 거구나. 일 년 동안 어떻게 돌파를 할 거냐? 돌파하지 않으면 삽생십세는 사라지고 환생이나 윤회도 하지 못한다. 비월, 너도 참 어리석다. 어리석어……."

노인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 세상에 새로운 천존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이런 상황이 될 줄이야!

비월여제는 그를 바라보더니 모습을 감추었다.

무뚝뚝한 목소리가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일 년이면 충분하다."

* * *

신비한 공간.

진남이 마지막 피를 삼키자 순수한 힘이 용처럼 그의 몸에 날아들었다.

또, 태고의지가 진남의 인도 하에 도법의 나무에 융합되었다.

도법의 나무는 웅웅 울리더니 열 개의 빛을 뿜었다.

은근한 핏빛이 늘어났다.

"무사무상(無思無想), 무심무장(無心無障)"

진남은 마음을 비우고 신비한 공령상태(空靈狀態)가 되었다.

심마는 상대하기 어려웠다.

그것은 실체가 없어 많은 일들을 겪고 무형혜검(無形慧劍)이 생겨야 벨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비워 심마가 영향을 주지 못하게 해야 했다.

진급을 할 때 비운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혹시 작은 변고라도 생기면 막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진급은 둘째치고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감히 이렇게 한다고?"

이계와 막소리는 천지의 도운이 다시 두터워진 것을 보며 혀를 찼다.

그들이라면 진급을 멈추고 먼저 심마를 없앨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도운이 점점 강해졌다.

엄청난 도의가 땅에 스며들고 바람이 사방에 불었다.

이레가 지났다.

이계와 막소리는 이상함을 느꼈다.

도경원만을 돌파하는 시간은 이 정도로 충분했다.

그러나 진남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진남이 비범지도(非凡之道)를 걷기 때문일 거요."

이계와 막소리는 중얼거렸다.

그들은 진남이 진급할 때 생기는 여러 변화들에 흥미가 생겼다.

또, 이레가 지났다.

잠잠하단 진남에게 반응이 생겼다.

도법의 나무가 진남의 몸에서 서서히 떠올랐다.

엄청난 위압감이 흩어졌다.

펑펑펑-!

도법 나무의 뿌리, 줄기, 가지, 잎이 모두 폭발하더니 열한 개의 서로 다른 빛으로 변했다.

빛은 찬란한 은하수처럼 진남의 등 뒤로 펼쳐졌다.

그리고 이변이 일어났다.

빛들이 모여서 사람 모습이 되더니 다시 산으로 변하고 강으로 변했다.

여러 모습들이 번갈아 나타났다.

새로운 형상들이 만들어질 때마다 진남의 주변에 있던 화초와 나무들이 순수한 힘을 얻은 것처럼 튼실해졌다.

진남의 위세도 점점 강해졌다.

마치 힘이 모이는 것 같았다.

결국 빛은 하나의 그림으로 변했다.

그림은 처음에 아무것도 없었지만, 무상의 존재가 붓을 휘두르는 것처럼 산이 나타나고 강이 나타났다.

곧 열두 개의 서로 다른 형상이 나타나 풍경화를 그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림의 가운데 사람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났다.

형상은 가부좌를 틀고 산과 물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그의 위쪽은 하늘이고 아래는 땅이었다.

그림은 크지 않지만 이계와 막소리는 형상이 만도만법 위에 앉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붓이 날아다니고 형상이 점점 더 사실화되었다.

옷이나 다른 것들이 진남과 똑같았다.

그런데, 눈 코 입을 그릴 때 갑자기 멈추었다.

진남은 알지 못했다.

그의 심장 부근에 있던 마기가 뱀으로 변해 나타났다.

마기는 고개를 들고 살펴보았다.

또, 그의 식해에 있던 무주궁도에 핏빛이 반짝거렸다.

엄청나고 강한 의지가 동시에 폭발하며 부딪혔다.

진남이 자신을 비우지 않았더라면 몸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일들을 알 수 있었다.

펑펑펑-!

진남의 몸은 연거푸 폭발하며 상처가 벌어지고 피가 흘렀다.

"왜 저래? 진남을 깨워야 하는 거 아니오?"

막소리는 안색이 바뀌었다.

"잠깐!"

이계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마지막 관문이오. 지금 깨우면 반서(反?)를 당할 수도 있소. 좀 더 기다리면 반전이 있을지도 모르오."

진남의 상처는 점점 많아졌다.

두 주경 거물들도 바짝 긴장해서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위기의 순간에 진남의 영혼 깊은 곳에 있던 구룡석인은 깊은 잠에서 놀라서 깬 요수처럼 화를 버럭 냈다.

두 개의 의지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진남은 평온해졌다.

그림에 있던 형상의 눈 코 입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쿵-!

진남의 기운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의 경지는 구천지존 초급 단계이지만 전혀 다른 단계로 탈바꿈했다.

둥, 둥, 둥-!

묵직한 종소리가 작은 공간에 울려 퍼졌다.

몇천, 몇만 개의 이상이 나타났다.

그림이 풍기는 기운도 달라졌다.

마치 군주처럼 모든 것을 제압하고 모든 것들이 빛을 잃게 했다.

"비범지도, 역시 놀랍구나!"

이계와 막소리는 충격이 대단했다.

그들이 도경원만을 돌파했을 때도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그러나 진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수많은 이상은 몇 시진 동안 지속이 되고 나서야 평온해졌다.

엄청난 그림은 진남의 몸으로 사라졌다.

진남의 상처도 스스로 회복했다.

그 위에 얇은 빛들이 씌워졌다.

이계와 막소리는 그 모습을 보자 시선을 거두었다.

애벌레가 나비로 변신하는 것과 비슷했다.

빛들이 사라지면 진남은 진급에 성공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빛이 점점 잦아들고 열흘이 지나자 다 사라졌다.

진남은 눈을 꼭 감고 있다가 그제야 천천히 떴다.

이제 진남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이게 도경원만인가?"

진남은 숨을 내뱉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천지의 모든 것들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마치 이 세상에 그의 두 눈을 속일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았다.

"도경원만을 이루니 도법지도가 생길 줄이야! 이 그림에 있는 열두 가지 물건들은 열두 개의 문도법과 대응된다. 내 형상은……."

진남은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가 그림을 제대로 살피기 전에 이계의 볼멘소리가 들렸다.

"녀석아, 뭐 하는 게냐? 얼른 문도지에 가거라!"

진남은 이계와 막소리를 보자 깜짝 놀랐다.

"네가 두 무상천존이 동시에 환생한 사람이지만 우리도 주경급 거물이 아니냐! 너 때문에 이딴 곳에서 한 달을 지켰다."

이계가 불만을 토로했다.

"선배님들, 수고하셨습니다."

진남은 그제야 포권하고 미안함을 드러냈다.

"묘묘와 벽난은 제일 천지성구에 있다. 그녀들은 너처럼 대단하지 않아서 구천지존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계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녀들이 지존이 되면 우리가 문도지까지 데려다주겠다. 그때 만나서 늦지 않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문득 무언가 생각이 나서 물었다.

"선배님, 문도지는 어떻게 가면 됩니까?"

이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는 진남에게 선옥을 하나 건네며 말했다.

"이건 허령천계의 지도이다. 자세히 살펴보거라. 문도지는 네가 전에 갔던 금지나 성구와 다를 거다. 입구가 없고 정해진 출구만 있다. 출구의 이름은 주성(主城)이다.

안에 들어가려면 문도지에 들어간 적이 없고 경지가 패자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허령천계의 아무 곳에서 열흘 정도는 머물러야 한다. 그럼 너의 손에 각인이 나타나는데 각인을 통해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진남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문도지는 역시나 재미가 있었다.

"우리 두 늙은이가 이곳에서 너를 기다린 것은 작은 선물을 주기 위해서이다. 받아라, 허선가면(虛仙假面)이다. 이것을 쓰면 보름 용안 용모를 바꿀 수 있다. 주경 경지 아래의 실력을 가진 자들은 어떤 수단을 써도 알아보지 못한다."

이계는 저장주머니에서 가면을 꺼냈다.

가면에는 오래된 무늬가 가득하고 선의를 풍겼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경지가 높을수록 외모를 바꾸고 동급 무인들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더 어려웠다.

이런 법술은 아예 없고 보물도 아주 귀했다.

보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건 더욱 귀했다.

가면을 가져다 판다면 구천지존도 마음이 동할 것이었다.

"선배님, 이 정은 제 가슴에 간직하겠습니다."

진남은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이계와 막소리는 구리거울이나 입도지주처럼 그의 편을 들어주지는 않았지만 꽤나 많은 도움을 주었다.

"허허, 그리 예를 차릴 필요가 없다. 우리가 무슨 사이냐? 정 마음에 걸린다면 영생불멸지력이나 불후상마진공을 우리에게 전수해도 된다……."

이계는 히죽거리며 말했다.

진남은 기가 막혔다.

조금 전의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

"합당한 게 있다면 아끼지 않고 드리겠습니다."

진남은 입을 열었다.

"그래, 좋다. 좋아."

이계는 진남의 어깨를 두드렸다.

옆에 있던 막소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남, 너 언제 묘묘와 강벽난과 정식으로 도려가 될 거냐? 그녀들을 계속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진남은 머릿속에 아름다운 두 개의 얼굴이 떠올랐다.

고민하던 진남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선배님들도 아시다시피 지금 상황에서 도려가 되는 건 적합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막소리는 콧방귀를 뀌었다.

"기다리라고? 십 년? 백 년? 천 년? 그 말은 안 한 거나 마찬가지다. 정확한 시간을 주거라!"

"그럼……."

진남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제가 문도성주가 된 후 그녀들을 데리고 차하계로 가서 도려가 되겠습니다. 두 선배님도 함께 갑시다."

이계와 막소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차하계로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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