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9화 심마가 있구나!
"썩 꺼지거라!"
입도지주는 이계와 막소리에게 눈을 흘겼다.
그리고 진남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꼬마 부군, 전생이 누구인지 그리 고민할 게 없다. 내가 볼 때 환생이라는 것은 내세에 기연과 수단을 남겨주어 더 강하게 만드는 작용밖에 없는 것 같다. 마치 스승이 제자에게 도법을 전수하고 아버지가 아이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황보절이면 어떻고 주제면 어떠하냐? 너는 너잖아. 그들이 어떤 음모를 짜고 계획을 하던지 너는 네 마음을 따라가면 된다."
진남은 한참 침묵하더니 혼탁한 숨을 내뱉었다.
"네 말이 맞다."
말을 마치자 진남의 식해에 웅장하고 패기가 넘치는 청색 형상이 나타났다.
진남에게 가장 큰 기연은 전신 항존이었다.
* * *
화존우경의 허공.
묵사와 무천마군은 엄청난 속도로 신비한 곳에 도착했다.
"스승님, 우리 이대로 가도 됩니까?"
무천마군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주인님은 이제 주소의 구성을 각성했습니다. 또, 전신도 잘 대해주니 주인님이 전신과 주소 쪽에 더 쏠릴 것 같습니다. 주인님이 주소 쪽에 더 마음이 쏠린다고 불후상마진공과 법신을 얻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버리면 우리가 한 일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그는 진남을 따라다니면서 다른 길로 인도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묵사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
"무슨 일이든 겉에 보이는 것만 보면 안 된다. 주인님의 곁에 있는 비월여제는 쉽지 않은 사람이다. 그녀는 우리가 그렇게 하도록 두지 않을 거다. 우리가 잠재세력을 드러내서 그녀를 제압한다면 모를까? 아니면 주인님의 곁에 있는 게 별 의미가 없다."
무천마군은 표정이 변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기 전에 묵사는 살짝 웃었다.
묵사의 두 눈이 그윽해졌다.
"내가 아는 주인님이라면 환생을 해도 평범한 환생은 하지 않았을 거다. 미리 계획을 다 하셨을 거다. 나중에 진남이 자신으로 살거나 주소 쪽에 치우치거나 모두 마음대로 되지 않을 거다. 진남이 법신과 융합이 되면 불후마존(不朽魔尊)이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다!"
* * *
그 시각, 작은 공간.
비월여제는 영패를 진남에게 넘겨주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나는 부상을 치료하러 가겠다."
그녀는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꼬마 부군, 나는 주경으로 진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지가 단단하지 못하다. 허령천계에 가서 전승을 하나 가져와야겠다. 허령천계에 오게 되면 나에게 알리거라."
입도지주는 눈을 깜박거리며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위험한 일이 생기면 나를 부르거라."
입도지주는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녀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꼬마 부군, 내 걱정을 하는 거야?"
진남은 사레가 들렸다.
입도지주는 그 모습을 보자 은방울을 굴리는 것 같은 목소리로 웃더니 사라졌다.
"선배님들, 그럼 우리는……."
진남은 이계와 막소리를 바라보았다.
"그녀들의 진급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우리 늙은이들은 할 일이 없으니 이곳에서 묘묘와 강벽난을 지키고 있겠다.
이계는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묘묘 공주와 강벽난을 바라보았다.
묘묘 공주는 이번 진급에서 좋은 점을 많이 얻었는지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강벽난은 표정이 온화해서 고요한 느낌이 들었다.
진남은 두 눈에 흰색 불꽃이 튀었다.
바깥세상은 살기가 가득하고 그의 신분에 수수께끼도 많았다.
그러나 진남은 모든 것들이 부질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힘만이 진실이라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힘이 있어야 다른 사람의 장단에 놀지 않을 수 있었다.
"구룡석인을 살펴보자. 대체 어떤 특별함이 있나 봐야지."
진남은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구룡석인은 그의 영혼에 자리 잡고 그와 하나가 되었다.
진남이 신념을 움직여야 구룡석인이 식해에 나타났다.
구룡석인은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무주궁도도 옆으로 밀었다.
진남이 부르지 않으면 몸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진남은 선력을 주입하려고 했지만 구룡석인의 배척을 받았다.
다른 명령들을 내리려고 해도 구룡석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
"도령(圖靈)은 이것을 아주 중요한 물건처럼 말했다. 대체 무슨 작용이 있길래……."
진남은 고개를 흔들며 잡생각을 떨쳤다.
그는 마지막 하나 남은 천지묘과를 꺼냈다.
지존으로 진급한 그의 선력은 전부 지존지력으로 탈바꿈했다.
전신의 혼과 단천도 등에도 변화가 생겼다.
도법의 나무도 변화가 많았다.
진남은 임계점에 닿은 것을 느꼈다.
그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천지묘과를 삼켰다.
엄청난 힘이 그의 몸속에 퍼졌다.
도법의 나무는 부름을 받은 것처럼 여러 빛을 뿜으며 가지를 활짝 펼쳤다.
* * *
시간은 흘러 닷새가 지났다.
진남과 풍무흔, 그리고 비월여제가 일으킨 폭풍이 드디어 잠잠해졌다.
육경음, 뇌도명, 목정측, 조리아는 다시 제일 천지성구로 들어갔다.
여고봉과 맹구궁은 요행으로 살아남았다.
여고봉은 성구에 들어가고 맹구궁은 구궁금선종으로 돌아갔다.
둘은 하마터면 큰일을 당할뻔했지만 결국 화가 복이 되었다.
여고봉의 윤회지체는 돌파하려는 낌새를 보이고 맹구궁의 홍운지체도 탈바꿈을 시작했다.
원적, 팔요마왕은 지역을 넘어와 천지성구에 들어갔다.
음일, 장고, 고소요 등 절세의 천재들은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쟁탈전을 벌였다.
풍무흔의 구체공존이 드러나 피천고교는 많은 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윤회종과 구궁금선종이 앞장서서 공격했다.
피천고교는 위기에 처했다.
이때, 참창종이 피천고교와 동맹을 맺는다고 선포했다.
그 소식에 여러 세력과 오래된 존재들 그리고 허령천계의 신비한 곳에 있던 칠 대 천존가문들까지 충격을 받았다.
강자들은 주선제육인이 주소의 환생인 진남을 배신한 것은 엄청난 이득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엄청난 이득이 전설 속의 영생불멸지체 때문이라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영생불멸지체와 구체공존이 힘을 합치면 다른 세력들에게는 큰 위협이었다.
* * *
묘묘 공주와 강벽난 진급하고 깨어났다.
"이게 어디지? 어, 진남도 있었네. 진남……."
묘묘 공주는 어안이 벙벙하더니 진남을 보고 기뻐했다.
"묘묘, 그를 건드리지 말거라. 지금 도경원만을 돌파하는 중이다."
이계가 얼른 묘묘를 말렸다.
"이 두 개의 천지묘과는 진남이 너희들에게 남겨준 것이다."
묘묘 공주는 두 눈을 반짝거리며 능글맞게 말했다.
"오, 좋아. 진남, 그사이 진보가 있구나. 역시 내가 가르친 사람답다."
이계는 어이가 없었다.
"묘묘,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너희들에게 알려줄 것이 있다. 진남의 전생은……."
그는 전에 벌어진 일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두 무상천존이 동시에 환생했다고?"
묘묘 공주는 두 눈에 엄청난 빛을 반짝거리며 흥분해서 말했다.
"그럼, 엄청난 보물들이 다 진남 거네?"
강벽난은 살짝 웃었다.
"어이구, 왜 그릇이 이리 작아?"
이계는 눈을 흘기며 짐짓 신비하게 말했다.
"너 진남을 손에 꽉 쥐고 있어야 한다. 나중엔 아이를 몇 명 더 낳고, 알지?"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애, 애기를 낳으라고?'
"허허허, 스스로 깨우치거라. 스승은 여기까지만 말해줄 수 있다."
이계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대했느냐? 아주 잘 대해줬지? 나중에……."
묘묘 공주는 경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영감탱이, 이상한 궁리는 하지 마세요. 진남의 것은 다 진남 것이고 또 내 것이기도 하지만 영감탱이에게는 안 줄 거예요."
강벽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계와 막소리는 기가 막혔다.
'너희들이 우리 제자 맞느냐? 요구도 아직 말하지 않았다!'
"됐다. 그만하자. 진급하면서 새로운 돌파가 있었느냐?"
"네, 돌파가 아주 큽니다. 제 식해에 파란색 씨앗이 나타났습니다."
"제 식해에는 흰색 씨앗이 나타났습니다."
"그것들이 무슨 작용이 있더냐?"
막소리는 궁금해서 물었다.
"그건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다만, 나와 난난이 연합하여 펼치는 대진이 원래는 완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완전해졌어요."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연합하여 대진을 펼쳤다.
이계와 막소리는 처음에는 궁금증을 품고 구경하다가 나중에는 놀라움으로 변했다.
그녀들의 힘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이 대진을 사용하면 구천지존이나 진남, 풍무흔 같은 엄청난 강자가 아니고서는 패자라도 너희들을 공격할 수 없겠구나."
이계는 흐뭇해서 말했다.
"이제 너희들이 천지성구에 간다고 해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묘묘 공주는 눈알을 굴리더니 말했다.
"영감탱이, 아직은 못 가요. 저와 난난은 아직 조금 더 맞춰봐야 해요. 이 두 씨앗이 함께 있으면 대진을 만드는 것처럼 쉬운 일만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강벽난도 진지하게 말했다.
"맞습니다. 다른 비밀들도 발견한다면 천지성구에서 아무리 큰 위험이 닥쳐도 대응책이 있을 거예요."
막소리는 허허 웃었다.
이계도 웃음을 터뜨렸다.
"이 스승이 아무리 우스워도 주경 경지다. 너희들 거짓말에 속을 것 같으냐? 진남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서 얼굴을 보려는 게 아니냐? 쓸데없는 궁리는 하지 말고 얼른 천지성구로 가거라!"
그는 이어서 말했다.
"명심하거라. 진남은 이제 지존이고 곧 허령천계의 문도지로 갈 것이다. 너희들이 그동안 지존으로 진급할 수 있으면 진남과 함께 갈 수 있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서로 마주보며 고민에 빠졌다.
스승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그녀들은 더 변명하지 않고 떠났다.
그녀들이 떠나고 사흘 후.
진남은 신비한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는 마치 구름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연못에 빠진 것 같기도 했다.
주변에 빛이 환하게 비추는 것 같기도 하고 온통 어둠에 휩싸인 것 같기도 했다.
서로 모순되는 감정에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도법의 나무에는 열 개의 빛이 반짝거리고 흰색 천을 씌운 것처럼 몽롱해졌다.
그가 삼킨 천지묘과는 다른 천재지보들과 달랐다.
천지묘과는 진남을 말로 할 수 없는 느낌이 들게 했지만 명확한 길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문득 진남은 흠칫 몸을 떨었다.
열두 개의 서로 다른 빛이 무상신검으로 모여 모순을 찢었다.
모든 것들이 명확해졌다.
"기회가 왔다!"
진남의 의지가 최고로 높아졌다.
도법의 나무가 웅웅 소리를 내고 웅장한 도의와 도광이 동시에 뿜어졌다.
그를 중심으로 방원 몇천 리의 하늘에 파문이 일었다.
천지 사이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여운이 감돌았다.
이계와 막소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도운이 나타났다. 도경원만을 이루었다. 자식, 성공했구나!'
쿵-!
진남의 식해에 천둥이 울려 퍼졌다.
"자신의 내세와 대화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다니, 재미있구나."
"주인님의 진짜 신분은 사대 무상천존인 황보절입니다."
예전에 각성했던 기억 조각들, 주제의 형상 그리고 묵사가 했던 말들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진남의 마음은 끓는 물처럼 요동쳤다.
천지 사이에 도운이 혼란스럽게 변했다.
"아차, 이 녀석에게 심마가 있구나!"
이계와 막소리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심마가 지금 나타난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도경원만을 제대로 못 이루거나 심지어 도경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