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6화 주소의 아버지라면……
"전생, 금생, 내세의 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삼생공이잖아?"
지존 정상급 강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월여제가 강한 실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삼생공의 힘이 컸다.
"오? 삼생공이라?"
태고금기는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고작 하나의 공법으로 얼마나 큰 재주를 부릴 수 있겠느냐?"
"네 말이 맞다."
비월여제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고작 하나의 공법으로 무슨 재주를 부리겠느냐? 다만, 내가 수련한 게 삼생공이 아니라 십생십세공(十生十世功)이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기이한 힘이 커지더니 열 배로 늘었다.
또, 형상이 하나 나타날 때마다 그녀의 기운도 더 강해졌다.
순식간에 비월여제의 위압감이 모든 무인들을 제압했다.
삼생공은 그녀가 창람대륙의 무혼 등 규칙에 불만을 품고 만든 것이었다.
구천에 온 이후로 그녀는 수많은 싸움을 겪고 여러 상고금지 등을 다니면서 깨달음을 얻어 공법을 점점 강화했다.
그녀는 구천지존이 되었을 때 이미 삼생공을 십생십세공으로 승화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용한 적이 없었다.
문도성주가 되었을 때 그녀는 공법을 완벽하게 만들었다.
십생십세공과 삼생공은 달랐다.
다른 문도법들과도 구분이 있었다.
십생십세공을 사용하면 십생십세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또, 그녀의 첫 번째 인생, 두 번째 인생, 세 번째 인생에서 수련한 공법과 깨달음을 얻은 것들도 기억나고 사용할 수 있었다.
그녀는 십생십세의 금기술을 사용하여 첫 번째 인생, 두 번째 인생, 세 번째 인생의 형상들을 불러내어 힘을 얻었다.
"세상에나……."
구천지존들과 주경 강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태고금기와 향혼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비월여제의 십생십세공이 대체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열세 개의 문도법을 연습하고 아홉 개의 체질을 한 몸에 융합시킨 것처럼 비범했다.
거기에 비월여제는 문도성주가 되기까지 했다.
"너의 재능은 전신인 항존과 비교해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공법 하나로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태고금기는 정신을 차리고 고함을 질렀다.
끝없는 금기의 힘이 강한 주술로 변해 날아갔다.
향혼은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그는 곧 차분해졌다.
주선제육인인 그가 겪은 풍파들은 지금보다 훨씬 충격적인 게 많았다.
쿠쿠쿠쿵-!
싸움은 더욱 살벌해졌다.
비월여제는 구천현녀(九天玄女, 상고시대의 선녀)처럼 살초들 사이를 날아다녔다.
그녀가 손을 휘두르자 엄청난 힘이 나타나 살초들을 부쉈다.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 비월여제가 우세를 차지했다.
입도지주는 먼 곳에서 눈을 빛내며 감탄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진남에게 말했다.
"꼬마 부군, 내 말이 맞지?"
진남은 그 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연히 그의 운명에 엮인 비월여제는 절세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여인이었다.
"열 개 인생의 형상을 전부 불러와 도움을 받으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렀을 거야."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마음이 복잡했다.
"꼬마 부군, 뭐 하느냐? 비월여제가 저렇게 되기까지 큰 대가를 치렀을 거다. 그녀의 마음을 저버리지 말고 얼른 이곳을 떠나자."
입도지주는 말했다.
"비월여제가 나에게 우리 뒤를 쫓아올 거라고 했어."
진남은 심호흡으로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말이 맞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에게 시선을 돌린 진남은 깜짝 놀랐다.
향혼은 영생지화를 빼앗고 신비한 수단을 사용하여 진남과 영생지화의 연계도 끊어버렸다.
그러나 진남은 여전히 영생지화의 기운 등에 대해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진남은 묘묘 공주와 강벽난에게서 영생지화와 비슷한 힘이 껍질을 깨고 서서히 나타나는 것을 느꼈다.
"진남, 운이 참 좋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이 너를 도우러 오다니!"
이계는 질투와 부러움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그 꽃이 대성을 이루는 덕분에 큰 기연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떠날 수 없다. 이런 기회가 많지 않으니 얼른 먼저 떠나거라. 다 끝나면 그녀들을 데리고 너를 만나러 가마."
진남은 얼른 대답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진남은 입도지주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입도지주가 손을 휘두르자 수많은 부문과 진문들이 그들을 중심으로 퍼졌다.
그들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태고금기는 그 모습을 보자 두 눈에 불꽃이 이글거리고 화가 폭발했다.
"비월, 죽어라!"
태고금기가 고함을 지르며 백골 강을 콱 움켜잡았다.
백골 강은 상고의 선검으로 변해 수많은 검기를 뿜었다.
검기마다 고금을 흔들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비월여제는 흔들림이 없이 그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 * *
그 시각, 제일소선역의 변연지지에 있는 한 산맥.
얼마 전 이곳에서 대전이 벌어졌다.
엄청난 재앙에 많은 패자, 천선, 지선들이 이유도 모르고 죽었다.
방원 몇십 리가 어지럽게 변하고 피에 바닥이 흥건하게 젖었다.
무인들이 골짜기에 널브러져 있었는데 생기가 전혀 없었다.
"태고금기, 기다리고 있어라. 반드시 열 배로 갚아주마!"
온몸에 중상을 입은 풍무흔이 고개를 젖히고 고함을 질렀다.
그는 피천고교의 사람들과 함께 이곳을 먼저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태고금기가 만든 살국을 만나 자신도 중상을 입고 그를 구하러 온 사람들도 전부 목숨을 잃었다.
그를 구하러 온 사람들은 주경 강자도 있고 구천지존도 있었다.
피천고교의 절반이나 차지하는 정상급의 세력들이었다.
이때 풍무흔은 안색이 확 바뀌더니 입을 벌리고 두 개의 검은색 빛을 토했다.
검은색 빛은 바닥에 닿자 퍼지며 두 형상으로 변했다.
여고봉과 맹구궁이었다.
풍무흔은 아홉 체질을 흡수했지만, 진남의 피를 얻지 못해서 아홉 체질을 융합시키지 못했다.
그런데 중상을 입으니 얼마 전에 흡수한 여고봉과 맹구궁이 튕겨 나온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풍무흔의 외모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는 이마에 세 개의 흉터가 있고 두 눈이 초록색인 중년 사내로 변했다.
이게 바로 그의 본체인 장남(莊南)이었다.
그는 장진의 후계자이자 피천고교의 교주였다.
아홉 개의 체질을 융합하고 선조가 남긴 물건을 얻으려고 그는 강제로 풍무흔 등 절세의 천재 셋을 연화하고 비법으로 탈사했다.
풍무흔은 표정이 더 보기 싫게 구겨졌다.
그는 법인을 만들더니 여고봉과 맹구궁을 억지로 몸속에 밀어 넣었다.
이때, 먼 하늘에서 엄청난 살기들이 그에게 날아왔다.
태고금기가 만든 살국이 멸망하자 구천지존 대성과 정상급의 백골들이 풍무흔을 없애려고 빠르게 달려왔다.
"아차!"
풍무흔은 표정이 굳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도 비장의 수를 사용하여 도망가는 수밖에 없었다.
* * *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났다.
입도지주는 허공을 날아 화존우경에 있는 신비하고 독립된 공간에 도착했다.
"꼬마 부군, 우선 여기에 있거라. 비월여제가 여기까지 오려면 시끄러운 일들이 많을 것 같다. 그녀를 마중하러 가야겠다."
말을 마친 입도지주는 자리를 떴다.
진남은 주변의 화초와 나무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저장주머니에서 반짝거리는 영패들을 힐끗 보았다.
원적, 팔요, 풍화, 장소 그리고 명망까지 그에게 신념을 보냈다.
진남은 그들에게 회신을 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흔들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제 비월여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자!'
시간이 흘러 다섯 시진이 지났다.
첫 번째 천지성구의 입구에서 벌어진 대전이 드디어 끝이 났다.
소식들이 폭풍처럼 빠르게 번졌다.
구천선역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비월여제가 십생십세공을 사용했대! 그녀는 혼자 태고금기와 참창종 종주 등 열 명의 주경 강자 그리고 스무 명의 구천지존까지 제압하고 진남을 구했대."
"비월여제는 너무 대단해!"
"이 정도 실력이면 그녀가 천하제일주야!"
사람들은 비월여제의 패기 넘치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다.
* * *
일부 오래된 세력과 허령천계의 신비한 세력들.
"진남은 주소의 환생이래!"
"그럼 진남에게 제일지보에 관한 실마리가 있을 거다!"
"명령을 전하거라. 진남을 만나면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산 채로 잡아야 한다."
오래된 존재들도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다.
그들은 신념을 전했다.
* * *
얼마 후, 구천선역을 흔들만한 소식이 또 전해졌다.
태고금기, 시도족, 묘문과 극생문, 태연무생종, 윤회종 등 무상도통들과 선령족 등 고족들은 비월여제와 진남에 대해 필살령을 내렸다.
만 년 동안 이렇게 대단한 필살령은 처음이었다.
궁우태황종은 침묵을 유지했다.
일이 너무 크게 번져 그들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진남과 비월여제를 위해 천하의 모든 세력과 척을 질 수 없었다.
* * *
그 시각, 어떤 허공.
향혼은 거물들을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참창종으로 향했다.
그는 두루마기가 몇 군데 찢어지고 피가 흘러 초라해 보였다.
향혼은 이유 없이 비월여제의 공격을 받았지만, 수확이 꽤나 컸다.
한시라도 빨리 종문의 그곳에 가서 폐관 수련을 하고 싶었다.
"종주, 피천고교의 교주가 상의드릴 일이 있다고 계속 신념을 보냅니다."
남세지존이 향혼의 옆으로 날아와 말했다.
"그자가? 그자가 무슨 일로 나를 찾겠느냐? 무시하면 된다……. 잠깐!"
풍무흔이 구체공존을 했다는 생각이 든 향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그래, 참창종에서 기다리라고 전하거라."
"알겠습니다."
* * *
그 시각, 화존우경의 신비한 공간.
슈슈슉-!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두 눈을 번쩍 떴다.
이계와 막소리가 날아왔다.
이계는 감탄했다.
"화존우경에 이렇게 신비한 공간이 있는 줄 몰랐다. 주경 거물들이 쫓아온다고 해도 쉽게 찾지는 못하겠어."
그가 법인을 만들자 수정 같은 궁전이 허공에 나타났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평온한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녀들의 몸에서 백남지광이 활짝 펼쳐졌다.
수정궁전은 외부에서 느끼지 못하게 감각들을 차단했지만, 진남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녀들은 경지를 돌파하고 깨달음을 얻는 중이었다.
슉-!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입도지주와 비월여제가 동시에 나타났다.
비월여제는 전에 보였던 강인한 모습은 사라지고 기운이 없고 얼굴이 창백했다.
그녀의 가슴 부근은 피가 물들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구리거울, 괜찮습니까?"
진남은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는 비월여제의 앞으로 날아가 양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비월여제는 몸이 살짝 굳었다.
"괜찮다. 이건 내 피가 아니라 태고금기의 것이다."
비월여제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녀는 일관되게 무표정했다.
"공법을 사용하느라 어떤 대가를 치렀습니까?"
진남은 걱정되어서 물었다.
"삼생겁은 이미 한번 베었다. 더 이상 십생십세겁을 사용할 수 없다. 대가로 수명이 조금 줄어들 뿐이다."
비월여제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 일은 신경 쓰지 말거라. 이번에 전생의 기억이 각성했으니 전생에 누구였는지 기억나느냐?"
그녀의 말에 입도지주는 긴장한 표정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입도지주는 알고 있었다.
진남의 전생은 주소가 아니었다.
"진남의 전생은 주소잖소? 그 사람 아들 말이오……."
이계와 막소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제 진남의 전생은 여러 세력들도 다 알게 되었다.
'비월여제는 왜 쓸데없이 이런 물음을 묻는 거지?'
"주소의 아버지입니다."
진남은 혼탁한 숨을 내뱉으며 솔직하게 말했다.
"주소의 아버지? 주소의 아버지라면? ……세상에나!"
이계와 막소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이내 알아차리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충격을 받은 얼굴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이게 사실일까? 진남의 전생이 그자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