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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115화 (1,115/1,498)

1115화 진남은 나의 사람이다

향혼은 눈에 혈광이 스치고 안색이 어두워지고 입술을 깨물었다.

무척 대단하고 미친 듯한 결심을 내렸다.

'주인님……. 아니, 진남. 미안하다!'

속으로 말을 마친 향혼은 기세가 높아져 태고의 큰산처럼 진남을 눌렀다.

진남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향혼은 손바닥을 뻗어 영생지화를 잡으려 했다.

그는 떨고 있었다.

흥분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향혼, 감히!"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져 사납게 외쳤다.

전생의 기억을 융합한 후 그는 향혼을 하인 취급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전생의 정도 있고 이번 생에는 전생과는 달랐지만 적어도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향혼이 영생지화를 빼앗으려 할 줄 몰랐다.

이건 그를 배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진남, 걱정하지 말거라. 너는 전생에 나의 주인이었다. 나는 너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또 너를 죽이지도 않을 것이다! 내가 이 꽃을 가지고 구천선역을 통제하게 되면 너도 한곳을 통제하게 될 것이다."

향혼은 전음하며 영생지화를 잡고 물러갔다.

무인들은 모두 경악했다.

'……어떻게 된 거지?'

태고금기는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귀청을 찢을 듯한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하, 역시 주선제육인이구나. 어찌 귀족자제의 하인이 될 수 있겠소?"

꽃은 매우 신비하고 강했다.

때문에, 향혼이 꽃을 얻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자의 아들이 꽃을 얻어 수피화권을 굴복시키는 것보다 나았다.

"배신했어?"

다른 무상도통의 구천지존들은 기뻤다.

장소지존과 먼 곳에 있던 막소리, 이계만 눈살을 찌푸렸다.

"주선제육인이 인성이 이토록 나쁠 줄은 몰랐소. 대놓고 배신하는군!"

이계는 한마디 욕했다.

"막소리, 나는 방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 맞소?"

막소리는 공감했다.

"맞소,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

둘은 속으로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들이라고 왜 진남을 구하고 싶지 않을까?

그들은 이번 일이 끝난 후 사랑하는 제자들이 어떻게 할지 상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뭘 할 수 있을까?

그들은 태고금기나 무상도통과 비하면 너무 많이 부족했다.

"진남,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거라면 그녀들을 데리고 무사하게 이곳을 떠나고 보호하는 것뿐이다."

이계와 막소리는 중얼거렸다.

진남은 안색이 싸늘해졌다.

향혼이 그를 이렇게 대하는 거에 대해 그는 별생각이 없었다.

전생의 기억이 융합된 후에 향혼이 이런 행동을 하자 그는 왠지 마음 아프고 불편했다.

문득 자신의 전생이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전생과 향혼이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좀 전의 장면과 말을 통해 향혼과 제구인 정무명은 어떤 세력이나 종족의 공격을 받아 멸망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전생은 그런 그들을 받아줬고 그들을 위해 복수하려 했다.

그런데 오늘 배신을 당하다니?

"진남! 아니, 주소(周笑)가 맞겠다!"

태고금기는 한바탕 웃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전생의 기억을 각성했으면 뭐 해? 지금은 예전이 아니다. 아무도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다. 죽어라!"

대단한 힘이 쏟아졌다.

사방의 천지가 산산조각 났다.

진남은 구천지존에 등극했지만, 태고금기의 힘에 비하면 매우 작고 개미 같았다.

향혼은 저도 모르게 긴장하고 본능적으로 손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진남을 해치지 않을 것이지만 도와주지도 않을 것이었다.

"이렇게……."

진남은 눈빛이 확고했다.

이때 예리한 도광(刀光)이 끝없는 혼돈을 넘은 것처럼 내려와 힘을 찢고 커다란 구멍을 냈다.

"누구냐?"

태고금기는 눈빛이 사나워졌다.

"나의 부군이 너희들이 죽이고 싶다고 죽일 수 있는 사람이냐?"

가녀린 형상이 나타났다.

피부가 하얗고 예쁜 여인이 허공을 걸어왔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위압은 구천지존을 초월했다.

"입도지주?"

구천지존들은 어리둥절했다.

얼마 전에 두 여인이 주인의 경지에 도달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중 한 명이 입도지존이었다.

'그런데 입도지주가 진남을 부군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몽요, 너……."

진남도 어리둥절했다.

그는 오랫동안 사라졌던 입도지존이 이런 모습으로 나타날 줄 몰랐다.

"부군, 정을 나누고 싶어도 좀 기다려."

몽요는 진남을 힐끗 보고 말했다.

"우선 너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겠다."

말이 끝나자 많은 도광(刀光)이 은하수처럼 쏟아져 내려와 진남을 감쌌다.

"누구인가 했는데 너구나!"

태고금기는 두 눈이 시뻘게져 사람을 먹는 흉수처럼 소리쳤다.

"전에 나는 명령을 내려 너를 관속에 박았다! 지금 나의 진신이 있는데 네가 감히 내 앞에서 사람을 구하겠다고? 주경의 경지로 내 앞에서 건방을 떠는 거냐?"

그의 말은 대도가 분노한 것 같았다.

주경의 강자들과 구천지존 등급의 거물들은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입도의 기세는 그것과 비하면 새 발의 피처럼 차이가 매우 컸다.

"네 앞에서 건방을 떤들 네가 어떻게 할 건데?"

이때, 담담한 목소리가 사방에서 전해왔다.

옅은 파란색 치마를 입고 머리카락을 얹고 표정이 싸늘한 절세의 여인이 멀리에서 걸어왔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천지에 얼음꽃이 피고 모든 걸 가뒀다.

"비, 비월여제?"

구천지존과 주경의 강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먼 곳의 패자들은 믿을 수 없어 눈이 휘둥그레졌다.

참창종의 종주가 한 모든 건 비월여제가 직접 온 것처럼 놀랍지 않았다.

비월여제다!

구천선역의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게다가 얼마 전에 그녀는 주경 강자로 진급했다.

예전 같다면 그녀의 전력으로 제일주가 되었을 것이었다.

"네가 어떻게? 너 진남을 도와주려는 거냐?"

태고금기의 눈에서 반짝거리던 시뻘건 빛이 순식간에 절반이나 꺼졌다.

좀 전처럼 사납지 않았다.

"오늘부터 너희들 명심하거라!"

비월여제는 허공에 서서 거물들을 마주하고 차갑게 말했다.

"진남은 나의 사람이다. 누구든지 감히 진남을 건드리면 나는 그자를 죽일 것이다!"

온 세상이 조용해졌다.

비월여제의 말에 다들 충격을 받았다.

"허……."

이계와 막소리는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비월여제와 진남이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비월여제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너무 패기가 넘치잖아!'

그녀가 한 말 때문에 패기가 느껴지는 게 아니었다.

모든 것을 제쳐둔 채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는 모습에서 패기가 느껴졌다.

"비, 비월!"

태연무생종의 종주가 정신을 차렸다.

그는 얼굴이 시뻘겋게 상기되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너무 건방지다! 진남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장소, 궁우태황종도 같은 입장이오?"

장소지존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비월여제가 그들의 말을 듣는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도 않았다.

입도지주는 두 눈을 반짝거렸다.

그녀는 같은 여인인 비월여제가 존경스러웠다.

"나중에 비월을 정실로 삼고 나와 묘묘, 벽난은 첩으로 삼으면 돼."

입도지주는 진남에게 전음했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얼른 비월에게 전음했다.

"구리거울, 몽요와 함께 떠나십시오. 저에게 방법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제가 감당하겠습니다."

입도지주와 비월여제가 와 준 것에 진남은 감동했다.

다만, 그녀들이 그를 위해 태고금기와 무상도통들의 미움까지 받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비월여제와 입도지주는 진남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태고금기가 정신을 차리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비월, 사람이 너무 오만하면 안 된다. 너는 이제 겨우 주경으로 진급했을 뿐이다. 내가……."

주경 거물들 중에서 그는 유일하게 비월여제를 경계했다.

막다른 길에 이르지 않고서야 그녀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비월여제가 공격을 했다.

그녀는 아무런 법인도 만들지 않고 바로 두 개의 강한 주술(主術)을 사용했다.

주술은 태고금기와 향혼을 공격했다.

"비월여제, 나를 왜 공격하시오? 나는 진남을 적으로 대하지 않았소."

향혼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좋은 구경이나 하려고 했는데 저도 몰래 말려들었다.

"네가 거슬린다."

비월여제는 차갑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보이지 않는 힘이 순식간에 방원 몇십 리를 휩쓸었다.

세상천지의 온도가 확 떨어지고 수많은 눈꽃이 하늘에서 흩날렸다.

눈꽃마다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태고금기와 향혼에게 가장 많이 떨어졌다.

눈꽃들마다 살진을 이루어 그들을 덮쳤다.

"비월, 너는 너무 건방지다."

향혼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도 명색이 주선제육인인데 이렇게 함부로 대하다니?'

태고금기와 다른 지존들은 그 모습을 보자 냉정해졌다.

그들은 냉소를 지었다.

비월여제는 너무 오만했다.

혼자서 여러 무상도통의 지존들을 상대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주선제육인까지 적으로 돌렸다.

"오늘 이곳을 진남과 입도의 무덤으로 만들겠다!"

태고금기는 두 눈에 붉은빛이 가득했다.

주술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쿠쿠쿠쿵-!

천지가 흔들리고 허공이 혼돈으로 변했다.

비월여제는 막강한 전력을 발휘했다.

그녀는 혼자서 태고금기, 향혼 그리고 다른 주경 강자들과 지존들을 막았다.

다른 주경 거물들은 따라갈 수 없는 실력이었다.

"입도, 나를 데려가지 말거라. 구리거울은 주경으로 진급한 지 얼마 되지 않기에 저자들을 혼자서 상대하기 버거울 거다."

진남은 입도의 행동을 제지했다.

그는 구천지존 초급 단계이지만 싸움의 형세를 분석할 수 있었다.

비월여제는 상대의 공격을 막았지만, 열세에 처했다.

지금이야 싸움이 금방 시작되었으니 괜찮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월여제는 혼자서 감당하지 못하고 싸움에서 질 게 분명했다.

"안 돼, 전신각인을 사용해야겠다!"

진남은 진짜 전생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꼬마 부군, 허튼짓을 하지 말거라."

입도지주는 진남의 단호한 눈빛을 바로 포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전음했다.

"비월여제는 확실한 승산이 있어서 나더러 너를 데려가라고 한 거야. 그리고 네가 함부로 무언가를 사용하지 않게 잘 감시하라고 했어."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확실한 승산이 있다고? 혼자 싸우는데 가능할까?'

"비월, 진남을 보호하겠다고 하니 오늘은 너도 살려줄 수 없구나."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쪽에 일곱 개의 그림자가 상고선검처럼 허공을 가르고 날아왔다.

그들은 온몸에 눈부신 빛이 반짝거리고 엄청난 기세를 뿜었다.

여러 무상도통에서 온 일곱 명의 주경 강자들이었다.

더 많은 주경 강자들이 그들의 뒤를 따라왔다.

"아차!"

진남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비월여제가 상대해야 할 적들이 너무 많았다.

"하하하!"

태고금기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비월여제가 나섰다는 것은 비장의 수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비장의 수와 믿는 구석이 있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비월여제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주변을 가득 채운 살기 속을 누비며 법인을 끊임없이 만들었다.

비록 열세였지만 그녀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그녀의 법인이 확 바뀌었다.

기이한 힘이 사방으로 퍼졌다.

방대한 세력들을 앞에서도 힘은 눈부시게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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