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8화 십만 장의 지존산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이들이 도와주러 올 줄 몰랐다.
그들은 뇌도명, 목정측, 조리아 등 궁우태황종과 천허조교, 삼청고교의 절세천재들이었다.
"진남, 그거 모르지? 우리 세 무상도통은 연맹을 맺었다. 이번에 마침 우리도 사구에서 지존으로 진급하려고 왔다. 그래서 종문에서 일부러 명을 내렸다. 혹시 만나게 되면 서로 도와주라고 했다."
뇌도명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육경음은 눈을 살짝 찌푸리고 물었다.
"너희 세 개 세력에서 연합하다니 불가능하다……."
이때, 불쾌한 목소리가 우려 퍼졌다.
"내 사람도 감히 괴롭히느냐?"
피부가 하얗고 이목구비가 아름답고 금색 무늬가 있는 흰 치마를 입은 여인이 날아왔다.
그녀는 하얀빛을 뿜어 깨끗하고 고귀한 느낌을 주었다.
감히 더럽히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뒤에도 한 여인이 있었다.
흰색 짧은 머리에 청색 옷을 입은 그녀는 서생 같았다.
주변의 무인들은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두 여인은 외모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기운과 풍채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녀들은 커다란 전장에서도 여전히 눈부시고 눈에 띄었다.
진남은 가슴이 떨렸다.
이 순간, 모든 소리들과 도술 그리고 적들이 다 사라진 것 같았다.
꿈에도 잊지 못할 두 형상만이 남은 것 같았다.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들이 정말 온 건가?'
"응?"
사람들은 진남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진남, 너는 보기 드문 적을 끌어당기는 체질인 것 같아. 어디를 가도 적들만 가득하구나."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진남의 곁으로 날아왔다.
묘묘 공주는 입을 삐죽거리고 강벽난은 살짝 웃었다.
"공주, 벽난. 나는……."
진남이 입을 열기 전에 하얀 손가락이 그의 입술에 닿았다.
묘묘 공주는 눈을 깜박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네가 내 사람이니 어쩌겠느냐? 이제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나와 난난은 너를 혼자 두지 않을 거다."
강벽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절대 혼자 두지 않을 거야.'
"진남의 곁에 절세천재인 여인이 둘이나 있다니!"
육경음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녀는 두 여인이 패자 정상급이고 도경대성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진남, 쓸데없는 말은 잠시 후에 하자. 난난, 우리 먼저 선령족을 제압하자!"
묘묘 공주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그녀와 강벽난은 법인을 만들었다.
그녀들 뒤로 웅장한 형상이 동시에 떠올랐다.
강한 위압감이 무인들에게 퍼졌다.
만세주림!
"둘 다 주경 강자의 후계자구나."
육경음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
"그렇다고 우리 선령족을 제압하겠다니 너무 건방지다."
이 싸움에서 선령족이 가장 강한 자들은 아니었지만 절세천재만 네 명, 패자들은 몇십 명이 있었다.
나름 방대한 무리였다.
"내가 무령지체(無靈之體)라면?"
묘묘 공주의 두 눈에 선광이 나타났다.
그녀는 전혀 다른 기운을 뿜었다.
조금 전까지 깨끗하고 고귀했다면 지금은 세상을 벗어난 절세의 선녀처럼 티끌 하나 없이 맑고 만법의 속박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선령족들의 끌어온 천지의 힘이 전부 묘묘 공주에게 모였다.
또, 그들의 선령지체도 강한 제압을 받고 빛을 잃었다.
"무령지체? 선령족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체질이다. 저 여인이 어떻게 그걸 가지고 있지?"
"선령족이라고 해도 무령지체를 가지려면 혈통과조를 해야 한다."
"뭐? 혈통과조?"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여러 고족들 중 혈통반조(血統返祖)에 이른 자들은 절세천재라고 하여 수많은 자원들을 주고 키웠다.
혈통과조는 극히 드물고 귀했다.
섭무풍도 그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육경음과 선령족의 무인들은 충격이 더 컸다.
앞에 있는 여인이 선령족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강벽난의 법인을 만들었다.
힘이 묘묘 공주의 몸에 들어가고 묘묘 공주의 무령지체는 기세가 열 배나 늘었다.
"혈통의 힘을 더 강하게 했어?"
무인들은 가슴이 떨렸다.
같은 종족이 아닌 사람은 혈통의 힘을 강하게 해줄 수 없었다.
혈통과족을 이룬 자만이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흰색 짧은 머리 여인은 선령족의 사람이 아니었다.
즉, 그녀는 혈통과조를 이루었다.
"괴물 옆에는 역시 괴물이구나!"
뇌도명은 감탄하더니 외쳤다.
"우리도 가자!"
목정측, 조리아 등 절세천재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문도법을 움직였다.
선력이 들끓자 그들은 도술을 사용했다.
"진남 사제, 우리도 도와주마!"
궁우태황종, 천허조교, 삼청고교 등 삼대 무상도통의 무인들이 연거푸 나타났다.
그들은 대진을 만들고 도기를 사용했다.
그들은 풍무흔, 육경음, 강역 등과 겨루면 실력 차이가 컸다.
그러나 그들이 오니 진남은 더 이상 외롭고 쓸쓸해 보이지 않았다.
"진남, 대단하다. 너를 도와주러 온 사람들이 적지 않구나! 그러나 실력을 보면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풍무흔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는 강한 기세로 구체의 힘을 모아 수많은 무인들을 뚫고 진남에게 날아갔다.
강역은 절세의 검으로 변해 허공을 가르고 진남의 미간을 향해 날아갔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나무와 하나가 되어 칼을 휘둘렀다.
폭발음이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이제 진정한 싸움이 되었다.
더 이상 일방적인 구타가 아니었다.
잠시 후, 두 개의 굉음이 천지에 울려 퍼졌다.
허공에 구만구천구백아흔아홉 장이 되는 웅장한 산이 나타나 눈부신 빛을 뿜었다.
산이 뿜어내는 위압은 풍무흔과 강역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지존산이 또 나타났다.
이어, 굉음이 울리고 세 번째 지존산이 나타났다.
지존이 산이 나타나도 무인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패자들이 구천지존이 될 때마다 지존산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패자들은 산에 올라 뇌겁을 불러오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면 지존이 되었다.
이백야처럼 일념으로 지존이 된 일은 없었다.
그러나 무인들은 곧 이상함을 느꼈다.
그들은 고개를 들었다가 깜짝 놀랐다.
세 번째 지존산이 십만 장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십만 장이 되는 지존산도 있어?"
무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예로부터 아무리 강한 절세천재라고 해도 지존산은 빛은 다를 수는 있어도 높이는 구만구천구백아흔아홉 장이었다.
비월여제 때도 마찬가지였다.
진남이 불러온 지존산은 한 장 차이였지만 의미는 엄청 큰 차이가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강역은 그나마 괜찮았다.
하지만 풍무흔은 표정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진남은 특별하다고 하지만 고작 주선제오인의 후계자이다. 나는 주선제이인의 후계자이고 나는 구체공존까지 했다. 그런데 왜 진남이 한 장 더 많은 거야?'
"도법의 나무 때문인가?"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진남은 이미 대성을 이루고 다른 천재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기에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진남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몸속에 시뻘건 빛이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빛은 석인을 가질 때 새겨져 있던 글자가 변한 것이었다.
"설마……."
진남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의 생각을 증명하기로 하듯 놀라운 이상이 일어났다.
하늘에 세 개의 번개 바다가 합쳐지는 곳에 길이가 몇십 리가 되는 틈이 나타났다.
그 사이로 엄청난 선의가 쏟아졌다.
틈을 통해 파란 하늘이 보였다.
"이건……."
무인들은 틈에 주의력이 집중되었다.
그들은 선의를 느끼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피안지지에 가득한 기운은 그들이 느껴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느껴지는 선의는 무척 익숙했다.
화존좌경에만 있는 선의였다.
틈은 점점 커지더니 순식간에 몇만 리가 되었다.
틈이 넓어질수록 사람들은 하늘을 넓게 볼 수 있었다.
쏟아지는 선의도 더 강해져서 사방을 휩쓸었다.
마치 밀폐된 공간에 바다 끝에 틈이 생겨 바닷물이 밀려 들어오는 틈이 점점 커져서 물이 점점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무인들은 가슴이 서늘했다.
틈은 몇만 리나 길고 몇십만 리나 넓으며 엄청 강한 자의 공격을 받은 것 같았다.
또, 이변이 일어났다.
진남이 불러온 지존산을 중심으로 세 개의 산이 마치 부름을 받은 것처럼 솟아올랐다.
산들은 틈을 벗어나 새파란 하늘에 닿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진남 등 무인들이 있는 땅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귀청을 찢을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충격적인 장면이 벌어졌다.
어둠 속에서 커다란 손들이 나타나 그들이 있는 몇십만 리의 땅을 들어 올렸다.
피안지지는 갈라지고 외로운 섬처럼 공중에 떠 있었다.
"가자, 이 땅을 떠나자!"
무인들은 창망히 도망을 갔다.
엄청난 살국에 엮일까 봐 선력을 전부 사용하여 먼 곳으로 날아갔다.
그들이 솟아오른 땅의 변두리에 이르렀을 때 검이 가득한 구역에 들어간 것처럼 산산조각이 나고 혈무가 되었다.
패자 정상급의 무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게……."
눈앞에 벌어진 장면은 무인들의 인지 범위를 넘어났다.
떠날 수 없으니 이 땅이 틈 사이를 지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틈을 벗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거의 나가고 있어!"
패자 대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길!"
풍무흔은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등 뒤에 있던 아홉 개의 소용돌이를 자신의 주변으로 거두었다.
이번 싸움은 어쩔 수 없이 멈추었다.
무인들은 강적을 만난 것처럼 여러 수단을 사용하여 자신을 보호했다.
진남은 묘묘 공주와 강벽난의 주변으로 날아갔다.
그는 도법의 나무를 최강으로 움직였다.
여러 빛들이 번쩍거렸다.
그는 옥병도 꺼내서 손에 꽉 잡았다.
모든 것이 시뻘건 빛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그를 향해 오는 것이라면 엄청난 살초일 것이니 조심스럽게 대해야 했다.
드디어 땅이 틈을 벗어났다.
무인들은 익숙한 기운을 느끼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하나…….
다섯…….
열…….
스무 개를 세는 시간이 지나고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저기 봐봐!"
놀라움이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인들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마음에 파도가 일었다.
바다 위에 대문이 있었는데 대문의 먼 곳에는 커다란 성들이 보였다.
성에서 많은 빛이 솟아올라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이 대문은 모든 사람들이 거쳐 갔다.
바로 제일 천지성구의 입구였다.
성들은 제일 천지성구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머물러 단약들을 샀던 곳이었다.
즉, 그들은 제일 천지성구를 떠나 화존좌경에 온 것이었다.
"진남!"
이때, 비월여제의 감정 없는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방금 알아냈다. 도겁이란 다른 대겁과 다르다. 도겁은 벌을 내리는 힘이 없어 무인을 다치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인의 상황에 따라 어떤 형세를 만들어준다. 즉, 너는 열세 개의 문도법을 연마했고 마침 구천지존이 되는 중요한 시기이며 이렇게 많은 적들을 만났으니 반드시 목숨 걸고 싸워서 모든 경지를 드러내야 한다.
만약 피안지지에 있다면 괜찮다. 한동안은 숨길 수 있지. 그러나 화존좌경에 온 이상 네가 경지를 드러낸다면 천하에 알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건 도겁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거라."
비월여제는 처음으로 길게 말을 했다.
진남은 가슴이 서늘했다.
도겁이 이렇게나 강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