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5화 다들 쓰레기만은 아니구나
진남은 손을 뻗어 석인을 잡았다.
차가운 기운이 손바닥을 통해 온몸에 뻗었다.
진남의 몸에 서리가 생겼다.
수많은 얼음 바늘이 진남의 육신을 지나쳐 영혼에 꽂힌 것 같았다.
진남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계속되고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심지가 굳건한 진남이지만 고통에 온몸이 덜덜 떨리고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문득, 진남은 선력과 육신이 무감각해진 것을 발견했다.
고통이 사라졌다.
그러나 진남은 선력을 사용할 수도 없고 팔을 들 수도 없었다.
'내 육신이 완전히 봉인된 건가?'
진남은 생각했다.
이때, 구룡석인이 먼지 같은 부호로 변해 그의 영혼 깊숙한 곳으로 날아들었다.
"석인이 주인을 인식하는 과정에 벌어진 변화 같은데……."
진남이 금방 마음을 놓으려는데 석인을 가진 자는 반드시 도겁을 당한다던 글자가 빛으로 변해 그의 몸속으로 사라졌다.
진남은 가슴이 서늘했다.
석대의 글자들은 문에 있던 글자들과 달리 진짜로 효력이 있었다.
진남은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었다.
전생에서도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너무 쉽게 가진다면 그것도 이상했다.
"도겁이 어떨지 모르겠구나. 무형대도가 내리는 재앙인가? 에잇, 핏방울이 조금 남았으니 그때 가서 막아줄 수 있겠지."
진남은 중얼거리며 앞쪽을 살폈다.
커다란 전장에 수많은 도술의 빛이 번쩍였다.
항천읍, 육경음, 몽산악 등 무인들은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와 잔해들에게 발목을 잡혔다.
진남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가 석인을 다 연화할 때까지 그들은 이곳에 올 수 없었다.
진남은 잠시 위험하지 않았다.
"저기 봐봐. 진남이 움직이지 않는다!"
"석인을 이미 얻어서 연화를 진행하는 중이다!"
"진남의 몸과 선력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봉인 당했어, 아마 석인의 힘인 것 같다!"
항천읍, 육경음, 몽산악 등은 진남의 상태를 확인했다.
특히 동술이 원만 경지에 이른 자들은 진남의 상황을 살피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심지어 항천읍은 욕설을 퍼부었다.
육격음은 미간을 찌푸리고 대응책을 생각했다.
몽산악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 * *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이 흐른 뒤, 커다랗고 신비한 묘지 밖.
아홉 개의 주경 거물의 무덤들 중 하나에서 빛이 솟구쳤다.
강한 위압은 폭풍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무인들은 충격을 받고 고개를 들었다.
강역이 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는데 표정이 평온했다.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이 그의 몸에 흘러들었다.
각양각색의 고검들이 강역의 등 뒤에 나타났다.
빼곡히 모인 검들은 그물 같았는데 강한 검기가 모든 것을 벨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역은 전생의 법신과 하나가 되는 중이다!"
무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법신과 하나가 되면 강역의 실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보이지 않는 법칙이 있는 것처럼 강역이 돌파를 하려고 하자 모든 것들이 들끓었다.
웅-!
군신의 고분들 위쪽 하늘이 흔들렸다.
용 모양의 폭풍이 허공에서 생겨났다.
다섯 무덤에서 다섯 개의 형상이 강한 기운을 풍기며 날아올랐다.
지존룡풍(至尊龍風)이라 불리는 폭풍이었다.
무인들이 구천지존의 기연을 조금이라도 얻고 구천지존이 될 때 나타나는 바람이었다.
즉, 다섯 패자들은 수많은 싸움을 거쳐 무인으로서 새로운 앞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다섯 무인들이 동시에 지존이 되는 것은 엄청 놀라운 일이었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서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세 개의 주경 거물이 무덤에서도 엄청난 기운이 솟구쳤다.
그중 한 무덤의 벽이 부서지더니 절세의 미인이 나타났다.
다른 무덤에서는 불음이 울려 퍼졌다.
세 번째 무덤에서는 귀청을 찢을 듯한 전고가 울려 퍼졌는데 천군만마가 달려 나올 것 같았다.
태연무생종의 제일진전 소녀, 산선당 당주, 극생문의 전 제일진전제자 허립(許立)이 동시에 주경 강자가 남긴 절세의 전승을 얻었다.
이때, 영롱선등이 변한 금오의 불꽃이 더 활활 타올랐다.
금오를 쟁취하려던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존재감이 없고 패자 초급 단계밖에 되지 않던 존재가 불꽃의 힘을 무시하고 날아갔다.
금오는 그를 주인으로 인식하고 그와 하나가 되었다.
"대묘장도(大墓葬道), 귀허귀무(歸虛歸無)!"
여러 개의 외침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사라졌던 묘문의 제자들이 무덤의 위쪽에 나타나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섭무풍은 크고 신비한 무덤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무덤과 기운이 서로 엮이고 선력도 빠르게 늘었다.
또한, 기세가 빠르게 늘어나 다른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섭무풍의 계획이 성공했다.
그는 이미 가장 중요한 신하의 무덤을 연화했다.
그리고 묘문의 다른 제자들을 이용하여 가장 큰 무덤과 장신의 무덤을 제외한 대부분의 무덤들을 장악했다.
섭무풍은 갑자기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충격을 받았다.
쿠쿠쿵-!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수많은 무인들을 놀라게 한 장진의 무덤이 터져 수많은 빛으로 변했다.
빛은 방원 몇십만 리를 휩쓸었다.
"크악!"
비명들이 울려 퍼졌다.
백골로 만들어진 이상한 무인들이 가슴에 창이 꽂힌 채 허공에 고정되어 버둥거렸다.
그들은 죽기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하하하, 태고금기의 쓰레기들이 감히 나와 싸우려고 해?"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천지를 흔들었다.
풍무흔이 역류오자들에 속하는 절세천재들을 양손에 각각 한 명씩 붙잡고 빛 속에서 걸어왔다.
그의 기다란 머리카락은 바람에 날리고 시선에 조소가 가득했다.
윗몸은 옷을 입지 않았는데 가슴팍에 여덟 개의 이목구비가 흐릿한 얼굴이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아홉 개의 크기가 다르고 색이 다른 빛무리가 있었다.
빛무리들은 일그러지고 회전하며 강한 기세를 뿜었다.
탄서지체, 홍운지체, 윤회지체, 음양지체 등 상고 십 대 체질 중 만법불침성체를 제외한 아홉 개의 기운이었다.
"저런……."
"아홉 개의 체질?"
"저자가 아홉 개의 체질을 가졌어?"
무인들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한 사람에게 아홉 개의 체질이 모였으니 실력이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또, 풍무흔은 주선제이인의 후계자였다.
무덤이 부서졌다는 것은 주선제이인의 절세의 전승을 얻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가장 큰 무덤에서 소식을 받은 몽산악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충격이 너무 커서 심지가 굳건함에도 불구하고 한참이나 넋을 놓았다.
"그래, 좋다. 아주 좋아. 풍무흔, 진남, 섭무풍, 소녀 기대 이상이구나. 그렇다면, 이제는 모두 죽어라!"
시기가 되었다.
풍무흔은 패기 넘치게 하늘로 솟구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다섯 손가락에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힘을 꽉 주었다.
역류오자에 속하는 두 무인은 비명을 지르더니 목이 졸려 죽었다.
"이게 진짜 힘이지!"
풍무흔은 흥분했다.
그는 절세천재들과 패자들이 풍운을 휩쓰는 상황을 힐끗 살피더니 흥미를 잃고 시선을 돌렸다.
그는 크고 엄청난 무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강한 동력을 가진 것 같았다.
그는 무덤의 벽을 뚫고 태고전장을 지나쳐 진남을 발견했다.
"하하하, 육신과 선력이 봉인 당했어?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진남, 네 피를 사용하면 예전으로 돌아가 아홉 개의 체질을 하나로 융합시키고 천하무적이 될 수 있다."
풍무흔은 크게 기뻐했다.
아홉 개의 체질이 공존하는 것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아홉 개의 체질이 하나가 되어야 진짜 대단했다.
그러나 이것들을 하나로 합치려면 주선제오인인 전신의 정혈이 있어야 할 수 있었다.
전신이 가장 특별하기 때문이었다.
전신은 이미 죽었고 진남은 후계자일 뿐이었다.
그러나 진남은 전신의 혼과 육신을 가지고 있으니 전신에 의해 변화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즉, 진남의 피도 전신의 피와 같은 작용을 했다.
쿠쿠쿠쿵-!
군신의 고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세 개의 방대한 기운이 하늘로 솟구쳤다.
강한 위압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무인들은 몸을 흠칫 떨었다.
"구, 구천지존의 위압감이잖아?"
무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몸을 덜덜 떨었다.
천지성구에서 구천지존의 위압감이 나타나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일부 무인들이 구천지존의 기연을 얻은 다음 성구에서 돌파했기 때문이었다.
진급을 하면 열 개를 세는 동안은 머무를 수 있었다.
그러나 방금 느껴진 세 개의 지존의 위압감은 구천지존 대성을 이룬 자의 것이었다.
여러 천지성구들은 패자 이상의 무인들은 들어올 수 없었다.
특히 서열 일 위인 사구(死區)는 다른 성구에 비해 더욱 엄했다.
'그런데 구천지존 대성이 저곳에 나타났다고?'
"천(天), 지(地), 인(人), 세 개의 시체는 제 위치로 돌아오너라!"
몽산악은 가장 큰 무덤에서 솟아오르며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세 개의 신비한 법인을 만들었다.
또, 세 번의 굉음이 울려 퍼지고 허공이 부서졌다.
키가 열 장이 되고 천을 잔뜩 감은 시체 세 개가 나타났다.
그들은 시뻘건 눈만 드러내고 이마에 살기가 가득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각각 천, 지, 인 세 글자였다.
"태고금기?"
"태고금기가 다시 공격하려는 거야?"
섭무풍, 소녀 등 무인들은 등골이 오싹했다.
태고금기가 이런 판을 만들었다면 의도는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풍무흔의 미소가 사라졌다.
"다들 쓰레기만은 아니구나."
몽산악은 흉악하게 웃으며 모두를 내려다봤다.
"여러 전승의 좋은 점을 얻으니 기분이 좋지? 지금부터 더 좋게 만들어주마."
그는 순식간에 수많은 검은 빛으로 흩어져 천, 지, 인 세 시체로 날아들었다.
크라아아아-!
풍운이 바뀌고 천지가 흔들렸다.
천시(天屍) 허공을 지나 풍무흔에게 달려갔다.
시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수많은 풍화뇌정이 용솟음쳤다.
마치 하늘이 변한 것 같고 하늘을 대표하여 벌을 내리러 온 것 같았다.
지시(地屍)는 허공에서 커다란 마혈대도 두 개를 꺼내 휘둘렀다.
엄청난 도기가 섭무풍, 소녀, 강역 등에게 날아갔다.
인시(人屍)는 모든 기운을 드러내고 무지갯빛으로 변해 가장 큰 무덤으로 날아갔다.
무인들은 겁에 질리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엮이지 않으려고 사방으로 도망쳤다.
구천지존의 기연을 얻은 다섯 무인들은 욕심 부리지 않았다.
그들은 이끄는 힘에 저항하지 않고 사구를 떠나 도겁을 진행했다.
오직 거대한 금오에 앉아있던 이백야는 가부좌를 튼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군신의 고분에 대혼란이 생겼다.
가장 큰 무덤에서 몽산악이 나간 뒤, 육경음은 계략이 떠올라 항천읍과 상의 중이었다.
그들은 갑자기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들은 등골이 오싹하여 저도 몰래 양쪽으로 물러섰다.
슉-!
인시는 빠른 속도로 진남에게 달려들었다.
"구천지존이잖아? 어찌 된 일이지?"
진남은 신념을 움직였다.
항천읍과 육경음 등은 어안이 벙벙했다.
쿠쿠쿵-!
인시는 강한 힘으로 도술들을 사용하여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들과 잔해들을 공격했다.
하늘 가득 그것들의 조각이 날아다녔다.
잠시 후, 인시는 기다란 길을 내며 진남의 앞까지 다가갔다.
"소문으로만 듣던 천지인 삼시들 중 인시구나. 태고금기만이 이런 수단을 장악했다!"
문고족의 패자가 놀라서 말했다.
"하하하, 좋구나!"
항천읍은 고개를 젖히고 호탕하게 웃었다.
구천지존 대성 경지인 인시가 공격을 했다.
그런데 진남은 움직일 수도 없고 선력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죽을 게 분명했다.
"아쉽다, 내가 너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서 주령인도 못 가져오겠구나."
육경음은 이마를 가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그녀는 마음이 복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