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3화 군신의 고분
"너희들……. 하늘을 보거라!"
문고족의 패자가 놀라 소리쳤다.
다른 무인들도 일제히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하늘은 시커멓고 별들이 반짝거렸다.
그중에 다른 별보다 백 배나 환한 빛무리가 있었다.
뿜어져 나온 빛이 땅 전체를 덮었다.
"한 개, 세 개, 아홉 개……. 서른세 개!"
절세천재들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빛무리가 서른세 개였다.
구천선역도 마침 소선역이 서른세 개였다.
'좀 전에 돌 비석도 보였다. 설마 우리는 구천선역을 떠나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신비한 천자에 왔나?'
"맞다, 맞아! 여기가 바로 전설 속의 피안지지(彼岸之地)다."
풍무흔은 흥분했다.
그가 계획을 시작했을 때도 이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제이주선이 이곳에 묻혔기 때문이었다.
진남의 식해에 있던 무주궁도가 다시 반응을 일으켰다.
미약한 빛이 번지며 그림이 그려졌다.
"왼쪽 끝에 있는 거야?"
진남은 한번 쳐다보더니 여러 추측들을 털어버렸다.
그리고 무지갯빛으로 변해 날아갔다.
"진남, 죽어라!"
항천읍, 몽산악 등 역류오자들과 양대 세력의 패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도술을 펼쳤다.
엽무풍, 육경음 등 절세천재들과 패자들도 대부분 공격을 했다.
살초들이 하늘을 덮었다.
진남은 과천일격을 사용하여 도술들을 피해갔다.
"이 방향이다!"
풍무흔과 강역은 정신을 차리고 진남의 뒤를 바싹 따라갔다.
앞으로 갈수록 주변은 점점 어두워졌다.
고개를 들면 서른세 개의 빛무리가 보였다.
동술들도 강한 제압에 작용을 발휘하지 못했다.
잠시 후, 진남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의 뒤를 쫓아오던 무인들은 여러 수단을 사용하여 진남의 과천일격을 방해했다.
그곳에 도착하기 전에 큰 싸움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때, 진남의 마음속에 서늘한 한기가 솟구쳐 몸을 긴장했다.
항천읍, 엽무풍, 육경음 등 절세천재들과 패자들도 같은 느낌을 받고 살짝 놀랐다.
슈슈슉-!
멀지 않은 어둠 속에서 수많은 붉은색 불꽃이 나타났다.
불꽃은 빠르게 모이더니 높이가 이십 장이 되고 이마에 발이 달린 흉악한 거인들로 변했다.
살기가 하늘을 찔렀다.
"업화마병(業火魔兵)이다!"
문고족의 무인이 놀라서 외쳤다.
"저자들은 무진지옥(無盡地獄)을 지키는 수호자들이다. 저들은 적을 만나면 적과 같은 경지가 된다. 저들의 몸에 있는 업화(業火)는 업보를 태울 수 있어."
크라아아-!
업화마병들은 귀청이 찢어질 것처럼 포효했다.
그들은 원고의 대군처럼 무인들에게 달려들었는데 상대방에 따라 기세마저 변화했다.
"화도선염!"
흰색 불꽃이 진남의 몸을 감쌌다.
그는 칼과 하나가 되어 앞으로 날아갔다.
다른 천재들도 최선을 다해 공격했다.
"대진을 만들자!"
"연합하자!"
여러 세력의 패자들은 고함을 지르고 날아다니며 법인을 만들었다.
진문들이 서서히 퍼지고 모든 기운들이 하나로 뭉쳤다.
소속이 없는 무인들은 연합하여 수단을 사용했다.
항천읍과 몽산악 등 역류오자들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들은 업화마병이 진남을 도와주려고 그들의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했다.
쿠쿠쿵-!
신비한 피안지지에 폭발음이 가득했다.
잠시 후, 무인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업화마병을 한 명 죽이면 한 명이 새로 생겨났다.
그들은 업화마병을 소멸할 수 없었다.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일부 무인들은 부주의로 업화를 건드리는 바람에 불에 타서 재가 되었다.
"진남, 내가 도와주러 왔다!"
진남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맹구궁이 그에게 달려오고 있었는데 그의 뒤로 서른여 명이 되는 무인들이 따라왔다.
무인들 줄 열은 패자 정상급이었다.
무인들 모두 구궁금선종의 제자들이었는데 문을 열 때 맹구궁이 몰래 불러들였다.
"저 무인들이 있으니 맹구궁의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신비한 자가 공격을 하면 맹구궁 일행은 상대할 수기는 어려워도 도망갈 수 있었다.
치열한 싸움은 반 시진이 넘게 진행되었다.
진남은 그제야 걸음을 멈추었다.
맹구궁은 앞쪽을 확인하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앞쪽에 있는 칠흑처럼 어두운 공간에 몇천 개의 무덤이 나타났다.
무덤은 허공에 흩어져서 떠 있었고 각자 다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들과 가까운 무덤이 가장 작았고 멀어질수록 크기가 커졌다.
시선이 닿는 가장 끝에는 열 개의 커다란 무덤이 있었다.
마지막 줄에서 맨 오른쪽 무덤이 가장 컸는데 커다란 산 같았으며 천지를 지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업화마병들은 무덤에 비하면 보잘것없이 작아 보였다.
무인들은 그에 비하면 아예 먼지 정도로 느껴졌다.
"이것은……."
엽무풍과 묘문의 절세천재들, 패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응?"
몽산악 등 역류오자들도 살짝 놀랐다.
그들은 영롱선등이 무덤을 만나자 기운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 고민하던 그들은 영롱선등을 건드렸다.
영롱선등이 나타난 뒤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웅-!
무덤들이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뿜어져 나오는 빛이 열 배로 늘었다.
또, 가장 뒷줄에 있던 열 개의 무덤에 왼쪽부터 보라색 글자가 한 줄씩 떴다.
"나주(羅主)의 묘"
"유회천주(有悔天主)의 묘"
"상궐천주(上闕天主)의 묘"
무인들은 글자를 확인하고 경악했다.
'주경 거물들의 무덤이었어?"
가장 큰 무덤에 나타난 글자는 눈부신 금빛이고 단 두 글자였다.
"장진!"
"장진? 주선제이인의 이름이다. 설마……."
몽산악 등과 문고족 무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게 주선제이인의 묘지라고?"
놀라지 않은 무인이 없었다.
상고의 십 대 주선들은 엄청 강했다.
그들 중 주선제오인이 가장 특별하고 서열 사 위에 드는 자들은 이미 주경 위의 등급에 한 발을 들인 엄청난 강자들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몇천 년 동안 다른 주선들의 소식은 가끔 들렸지만, 서열 사 위 안에 드는 주선들의 소식은 전혀 없었다.
"도령이 말한 물건이 이곳에 있을까?"
진남은 가슴이 설레고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때, 우렁찬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커다란 무덤들 뒤로 등불이 떠올랐다.
등불은 방대한 화염을 뿜더니 거대한 금오(金烏)로 변해 주변을 환하게 비추었다.
금오가 깨어나자 더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거대한 무덤이 천지에 나타났다.
무덤 시커멓고 엄청난 기운을 뿜으며 수많은 무늬가 있었다.
천지의 기세들이 모여 만들어진 무덤 같았다.
주경 강자의 무덤과 주선제이인인 장진의 무덤 등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났다.
무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 앞에 있는 것이 무덤이 아니라 무상의 대계처럼 느껴졌다.
"이런……."
흥분한 풍무흔, 진남 등 절세천재들은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주선제이인의 무덤이 나타난 것도 놀라웠다.
그런데 주선제이인의 무덤보다 훨씬 큰 무덤이 나타날 줄이야!
"천 개는 신하의 무덤이고 하나는 군주의 무덤이다. 이게 바로 전설 속의 군신의 고분이다."
섭무풍은 넋이 나가서 중얼거렸다.
"대체 어떤 위대한 인물이기에 주선제이인이나 주경 강자들이 달갑게 신하가 되었을까?"
묘문의 성자인 섭무풍은 잘 알고 있었다.
상고 십 대 주선은 자신보다 강한 자를 만나도 신하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주선이라는 이름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설마……. 그 네 사람들 중 한 명인가?'
"하하하,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풍무흔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진남, 너와 주선제오인은 이 묘지의 무엇을 탐내는 거냐?
하, 내가 쓸데없는 말을 했구나. 너는 물어도 말을 하지 않을 거야. 아무튼, 성공하기를 바란다. 이 모든 것들이 나와 상관없는 일이구나."
그는 두 손을 모아 신비한 결인을 만들었다.
그의 온몸에 강한 위압감이 퍼졌다.
전신의 혼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주선제이인의 음선인(陰仙印)이잖아?"
몽산악과 다른 절세천재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풍무흔, 네가 주선제이인의 후계자였어?"
풍무흔은 피천고교의 제일 절세천재이고 화존좌경, 화존우경에서 이름이 있었다.
그러나 진남에 비하면 그리 유명하지도 않고 십 대 절세천재도 아니었다.
풍무흔은 정체를 너무 잘 숨기고 있었다.
이 소식을 다른 때에 들었더라면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었다.
외부에 전해지며 진남 못지않은 풍파를 일으켰을 수도 있었다.
다만, 신비하고 거대한 묘지들을 본 충격에 사람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태고금기의 노예들아, 너희들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몸을 사렸다. 스승님이 남긴 물건을 찾으면 너희들을 죽여주마!"
풍무흔은 흉악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장진의 묘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수많은 빛이 모여 커다란 문으로 변했다.
진남은 그곳으로 날아갔다.
크고 작은 무덤에서 눈부신 빛이 솟구치고 엄청난 기운을 뿜었다.
피안지지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수많은 대문들이 나타났다.
가장 크고 신비한 무덤은 다른 무덤들과 달랐다.
두두둑 하는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가운데에 금이 갔다.
묘지의 벽이 조금씩 떨어졌다.
"묘지가 다 열렸다!"
무인들은 흥분해서 외쳤다.
무덤들마다 엄청난 기연이 있었다.
아홉 개의 주경 강자들의 무덤과 가장 큰 무덤에서 전승기연을 얻을 수 있다면 그들은 크게 강해질 수 있었다.
나중에 지존이 되거나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진남!"
호통이 울려 퍼졌다.
강역이 검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남을 쏘아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내 전생의 진신이 나타나서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 진신을 얻고 나서 네가 어떤 상황에 처하든 상관없이 싸워보자!"
한마디 한마디가 천둥 같고 패기가 넘쳤다.
"언제든지 상대해주마."
진남은 두 눈에 불꽃이 이글거렸다.
강역은 무지갯빛으로 변해 한 주경 거물의 무덤에 들어갔다.
"우리도 가자!"
그 모습을 본 진남은 맹구궁에게 낮게 외치고 가장 큰 무덤으로 날아갔다.
"내 명령을 들어라. 누구도 함부로 자리를 뜨면 안 된다. 모두 나와 함께 들어가자."
항천읍이 외쳤다.
살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시도족의 패자들은 그의 명령에 대답했다.
육경음 등 절세천재들도 명령을 내렸다.
"도우들, 주선제이인이 나타난 건 예삿일이 아니다. 너희들은 먼저 사람들을 데리고 풍무흔을 추격하거라. 무슨 일이 있어도 그자를 죽여야 한다."
맹산악도 다른 역류사자들에게 전음했다.
"나는 진남을 쫓아가겠다. 저자들의 계획대로 진행되게 하면 절대 안 된다."
섭무풍은 신념을 전했다.
"군신의 고분들 중에는 반드시 군주의 무덤으로 통하는 신하의 무덤이 있을 거다. 큰 무덤에는 많은 무인들이 몰려갔으니 우리는 군주의 무덤으로 통하는 신하의 무덤을 찾자!"
묘문은 진남을 진압하여 비결을 얻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다만, 엄청난 무덤들 앞에서 그들은 목적을 잠깐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 무덤들을 장악한다면 어마어마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잠시 후, 무덤들에서 빛이 번쩍이고 천지가 흔들렸다.
수많은 무인들은 무지개 빛으로 변해 여러 방향으로 날아갔다.
장면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대혼란 가운데 진남과 맹구궁 등을 따라 신비하고 커다란 무덤으로 날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마치 기다란 용이 되어 날아가는 것 같았다.
뒤에서 날아오는 도술들을 피하면서 날아가던 진남은 어느새 벌어진 틈에서 몇십 장 되는 곳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면 틈이 큰 것 같지 않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깊은 틈 같았다.
틈 사이로 눈부신 빛이 반짝이고 안이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