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8화 진짜 팔았어?
진남과 맹구궁은 드디어 축록지지에 도착했다.
진남은 허공에 뜬 채 멀리 바라봤다.
그들의 앞쪽 멀지 않은 곳은 넓은 평원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땅 위에는 높이가 반 장 정도 되고 수정처럼 깨끗한 선초가 자랐다.
바람이 불 때마다 선초들은 바람에 흔들렸다.
바다처럼 장면이 굉장했다.
진남은 전신선동을 움직여 선초들이 범상치 않다는 걸 발견했다.
평원의 위쪽 천지와 현묘하게 연결되어 있어 평범한 무인들은 뽑을 수 없었다.
위쪽 천지의 깊은 곳에 현묘한 힘이 용솟음쳤다.
마치 구덩이가 거꾸로 걸린 것 같았다.
진남이라도 바라보기만 해도 구덩이에 끌려갈 것 같았다.
"내가 아는 바로는 신비한 선록들은 위에서 내려온다. 그것들은 초원에서 한 시진 정도 풀을 뜯어 먹는다. 그사이에 무인들은 선록에 올라탈 수 있다. 선록이 나타나면 제일 천지성구에 대성세가 나타난다. 패자 경지에 도달한 존재들은 구 할 이상은 모두 참가한다."
맹구궁은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선 계속 앞으로 날아갔다.
시간이 꽤 지난 후 그들의 앞에 구름 위로 우뚝 솟고 하늘과 태양을 가린 천지 기둥 같은 커다란 선산이 나타났다.
산은 구멍을 뚫어 도장, 성벽, 입구, 대전 등등으로 개조했다.
무인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이건 지존산(至尊山)이다. 제일 천지성구가 나타나기 전에 이미 있었다. 제일 천지성구의 삼 할 이 넘는 무인들이 모두 여기에 모였다. 여기에도 많은 세력이 있다. 지금은 아마 산선당(散仙堂)과 천심각(天心閣)이 중심일 것이다."
맹구궁은 설명했다.
"재미있구나."
진남은 입꼬리가 살짝 비틀렸다.
"맞다, 진남, 가면을 쓰거라. 가면을 쓰면 너는 모습이 바뀐다. 하루 사이에 아무도 너를 알아보지 못한다."
맹구궁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시도족, 태고금기, 묘문 등 대세력들은 진작에 사람을 파견해 이곳의 양대 세력에게 말을 전했을 것이다. 동시에 제자와 강자들더러 여기서 너를 공격하라고 했을 것이다."
"맞다."
진남은 대답하고 가면을 쓰고 말했다.
"가자, 우리 가서 정보를 알아보자."
둘은 입구를 찾아 지존산에 들어갔다.
산 안은 성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고개를 들면 절벽밖에 보이지 않았다.
거리 양옆에는 크고 작은 돌 궁전들과 노점상들이 가득했다.
"절문도술(?門道術)이요, 절대 놓치지 마시오!"
"극품지법(極品之法)이요, 이 술법을 수련하면 마물이 되어 역천개명할 수 있소!"
노점상들은 목청껏 소리쳤다.
대부분은 도술과 공법을 팔았다.
진남은 관심이 생겨 일부러 걸음을 늦추고 하나하나 훑어봤다.
"진남, 저쪽에 정보를 파는 자가 있다."
잠시 후, 맹구궁은 진남에게 전음했다.
진남은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말라빠진 노인이 두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앞에 펴놓은 흰색 천에는 백효생(百曉生)이란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말라빠진 노인은 무언가 느낀 듯 눈을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
"자네들 뭘 알고 싶소? 제일 성구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나는 다 아오."
진남은 생각하고선 물었다.
"질고지극이 날아 들어온 후 무슨 일이 발생했소?"
말라빠진 노인은 눈에 빛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자네는 서른아홉 번째로 이 일을 물은 사람이요. 반선복지 등급의 요상성약 한 알이면 말해줄 수 있소."
진남은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부자가 함께 있었다.
맹구궁은 아무렇지 않게 한 알을 꺼냈다.
노인은 말했다.
"질고지극은 깊은 곳에 박혔소. 참선하 밖에서 창끝을 볼 수 있소. 질고지극을 중심으로 방원 십만 리의 땅은 깊은 구덩이로 변했소.
구덩이 밑에 커다란 수골의 머리가 천천히 들리기 시작했소. 아마 신비한 곳으로 통하는 길일 것이오. 지금의 속도로 계산하면 아마 닷새 후면 참선하에 돌길이 나타나고 수골의 머리도 완전히 들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오."
진남의 눈에서 반짝거리던 흰색 불꽃이 사라졌다.
'그럼 닷새가 남았단 말이지?'
* * *
그 시각, 제일 천지성구의 입구.
몇십 개 성안에 무인들이 점점 많아졌다.
진남이 일으킨 폭풍이 점점 치열해졌다.
슉-!
동쪽 하늘 끝에서 선광이 뿜어져 나와 바다 위에 우뚝 서 있는 대문 위에 떨어졌다.
"응? 이건 무슨 상황이지?"
무인들은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쳐들었다.
반 주 향이 탈 시간이 지난 후 선광은 사라졌다.
높이가 삼 장 되는 등불 형상으로 변해 떠올랐다.
등불 속에는 금색 불꽃이 타올랐다.
등불이나 금색 불꽃이나 열 개 셀 동안만 지속되고 사라졌다.
"저 등불은……? 설마 영롱선등(玲瓏仙燈)?"
"영롱선등? 그게 뭐야?"
"저건 묘과건수처럼 명성이 자자한 절세삼도 중 한 개인 영롱선등이다! 소문에 등불에 신비한 선인의 불꽃이 있대. 영롱선등을 얻으면 도경원만을 이룰 수 있을 거다!"
주위의 무인들은 경악했다.
절세삼도는 어느 것이나 만날 수 있지만 얻을 수 없었다.
지난번에 묘과건수가 나타났을 때 흡입한 절세천재들이 몇십 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구천을 놀라게 했다.
영롱선등이 제일 천지성구에 나타난 소문이 폭풍처럼 화존좌경과 화존우경 그리고 구천선역을 휘몰아쳤다.
"영롱선등이 나타났다고?"
"좋다. 그럼 제일 천지성구로 가보자!"
"스승님, 저를 말리지 마십시오. 저는 절세천재입니다. 사구에 들어간들 무슨 소용 있습니까? 반드시 지존이 되겠다는 신념이 없으면 평생 강해질 수 없습니다."
"하하하, 사구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자. 나는 두 명의 성자와 진남, 강역을 찾아 겨루어보겠다."
강자들과 절세천재들은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일제히 제일 천지성구로 날아갔다.
태고금기는 소문을 듣고 낮은 소리로 웃었다.
* * *
제일 천지성구, 지존산 안.
시간을 알게 된 후 진남과 맹구궁은 잠깐 상의하고 헤어졌다.
맹구궁은 홍운지체이지만 도박을 즐겼다.
바로 도박장을 찾아갔다.
진남은 맹구궁에게서 요상성약을 많이 가지고 거리에서 돌아다녔다.
이곳에서 파는 도술은 진짜 적지 않았다.
하루라는 시간을 잘 이용하려 했다.
"응? 이 도술은 좀 재미있구나……."
진남은 빠르게 무언가 느끼고 노점상과 흥정을 했다.
반나절이 빠르게 지났다.
진남은 세 개의 도술을 샀다.
한 개는 불을 다스리는 도술이고 두 개는 도법이었다.
그는 거리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산선당과 천심각은 줄곧 사이가 좋지 않고 각각 남쪽과 북쪽을 차지하고 자주 싸움을 일으켰다.
얼마 전에 묘문의 성자 섭무명과 시도족의 성자 항천읍이 싸웠는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는 등이었다.
"지존법?"
진남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앞에 백발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허름한 도포를 입고 머리카락을 빗지 않았다.
하지만 지저분한 느낌은 없고 오히려 속세를 벗어난 느낌을 주었다.
경지는 겨우 패자초급이었다.
"기연을 얻지 않고도 구천지존이 될 수 있다고?"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물었다.
"도우, 기연이 없이 어떻게 구천지존이 될 수 있소?"
백발노인은 천천히 눈을 뜨고 진남을 보며 말했다.
"알고 싶으면 이 도법을 사면 되오."
진남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자네의 말은 너무 놀랍소. 그리고 자네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소? 자네의 말이 진짜라 해도 사는 사람이 없을 거요."
백발노인은 눈살을 찌푸리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자네 말이 맞소. 하지만 나는 증명할 물건이 없소. 할 말이 있소. 자네는 모습을 바꾸었고 비범한 길에 올랐소. 맞소?"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백발노인은 패자 초급 경지다. 동술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어떻게 내가 모습을 바꾼 걸 발견했지? 게다가 어떻게 내가 도법의 나무를 수련하고 비범한 길에 오른 걸 알았을까?
백발노인의 진짜 경지가 패자…… 아니, 심지어 구천지존에 도달했다 해도 할 수 없다. 설마…… 이 노인은 더 대단한 강자인가?'
"자네 길게 생각할 것 없소. 나는 성은 이 씨고 이름은 백야요. 전에 태연무생종에서 지내다 떠났소. 자녀가 없고 친척이나 친구도 없고 혈혈단신이오. 자네가 갖고 있는 것들을 발견한 건 내가 걷는 길도 범상치 않기 때문이오."
이백야는 담담하게 말했다.
"구천선역에는 강자들이 진짜 많소. 도우 같은 사람이 있을 줄 몰랐소."
진남은 의문스러웠다.
"이렇게 진귀한 지존법을 왜 팔려는 거요?"
이백야는 침묵하더니 말했다.
"나는 홀몸이오. 하지만 전에 진 빚이 있어 지금 갚으려는 것뿐이오."
진남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럼 내가 사겠소. 가격을 말하시오."
지존법이 가짜라 해도 그는 손해 보지 않았다.
혹시 진짜라면 크게 버는 것이었다.
무상도통이나 세력들이 자신들의 문도법을 중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문도법은 수련하기는 쉽지만 창조하는 건 어려웠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였다.
"선복등급의 요상성약 세 알이요."
이백야의 말이 끝나자 진남은 생각도 하지 않고 저장주머니를 건넸다.
이백야의 평온하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진남을 기억하려는 듯 다시 한번 봤다.
"허,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지? 이 세상에 진짜 바보가 있구나. 선복등급의 요상성약 세 알로 이 사기꾼의 물건을 사다니?"
이때 놀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힐끗 쳐다봤다.
머리를 묶고 안색이 백옥처럼 흰 청년이 몇몇 무인들과 함께 걸어왔다.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진짜 팔았어?"
거리의 다른 노점상들도 경악했다.
선복등급의 요상성약 세 알은 적지 않은 재부였다.
"형씨, 한마디 충고하겠소. 이 영감탱이는 사기꾼이오. 천 년 전에 들어왔소. 지존이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전에는 패자정상의 경지였지만 지금은 패자초급 단계밖에 안 되오. 단약을 되찾으시오!"
청년은 말은 이렇게 하지만 진남을 보는 눈에 조롱이 가득했다.
'이자는 전형적인 망상증이 있어 영감탱이가 고수이고 진짜 절세지법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구나.'
다른 노점상들도 같은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이자를 속이기가 이렇게 쉬운 줄 알았다면 진작에 잡을걸…….'
"괜찮소, 내가 원한 거요."
진남은 평온하게 말했다.
"어? 자네 왜 고집이 이렇게 세오? 좋은 마음에 충고한 건데 듣지 않다니?"
청년은 화가 났다.
그는 이백야가 보자기를 거두고 떠나려는 걸 보고 콧방귀를 뀌었다.
"선복등급의 요상성약을 세 알이나 사기 치고 떠나겠다고? 내놓으시오!"
이백야는 청년을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이백야, 간이 부었군. 감히 나를 무시하다니!"
청년은 사납게 소리쳤다.
손바닥에 선광을 반짝거리며 이백야를 잡으려 했다.
지존산에서는 보통 상황에는 무력을 쓰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력을 쓴 후 단약을 지불하면 무사했다.
이백야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두 눈에 수천수만 개의 귀신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쿠웅-!
커다란 위압이 청년의 마음을 때렸다.
청년은 몸이 굳었다.
청년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이백야, 감히 간사한 술수로 나를 상해하다니, 내 자네를 혼내주겠소! 형제들, 함께 공격합시다!"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이백야는 범상치 않은 공법 등을 수련했구나. 다만, 무언가에 눌려 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