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7화 왜 나를 따라다녀
한바탕 폭풍을 일으킨 진남은 꽤 오랜 시간을 날아 이미 제일 천지성구의 입구 부근에 도착했다.
넓은 바다에 크고 작은 성이 서른여 개 떠 있었다.
성마다 선광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무인들이 끊임없이 날아왔다 날아갔다 했다.
거리가 멀었지만, 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시끄러운지 알 수 있었다.
"전신선동, 열려라!"
진남은 기운을 거두었다.
두 눈에 흰색 불꽃이 타올랐다.
방대한 동력을 움직여 고성 부근에 설치된 많은 진법들을 무시하고 성안의 광경을 보았다.
거리에는 노점상들이 가득했다.
대부분은 요상성약과 부적을 팔았다.
제일 천지성구는 다른 성구와 달랐다.
사구라고도 불렸다.
무인들은 안에 들어간 후 구천지존의 기우를 얻지 못하면 어떤 방법을 써도 나올 수 없었다.
지난 몇천 년 동안 많은 명성이 자자한 절세천재들이 안에 들어간 후 나오지 않았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었다.
때문에 무인들은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많은 양의 단약과 부적들을 사 예기치 못한 상황을 대비했다.
"세력들마다 많은 패자들이 이곳에 있구나."
진남은 성들을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응? 저건……."
가장 큰 성의 거리에 있던 무인들은 소식을 받은 것처럼 일제히 성안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진남은 눈길을 돌렸다.
성안의 도장에 커다란 수정이 서 있었다.
양옆에는 구궁금선종의 제자들이 있었다.
홍운지체를 가진 맹구궁도 그중에 있었다.
진남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상황을 보고 새로운 도박판이 열렸다는 걸 짐작했다.
"응? 저건 내 이름이잖아? 진남, 주선제오인의 후계자. 이제 곧 제일 천지성구에 들어온다. 열흘 사이에 구천지존의 기연을 얻으면 열 배로 배상한다. 삼십 일내에 얻으면……."
진남은 수정 가장 높은 곳의 눈에 띄는 글자를 보자 입꼬리가 비틀렸다.
이번 도박판은 무인들더러 사구에 들어간 절세천재들이 얼마 동안에 기연을 얻을 수 있는지에 판돈을 거는 것이었다.
"누가 안에 들어갔는지 보자."
진남은 생각하고 눈길을 아래로 돌렸다.
'묘문 삼백칠 대 성자 섭무명(?無名), 십 대 절세천재 중 한 명이고 패자 정상의 경지다.
제일 천지성구에 들어간 지 두 달이 되었다.
한 달 사이에 얻는다고 판돈을 걸면…….'
'시도족의 삼백이십오 대 성자 항천읍, 십 대 절세천재 중 한 명이고 패자 정상의 경지다.
제일 천지성구에 들어간 지 삼 개월이 되었다.
지금 판돈을 걸면…….'
진남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두 세력에서 성자라고 불릴 정도면 이들은 세력이나 종문의 같은 세대 절세천재들 중에서 가장 강한 존재였다.
여러 무상도통의 제일 절세천재들과 비슷했다.
계속 훑어보던 진남은 아는 사람을 두 명 발견했다.
'윤회종 제일 절세천재 여고봉은 제일 천지성구에 들어간 지 오십 일 되었다.'
'극생문의 강역은 곧 들어간다.'
나머지는 다른 세력의 절세천재들과 무인들이었다.
서른 명이 넘었다.
"제일 천지성구로 온 절세천재가 진짜 많구나."
진남의 눈에 전의가 스쳤다.
기세를 폭발해 눈부신 청색 빛으로 변해 먼바다 위에 있는 높이가 천 장 되고 문틀에 귀신이 가득 새겨진 대문으로 날아갔다.
"누구야?"
"진남이다! 진남이 왔다!"
강한 기운에 놀란 패자들은 바로 진남을 발견했다.
"뭐? 진남이 왔어?"
성안의 다른 무인들은 일제히 고개를 쳐들었다.
맹구궁은 정신이 번쩍 들어 벌떡 일어섰다.
'이 자식이 드디어 왔구나!'
"진남, 안에 들어갈 생각하지 말거라. 죽어라!"
열 명의 패자 경지 정상의 존재들이 정신을 차리고 체내의 선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도술과 상고도기들을 드러냈다.
진남은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오른손을 저었다.
눈부신 도기가 아래를 내리쳤다.
쿠쿠쿠쿵-!
도술들이 잇달아 파괴되고 도기가 밀렸다.
진남은 지존혈대에서 느끼고 또 전생의 피의 혈기를 흡수하여 패자 정상의 경지에 도달했다.
전력이 예전의 수준을 훨씬 초월했다.
"진남, 게 서거라. 우리 사이의……"
맹구궁은 크게 소리치며 날아왔다.
몇 달 헤어진 사이에 그의 경지는 천선 정상으로 진급했다.
성장이 매우 빨랐다.
"돌아온 후 다시 너와 대결하겠다."
진남은 골치 아팠다.
'이 자식은 왜 하필이면 나를 못살게 구는 거지?'
"돌아오긴!"
맹구궁은 입술을 깨물었다.
지난번 육합금구에서부터 이미 몇 달이 지났다.
이번에 진남을 잡지 못하면 언제 다시 만날까?
"좋다. 그럼 내 초식을 받거라."
진남은 어쩔 수 없이 도기를 드러내려 했다.
이때,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우르릉-!
먼 곳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엄청난 선광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위압이 폭풍처럼 순식간에 사방을 휩쓸었다.
성안의 무인들은 모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구천지존의 위압이었다!
"시도족의 항명지존(項明至尊)이다!"
"항명? 열흘 전에 사구에서 나온 항명?"
다른 세력의 패자들은 지존의 내력을 조사했다.
"진남, 너는 죄인의 제자다. 반드시 죽어야 한다!"
항명지존은 우레처럼 소리치고 두루마기를 흩날리며 손가락을 튕겼다.
방대한 지존의 힘이 진남의 사방의 허공을 전부 가뒀다.
그는 시도지체를 움직여 웅장한 살기를 드러냈다.
부근의 천지가 시뻘겋게 물들었다.
슉-!
그가 손을 썼다.
만여 개의 기세가 방대한 검이 나타나 성세검홍(盛世劍洪)으로 변해 꿈틀거렸다.
성안의 패자들, 천선들은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한기를 느꼈다.
"에잇!"
맹구궁은 안색이 새파래졌다.
그의 홍운지체는 효능을 잃은 것 같았다.
그는 마침 공교롭게도 허공에 갇혀 있었고 진남의 뒤에 있었다.
검들은 진남을 죽이기 전에 그를 죽일 것이었다.
'진남은 진짜 나와 맞지 않다!'
"오거라!"
진남은 손을 뻗어 맹구궁을 등 뒤로 끌어오고 체내의 두 개의 문도법을 동시에 움직였다.
전신의 혼과 위엄 있는 형상이 떠올랐다.
"궁우진도도결!"
진남은 다시 한번 칼을 휘둘렀다.
도기가 하늘에 퍼졌다.
퍼퍼퍼펑-!
검들은 일제히 부서지고 사라졌다.
"진남의 전력이 이렇게 대단하다고?"
성안의 패자들과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자신들이 틀렸다는 걸 발견했다.
항명지존은 진남과 백 장 떨어진 곳에 나타나 손에 법인을 만들었다.
좀 전의 공격은 속임수에 불과했다.
"주선제오인도 그저 그렇구나. 모두…… 끝났다."
항명지존은 차갑게 말하며 두 손을 앞으로 밀었다.
이때 몸집이 커다란 삼족금오의 형상이 천지에 나타났다.
삼족금오는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마치 천지의 힘을 가진 것처럼 진남과 맹구궁에게로 날아왔다.
"도법의 나무!"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진남은 산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커다란 나무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쿠웅-!
삼족금오는 방대한 금색 불꽃으로 변해 사방을 휩쓸었다.
천지가 금빛으로 물들고 항명지존이 일으킨 혈광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죽었어?"
성안의 패자들은 어리둥절했다.
항명지존은 무언가 느낀 듯 눈을 살짝 찌푸렸다.
"구천지존도 별거 아닙니다. 다음에 다시 만납시다."
담담한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진남은 맹구궁을 잡고 불바다에서 날아 나왔다.
항명지존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과천일격을 움직여 대문 안으로 사라졌다.
항명지존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도 그는 진남을 죽이지 못했다.
심지어 조금도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수치스러웠다.
잠시 조용하던 성안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 * *
백 개 셀 시간이 지난 후, 제일 천지성구!
진남과 맹구궁이 동시에 나타났다.
그들은 호수 위에 떨어졌다.
주위의 요수들은 깜짝 놀랐다.
진남은 바로 주위를 둘러봤다.
천지는 모두 정상이었다.
외부와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허공에는 짙은 선의가 가득했다.
화존좌경도 전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진남, 방금 네가 드러낸 나무는…… 어떻게 태연무생종과 보제고찰종의 문도법의 기운을 갖고 있느냐?"
맹구궁은 진남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응. 맞다. 나는 그들의 문도법을 몰래 배웠다."
진남은 숨기지 않았다.
이번에 폭로되지 않는다고 해도 앞으로 싸움을 겪고 구천지존으로 진급하게 되면 반드시 폭로될 것이었다.
이미 사구에 들어왔으니 폭로되어도 괜찮았다.
"대단하다. 네가 그들의 문도법도 배웠을 줄 몰랐다!"
맹구궁은 감탄했다.
이어 흥분하고 말했다.
"구궁금선종의 문도법을 배우겠느냐? 내가 가르쳐주겠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이 자식은 소종주란 자가 스스로 문도법을 다른 사람에게 바치려 하다니?'
"괜찮다. 지금 수련하는 건 아무 의미 없다."
진남은 무언가 생각나 투덜거렸다.
"너는 왜 나를 못살게 구는 거냐? 에휴, 됐다. 너는 겨우 천선 경지인데 사구에 들어왔다. 어느 세월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맹구궁은 괜찮다는 듯 말했다.
"그게 어때서? 많은 지선 경지의 무인들은 원수를 피하기 위해 들어오기도 한다. 지금의 제일 천지성구는 소선역과 비슷하다. 부족한 것이 없다."
진남도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았다.
그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나는 다른 일이 있다. 우리 이만 헤어지자. 다음에 다시 너와 제대로 대결하겠다."
"잠깐!"
맹구궁은 진남을 막고 말했다.
"우리 구궁금선종은 많은 정보를 장악했다. 나는 제일 천지성구를 잘 안다. 우리 연합하면 어떠냐? 나는 경지는 강하지 않지만, 나의 홍운지체는 중요한 순간에 너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고 물었다.
"너 왜 나를 따라다니는 거냐?"
맹구궁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체질을 각성한 후 무슨 일을 하든 순조로웠다. 하지만 너의 옆에만 있으면 홍운지체는 억제되고 아무 작용도 발휘하지 못한다. 어쩌면 홍운지체 원만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맹구궁은 충동 때문에 두 눈을 반짝거렸다.
"좋다. 함께 선마도세를 하자."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맹구궁은 시원스러웠다.
선마도세를 거절하지 않았다.
"진남, 질고지극이 날아들어 왔다. 너 그것을 찾으러 가려는 거냐?"
맹구궁은 물었다.
"맞다. 나는 제일 천지성구의 깊은 곳으로 갈 생각이다."
맹구궁은 고개를 끄덕이곤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제일 천지성구의 깊은 곳은 참선하(斬仙河)라는 금제에 의해 막혔다. 정해진 날이 아니면 아무리 경지가 강해도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우선 축록지지(逐鹿之地)에 가서 상황을 알아보자.
너는 모를 것이다. 축록지지는 깊은 곳 부근의 기이한 보물지다. 십 년에 한 번씩 선록이 나타난다. 선록을 타면 오 할의 지존 기연을 얻을 기회가 주어진다."
둘은 이야기를 나누며 움직였다.
맹구궁과 연합한 덕분에 진남은 번거로움을 많이 덜었다.
그는 공을 들여 알아볼 필요가 없이 많은 일들을 이해했다.
시간이 흘러 외부에서 강역은 혼자 제일 천지성구에 들어왔고 다른 세력의 무인들도 연달아 제일 천지성구에 들어왔다.
화존좌경의 편벽한 땅에서는 두 명의 절세의 미인이 선학을 타고 제일 천지성구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 * *
이틀이 빠르게 지났다.
진남과 맹구궁은 가는 중에 살기나 금제에 부딪히지 않았지만 약탈하려는 무인들은 많이 만났다.
제일 천지성구는 맹구궁의 말대로 소선역과 별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자원은 매우 부족했다.
이 구역에 들어온 무인들은 기껏해야 패자 정상의 경지밖에 도달할 수 없었다.
때문에 많은 금지와 유적에 쳐들어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