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6화 제일 천지성구로
"어떻게 된 거지?"
"또 무슨 일이 일어났지?"
"설마 제칠 천지성구가 파괴되려나?"
내세도 한 편에 있던 패자들과 천선 경지의 무인들은 주위의 광경을 보자 경악하고 마음이 흔들렸다.
육경음, 항원승 등 절세천재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전에 내세도가 나타났을 때 일어난 여러 가지 이상들은 매우 대단했다.
지금 발생한 것들은 예전보다 몇 배나 더 대단했다.
만 년에 마주칠 수 없는 말세의 재난이 곧 닥칠 것 같았다.
그들은 더 대단한 광경을 발견했다.
모든 것이 조금도 약해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졌다.
진남은 시간이 꽤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이마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빠르게 마개를 닫으려 했다.
구리거울의 말대로 그가 제일 천지성구나 화존좌경에서 피를 열었다면 어떤 풍파를 일으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끌어올지 알 수 없었다.
이때, 매우 익숙한 기운이 강물처럼 그에게 흘러들었다.
그는 몸이 굳었다.
그의 식해 속의 부서진 보라색 조각이 빛을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방대하고 깨끗한 힘이 그에게 주입되었다.
그의 화도선염은 순식간에 선력이 들끓고 끊임없이 강해졌다.
그의 기운도 점점 강해졌다.
"돌파하려나?"
진남은 살짝 놀랐다.
잠깐 망설이고는 빠르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패자대성에서 패자정상으로 진급하려면 많은 천재 지보와 시간이 필요했다.
기회가 왔으니 낭비할 수 없었다.
그는 자아를 잊고 전력으로 돌파했다.
"자식, 여기서 마개를 열었느냐!"
흰 수염 노인은 시선을 돌리고 포효했다.
진남의 모습을 보자 더 분노했다.
"에잇, 자식 마개를 닫지 않고 여기서 돌파하다니! 어서 정신 차리거라!"
마개를 연 시간이 잠깐이었다.
원래는 한 달이면 진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일 년이 걸려야 했다.
그가 어찌 침착할 수 있을까?
그는 진남을 막으려 했다.
그는 또 한 번 표정이 굳었다.
평소라면 그가 소리치면 누구든 깨어나고 수련이나 돌파를 계속하지 못했다.
하지만 진남의 돌파는 예전과 달랐다.
피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진남을 감싸고 있어 그의 신념은 안으로 전해지지 못했다.
게다가 그가 강제로 손을 써 뇌겁을 불러와 진남을 공격하고 이런 방법으로 진남을 깨운다면 피와 적이 되는 것이었다.
"자식……."
흰수염 노인은 입술을 깨물고 진신을 드러냈다.
그는 매우 화가 났다.
지금은 빨리 병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이대로 계속 둔다면 몇 년 동안 애써 규칙을 회복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돌처럼 굳었다.
마개에 특수한 각인이 찍혀 들 수 없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잠시 후 진남은 기운이 쇠사슬을 뚫고 새로운 단계에 도달해 패자정상의 존재가 되었다.
그의 도법의 나무는 원래의 나무뿌리 외에 줄기나 가지가 전부 아홉 가지 색으로 변했다.
그는 매우 기뻤다.
반짝이는 도광도 아홉 가지 색으로 변했다.
나뭇잎만 여전히 문도법의 의지가 변한 것이었다.
그는 도경원만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도광은 질적인 변화를 가져와 위력 등이 전보다 많이 강해졌다.
"전생이 남긴 피의 혈기가 나에게 이렇게 큰 도움을 줄 줄 몰랐다."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눈을 떴다.
주름투성이인 백발의 노인이 코앞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깜짝 놀라 서둘러 뒤로 물러갔다.
"드디어 끝났구나! 전에는 내가 잘못했다. 너를 탓하지 말았어야 했어. 빨리 병을 닫거라."
노인은 서둘러 말했다.
"어? 아, 알겠습니다."
진남은 어리둥절하더니 나무 마개를 집어 옥병을 다시 닫고 저장주머니에 넣었다.
엄청난 이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천지가 여전히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많이 약해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선배님, 미안합니다. 저는 그저 전생의 피를 느껴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이 될 줄 몰랐습니다."
진남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미안해했다.
흰 수염 노인은 집권자가 틀림없었다.
"허허."
흰수염 노인은 한숨을 쉬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다. 괜찮다. 별일 아니다. 바로 회복할 수 있다."
노인은 깨달았다.
'이 자식은 환생했지만 경지가 고작 패자 정도다. 그래도 공손하게 대해야겠다.'
"지금 가겠느냐? 출구들이 모두 무너졌다. 새로 하나 만들어주마."
흰수염 노인은 서둘러 말하며 술법을 드러냈다.
진남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선배님, 도울 방법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저는 여기 좀 더 머무를 수 있습니다."
흰수염 노인은 깜짝 놀라 말했다.
"괜찮다, 괜찮다. 내가 하면 된다."
그는 진남을 돌 문으로 등 떠밀었다.
흰수염 노인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귀를 겨우 보냈다!'
"하지만……."
흰수염 노인은 제자리에 잠시 서 있었다.
그윽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다른 세 자식들보다 나는 네가 그 물건을 얻었으면 좋겠구나. 성공하길 바란다."
말을 마치자 그는 사라졌다.
* * *
화존좌경, 한 산맥 안.
진남이 나타났다.
저장주머니 안에 있는 몇 개의 영패에서 빛이 반짝거리는 걸 발견하고 바로 신념을 주입했다.
"진남, 제칠 천지성구의 내세도는 어떻게 된 거냐?"
"진남, 어서 대답하거라!"
"자식, 제일 소선역으로 가면 너를 혼내주겠다!"
장소지존이 전음했다.
"진남, 제칠 천지성구에 지보가 나타났느냐?"
"왜 말을 하지 않느냐? 위험에 부딪혔느냐? 조급해하지 말거라. 지금 바로 너를 도와주러 가겠다."
팔요마왕이 전음했다.
"진남, 네가 여러 절세천재들의 협공을 받고 있는데 생사를 같이하는 친구인 내가 어찌 보고만 있겠느냐? 지금 바로 갈게!"
원적은 전음했다.
진남은 눈살을 찌푸리고 장소지존에게 신념을 전했다.
장소지존의 신념이 노기등등하게 전해왔다.
"계속 대답하지 않으면 바로 쫓아갈 거다. 긴말하지 않겠다. 내세도는 뭐냐? 그것이 나타난 후 왜 방금 질고가 나타나 제일 천지성구에 날아들어갔느냐? 제일 천지성구에 뭔가 변화가 일어났느냐?"
진남은 어안이 벙벙해 물었다.
"질고는 뭡니까?"
장소지존은 멸시하듯 말했다.
"너 질고도 모르느냐? 질고지극(叱古之戟)은 백존요선벽처럼 상고 십 대 문도지기다. 주선제오인 전신의 병기다."
진남은 눈에 빛이 스쳤다.
전신의 병기가 제일 천지성구에 날아 들어갔다는 건 제일 천지성구에 대이변이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장로, 내세도와 제일 천지성구의 대이변은 연관이 있습니다. 저도 잠시 후에 갈 겁니다. 하지만 저는 아는 게 너무 적습니다. 내세도 안의 모든 지보들을 외부 사람들은 가져갈 수 없을 겁니다. 우리 궁우태황종은 꿈도 꾸지 맙시다."
진남은 생각하고선 신념을 전했다.
잠시 후에야 장소지존은 정신을 차렸다.
"그럼 우리는 사람을 파견하지 않겠다. 너…… 조심하거라!"
진남은 미소를 짓고 대답하고선 팔요마왕과 원적에게 자신이 이미 제일 천지성구에 들어왔으니 도와주러 올 필요 없다고 신념을 전했다.
"지금 바로 제일 천지성구로 가자."
진남은 마음을 진정하고 허공으로 날아들어 갔다.
같은 시각, 진남이 제칠 천지성구에 대이변을 일으키고 신비한 성 내세도가 나타나고 진남이 사라진 등 소식과 함께 질고지극이 제일 천지성구에 날아들어 간 소식도 전해졌다.
시도족, 묘문 등 대세력들은 깜짝 놀랐다.
"내세도가 나타난 지 얼마 안 돼 질고지극이 제일 천지성구에 들어갔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진남도 틀림없이 제일 천지성구로 갔을 거다!"
"명령을 전하거라. 속히 사람을 파견해 이 일을 성자에게 알려라.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진남을 진압하고 그자의 모든 비밀을 알아내야 한다."
"허허, 제일 천지성구에 들어가려고? 좋다! 항천읍(項天泣)더러 안에서 그자를 죽이라고 해야겠다!"
세력들은 잇달아 판을 짰다.
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세력의 절세천재들의 눈에 빛이 스쳤다.
강역은 눈빛이 날카롭고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진남, 이건 우리의 숙명이구나. 방금 사문에 제일 천지성구에 들어가겠다고 알렸다. 네가 먼저 갈 줄 몰랐다. 잘 됐다. 지존의 길에서 우리 승부를 가리자!"
바람이 일고 강역은 검광으로 변해 멀리 사라졌다.
잠시 후, 육경음, 항원승 등 절세천재들은 내세도 안의 많은 지보들은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커다란 살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또 진남이 있는 곳도 발견하지 못하고 물러갔다.
"진남이 갖고 있는 꽃은 모든 패자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육경음은 생각하고 이 일을 천하에 알렸다.
그녀는 이번에 진 것이 불쾌했다.
그녀가 이렇게 하면 진남을 번거롭게 할 수 있었다.
"우습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신기한 꽃이 있을 수 있어? 주천불사산에서 나온 십수 육초 삼화도 이 정도의 신위가 없다. 너희들이 깨지 못한 건 경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력들과 강자, 천재들은 조롱했다.
'육경음의 말대로라면 신식을 가두지만 않으면 그는 패자무적이란 말인가?'
* * *
같은 시각, 구천선역, 무상도통 중 한 곳인 피천고교.
얼마 전에 피천고교의 선임 교주인 주경의 존재가 참창종에게 죽임을 당했다.
피천고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요즘 장로 등급 이상의 존재들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큰 웃음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하하하,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윤회종의 여고봉이 며칠 전에 제일 천지성구에 들어갔어! 구궁금선종의 맹구궁은 제일 천지성구의 입구에 있어! 진남도 제일 천지성구로 갔어!
먼저 맹구궁을 진압하고 여고봉을 진압한 후 진남의 정혈을 가지면 나의 계획은 첫발을 뗀다!"
웃음소리를 낸 사람은 현재 피천고교의 교주였다.
그는 커다란 장로전에 앉았다.
붉은색 두루마기를 입고 기운이 깊고 두 눈에 일곱 개의 다른 빛이 반짝거렸다.
"교주 축하합니다!"
그의 옆에 있는 한 노인이 공손하게 말했다.
"말하지 마시오."
피천고교 교주는 손을 젓고 말했다.
"풍무흔(風無痕), 선아(?兒), 장림산(張林山)은 어떻게 되었소?"
이들은 피천고교의 진전제자였다.
풍무흔은 피천고교의 제일 진전제자였다.
화존좌경, 우경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노인은 말했다.
"교주님의 분부대로 그들을 만기곡(萬嗜穀)에 가뒀습니다. 지금쯤이면 정신을 차렸을 겁니다."
"좋소! 가서 그들을 데려오시오. 나는 그들을 백 년 넘게 키웠소. 이제 그들이 나에게 보답할 때가 되었소!"
피천고교 교주의 목소리가 싸늘했다.
* * *
그 시각, 십사 대 무상도통 중 한 곳인 참창종.
수피화권은 차가운 왕좌에 앉아 손가락으로 손잡이를 튕겼다.
'형님은 나처럼 진남의 전생을 싫어했잖아? 왜 지금은 그자를 돕는 거지? 형님은 진남에게 뭘 줬을까? 앞으로도 계속 도와줄까?'
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뭔가 놓친 것 같았다.
하지만 정확히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 * *
그때, 제일 소선역, 허령천계, 신비한 땅.
넓은 강 속의 백골들은 대단한 기운이 평온해지자 더 이상 떨지 않았다.
최근 들어 태고금기 대인이 화를 내는 차수가 점점 많아졌다.
"잘됐다. 진남이 스스로 제일 천지성구로 갔으니 내가 다른 수단을 드러내 그자를 유인할 필요가 없겠다."
태고금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몽산악, 너 지금 바로 다른 네 명과 함께 제자들을 이끌고 제일 천지성구로 가거라. 계획대로 진행하거라."
먼 곳의 몽산악은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
"진남이 제일 천지성구에 들어간 후 사흘 뒤에 그 물건을 꺼내 다른 절세천재들도 안에 들어가게 하거라."
태고금기는 또 말했다.
그는 진남과 이 세상에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절세천재'들을 한꺼번에 소멸할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