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5화 바로 그 피
"연염(燃焰)!"
축염은 단호한 표정으로 금기술을 사용했다.
그의 혈통은 억지로 정상 등급이 되었다.
그가 사용하는 제일기염의 기운도 순식간에 다섯 배로 늘었다.
화도선염과 겨뤄도 지지 않았다.
그는 진남의 도기를 막았다.
여러 세력에서 사용한 절세의 살초들이 진남을 덮쳤다.
위기의 순간에 진남의 기운이 확 늘어나더니 엄청난 경지에 이르렀다.
"인수합일, 만법파멸!"
진남은 길게 외쳤다.
그의 몸에서 나온 엄청난 나무와 진남은 하나로 되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육경음 등 무인들에게 달려들었다.
조금 전에 휘두른 칼은 거짓 공격이었다.
진남의 목적은 육경음과 선령족의 패자들이었다.
"저건……."
육경음과 선령족의 패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엄청난 압력을 느꼈지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축염과 고소요에게 엄청난 천지의 힘을 나눠주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쿠쿠쿵-!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내세도에 날아들던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육경음과 선령족의 패자들이 펼친 살진은 수많은 빛으로 부서졌다.
또, 커다란 반동의 힘 때문에 큰 산에 부딪힌 것 같았다.
그들은 비명을 흘리고 뒤로 날아가 궁전에 부딪혔다.
모두 안색이 창백하고 입가에 피를 흘렸다.
진남은 갇혔던 용이 하늘로 솟은 것처럼 여러 살초들 사이를 날아다녔다.
"이럴 수는 없다!"
항원승과 몽산악 등 절세천재들과 패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육경음은 열일곱 명의 패자들과 연합하여 이 대진을 만들었다.
'진남은 고작 패자대성인데 어떻게 대진을 돌파한 걸까?'
"저자를 포위 공격하라!"
항원승, 몽산악 등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이 만든 대진과 이상은 허공에서 절세의 위엄을 뽐내며 진남을 겨냥했다.
"진남, 내 쪽으로 돌파를 해도 네 실력으론 저자들을 당해내지 못한다!"
육경음은 안색이 창백했다.
그녀는 가슴을 움켜쥐고 말했다.
"육경음, 한 번에 이 정도까지 하다니 대단하다. 네가 머리를 열심히 굴렸지만 아쉽게도 내 공격을 하나 놓쳤다."
진남은 그녀를 쳐다보며 살짝 웃었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과천일격!"
육경음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녀는 전에 진남과 싸워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 공격의 힘도 잘 알고 부숴보려고도 했다.
다만, 백남지화를 상대하느라고 잠시 잊고 있었다.
"안 돼!"
항원승, 몽산악, 흑홍쌍선 등 절세천재들은 안색이 바뀌었다.
그들은 동술로 앞을 살펴보았다.
진남을 발견한 그들은 부랴부랴 살초의 방향을 돌렸다.
퍼퍼퍼펑-!
엄청난 강기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무인들은 가슴이 떨렸다.
항원승, 몽산악, 흑홍쌍선 등 절세천재들과 패자들은 진남이 강기들 사이에 평온하게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앞에는 손바닥만 한 꽃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진남은 과천일격을 사용하여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함으로써 살기를 피했다.
또, 백남지화가 있는 곳에 가서 소천지체조술을 부수고 꽃을 가져왔다.
쿵-!
이때, 고소요가 불러낸 웅장한 형상이 부서졌다.
고소요도 창백해졌다.
수많은 절세천재들과 패자 정상급 강자들의 신념을 제압하느라 그는 큰 대가를 치렀다.
"제길!"
항원승, 몽산악, 흑홍쌍선 등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육경음은 입술을 깨물었다.
싸움에 참여하지 않은 음일도 욕설을 퍼부었다.
두 번 다시 없을 귀한 기회였다.
방금 진남을 제압하지 못했으니 앞으로 다시 제압하려면 더욱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진남."
육경음은 심호흡을 하고 감정을 차분하게 한 다음 말했다.
"방금 너를 이기지 못한 건 의외다. 그러나 오늘 너는 반드시 패배할 거다!"
진남은 살짝 웃었다.
그는 칼로 방대한 대오를 가리키며 전의가 가득해서 말했다.
"얼마든지 상대해주마!"
전생의 피 한 방울을 얻었지만 진남은 지금 떠날 생각이 없었다.
내세도에 숨겨진 비밀이 너무 많아서 이 기회에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백존요선벽도 전생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서 가져가려고 했다.
이제 첫 번째 싸움을 치렀을 뿐이었다.
"그만하거라!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들어 놓고 계속하겠다고? 제칠 천지성구에서 썩 꺼지거라!"
이때, 불쾌한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누가 전음한 거지?'
"내가 누군지 중요하지 않다. 피를 가졌으니 더 있을 필요가 있느냐? 내세도의 중요한 물건들은 때가 되면 다 와서 가져간다.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불쾌한 목소리가 계속 말했다.
"더 있어봤자 의미 없다."
진남이 물어보기 전에 그의 발밑에 진문이 번지기 시작했다.
방대한 힘이 그를 억지로 다른 곳에 전송했다.
육경음, 항원승, 몽산악 등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복잡한 마음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얼마든지 상대해준다면서? 도망갔어?'
* * *
잠시 후, 제칠 천지성구의 변연지지.
진남이 진법 속에서 떠올랐다.
그는 주위를 훑어봤다.
벌겋게 물든 허공에 몇천 개의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빛을 반짝거리는 청색 문이 떠 있었었다.
이곳은 제칠 천지성구의 입구였다.
어느 문으로 들어가든 화존좌경에 도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어떤 곳이 나타날지 알 수 없었다.
"선배님? 누구십니까? 왜 계속 있는 건 의미 없다고 하십니까? 내세도의 물건을 누가 가지러 옵니까?"
진남은 주위를 훑어보며 물었다.
"나는 제칠 천지성구의 집권자이다. 기분이 나빠 너의 물음에 대답하고 싶지 않다. 어서 빨리 꺼지거라."
집권자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는 구천선역의 모든 일에 참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에 진남의 전생에게 빚을 진 것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전례를 깨고 이곳에 판을 짜고 피를 한 방울 남겼다.
그뿐만 아니라 나중에 내세도를 만들었다.
지금은 내세도가 나타나 제칠 천지성구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이제 몇 달의 시간을 들여 제칠 천지성구를 회복해야 하고 밖에 나가 즐길 수 없었다.
그러니 어찌 우울하지 않을까?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이대로 떠나야 하나?'
"진남, 지금 떠나는 것이 맞다. 태고금기, 묘문, 시도족의 세력들은 내세도가 나타난 걸 알았다. 더 많은 강자들이 몰려올 것이다. 계속 있는 건 너에게 불리하다."
이때 비월여제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금 정보를 얻었는데 네가 피를 가져간 후 제일 천지성구의 가장 깊은 곳에 큰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진남은 눈빛이 서늘해졌다.
도령이 어떻게든 얻으라고 했던 물건이 곧 나타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번 이변은 오랫동안 계속되어야 진면모를 드러낼 것이다. 시간이 꽤 많이 남았다."
비월여제는 말했다.
"제칠 천지성구를 떠나기 전에 네가 가져온 물건들과 피를 확인해보는 게 좋을 거다. 물건들은 평범하지 않다. 밖이나 제일 천지성구에서 꺼낸다면 큰 이상 현상을 일으킬 것이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령의 뜻대로라면 이 피는 그 물건을 얻기 위해서 준 것이지 그더러 연화하라고 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수확이 있을 수 있었다.
진남은 신념을 움직여 고적들과 옥병 그리고 경서와 금합을 꺼냈다.
진남은 고적을 한 권 집어 들어 펼쳤다.
고적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다른 고적을 집었다.
마지막에 그는 또 입꼬리가 비틀렸다.
고적들은 내용이 없는 것들이라 가치가 없었다.
"전생이 남긴 물건들은 피 외에 모두 가치가 없는 건 아니겠지?"
진남은 중얼거리며 기운이 범상치 않은 경서를 집어 펼쳤다.
이번에는 텅 빈 것이 아니었다.
경서에는 글자가 가득 쓰여 있었다.
진남이 자세히 보려 하자 글자들이 희미해졌다.
희미한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주인님, 이 말을 들을 때쯤이면 주인님은 적어도 이미 패자의 경지에 도달하여 구천선역에서 자리를 잡았을 겁니다. 하지만 주인님의 경지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상대하게 되는 적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닐 겁니다. 때문에 주인님에게 말해줄 것이 있습니다.
항존이 주인님의 체내에 전신 각인을 남겼습니다. 한 번만 쓸 수 있습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절대 쓰면 안 됩니다. 주인님이 각인을 움직이면 제가 구천에 나타나 주인님을 도와 위기를 해결해줄 겁니다.
두 가지를 명심하십시오. 제가 나타나 주인님을 도와줄 때면 주인님의 진정한 신분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엄청난 재난을 불러올 겁니다. 저는 경지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주경들을 없앨 힘밖에 없습니다."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줄곧 전신이 생전에 미리 힘을 남겨 그가 자라도록 지켜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있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경지가 예전 같지 않고 주경밖에 소멸할 수 없다고? 만약 나의 전생의 신비한 부하의 경지가 정상에 도달하면 얼마나 대단할까? 이런 존재가…… 나를 주인님이라 부르고 나를 기다리고 나를 지켜주고 있다니.'
"진남, 왜 그러느냐?"
비월여제는 물었다.
진남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진정하고 솔직하게 말했다.
비월여제는 잠시 침묵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금합을 보거라."
진남은 경서를 집어넣고 금합을 열었다.
금합 안에 손바닥 절반 정도의 시커먼 단약이 있었다.
단약은 아무런 기운도 풍기지 않았다.
진남은 전신선동을 움직여도 현묘함을 알아보지 못했다.
진남은 비월여제에게 물었다.
비월여제도 몰랐다.
진남은 금합을 잠시 거두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그 피겠다."
진남은 많은 옥병 중에서 기운이 가장 약한 병을 집었다.
병 아가리는 자금색 마개로 막았다.
마개에는 오래된 무늬가 가득했다.
"열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진남은 손으로 마개를 뽑으려 했다.
* * *
그 시각, 제칠 천지성구의 신비한 깊은 곳.
흰수염의 노인이 방원 오 장이 안 되는 옅은 붉은색 호수 앞에 앉아있었다.
노인의 두 손에서 뿜어져 나온 혼돈스런 빛이 가끔씩 호수에 부딪혔다.
빛이 호수를 부딪칠 때마다 혈광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노인은 이 성구의 집권자였다.
내세도가 나타난 후 깬 규칙들을 회복시키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표정이 조금도 우울하지 않았다.
심지어 가끔씩 흥얼거렸다.
생각해보니 전에 그 자식을 만날 때마다 그는 괴롭힘을 당하고 심지어 말도 큰소리로 하지 못했다.
이제 상황이 역전되어 제대로 꾸짖었다.
"나도 진짜 미련하구나. 왜 이렇게 급히 쫓아 보냈지? 그 자식을 여기로 끌어와 사흘 밤낮을 꾸짖었어야 해!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는 상상만으로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표정이 굳었다.
웅장한 혈광이 호수에서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단한 기운이 사방을 휩쓸었다.
호수는 세차게 꿈틀거렸다.
허공에서 폭발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그가 전에 세운 많은 규칙들이 미친 듯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제칠 천지성구의 변연지지.
진남은 마개를 뽑은 후 이렇게 대단한 광경이 펼쳐질 줄 생각지 못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혈광이 순식간에 하늘 끝에 솟아올랐다.
그가 볼 수 있는 곳은 혈색의 혼돈으로 변해 끊임없이 꿈틀거렸다.
마치 끝없는 피바다 같았다.
넓고 방대하고 끝없는 땅이 세게 떨리기 시작하고 커다란 틈이 생겼다.
성대한 폭풍이 뭉쳐져 태고흉수처럼 앞을 향해 포효하며 기승을 부렸다.
상황이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