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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93화 (1,093/1,498)

1093화 문도지기(問道之器)

육경음, 항원승, 몽산악 등 절세천재들과 패자들은 연합하여 공격한 끝에 혈왕의 의자를 덮은 무형의 힘은 실체로 변했다.

그것은 옅은 핏빛이었다.

그들의 공격이 강해짐에 따라 핏빛은 파르르 떨리며 금이 갔다.

"거의 깨진다!"

무인들은 그 장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다른 세력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시도족과 태고금기의 의도는 누구나 다 알았다.

핏빛이 부서지고 진남이 깨어나면 생사전이 벌어질 것이었다.

"축도우, 조금 이따 제일염으로 진남의 몸을 감싸거라. 그럼 나와 고도우가 계획대로 진행할게."

육경음은 신념을 전했다.

그들 셋이 연합을 한 것은 진남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게 아니었다.

진남이 주선제오인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그녀는 그에게 전설 속의 주령인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녀는 반드시 확인하고 싶었다.

문고족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농염족과 진남은 관계가 나빴지만, 철천지원수는 아니었다.

그는 진남에게서 커다란 이득을 얻으려고 했다.

몽산악과 항원승은 시선을 교류하더니 공격을 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생각이 통했다.

흑홍쌍선의 손바닥도 어느새 합쳐졌다.

음일은 미묘한 변화를 느끼고 허리에 찬 고검에 손을 올린 구홍을 힐끗 보더니 더욱 활짝 웃었다.

"피천고교의 사람들도 몰래 숨어들었구나. 곧 재미있는 구경이 벌어지겠네……."

한참이 지나고 펑- 하고 굉음이 울렸다.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핏빛이 부서졌다.

축염은 기세가 다시 늘어나 화염을 뿜었다.

화염이 진남의 주변에 떨어져 그를 감쌌다.

육경음과 고소요는 동시에 상고도기를 꺼내 경천일격을 가했다.

"육경음, 나를 막는 건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항원승은 진즉 예측하고 있었다.

그는 몸에서 눈부신 청색 빛을 뿜었다.

엄청난 살기가 사방을 휩쓸었다.

시도족의 특유한 시도지체(弑道之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몽산악은 기세가 날카롭게 변했다.

그는 뒤에 있던 아홉 명의 흑포인과 대진을 만들어 상고도기의 공격을 막고 축염을 공격했다.

"염라묘(閻羅墓)!"

흑홍썅선이 공격했다.

수많은 귀신의 아우성이 울려 퍼졌다.

길이가 백 장이 되는 커다란 묘지가 허공에 나타났다.

죽음의 기운이 가득하고 모든 것들을 묘지에 가두려는 것 같았다.

"만세귀일(萬勢歸一)!"

항원승이 보라색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그의 금룡대창에서 눈부신 빛이 반짝였다.

그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묘지의 봉쇄를 뚫고 화염을 지나 진남에게 날아갔다.

둘 사이의 거리는 고작 십 장도 되지 않았다.

"죽어라!"

항원승은 길게 외쳤다.

천지의 모든 기운들이 창에 모인 것 같았다.

육경음은 표정이 평온했다.

그녀는 이미 상황을 예견하고 두 가지 결과에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수를 준비했다.

다만, 그녀가 나서기 전에 진남이 눈을 번쩍 떴다.

전신의 혼과 웅장한 형상은 거의 동시에 나타나 천지 사이에 서서 위압을 풍겼다.

항원승은 몸이 떨렸다.

엄청난 위압감을 느낀 그는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혈왕의 의자는 이런 압력을 견딜 수 없는지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눈 뜨자마자 아는 얼굴을 볼 줄은 몰랐다."

진남은 항원승, 육경음 등을 훑어보다가 몽산악에게서 시선을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구홍을 보자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두 눈에 한기가 스쳤다.

진남의 구홍의 영혼이 갇힌 것을 알아차렸다.

선력이나 다른 것들이 구홍이 아니었다.

"진남, 허튼소리는 하지 말거라. 예전에 전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처벌로 너를 죽이려고 왔다."

항원승은 차갑게 말했다.

"너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나를 실망시키지 말거라."

몽산악은 흥분했다.

얼굴의 혈문에서 이상한 빛이 번지더니 진남을 먼저 공격했다.

"아직은 시간이 없다."

진남은 무뚝뚝하게 말하더니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는 지존혈대 위에 다시 나타나 손가락을 베었다.

피 세 방울이 흘렀다.

"뭐 하는 거야?"

육경음, 항원승, 몽산악, 절세천재들, 패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다른 무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싸움이 벌어져야 하는 거 아니야?'

진남은 심호흡을 하고 오른손으로 세 개의 이상한 법인을 만들었다.

마지막에 혈대에 손가락을 꾹 누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세도, 현세의 날이 되었다."

둥-!

지존혈대는 둔탁한 것에 얻어맞은 것처럼 팔십여 장이나 아래로 떨어졌다.

진남은 그 모습을 보자 빠르게 날아올랐다.

기이한 장면이 벌어졌다.

수많은 패자들이 나서도 움직일 수 없던 지존혈대가 수많은 네모들로 부서지고 뒤로 물러났다.

상고에서 온 것 같은 기운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위대한 신이 무심코 금기의 대문을 연 것 같았다.

"이건……."

절세천재들과 다른 무인들은 표정이 굳었다.

쿠쿠쿵-!

드디어 지존혈대의 깊은 곳에서 천지의 기둥 같은 핏빛이 하늘로 솟구쳤다.

핏빛은 순식간에 끝에 이르렀다.

웅장하고 방대한 혈색 성이 끝에서 나타나 빛을 뿜었다.

진남 등 사람들의 주변과 구문운해가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혈색 성이 모습을 다 드러내자 강한 기운이 제칠 천지성구 전체를 휩쓸었다.

퍼퍼펑-!

폭발음이 연거푸 들리고 충격적인 장면이 벌어졌다.

끝없이 크고 넓은 구문운해는 산산조각이 나고 흩어졌다.

또, 제칠 천지성구의 무인들이 고개를 들어보니 희뿌연 하늘도 무너졌다.

무너져 내린 조각들마다 핏빛이 비치었다.

마지막에 내세도는 제칠 천지성구의 태양으로 변했다.

그리고 하늘의 끝에 걸려 대지의 모든 것을 비추었다.

"이게……"

제칠 천지성구의 무인들은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진남도 살짝 영향을 받았다.

"저게 백존요선벽인가?"

고소요는 끝없이 넓고 높은 성벽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우리 종족 삼호 비밀문서에 따르면 백존요선벽을 누군가 부쉈다고 했다."

진남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진남은 물었다.

"백존요선벽이라는 게 무엇이냐?"

고소요는 저도 몰래 대답했다.

"십 대 주선 시대에 서열 십 위에 드는 문도지기(問道之器)이다. 그것도 제일선이 직접 백 명의 요존들 시골을 사용하여……."

여기까지 말한 그는 정신이 번쩍 들어 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리에 있던 항원승, 몽산악, 육경음, 음일 등을 포함한 무인들은 다 들었다.

그들은 깜짝 놀랐다.

'문도지기라니!'

상고도기들보다 강한 무기였다.

여러 고족이나 무상도통들 중에도 이를 가진 자가 극히 적어 한 번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제일선이 직접 만든 서열 십 위에 드는 문도지기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런 지보가 구천선역의 어딘가에 나타나기만 하면 구천지존들의 쟁탈전이 일어났다.

심지어 주경 강자들도 노리고 있어서 피바람이 불 수 있었다.

'그렇게 귀한 물건으로 성벽을 만들다니! 내세도는 대체 얼마나 대단한 걸까?

그런데 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 그리고 어떤 비밀이 있을까?'

슈슈슉-!

수많은 찬란한 선광이 성에서 솟아올랐다.

붉은빛이 가득한 하늘에 색이 확연히 다른 이상이 나타나 유난히 눈에 띄었다.

진남은 성의 가장 깊은 곳에서 전해지는 파동을 느끼자 두 눈에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체내의 두 개의 문도법이 동시에 움직이며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쫓아가!"

항원승, 몽산악 그리고 육경음 등 세사람과 흑홍쌍선, 음일은 선광으로 변해 진남의 뒤를 따라갔다.

"공중에 있는 내세도로 날아가거라. 그리고 두, 셋을 시켜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종문에 전달하고 사람을 더 보내라고 전하거라!"

그들은 거의 동시에 신념을 전했다.

그들이 제칠 천지성구에 온 목적은 진남을 붙잡거나 죽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왔지만 은천수가 부족해서 일행 대부분은 구문운해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도우들, 우리는 목적이 다르지만 그러나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우선 진남을 붙잡아 내세도의 비밀을 알아내는 게 어떠냐? 우리끼리 싸움을 한다면 진남은 그 틈을 노릴 거다! 비밀을 얻은 다음 어떻게 할지는 각자 능력에 달렸다. 내 말에 동의하면 선마도세를 하자."

육경음은 눈을 반짝거리며 신념을 전했다.

그녀는 음일과 창람종의 세 무인은 무시했다.

"좋다."

항원승, 몽산악, 흑홍쌍선들은 바로 대답했다.

내세도의 가치는 엄청났다.

백존요선벽을 얻거나 다른 엄청난 기연이나 비밀을 얻으면 좋은 점이 엄청 많았다.

"가자, 가보자."

"이건 귀한 기회다!"

제칠 천지성구에 들어선 다른 무인들도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그들은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빛이 되어 하늘로 솟구쳤다.

몇천 년 동안 제칠 천지성구가 처음으로 들끓었다.

진남은 내세도에 거의 접근했다.

가까워질수록 혈성의 웅장하고 방대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특히 백존요선벽으로 만든 성벽에서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도경에 입문하지 못한 천선 경지에서 정상급의 무인들은 혈성과 십 리 떨어진 곳도 들어가지 못했다.

도경에 입문한 자는 겨우 성벽 아래에 서 있을 수 있었다.

잠시 후, 진남은 성벽에 올랐다.

그의 두 발이 성벽에 닿을 때 귓가에 몇백 마리의 지존 경지 대요들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렸다.

심지가 단단한 진남도 잠깐 넋이 나갔다.

"역시 제일선이 만든 문도지기답다. 패자 정상의 강자가 이것을 가지면 살짝 힘을 써도 구천지존 초급 단계의 거물 앞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겠어."

진남은 감탄했다.

그는 성벽에 올라서서 성을 굽어보았다.

웅장한 기세를 뿜는 궁전들이 하늘 높이 솟고 선광을 반짝거렸다.

그 외에도 산, 수림, 강 등이 있어서 소세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에 진남의 시선은 맨 안쪽의 가운데 있는 궁전에 머물렀다.

궁전은 높이가 만 장이고 열아홉 개의 층으로 돼 있었다.

층마다 밖에 다양한 색상의 부적들이 있어 대범하고 선산 같은 진중함이 느껴졌다.

'전신의 피 한 방울이 십구 층에 있다!'

진남은 바로 과천일격을 사용하여 달려갔다.

가는 도중에 선광들이 번쩍거리며 이상이 생겼다.

엄청난 전승이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궁전을 진남은 전부 무시했다.

펑펑펑-!

궁전은 영성이 있는 것 같았다.

진남이 천 리 밖에 도착하자 십구 층에서 부적이 떨어졌다.

폭발음들이 연거푸 들리고 높이가 오십 장, 넓이가 삼백 장이 되는 입구가 나타났다.

입구를 통해 십구 층을 거의 다 살펴볼 수 있었다.

그곳은 서재인 것 같았다.

양쪽에 옅은 파란색을 띤 커다란 책장이 있었다.

책장 위에는 각양각색의 고적들과 옥병이 있었다.

그것들은 옅은 빛을 반짝거리며 기운을 풍겼다.

가운데 뒤쪽에는 탁자와 나무 의자가 있었다.

탁자 위에는 세 개의 낡은 붓과 벼루 그리고 옥으로 만든 함이 있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뒤에 쫓아온 항원승, 몽산악, 육경음 등 절셍의 천재들과 패자 정상급들은 깜짝 놀랐다.

탁자 위에는 경서와 옥으로 된 함이 있었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구천지존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 안에 있는 것은 무상지보였다.

가치가 백존요선벽보다 적게 가지 않았다.

심지어 더 가치 있을 수도 있었다.

진남은 휙 날아서 입구로 갔다.

그는 손을 뻗어 보물들을 잡으려고 했다.

"진남, 보물을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으냐?"

호통이 울려 퍼졌다.

항원승은 제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신이 강림한 것처럼 날아올라 손바닥을 날렸다.

장풍들이 실체를 갖추며 작은 폭풍을 일으켜 모든 것을 없앴다.

"시도족의 시도지체?"

진남은 돌아서서 확인하고 단천도를 휘둘렀다.

"진도도결!"

이때, 몽산악, 흑홍쌍선, 육경음 그리고 그들이 데리고 온 패자 정상급의 강자들이 동시에 진남에게 다가와 도술을 사용했다.

진남은 큰 압력을 느꼈다.

패자 정상급 강자들 없이 항원승, 몽산악, 흑홍쌍선, 육경음이 함께 달려들어도 평범한 절세천재들은 감당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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