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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90화 (1,090/1,498)

1090화 도우들, 미안하다

중년 사내는 어깨를 으쓱하고 웃으며 진남에게 말했다.

"형씨, 은천수를 알아서 내놓는 게 좋을 거다. 나는 흥분하면 피바다를 만든다."

말을 마친 그는 공격을 했다.

달 모양의 칼에서 서로 다른 금남색의 부문들이 반짝거렸다.

슈슈슉-!

허공에 전마를 타고 장도를 든 형상들이 나란히 나타나고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중년 사내의 기운은 확 바꾸었다.

그는 상고의 혼란한 대시대의 장수 같았다.

"도술, 만장벌적주(萬將伐敵呪)!"

이목구비가 뚜렷한 빡빡머리 사내도 법인을 만들고 도술을 펼쳤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들 셋은 절대 연합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진남은 어떤 '규칙'을 어겼다.

진남이 은천수에 타고 있는 동안 그들의 공격 대상이었다.

흑발 노인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그는 진남이 낯이 익었다.

그리고 이 청년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저자는 이제 끝이다……."

숨어있던 무인들과 방금 패배한 패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진남이 고작 패자대성이라는 것을 느꼈다.

절세천재라고 해도 세 사람이 연합한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대룡횡천!"

이때, 진남이 공격했다.

두 개의 문도법이 동시에 움직였다.

그는 한 마리의 용으로 변해 하늘로 솟구치고 검의를 부쉈다.

"진도도결!"

커다란 용발이 단천도를 잡고 휘둘렀다.

수많은 도기들이 엄청난 기세로 모였다.

쿠쿠쿵-!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진남은 혼자 셋을 상대로 싸웠지만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다.

"검래검왕(劍來劍往), 검기검낙(劍起劍落)!

검교의 공격이 변했다.

그는 선검을 앞에 세우더니 손가락 두 개를 붙이고 검의 손잡이에서 검 끝까지 내리 쓸었다.

주변의 허공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손가락이 검 끝을 지나자 허공이 무너졌다.

수많은 검도대진이 만들어졌다.

검왕이 시공간을 넘어 진남을 공격하는 것 같았다.

빡빡머리 사내가 고함을 지르자 기운은 확 늘었다.

그의 기운은 십 장 높이의 금광 거인으로 변했다.

주먹 끝에는 수많은 부문이 모여 진남을 공격했다.

"장수들의 힘을 모아 모든 것을 베어라!"

패자 정상급은 순식간에 수많은 형상과 하나가 되었다.

그는 기세가 늘어나더니 엄청난 지경에 이르렀다.

"저들 셋은 모두 살초를 사용했구나."

"저자가 계속 물러서지 않으면 물러설 기회도 없어지겠다!"

주변의 무인들과 패자들은 표정이 흔들렸다.

셋의 살초는 위력도 강했다.

특히 검교가 뿜는 검도대세는 패자 정상급에 견줄 만한 정도였다.

위기의 순간에 은천수가 우우우-하는 소리를 냈다.

그는 두 눈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러나 진남은 여전히 그를 꽉 잡고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셋이 연합을 하니 실력이 대단했다.

진남은 전혈에 살짝 반응이 왔다.

"궁우전도, 일도분세(一刀焚世)!"

진남은 앞으로 칼을 휘둘렀다.

칼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사람들을 비추었다.

빛은 두 개 문도법의 의지를 융합시켰다.

또, 진도도결의 도세와 화도선염의 힘 때문에 칼은 엄청난 경지에 이르렀다.

쿠쿠쿠쿵-!

검도대세, 권진지위(拳勁之威), 만장지력(萬將之力)이 순식간에 부서졌다.

남은 도의는 여전히 엄청 강하게 날아갔다.

검교, 빡빡머리 사내, 중년 사내는 눈이 휘둥그레서 빠르게 방어를 펼쳤다.

"저걸 부수다니?"

무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저자는 만만치 않구나. 우리 셋은 밀접하게 연합해야 한다. 각자 싸우면 안 돼. 각자 싸우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중년 사내는 웃음기가 사라지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검교의 두 눈에 빛이 점점 짙어졌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동의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빡빡머리 사내는 당연히 이의를 제기할 리 없었다.

"나는 왼쪽에서 공격을 하겠다. 너희 둘은 오른쪽에서 공격하거라. 시작……."

중년 사내는 외쳤다.

체내의 선력이 다시 들끓었다.

그는 공격할 준비를 했다.

중요한 순간에 진남의 등 뒤로 웅장한 형상이 나타났다.

엄청난 위압감이 선산처럼 그들에게 부딪혔다.

중년 사내와 검교는 안색이 확 바뀌어 뒤로 물러섰다.

몸에서 용솟음치던 기혈이 엄청난 제압을 받았다.

빡빡머리 사내는 신음을 흘리고 입가에 선혈이 흘렀다.

"만세주림인가?"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절세천재들은 만세주림을 사용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만세주림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강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만세주림을 사용하는 자는 분명 강했다.

같은 절세천재라고 해도 주경거물이 스승이거나 가족이면 지위가 달랐다.

"너 감히……."

검교 등은 큰 충격을 받았다.

"생각났다! 너, 너는……."

흑발 노인은 믿을 수 없었다.

"도우들, 실례하겠다."

진남은 살짝 웃으며 기운을 거두었다.

그가 탁- 치자 은천수는 구구구 소리를 내며 하늘로 날아갔다.

검교는 진남을 쫓아가려고 했지만, 진남이 이내 모습을 감추는 바람에 포기했다.

나머지 둘은 아예 쫓아갈 생각이 없었다.

그들 셋이 연합을 해서 목숨 걸고 싸운다고 해도 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다.

흑발 노인은 결국 입밖에 내뱉지 않았다.

그는 흥분한 표정으로 제칠 천지성구를 떠났다.

얼마 후, 화존좌경, 우경을 흔드는 소식이 돌았다.

사라진 지 몇 개월이 되는 진남이 드디어 나타났다.

"너는 속히 사람들을 데리고 제칠 천지성구로 가거라.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진남을 죽여야 한다. 묘문과 참창종의 사람들을 경계하거라. 필요하면 시도족과 연합해도 된다."

"태고금기도 움직이기 시작했을 거다. 우리는 반드시 그들 전에 진남을 잡아야 한다. 명심하거라. 절대로 죽으면 안 된다!"

"주선제오인의 후계자라, 흥미가 생기는구나. 가봐야겠다!"

큰 세력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남에게 흥미가 있는 신비한 존재들과 진남의 명성을 들은 절세천재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무인들은 저도 몰래 감탄했다.

구궁금선종에서 십 대 절세천재라고 평가한 진남이 나타났다는 소식만으로 풍파가 일다니 놀라웠다.

나머지 아홉 명의 절세천재들은 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 * *

진남은 천지성구에 들어가자 자신의 소식이 새어나가는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눈앞의 경치에 흥미가 생겼다.

은천수가 희뿌연 하늘을 벗어나자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아홉 개의 무늬가 있는 구름이 서로 모여 구름바다를 이루었다.

구름은 실체가 없어 진남이 손을 뻗어도 만질 수 없었다.

그러나 은천수의 네 발은 구름 위를 밟고 지나갈 수 있었다.

엄청 신비했다.

또, 구름바다는 자주 모습을 바꾸었다.

은천수를 타고 지존혈대에 도착한 후에는 다시 기억을 더듬어 돌아올 수 없었다.

"응? 구름바다에 살기가 많이 숨어있구나?"

진남은 숨겨진 진법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손가락을 튕겨 은천수에게 선광과 의지를 씌웠다.

살기들은 강하지 않았기에 패자 초급단계라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아무것도 없던 구름바다에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패자 초급단계도 있고 패자 정상급도 있었다.

그들도 은천수를 타고 있었다.

진남을 힐끗 보더니, 시선을 거두었다.

"얼마나 더 가야 도착할까?"

진남은 눈을 감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어느덧 한 시진이 지났다.

구름바다에는 이미 일흔 마리의 은천수가 달리고 있었다.

은천수의 등에는 한 명 또는 두 명의 무인들이 타고 있었는데 멀리서 보면 작은 군대 같았다.

전과 달리 끝없던 구름바다의 양쪽에는 높이 솟은 산과 수림, 궁궐 등이 나타나 빛을 뿜었다.

일부 무인들은 그것들을 보고 잠깐 고민하더니 방향을 틀어 안으로 들어갔다.

제칠 천지성구의 특별한 점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지존혈대로 가는 길에도 수많은 기연과 전승지가 있었다.

다만, 안에 들어가면 은천수는 죽었다.

무인들은 다시 아래로 내려와 은천수를 찾고 지존혈대로 가야 했다.

두 시진이 더 흘렀다.

진남과 무인들은 동시에 눈을 떴다.

앞에 있는 구름바다가 피로 물들어 시뻘겠다.

허공에 지존의지가 옅게 느껴져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구구구구-!

드디어 은천수들이 걸음을 멈추고 울었다.

무인들은 멀지 않은 곳에 엄청나고 오래된 물건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슈슈슉-!

진남과 무인들은 동시에 눈부신 빛을 뿜으며 무지개로 변해 앞으로 날아갔다.

"저, 저게 지존혈대야?"

잠시 후, 진남은 멈추었다.

핏빛 구름 사이에 방원 십만 장이 되는 섬이 있었다.

섬에는 수많은 화초와 나무들도 없고 높은 바위도 없었다.

섬의 겉면은 반들반들해서 천연도장 같았다.

섬에는 이미 서른여 개의 형상들이 엄청난 선광을 드러내 싸우고 있었다.

도술들끼리 부딪히며 굉음을 냈다.

격렬한 싸움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섬의 위쪽에는 길이가 구천구백아흔아홉 장이 되고 높이가 이천구백아흔아홉 장이 되며 온몸이 짙은 붉은색이며 수많은 무늬가 있는 혈대가 있었다.

이게 바로 지존혈대였다.

혈대 위에는 이십여 명의 무인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혈대에서 엄청난 위압이 뿜어져 나와 사방을 적셨다.

진남도 살짝 어지러움을 느꼈다.

다른 무인들은 받는 타격이 더 컸다.

혈대의 위압은 엄청났다.

구천지존이라고 해도 이런 위압을 뿜을 수 없었다.

"하하하, 지존혈대를 드디어 찾았구나! 이제 그 문도법을 익힐 수 있겠다!"

몸집이 우람하고 기세가 강한 중년 사내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먼저 지존혈대로 날아갔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너를 죽이겠다!"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싸움 중이던 서른여 명의 무인들은 그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중년 사내는 패자대성의 경지였지만 바짝 긴장해서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감히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진남은 그 모습을 보고 섬을 살폈다.

왼쪽 아래에 있는 힘이 있고 기세가 웅장하며 핏빛 손도장을 찍은 글들이 눈에 띄었다.

"지존혈대를 처음 만나면 그 위엄을 알게 된다. 서로 싸우고 자리를 쟁탈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차라리 섬에 올라 허리에 혈부(血符)를 응집하거라. 세 개의 혈부를 만든 자는 지존혈대에 갈 수 있다. 다른 자들은 막으면 안 된다.

억지로 지존혈대에 들어가려는 자는 모두가 힘을 합쳐 막아라. 그래도 고집을 부리는 자가 있다면 목을 벨 것이다. 지존혈대에 예순 명이 차면 더 들어올 수 없다.

군자의 약속이라 맹세를 할 필요는 없다. 자각적으로 지키길 바란다. 어길 시 피가 강이 되어 흐를 것이다."

규칙이 없이 마구 쟁탈을 한다면 결국 비극밖에 없었다.

진남과 무인들은 섬에 들어섰다.

옛 글자에서 핏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들의 허리에 한 개의 혈부가 거꾸로 걸렸다.

"두 개가 더 필요하다."

진남은 두 눈을 빛내며 무인들을 훑어보았다.

"녀석, 운이 좋구나."

호통과 함께 흰 옷을 입은 사내가 검을 들고 진남에게 달려들었다.

검을 휘두르자마자 그는 안색이 확 바뀌었다.

"진남?"

만산선령에서 진남의 그림이 널리 떠돌아다니기에 이를 본 자들이 적지 않았다.

흰옷을 입은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눈에 진남의 본모습을 발견했다.

"진남?"

"주선제오인의 후계자 진남이라고?"

순식간에 섬에 있던 모든 무인들의 시선이 진남에게 쏠렸다.

그들은 경악했다.

진남은 본모습을 되찾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

"도우들, 미안하다."

강한 기세가 하늘로 솟구쳤다.

진남은 그림자로 변해 흰옷을 입은 사내에게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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